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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개발자연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관심 있는 주제 중 하나가 ‘늙은 개발자’가 처한 상황과 그 해법이다. 우선, 늙은 개발자가 처한 상황은 아래와 같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처한 상황

  • 회사 내에서 진급하지 않고 실무를 담당하는 경우
  • 정리해고로 회사를 떠났지만, 다른 회사에 재취업하기 어려운 경우
  • 그렇게 떠밀려서 창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경우
  • 나이가 들수록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그중 재취업을 못 한 경우에 대해서는 소위 ‘치킨집’ 전설들이 숱하게 퍼진 바 있으니 생략한다(…)

Tim Regan, CC BY https://flic.kr/p/gYeprU
Tim Regan, CC BY

해법

나이 든 실무 개발자의 경우 얼마 전 송재경 대표와 이야기하면서 힌트를 좀 얻었다. 나이 든 개발자들이 관리 업무를 하지 않고, 개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경영자가 신경 써 주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풀릴 수도 있다.

늙은 개발자의 장점은 ‘실패해봤다’는 부분에 있다. 젊은 개발자들에 비해서 두뇌 회전이 빠르거나 체력이 뒷받쳐 주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 직관적으로 (실패를 줄임으로써) 문제를 푸는 방법을 좀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

다시 문제

문제는 이런 실무자를 지향하는 나이 든 개발자가 사회에서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다는 거다. 마흔쯤 된 사람이라면 대충 부장~이사급은 되어야 그럴듯해 보이고, 뭔가를 이룬 것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 윗세대가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조직 구조에 대한 이해는, 대학을 졸업해서 회사에 입사하고 O년차가 되면 대리, OO년차가 되면 과장, 차장… 식으로 진급해 마흔쯤이면 부장쯤 다는 걸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이 공식은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이십 대~삼십 대 초반에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해서 성공한 사업가들이 수두룩하다. IMF 이후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대기업들이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뭉개버린 것이지만.) 게다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단위 이직이 아주 흔한 일이 됐다.

thierry ehrmann, CC BY https://www.flickr.com/photos/home_of_chaos/10022057243
thierry ehrmann, CC BY

단계별 유형별 

결국, 이제 나타난 ‘늙은 실무 개발자 문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 고용 단계의 문제: 젊은 관리자가 늙은 개발자를 뽑고 싶지 않아 한다.
  • 주도권 문제: 리더-팀원 관계에서 주도권을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 사내 호칭 문제: 늙은 개발자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른다.
  • 관리 업무 문제: 나이가 들면 으레 관리 업무를 하거나 높은 직급을 가져야 한다.
  • 연봉 문제: 직급이 낮으면 높은 연봉을 주지 않는다.
  • 이미지: ‘젊은 기업’ 이미지에 ‘늙은 개발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내 호칭의 문제라거나 위계의 문제도 상당히 심각한 부분인데, 젊은 리더의 경우 늙은 실무자의 관록과 경험을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이건 마치 군대의 소대장과 고참 부사관의 관계 같은 느낌이고, 실제로 이 문제의 해결 방법도 군대와 같이 서로 존중해주는 선이 합리적일 수 있다. (또 그 안에서 다양한 문제와 변화들이 나타나겠지만.)

Francis Bijl, CC BY https://flic.kr/p/qF4kP
Francis Bijl, CC BY

급변하는 세계 vs. 구시대적 관행 

급격하게 변화(진화)하고 있는 IT 업계에서 구시대적인 조직론 관리론이 적용되고 있으면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고, 사회가 IT로 변하는 동안 변화하지 않고 뒤처지는 업계의 관념과 이쪽 업계의 관념이 충돌하는 그런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나타나는 모든 면에서 그렇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적응하고 변화하는 쪽과 기존의 관념을 보수하려는 쪽과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거라고 볼 수 있겠다. 이건 옳으냐 그르냐는 당위의 문제라기보다는 환경이 급변하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현실적 필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 진화의 관점에서 적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Frits Ahlefeldt-Laurvig, CC BY ND https://flic.kr/p/9J6Nnf
Frits Ahlefeldt-Laurvig, CC BY ND

진화의 압박: 과거에 끼워 맞출 것인가  vs. 새 시대를 만들 것인가 

최근 20년 동안 발전한 기술은 그 이전 2천 년 동안의 발전보다 빠르고 급격했다. 인류는 지금 겪어본 적이 없는 급격한 환경 변화로 진화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기서 적응을 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내느냐 이 기술들을 과거의 사회에 다시 끼워 맞추느냐 뭐 그런 선택 사이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Jon "maddog" Hall (사진: José Luis Ruiz, CC BY) https://flic.kr/p/7gg12S
Jon “maddog” Hall (사진: José Luis Ruiz,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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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이러니 저러니해도 업계가 원하는건 야근 만빵할수있는 싼 초중급 젊은 개발자들 갈아서 퀄러티에 상관없이 적당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돈받는걸 목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될거 같지만….
    업계가 저런꼴이니 젊은 개발자가 잘 안들어와 개발자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현상황으로 보면 멀지않은 시대에는 백발 개발자들만 남지 않을까하는 망상을 해보지만…
    진짜로 그리 될것같아 좀 무섭네요…

  2.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그야말로 개발자들에게는 딱 들어맞는 얘기입니다. 개발자는 제품으로 이야기하면 그만이니까요.. 나이드신 개발자들 힘내세요. 개발자가 아닌 저는 곧 은퇴의 길만 남았지만 미국에 사는 저의 대학친구들은 아직도 빵빵하게 개발실을 지키고 있답니다.

  3. 늙은 실무 개발자 문제는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능력이 좋은 늙은 개발자라면 모든 사람들이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겠지만,
    능력이 안 좋다면 필자가 말한 늙은 실무 개발자 문제가 나타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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