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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기 1: 도 넘은 사립유치원 횡포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기]는 2005년생, 2009년생 두 딸을 키우며 신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자녀를 키우며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을 풀어놓는 연재물입니다.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보육정책의 문제점 같은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자녀를 키우며 느끼는 행복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편집자)

내 첫째 딸이 다녔고, 지금은 둘째가 다니고 있는 우리 동네 사립유치원은 엄마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드는 곳이다. 원장은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게 느껴진다. 지난해에는 매월 그림책을 두 권씩 유치원에서 읽어주고 각자 집에 보내주기도 했다. 물론 이를 위한 비용을 따로 내지는 않았다. 들어갈 때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사는 돈암동 한진/한신아파트에는 단지 안에만 무려 4개의 사립유치원이 있고, 바로 붙어 있는 돈암초등학교에도 병설유치원이 있어 유치원끼리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도 추첨 경쟁이 심해지는 현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 동년배 아이 엄마들은 “그 동네는 천국”이라며 엄청나게 부러워한다. 상당수 다른 지역에서는 들어가려는 아이들에 비해 유치원 수가 부족해 ‘추첨’까지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고, 원비 인상이나 징수 등에서 갖은 횡포까지 부리기 때문이다. 국공립유치원은 예전부터 추첨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요즘은 사립유치원 역시 추첨 경쟁이 심하다. 예전에는 어린이집에 보내다 6세(만 4세)가 되어야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5세(만 3세)가 되면 어린이집보다 좀 더 안전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유치원에 보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지난해 처음 실시된 7세(만5세) ‘누리과정’(주: 하단 설명 참조)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5~6세까지 확대되면서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려는 엄마들이 급증했다. 그러다보니 기고만장한 유치원의 횡포도 더욱 심각해진 모양이다.

점점 심해지는 유치원의 횡포 … 최근 유치원비 인상 두드러져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횡포는 원비 인상이다. 사립유치원을 이용하는 부모들의 원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매월 22만 원씩 교육비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것을 반영해 아예 유치원비를 올려버린 것이다. 영등포구에 사는 지인 A씨는 지난달 첫째 딸을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추첨을 거쳤다. 주변인들은 5~6 군데 지원하기도 하는데 “단번에 당첨됐다”는 기쁨도 잠시뿐, 작년보다 훨씬 높아진 유치원비와 그것도 6개월치를 당장 한꺼번에 내라는 말에 당황했다. A씨는 입학금 21만 원, 6개월치 급식비(9만 원×6=54만 원)와 교육재료비(13만 원×6=78만 원) 등 원비를 제외한 항목으로만 153만 원을 한꺼번에 내야 했다. 수업료는 월 35만 원씩을 분기별로 내야 한다.

정부가 개설한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 (www.e-childschoolinfo.mest.go.kr)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유치원의 지난해 한 달 원비는 급식비 8만5,000원, 교육재료비 11만 원, 수업료 32만 원으로 모두 51만5,000원이었으나, 올해는 57만 원으로 10% 이상 오른 것이다. 물론 정부 지원금 22만 원을 받으면 개인의 부담은 32만 원으로 크게 줄어들지만, 오른 원비만큼 국가 부담은 커지게 된 셈이다.

더 심한 사례도 있다. 강남 일부 유치원의 경우 원비를 월 16만 원이나 올려 정부 지원금 22만 원을 받고도 별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보도도 나왔다. “서울 강남구의 I유치원은 지난 3일 가정통신문을 보내 한 달 34만 원의 수업료를 내년부터 8만 원씩 올린다고 공지했다. 급식비와 간식비 15만 원, 교재비 10만 원도 각각 3만 원, 5만 원씩 인상했다. 내년부터 한 달에 16만 원의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지원금 혜택은 기대 이하였다.” ‘추첨 전쟁’ 뚫었다고 웃던 엄마 지원금만큼 뛴 유치원비에 운다(서울신문, 2012년 12월 8일자)

사립유치원의 횡포를 피해 국공립유치원에 몰리지만…

사립유치원의 횡포가 심하고 원비가 너무 비싸니 사람들은 국공립유치원으로 몰린다. 국공립유치원의 원비는 사립의 6분의 1밖에 안 된다.  방과후 교육비를 제외하고도 만5세 이상 경우 국•공립 원비는 총 8만8,637원인데 비해 사립은 44만395원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공립유치원 추첨 경쟁률은 10대 1은 기본이고 일부 지역에선 30대 1도 넘을 정도다.

성북구에 사는 지인 B씨는 아들을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사립유치원에 보내다가 다음 해 공립유치원으로 옮겼는데, 아들이 다녔던 사립유치원의 횡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방과 후 시간이 아닌 수업 시간 내에 하는 발레나 과학교실에 대해서까지 별도의 수강료를 재료비 명목으로 받는 거예요. 법적인 문제 때문인지 그걸 안 낼 수도 있긴 해서 안 냈더니, 수업 시간에 다른 아이들은 그 수업을 받는데 우리 아들은 구석에서 블록 쌓기나 하는 식으로 외톨이가 되더라고요. 정규 수업 시간에 하는 활동까지 돈을 받는 건 원장이 돈독이 올랐다고밖에 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왜 정부는 ‘유치원 대란’을 수수방관하고 있을까?

1983년 자율화 이후, 지원금 투입 없단 이유로 방관

사립유치원비가 국공립보다 터무니없이 높고, 국공립 유치원에 아이들이 몰리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왜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과학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1983년 유치원비 자율화 이후 사립유치원 원비가 계속 올라가는 것을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무교육이거나 또는 정부 재정이 많이 지원되는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예전부터 정부가 교육비 인상을 통제해 왔고, 어린이집 역시 정부 지원을 이유로 교육비 상한선을 정해 온 반면, 사립유치원은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값이 올라도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관해 온 셈이다. 이러다 보니 월 유치원비가 이른바 ‘영어유치원'(법적으로 유치원 인가를 받지 못하므로 정확한 표현은 영어학원 유치부)과 별 차이 없는 월 85만 원짜리 유치원까지 나왔다. 월 85만 원이면 6개월에 510만 원으로 사립대학교 등록금 수준이다.

A씨의 사례처럼 6개월치를 한꺼번에 징수하는 횡포를 부린다 해도 이를 적발해 고발하거나 징계를 내리는 등의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이 전혀 없는 상태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월납이 원칙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한꺼번에 징수한다고 해도 교과부에서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으니 우리가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매년 연말마다 “유치원 원비 편법 인상 단속” 기사가 나오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쓸모없는 허언이었던 것. 교과부 관계자는 “이제 누리과정 도입으로 유치원에도 정부 재정이 투입되므로, 유치원비 징수 방식도 유치원의 재무/회계에 대한 근거조항을 만들어 단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는 유치원 자녀를 둔 공무원이 없나???

유치원생 자녀를 둔 나 같은 엄마들은 궁금해한다. 정말로 정부에는 유치원생 자녀 둔 사람이 아무도 없는지. 현재처럼 원비가 자율화된 상황에서 22만 원을 주면 유치원 원장만 신 나는 건 당연한 귀결인데 그걸 예측 못했는지. 적어도 어린이집처럼 ‘원비 상한선’을 정한다든지 하는 규제를 먼저 걸어놓고 지원했어야 하는데, 피 같은 세금을 유치원 원장 호주머니에 꽂아주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반성하는 사람이 있는지.

국공립유치원 정원 확대에서 해법 찾아야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누리과정’이 도입됐다는 사실은 정부가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유치원 교육도 꼭 필요한 교육임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학교 등록금 수준으로 돈을 받는 사립유치원이 아니라 국공립 유치원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 물론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안다. 서울은 땅값이 비싸서 국공립유치원을 신설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있는 유치원에 시설을 증축하든지 3층, 4층을 만들든지 해서 학급 수를 늘리는 것이다. 저렴한 국공립유치원이 많이 생긴다면 사립유치원들도 원비를 함부로 올리거나 6개월치를 한꺼번에 받는 등 횡포를 부리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유치원 신/증설 지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일단 기대를 걸어본다.

참고. ‘누리과정’이란?

누리과정
5세 아동 [누리과정] 2013년 3~4세 유아에게도 적용
정부는 제3차 위기관리대책회의(2012.1.18)에서 유아교육-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 조치로 올해 도입한 5세 아동 [누리과정]을 내년 3~4세 유아에게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0~2세아에 대한 양육수당도 현재 차상위계층(소득하위 15%수준)에서 소득하위 70%로 대폭 확대됩니다.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매월 지원
이에 따라 2013년 만 3~4세 어린이는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유치원비와 보육비로 매월 22만 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3,4,5세 누리과정의 경우 2013년 22만 원, 2014년 24만 원, 2015년 27만 원, 2016년 30만 원 등 단계적으로 인상됩니다.

(출처: 아이사랑보육포털 www.childcar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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