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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을 빛나게 하는 7가지 방법론과 스타일을 하나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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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뉴스 곳곳에서 이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로 단순한 사실의 전달을 넘어 사건의 배경과 진행 상황, 앞으로의 전망 등을 짚는다. 이처럼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보다가 사실만 툭툭 던지는 뉴스를 보면 밍밍하기 그지없다.

2. 대화적 진행

손석희 앵커는 혼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팩트에 기반한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뉴스를 ‘연설’이 아닌 ‘대화’로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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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관점에 기반을 둔 팩트의 구성 

손석희 앵커는 대화를 구체적으로 구성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표현을 즐겨 쓴다.

  • ~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 물론 ~는 좀 더 지켜봐야 되겠습니다만,
  • 음, 그런가요?
  • 일단 알겠습니다.
  • ~는 어떨까요?

이들 표현을 통해 뉴스의 본질 즉, ‘관점에 기반한 팩트의 구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화를 통한 뉴스 전개는 시청자를 대화 상대로 끌어들이는 듯한 효과를 낸다.

4. 팩트체크

매일 팩트체크 코너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내가 주목하는 것은 스타일 연출에 있어서의 디테일이다.

오대영 기자는 늘 셔츠를 팔목까지 걷어 입고 나온다. 뭔가 해보겠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 ‘소매를 걷어붙이다’라는 말은 적극적으로 어떤 일에 임하는 모습을 뜻하지 않나?

오대영 기자가 진행하는 팩트체크 (출처: 뉴스룸 2016년 11월 7일 방영 화면 갈무리)
오대영 기자가 진행하는 팩트체크 (출처: 뉴스룸 2016년 11월 7일 방영 화면 갈무리)

또한, 다른 기자들에 비해 화면을 가리키거나 역동적인 제스처를 쓰는 경우도 많다. 강세를 준 말투도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일련의 스타일은 ‘팩트체크’라는 코너의 성격과 맞물려 내용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5. ‘오늘 OO월 OO일’ 코너 – 시청자의 ‘선택’과 공감대 

가령 ’11월 23일’의 경우에는 사진, 말, 인물, 역사, 댓글, 동영상 등의 아이콘 등이 등장하고, 이것을 클릭하는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제공하여 시청자들이 선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늘은 뭘까?’ 은근 기대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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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앵커브리핑

앵커브리핑은 뉴스룸에서 튀는 별도 코너라기보다는 전체 내러티브의 중심축이다. 하루하루 쏟아져 들어오는 뉴스를 나열하기도 벅찬데 앵커브리핑의 주제를 잡는 게 얼마나 힘들까 생각도 들지만, 뒤집어 보면 앵커브리핑으로 중심을 잡고 다른 것을 배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앵커브리핑'은 그날 뉴스의 가장 중요한 흐름을 손석희 앵커가 다양한 자료들과 함께 정리하는 코너다. 단순한 뉴스 전달이나 정리가 아닌 앵커의 실존적인 위상과 그날의 뉴스를 접한 시청자를 대변하는 한 '인간의 목소리'를 전한다.
‘앵커브리핑’은 그날 뉴스의 가장 중요한 흐름을 손석희 앵커가 다양한 자료들과 함께 정리하는 코너다. 앵커브리핑의 의미를 그날 뉴스의 총정리로 한정해선 안 된다. 그날의 뉴스를 접한 다양한 시청자의 절망과 희망, 기쁨과 슬픔, 분노와 참담함, 그러니 공동체의 상식을 담은 그 ‘마음’을 손석희라는 실존적 ‘인간의 목소리’로 전한다. 그 톤은 절제돼 있지만, 손석희의 목소리가 전하는 떨림과 공명은 크고 깊다.

7. 개념어

언어를 유심히 관찰하는 입장에서 앵커브리핑의 가장 큰 강점은 특정 단어를 ‘개념어’로 다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국심’, ‘여리박빙’, ‘수치심’, ‘가드독’, ‘바보’ 등의 단어를 던지고 이의 사전적 의미와 일상적 의미, 그리고 현재 정세에서의 의미를 엮어내는 식이다.

한 단어가 담고 있는 세계를 실타래처럼 풀어내면서 문제의 본질을 보여줌과 동시에 시청자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얻어내는 방식. 손석희 앵커의 능력과 오랜 경험이 가장 빛나는 대목 아닌가 싶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주요 뉴스 소재로 다루는 뉴스룸은 사실과 관점, 스타일과 내러티브까지 챙기려는 무리수를 둔다. 그런데 이 모두가 성공하고 있다! 게다가 전략적 팩트 분산 기법까지 완벽하게 실현한다.

언젠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이를 공론화한 일등공신 JTBC 뉴스룸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그래서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 + [웨스트 윙] + [뉴스룸]쯤 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나온다면, 그 첫 장면은 암전 상태에서 천천히 불이 켜지고, 데스크에 앉아 시청자를 바라보는 손석희 앵커(를 연기하는 어떤 연기자)의 얼굴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증명하고, 실현해 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헌법을 짓밟고, 공화국의 정신을 유린하며, 국민이 ‘빌려준’ 권력을 천박하기 짝이 없는 사사로운 이익집단에 내던진 저 주범과 공범들, 파렴치한 역사의 범죄자들에게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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