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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는 NCSOFT와 함께 2016년 연중기획으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초래한 변화를 점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미래 읽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Next.Economy.X

  1. 10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자동차 혁명 
  2. 거인 위에 올라간 난쟁이: 디지털 공유 지식과 교육의 미래 
  3. 예언의 시간이 다가온다: 2030년 에너지 대전환 
  • Next.Economy.X 시리즈는 자동차, 교육, 에너지, 도시, 환경, 인공지능 등 분야에 걸쳐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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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의 시대도 종말을 고하겠지만, 석유가 부족해서 끝나지는 않는다.”

셰이크 야마니 

셰이크 야마니

‘사우디 석유장관’ 야마니의 예언

이제는 유명해진 이 말을 한 사람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 셰이크 야마니(Ahmed Zaki Yamani, 1930년~현재)였다. 그는 “앞으로 30년 후에도 지하에는 엄청난 양의 석유가 남아있겠지만, 구매자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인터뷰를 했을 때가 2000년이었으니 2030년을 전망한 것이었다.

미래의 경제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많은 분야 중에서 에너지만큼 가야 할 방향이 명확하게, 그것도 오래전에 규정된 분야도 많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갈등 외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에너지는 인류 문명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 왔고, 그 대안이 재생가능에너지라는 것은 우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석유(산업)의 종말이 예언된 2030년이 다가오고 있다.
석유(산업)의 종말이 예언된 2030년이 다가오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5년~현재, 사진)은 에너지원에 따라 산업혁명을 분류했고, 그런 견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 2차 혁명은 석탄 등의 화석연료에 의한 전기
  • 3차 혁명은 태양광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

토니 세바 토니 세바(Tony Seba, 사진)는 좀 더 구체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와 전기차가 화석연료와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대체하는 “에너지 혁명(Clean Disruption)”이 일어나는 시점을 2030년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셰이크 아마니가 “30년 후에는 (석유의) 구매자가 없을 것”이라고 했던 예측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

프리먼 다이슨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Freeman John Dyson, 1923년~현재, 사진)은 인류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나 풍력, 수력 에너지를 포함해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서 캐낼 수 있는 에너지를 100%를 사용하는 단계를 ‘카다셰프 스케일’의 제1단계라고 보았을 때 현재 인류는 약 72%를 사용하는 0.72단계에 와 있다는 것.

다이슨은 인류 문명의 발달로 인해 오래지 않아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로는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고, 그 이상의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인 태양에서 직접 가져오기 위해 태양 주변을 둘러싸는 ‘다이슨 스피어(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footnote]다이슨은 그렇게 별을 둘러싼 스피어의 존재가 발전한 외계 문명의 존재를 확인하는 증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footnote]

다이슨 스피어의 개념도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1/1e/Dyson_rings.PNG
다이슨 스피어의 개념도

물론 현재 수준에서는 그러한 다이슨 스피어까지 필요하지는 않다. 인류는 지구에 존재하는 화석연료를 제외한 다른 에너지, 특히 재생 가능 에너지를 아직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생 가능 에너지(renewable energy)’란 무한한 재생산이 가능한 에너지, 즉 써도 써도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를 일컫는다. 흔히 WWS(wind, water, solar), 풍력, 수력, 태양력 에너지로 대표되는 재생가능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지구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으로서, 공급(supply)의 문제가 아니라 방대한 잠재적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access)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류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활용 가능한 에너지도 증가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 대체

그중에서도 근래 들어 가장 주목을 받는 태양에너지는 사실상 무궁무진한 에너지원으로서, 한 시간 동안 지구 상에 떨어지는 태양 에너지는 인류가 1년 동안 사용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레이 커즈와일 최근 패널 가격 하락, 설치 용량 등의 측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구글에서 기계학습 연구를 이끌고 있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년~현재, 사진)은 태양에너지가 앞으로 8번의 배가(doubling)를 통해 2030년경에는 지구상의 모든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이러한 전망은 모두 2030년을 화석연료의 종말을 목격하는 에너지의 대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15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에게 커즈와일 같은 미래학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런 모든 변화가 지수적(exponential, 혹은 “기하급수적”) 증가를 통해 일어난다는 점이다.

우리가 PC, 모바일 등의 분야에서 경험했듯이, 새로운 기술의 확산은 가속도가 붙는 지수 곡선을 따르기 때문에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향후 10~20년 안에 인류가 꿈꾸던 탈탄소(post-carbon) 사회로의 전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 아닌 산업과의 싸움

그렇듯 인류가 도달해야 할 지점도 분명하고, 지나야 할 기술적 이정표도 꾸준히 통과하고 있지만, 그 성공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그 이유는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한 사람이 환경운동가나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아닌 산유국의 석유장관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현재 세계 에너지 대부분을 공급하는 화석 연료산업계에서 그러한 말을 했다는 것은 그러한 변화를 ‘극복’해서 그 산업이 살아남으려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120년이 넘은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에서 대표적인 화석연료 산업인 석탄산업을 몰아내기 위한 비욘드 코올(Beyond Coal: “석탄 이후”)이라는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브루스 나일즈는 이렇게 말한다: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의) 불도저 앞에 몸을 던져 항의하는 건 차라리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이미 사회의 한 부분으로 세금을 내고, 전력을 생산하고,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산업을 멈추게 하는 일이다.”

비욘드 코올 석탁 이후 시에라

석유와 석탄은 이미 오랜 세월 인류에게 에너지를 제공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 산업의 문을 닫고 새로운 에너지 산업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이고, 정부로서는 들어오던 세금을 포기한다는 의미이며, 그런 산업을 통해 돈을 벌던 기득권층이 정치적 로비나 법정 싸움 등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버티기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에서는 그러한 환경단체들의 법적, 정치적 싸움을 전 뉴욕시장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와 같은 갑부들이 지원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친환경적 노력도 결국 법정 싸움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블룸버그 같은 사람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은 환경단체들이 석탄산업이 자리 잡은 지역의 작은 마을들에서 벌어지는 길고 지루한 법정 싸움에 유능한 변호사들을 보내 석탄회사들로 하여금 사업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Dan4th Nicholas, "Justice sends mixed messages", CC BY https://flic.kr/p/8PEYEW
Dan4th Nicholas, “Justice sends mixed messages”, CC BY

그러한 노력으로 이미 미국 석탄산업의 3분의 1일 문을 닫았다. 나일즈는 “석탄산업을 상대로 승리하면 다음 목표는 석유산업”이라며, “(화석 연료산업을 상대로) 이기는 방법은 이렇게 길고 긴 싸움”이라고 강조한다.

인류의 새로운 존재방식

그런 싸움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인류의 새로운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특정 문명이 의존하는 주요 에너지원은 단순히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를 통한 생산력 확보 차원을 넘어, 해당 문명의 성격을 규정하고 사람들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화석 연료 에너지는 대규모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중앙집중식이며, 유정 등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지정학적 갈등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원유 확보를 위한 강대국들 간의 경쟁, 오펙(OPEC; 석유 수출국 기구)과 오일 메이저, 자동차와 석유화학산업 등은 석유에 기반에 둔 20세기 경제의 유산이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풍부하고 분산적이다. 따라서 에너지의 지역생산(local production)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중앙집중식이 아닌 분산형 경제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은 화력, 원자력 발전소 등 중앙집중식 에너지원으로부터 독립된 오프그리드(off-grid) 경제의 확산을 가져올 것이다.

친환경 재생 가능 에너지

파리 기후변화 회의에서 인류가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결의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넘어서, 재생 가능 에너지 100% 전환을 이야기할 시점이다.

100% 전환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기술 발전의 트랜드도 가까운 미래에 100% 전환 사회를 예상하게 한다. 실제로 미국의 솔루션스 프로젝트(Solutions Project), 시에라 클럽 등은 100% 전환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선도적인 지자체들도 이들과 협력하여 100% 전환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솔루션스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표시된 미국 50개 주의 재생 가능 에너지 대체 현황 그래픽. http://thesolutionsproject.org/
솔루션스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표시된 미국 50개 주의 재생 가능 에너지 대체 현황 그래픽.

2050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거주하게 되는 급속한 도시화 추세에 따라서, 지속 가능한 발전 차원에서도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풍부하고 분산적이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 에너지이다.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100% 전환이라는 담대한 목표에 기반을 둔 도시 정부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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