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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1, "비용 없는 공부, 동의 없는 수정, 계약 없는 배포" – 이고잉 인터뷰

이고잉은 오랜 친구다.

나는 그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디에서 자랐는지 몰랐다. 지금도 잘 모르고, 그건 몰라도 상관없다. 아니 관심 없다. 우리는 웹에서 태어났으니까. 우리가 꿈꾸는 것, 때로 슬퍼하거나 분노한 것, 우리는 그저 그것으로 대화했다. 우리는 그렇게 웹이라는 세계에서 만났다. 나이, 학교, 성별, 출신지역… 흔히 하는 말로 ‘계급장’ 떼고, 그저 블로거로 만났다. 마치 요나의 바다처럼, 월드 와이드 웹은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만든 세계였다. 그게 벌써 10년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1989년, 팀 버너스 리가 만든 웹은 세계를 다시 꿈꾸고, 다시 창조해낼 토양이었다. 버너스 리는 정보의 ‘공개’와 ‘연결’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렇게 연결된 열린 세계로서의 웹은 점점 더 단절된 채 닫혀가고 있다. 1

각설하고, 이고잉은 ‘생활코딩’으로 알려진 코딩 교육용 동영상을 지난 7년 동안 만들어왔다. 그렇게 지금까지 만든 동영상이 2,980여 개다. 그 많은 동영상을 ‘공짜로’ 웹에 올렸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열어놨다. 그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WEB1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 중이다.

웹의 본질이 담긴 HTML에 관한 수업을 만들고, 이 수업에 사용되는 160여 개의 삽화를 그려줄 작가를 모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수업과 그려진 삽화를 모두 저작권이 없는 ‘퍼블릭 도메인’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WEB1 프로젝트에 사용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펀딩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단 하루만에 목표액을 채웠다.2

지난 17일 새벽, 이고잉에게 ‘저작권 없는 코딩수업 WEB1’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 2017년 10월 17일 (화)
  • 인터뷰이: 이고잉, 강두루 ㅣ 인터뷰어: 민노씨

– WEB1(이하 ‘웹1’) 프로젝트의 취지를 간단히 설명하면. 

코딩 교육을 7년 동안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수업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있었다. 첫번째는 수업 규모가 너무 커져 이용자가 수업 과정을 ‘완주’하지 못해 의기소침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나도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아쉽고.

시간이 지날 수록 수업을 완주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웹이 처음 태어났을 때는 2~3시간만 배워도 바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 의미에서 웹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자기 완결성’이 있었다. 할 수 있었는 게 많았다.

– 웹 태동기가 ‘자기 완결성’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하지만 27년 동안 너무 복잡해졌다. 내가 만든 수업을 완주해도 전체를 보면 어차피 부분이다. 하지만 완주하지 못해도 처음에 배우는 게 본질적인 것이라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 부분과 전체? 

내가 만든 수업을 완주해도 전체를 생각하면 부분일 뿐이고, 부분을 공부해도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봤을 때.

– “그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건 어떤 의민가? 

그게 새로운 개편 방향 중 하나다. 전체로 보면 20시간짜리를 쉅을 2~3시간으로 함축했다. 웹이 처음 등장했을 때 유일했던 기술 HTML에 관한 수업이다. HTML 이후의 기술은 별도의 수업 과정으로 독립해서 떼어내려고 한다. 사람들이 웹의 본질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HTML

– “웹의 본질”이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본질과 혁신과 구별해서 쓴다. 처음 등장한 기술은 ‘본질’이다. 그 이후의 기술은 아무리 좋아도 혁신이다. 아무래도 혁신이 화려하고 멋져보인다. 초심자도 혁신에 끌린다. 하지만 혁신에 집착할수록 본질을 잊을 수 있고, 그럴수록 안개처럼 희미해질 수 있다.

수업들은 분들은 과정을 완주한 분과 완주하지 못한 분으로 나뉜다. 수업을 완주한 분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기 쉽다. 우리가 영어 공부를 그토록 오래했지만, 그렇게 배운 것에 비해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배운 게 있어서 보는 눈이 생기고, 비평은 잘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거다. 좋은 비평가가 될수록 자신이 짠 코드가 미워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과감하게, 수업에서 혁신은 거뒤내고, 본질만으로 이뤄진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웹1이다.

– 왜 웹1인가. 그러니까 왜 웹 ‘숫자 1’로 명명했나.

웹1은 27년 전에 세상에 처음 등장한 HTML을 수업을 배우는 수업. 웹2는 CSS, 자바스크립트 등 그 이후에 등장한 혁신을 배우는 수업으로 구상하고 있다.

웹1을 배우면 각자의 필요에 따라 CSS를 선택해 배울 수도 있고, 자바스크립트를 배울 수도 있도록.

웹1을 배우면 각자의 필요에 따라 CSS를 선택해 배울 수도 있고, 자바스크립트를 배울 수도 있도록.

– 웹1은 본질에 관한 수업이다? 

그렇다. 웹1을 공부한 사람은 웹2 과정에 있는 수업을 아무것이나 자신의 용도에 맞게 배우면 된다. 기존 수업은 HTML을 배우고, CSS를 배우고, 자바스크립트를 배우고, php를 배우고, 이렇게 순서대로 배웠다. 그래서 수강하는 분의 입장에선 이 커리큘럼에 논리적인 순서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논리적인 체계가 존재하는 건 아니다. 웹1을 배웠다면, 디자이너는CSS를 바로 배우면 그만이다.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는 웹페이지를 만들고 싶으면 웹1을 배운 뒤에 바로 자바스크립트에 관해 배우고, 각자의 목적에 따라 웹2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수업받는 분의 상태에 따라 어떤 수업을 바로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랄까. 최소한으로 배워서 최대한으로 써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달리 표현하면, 부분학습. 그게 수업의 전략적인 목표다.

– ‘예술가 프로젝트’ 부분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이번 펀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삽화 작가의 인건비다. 코딩수업 프로그램인지 그 코딩수업에 필요한 삽화 그리는 예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헷갈린다.

이번 프로젝트의 흥미로운 점이다. 내 수업은 컴퓨터나 모바일에서 플레이하는 동영상을 통해 이뤄지지만, 감성적으로 보면, 일종의 ‘교실’이라고 할 수 있다. 교실이 갤러리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반대로 예술가의 작품을 기준으로 볼 때는 갤러리가 교실이 될 수 있겠지.

디지털 공간에서 교실이냐 갤러리냐를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그런 모습이 기대된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수업일수도 있고,예술 프로젝트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청자가 누구냐에 따라 교육적인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 맥락에서는 교육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또, 교육적인 상상력을 고취하고, 수업의 지루함을 달래줄 수 있는 삽화를 제작하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을 펀딩하는 예술 프로젝트로 볼 수도 있다.

갤러리 화랑 그림 사진

– “저작권 없는” 웹1 프로젝트다. 

생각의 흐름이 있었다. 웹1을 처음 기획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혼자 하려고 했다. 누구에게 후원을 받을 필요도 없고, 그게 편했다. 후원을 받는다는 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있는 것이라서. 지금껏 자유롭게 수업해왔고, 심지어 완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으로 해왔다.

하지만 웹1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생각했다. 웹2나 웹3는 상관 없겠지만, 웹1만큼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모두에게 중요한 교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원시 상태의 웹을 배움으로써 그런 일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최근 코딩과 관련한 수업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웹을 통해서 코딩을 알려주는 수업은 의외로 적다. 그래서 웹을 통해서 코딩을 알려주는 교양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교양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접근성’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비용 없이 공부할 수 있고, 동의 없이도 수정할 수 있고, 계약 없이도 배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웹1

그래서 내가 만든 수업의 저작권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내 수업에는 필수적으로 그림과 음악이 사용돼 왔고, 나 개인적으로는 저작권을 포기하는 수업이 별 부담이 없지만, 내가 하는 수업에 필요한 그림과 음악은 저작권이 있는 것들이라서… 특히 이미지는 어떻게 할까. 특히 내 목소리는 너무나 졸린 목소리라서…

학습자들이 이미지 없는 수업에 느낄 고통이 너무 절실하게 예상됐다. (웃음) 이미지를 안 쓰면 웃겨야 하는데 그런 재주는 없고… 수업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그림들이 소중했다.

– 졸린 목소리 부분이 아주 설득력 있다.

(웃음)

– 기존에는 어떻게 이미지를 써왔나. 

‘더나운프로젝트’(the noun project)에서 이미지를 사서 추가해왔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까, 수업의 맥락과 의미가 딱 맞는 것도 있었지만, 아닌 것도 있었다. 요긴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 펀딩을 생각한 건? 

수업에 이미지는 필수적이니까 그렇다면 예술가들에게 의뢰해서 받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려면 대가가 필요하니까. 친한 예술가에게 부탁하면 (공짜로 혹은 싸게) 해주겠지만, 그건 내가 잘 못하는 일이고 안하는 일이었다. 차라리 후원을 받아서 합리적인 비용을 제공하고 수업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 어떻게 섭외했나(하고 있나). 

펀딩을 생각한 뒤에는 누구랑 작업을 할까를 생각했다. 평소에도 내가 흠모하는 작가들이 몇 분 있었지만, 수업에 필요한 전체 삽화 수는 160개 정도다. 이걸 한 작가가 한다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수업에 사용되는 이미지가 일관성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이미지들로 채워지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한 작가가 아니라 다양한 작가들에게 이미지를 받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일이 굉장히 복잡해질텐데. 비용도 늘어나고. 

한 작가에게 여러 작품을 맡기는 것과 여러 작가에게 적은 작품을 맡기는 것은 결과는 같아도, 과정은 크게 다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준비작업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든다. 즉, 일종의 착수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명이 작업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비로는 충당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고, 후원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의 노력에 대해선 어떻게 책정해야 할까를 생각했고, 나는 이 프로젝트의 수혜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용을 책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형평에서 나만 빼면 이상하고, 100명 정도가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라서 회계나 매니지먼트 등 여러 비용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 기본적으로 기업 후원과 일반인 후원 중에서 하나만 하는 게 보통인데,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 후원과 일반인 후원을 모두 받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단 후원이 처음이라서 이렇게 하는게 특이한 건지 몰랐다. 처음에는 웹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후원만 받으려고했다. 그런데 후원금 규모도 커진 상태기도 하고, 수업이 만들어졌을 때 그 수업 수혜자가 되는 것은 일반 시민이라서, 의미로 봐도 일반 시민의 후원이 값질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펀딩 후원

– 기업 후원과 일반인 후원의 비중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반반 정도. 전체 프로젝트의 규모는 6천만 원 정도.

– 삽화 작업 참가 작가에게는 편당 30만 원~50만 원, 자기자신의 수업 동영상에는 한 편당 15만 원을 책정했는데,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정말 어려운 문제다. 오랫동안 고민했다. 예술가에게 지급하는 비용에 비례해서 수업 제작자에게 비용을 책정했을 때 너무 큰 비용이 책정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월간으로 지급 받는 금액이 최대 5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거기에 맞춰서 각 항목의 단가를 맞췄다. 나 자신에게 지급될 비용을 스스로 정하는 것은 정말 곤욕스러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 동영상 제작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

일률적이진 않다. 동영상 하나를 작업하는데 이중의 작업이 필요하다. 수업을 만들고, 필요한 이미지들을 찾아서 수업을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예술가들이 이미지 작업을 끝내면, 기존의 이미지를 교체하고, 다시 업로딩한다.

– 참여 작가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프로젝트 진행자, 참가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 모시고, 그분들이 다시 신뢰하는 예술가 2명을 추천해서 40명 정도의 그룹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다 채우려고 했는데,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공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라서 내부 추천만으로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중론이 모아졌다.

그래서 내부 추천과 공개 모집을 결합해 80명에서 100명 사이를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예술가 그룹을 만들어 그룹에 들어온 작가들은 최소 2개에서 최대 5개까지 삽화를 제작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리고, 자신이 원하는 수량만큼 작업할 예정이다.

– 작가들이 작업 결과물을 거부할 수도 있나.

최종적으로 내가 작업 결과물(삽화)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있다는 예외 조항은 있지만, 해당 삽화를 제작한 작업비는 드린다. 오픈소스가 개발되는 방식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결과는 모두가 공유하지만, 소스 코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권한이 필요하고, 그 사람들은 각자 자유롭게 작업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그룹에 속한 분들, 예술가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드린다.

– 지나친 자율성은 교통정리가 어렵지 않나.

에어테이블이라는 협업툴을 이용할 생각이다. 이런 웹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없었다면 하기 어려웠을 프로젝트다.

– 웹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웹의 아버지’로 불리는 팀 버너스 리가 쓴 [월드 와이드 웹] (한국경제신문사)을 인상깊게 읽었다. 현재는 절판되서, 나도 정말 어렵게 구해서 읽었지만, 구하기도 어렵다. 팀 버너스 리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이런 상황은 좀 서글픈 느낌도 드는데, 이고잉 님도 팀 버너스 리를 무척 존경하는 것으로 안다. 수업에도 리 이야기가 들어가는 걸로 아는데, 독자에게 팀 버너스 리에 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흔히 IT 분야에서 롤모델을 떠올리면, 스티븐 잡스나 빌 게이츠를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이런 분들 말고도,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나 웹을 만든 팀 버너스 리, 전기 문명의 아버지 마이클 페러데이(모터를 만들고, 발전기를 만든 사람) 등을 떠올려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팀 버너스-리(2014년 모습, 출처: Paul Clarke, CC SA)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Paulrclarke

‘웹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2014년 모습, 출처: Paul Clarke, CC SA)

패러데이는 자신의 발명품에 특허를 걸지않았고, 영국 여왕이 작위를 주려고 해도 거부한 사람이다. 대신 여왕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들을 상대로 강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고, 지금 그 크리스마스 이브의 과학 강연은 오랜 전통과 영광이 깃든 행사가 됐다. 영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는 뉴튼이지만, 가장 사랑하는 과학자는 패러데이라는 말도 있다.

팀 버너스 리도 패러데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리도 특허를 걸지 않고, 퍼블릭 도메인으로 웹을 세상에 공개했다. 재벌이 되진 못했지만, 존경받는 삶을 산다. 보람된 일을 하니까. 지식 자체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을 만든 사람, 그 지식을 만든 사람의 선택을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패러데이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인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들을 위한 강의를 마련했다는 게 강의를 하는 내 입장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저작권을 없애고, 퍼블릭 도메인인 이유도 팀 버너스 리에게 영감받는 측면이 있다. 웹이 그런 것처럼.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과학자, '전기 문명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 (1791년 9월 22일 ~ 1867년 8월 25일)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과학자, ‘전기 문명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 (1791년 9월 22일 ~ 1867년 8월 25일)

– [월드 와이드 웹]에서 팀 버너스 리는 “옳은 일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되자”고 말한다. 본인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강두루: 이고잉 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같다. (두루 님 본인은 어떤가) 느낀다.

이고잉: 느끼고 싶지만,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웃음)

* 인터뷰에는 오픈튜토리얼스(이하 ‘오튜’)에서 이고잉과 함께 활동하는 ‘강두루’ 님도 함께 했다. 강두루 님은 웹1 프로젝트의 관리와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편집자)

– 수업을 만들면서, 또 오프라인 특강을 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있다면?

내가 그래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을 강의하면서, 사람이라서 실수도 하고, 수업 순서를 바꾸기도 하는데, ‘한 번도 나란히 놓여진 적 없는 지식들이 나란히 놓여지는 순간’을 만나는 때가 있다. 그때가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때.

– 예를 들면.

예를 들려고 하니 정작 떠오르는 사례는 없다.

– (강두루에게) 오픈튜토리얼스에 합류하게 된 계기.

강두루: 일단 취지가 좋았다. (어떤 취지) 열려 있고, 수정 가능한 컨텐츠를 지원한다는 취지가 좋았다. 그리고 멤버들이 마음에 들어서 합류하게 됐다.

– 얼마나 됐나.

강두루: 2016년 4월 오튜를  ‘비영리단체’로 설립할 때 합류했다.

– 어떤 일을 담당하나.

강두루: 회계를 맡고 있다. 개발도 하려고 있지만, 아직은 여력이 안 된다. (웃음)

– 이번 프로젝트 관련해서 회계상 어려움은 없나.

강두루: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걱정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큰 걱정은 없다.

– (다시 이고잉에게) 만약에 기대한 액수가 채워지지 않으면?

이번 프로젝트의 주관사는 오튜이고, 생활코딩이 오튜에 의뢰한 것인데, 만약에 남은 잔금이 있으면, 오튜에 후원하는 것으로 합의한 상태다. 웹1은 비영리단체인 오튜의 설립 취지에 맞는 사업인 셈이다.

반대로 적자가 나면(펀딩 목표액이 채워지지 않으면) 예술가와 프로젝트 관리자의 비용은 오튜의 예산으로 지급할 것이다. 반면에, 나(이고잉)의 인건비는 지급 받지 않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나의 의지로 시작한 것이고, 완성 되었을 때 가장 큰 수혜자는 나이기 때문에 오픈튜토리얼스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싶은 의사가 없다. 오픈튜토리얼스 이사회에 이렇게 제안했고, 동의를 얻었다.

– 웹1 프로젝트 설명서라고 해야 하나, 안내문을 보면 굉장히 취지는 물론이고, 재정이나 회계 등 모든 부분이 ‘투명하다’고 느낀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이유는 그래야 나중에 불행한 일이 줄어들고,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이 프로젝트 취지에 동의하는 분들이 충분히 판단해서 참여할 수 있다. 만약에 처음에 공개하지 않았던 걸 나중에야 알게 되면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오튜와 생활코딩의 관계: 

생활코딩은 이고잉의 개인 활동이다. 생활코딩이라는 개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오픈튜토리얼스(‘오튜’)라는 창작자 지원 플랫폼 (웹 사이트로서) 서비스를 만들었고, 여기에 생활코딩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자들이 참여하면서 공적인 성격이 생겼다. 그리고 오튜는 그런 성격에 맞게 비영리단체가 됐다. 오튜에는 4명의 운영자가 있다. 이고잉은 4명 중 한 명이자 리더로 참여하고 있다.

– 끝으로 독자에게. 

강두루: 이 프로젝트의 가치에 공유하는 분들이 참여해서 ‘누구나 비용없이 공부할 수 있고, 동의없이 수정할 있고, 계약없이 배포할 수 있는 창작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이고잉: 공공재로 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도’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끝) 


  1. 페이스북은 거대한 제국이 되어 웹을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사유화하고, 모바일 시대의 ‘앱’은 웹과는 다른 단절되고 폐쇄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공유경제라는 기만적인 이름의 약탈적 디지털 자본주의가 로봇(알고리즘)이 통제하는 노동의 디스토피아를 점점 더 현실로 만들어가는 사이에 ‘참여’, ‘공유’, ‘개방’의 웹 2.0은 거대 디지털 기업의 ‘집단지성 삥뜯기’ 모델로 진화를 끝마쳤다.

    버너스 리도 이런 흐름을 우려한 바 있다.

    “만약 우리 웹 사용자가 이러한 흐름을 용인한다면, 웹은 조각 조각 떨어진 섬들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웹 페이지가 연결될 수 있는 자유를 잃게 될 것이다.”

    팀 버너스-리, [Scientific American] 기고문 중에서 (2010년 11월 22일)

  2.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프로젝트 펀딩은 처음이라 실제 필요한 액수보다 목표액을 낮게 설정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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