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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백화점에서 한 외국인이 촬영한 영상이 적잖은 파문을 낳았다. 배경은 OO백화점의 부산 OO점 옥상 동물원, 주인공은 사슴이다. 영상 속 사슴은 좁은 우리 울타리에 머리를 찧거나 흔드는 행동을 반복, 심지어 자신의 분변을 먹기도 한다.

촬영자는 이에 ‘사슴이 미쳐가고 있다’라는 제목을 붙여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됐고, 그 사이 국내외 동물보호단체와 일부 언론사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다수 동물 애호가들의 공분을 산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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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초우(Louis Chow)가 촬영·유포한 영상

YouTube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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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측은 처음에는 “동물이 사람들 관심을 끌려는 것뿐”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문제가 된 사슴을 원래 있던 농장으로 돌려보냈다. 사실 사슴의 행동은 이미 다수 전문가에 의해 ‘좁고 단조로운 공간에서 동물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일으키는 정신병적 증세’임이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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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시스: 동물원·동물쇼 동물의 정신이상 증세’ (PETA 제작)

YouTube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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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곳으로 보냈으니 문제 해결? 

그럼 이제 사슴이 떠났으니 문제는 해결된 걸까? 애석하지만, 전혀 아니다. 사슴 한 마리에 국한해서도, 근본적으로 훨씬 심각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사슴이 간 곳은 원래 있던 농장이다. 다시 말해 백화점이 사슴을 대여해온 곳이다. 이는 그 동물이 언제든 다시, 같거나 유사한 혹은 더 열악환 환경으로 보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근래 다양한 업종의 업체들이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이와 같은 시설을 유행처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은 물론 카페 심지어 음식점도 포함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한 다수 동물을 수용하는 이러한 시설을 여는데 아무런 사전심의 제도나 운용 중 실태를 점검할 법 조항이 없는 현실이다.

이번 논란이 있고 얼마 후 부산 OO동의 OO백화점에 찾았다. 물론 고층빌딩 최상층 야외에 있는 동물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현장에는 문제가 됐던 사슴뿐 아니라 같이 전시 중이던 양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사슴, 양 친구들이 더 나은 보금자리로 이동하였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홀로 갇혀 지낸 양 

사슴과 똑같은 환경에 있던 양에게도 아픈 사연은 있었다. 지난 1월 겨울, 두 마리 중 함께 있던 양 한 마리가 폐사하고 이후 줄곧 그 좁은 우리에 갇혀 지냈다.

당시 죽은 양의 사인은 수의사협회에 문의한 결과 방문객들의 무분별한 먹이 제공이 유력했다. 다음 가능성은 추운 실외에서 매일 생활하는 탓에 폐렴에 걸렸을 수도 있다고 했다. 끝으로 동물원을 둘러보는데, 한 성인 남자가 개방된 프레리독 우리에 손을 넣어 거칠게 동물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선 한 가족 방문객이 따로 챙겨온 홍당무를 기니피그에게 주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엔 여전히 이를 통제하는 관리 인력이 아무도 없었다. 백화점 측은 “매시간 정각에 점검을 나간다”고 했지만, 항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찾는 공간에서 동물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막기란 역부족으로 보였다.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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