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

  1. 창작자가 자신이 만든 곡에 대한 권리를 하나도 갖지 못한다.
  2. 반면 어떤 회사는 이 곡에 대해 영구한 사용 권리를 가지며, 음악 창작자에게 매달 100만 원 정도의 ‘창작지원비’를 준다.
  3. 위의 음악 창작자와 회사 사이에 고용계약은 없고, 당연히 4대 보험도 없다.

위의 상황은 [개그 콘서트], [1박2일],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 [송곳] 등등 여러 TV 드라마와 쇼에 음악을 납품하는 회사와 실제로 그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 사이의 관계를 요약한 것입니다.

얼마 전부터 이 음악 창작자들 중심으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기사

그 회사는 ‘노동운동 드라마’로 불리는 JTBC [송곳]에도 납품을 합니다. (편집자)
[/box]

지난 8월 방송 배경음악 라이브러리 업체 “주식회사 로이”(이하 로이)는 작곡가들에게 ‘저작권 100%를 영구히 양도하는 신탁 계약을 체결하거나, 회사를 나가라’고 통보했다. 이후 양도 계약 체결에 동의하지 않은 작곡가들에 대해 계약이 해지되었다며 급여 지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반면 방송사에 대해서는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면서 작곡가들의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하고 있다. 권리의 행사(저작인접권)에 대해서는 계약이 유효하고, 의무의 수행(급여 지급)에 대해서는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만약 로이의 주장대로 작곡가들에 대한 계약이 유효하다면, JTBC의 [송곳]은 원천도급자로서 노동자에 대한 급여를 미지급하고 있는 회사의 음악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 드라마 [송곳], 노동자의 외침에 귀를 막다

로이 엔터테인먼트 피해자 공동 모임은 JTBC와 드라마 [송곳]의 제작사에 로이에 음악을 의뢰하지 말 것, 앞으로 음악 크레딧에 작곡가들의 이름을 표기할 것 등을 요구하였으나, [송곳] 측은 로이와 음악 공급 계약을 강행하였고 대신 로이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감시를 하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그 관리·감시의 결과로 드라마 [송곳]에서 로이는 존속하고 도리어 로이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작곡가들의 음악만이 제거되는 상황이 초래되었으며, 로이가 급여지급마저 중단하여 작곡가들은 [송곳]의 음악 창작을 위해 오랜 기간 투입한 노동력을 어떤 형태로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 JTBC
© JTBC

“저희는 그냥 음악 김○○라는 회사 대표의 크레디트 뒤에 그림자처럼 숨어 있는 이름 없는 작곡 기계들일 뿐이었습니다.”

출처: 김인영 작곡가 (한겨레21 – 이름 없는 작곡기계였을 뿐)

로이 엔터테인먼트 사태 대응 모임은 [송곳]이 ‘노동운동 드라마’이며 사회적 의미가 크다는 이유로 운동 차원의 압박을 받았다. 반면 [송곳] 관계자의 일부는 로이 사태의 피해 작곡가들과 만나거나 대화를 나누지 말라는 말로 업계 제작사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계약해지를 이유로 급여 지급을 중단한 로이는 다른 음악 회사에 대해서는 저작권 계약이 유효하다며 분쟁 소지를 암시하는 주장을 하여 피해 작곡가들의 음악을 방송에 사용할 수 없도록 위협하고 있다. 2,000여 곡의 음악을 작곡해서 방송에 내보낸 로이 피해 작곡가들은 로이로부터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고, 만든 음악을 재사용할 수도 없게 되어 몇 달째 경제적 수입이 중단된 상황이다.

로이는 이 사태에 대한 여섯 차례의 한겨레 보도에 대해 각 5천만 원씩의 손해배상과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언론중재 위원회 조정신청을 했다. 이 조정신청에 첨부된 증거자료는 “사업자등록증”이 전부다. 반면 훨씬 구체적으로 사안을 보도한 MBC의 [시사매거진2580]에 대해서는 전혀 항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음악 제작사라 방송사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일까.

음악을 담당한 것으로 자막에 나오는 사람은 김모 씨. 그러나 김 씨는 작곡자가 아닙니다. 드라마 제작사 측과 음악 공급 계약을 체결한 회사의 대표일 뿐입니다. 실제 작곡자는 따로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출처: 시사매거진2580 - 드라마 OST의 비밀)
음악을 담당한 것으로 자막에 나오는 사람은 김모 씨. 그러나 김 씨는 작곡자가 아닙니다. 드라마 제작사 측과 음악 공급 계약을 체결한 회사의 대표일 뿐입니다. 실제 작곡자는 따로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출처: 시사매거진2580 – 드라마 OST의 비밀)

[box type=”note”]참고로 JTBC는 드라마 [송곳]의 크레딧에 ‘음악 감독’으로 로이의 대표자의 이름을, ‘작곡’으로 실제 작곡자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인영 작곡자의 말을 따르면 로이 5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편집자)[/box]

JTBC는 진짜 ‘송곳’이 될 수 있을까

현재 드라마 [송곳]은 로이의 음악을 계속 사용하는 대신, 그와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강도 높은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계약을 로이와 체결했다. 따라서 로이의 폭주는 JTBC와 [송곳]의 제작 책임자가 로이를 압박하는 단 한 마디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며, 그것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다. 여러 차례의 요청과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로이의 음악 사용 계약 체결을 강행한 JTBC가 최소한의 책임 있는 행동마저 거부한다면, [송곳]은 노동운동에 대한 드라마라는 이유로 보호받을 이유와 가치가 전혀 없다.

로이 엔터테인먼트는 계약대로 작곡가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거나, 계약을 해지하여 저작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JTBC는 드라마 외주업체의 일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게 바로 JTBC가 방영하는 드라마 [송곳]이 하고 있는 이야기니까.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우리의 송곳이 뚫고나올 구멍이 하나뿐이라면, 드라마 [송곳]을 뚫을 것이다. JTBC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때까지, 드라마 [송곳]은 보이콧되어야 한다.

[box type=”note”]

2015년 11월 12일 업데이트

김인영 작곡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JTBC [송곳] 제작진이 주식회사 로이와 로이 엔터테인먼트 사태 대응 모임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며, 합의 절차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편집자)

김인영 로이 엔터테인먼트 송곳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945593725522546&id=100002157830084

[/box]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