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작더라도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자.”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 사이트 ‘히스토리사인’. 취준생 한 명과 휴학생 둘이 모여 3일 만에 만든 서비스다. 너무 답답했단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이 세 청년의 이야기는 한 서양 정치인이 남긴 잠언을 떠올리게 한다.

에드먼드 버크

히스토리사인을 만든 세 청년 중 한 명인 조소담에게 히스토리사인과 국정교과서 문제 그리고 취준생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을 물었다.

[box type=”note”]

  • 2015년 10월 23일 (금)
  • 인터뷰이: 조소담
  • 인터뷰어: 민노씨

[/box]

[divide style=”2″]

1. 히스토리사인을 만들다 

 

– ‘히스토리사인'(historysign.kr), 누구와 만들었나. 

기획과 디자인을 담당한 황유덕, 서버 개발을 담당한 박준호 그리고 컨텐츠 제작과 PR을 담당한 나(조소담)까지 셋이서 만들었다.

조소담
조소담, 서명 문의는 showdam@gmail.com 으로!

– 왜 만들었나. 특별한 계기라도. 

우리 셋은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신미래 직업(?)을 발굴한다는 행사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만나기 전에도 페이스북 친구이긴 했지만, 왜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수업 끝나고 수다 떨기 마련이지 않나. (-그래서?) 수업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유덕 씨가 너무 답답해했다. 국정교과서 행정예고시한이 11월 2일이고, 점점 더 날짜는 다가오는데, 뭐라도 하고 싶은데…

– 그래서? 서명 페이지 만들자?! 

그렇다. 저녁에 수업 끝나고 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그날부터 밤을 새워서 만들었다. 준호 씨는 예비군 훈련까지 있었는데, 갔다 와서 다시 밤새 작업하면서, 총 3일 만에 제작했다.

– 사이트 기획 당시의 주안점은? 

단순 서명작업 외에 국정교과서 문제는 자신의 준거집단 안에서 활발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런 ‘수다’와 ‘결합’이 이뤄지는 공간이 지금은 아무래도 페이스북이라서 페이스북을 통해 서명을 알리고, 친구들을 불러낼 수 있도록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 그래서 그런지 사이트 첫 느낌은 대학생에 특화한 느낌이다. 

처음부터 대학가 서명 모습을 보고 기획했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 그리고 내 신분도 대학생이고. 프로젝트 취지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조금씩 주변으로 넓혀 가자는 것이어서 더 그랬다.

히스토리사인 http://www.historysign.kr/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 서비스 ‘히스토리사인'(historysign.kr)

– 학교를 누르면 별도로 독립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취지라서 더 그랬다. 그리고 대학으로 단위를 나눈 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공유했을 때 결국 친구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지 않겠나. 주변 친구와 국정교과서 문제를 떠들게 할 수 있는 단위라면, 가장 효과적인 단위는 일단 학생에게는 대학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아이콘을 누르면 개별 페이지로 이동한다. '서울시립대학교' 예시 화면.
학교 아이콘을 누르면 개별 페이지로 이동한다. ‘서울시립대학교’ 예시 화면.

– 학교 첫 줄이 고려대·연세대·서울대다. 의도적인가? (웃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웃음) 접수한 순서대로 올라와 있다. 앞으로는 서명자가 많은 학교대로 순서대로 정렬하는 것으로 알고리즘을 바꾸려고 준비 중이다.

– 중·고등학생이나 일반인 페이지도 만들면 좋겠는데. 

중·고등학생이나 일반인 페이지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다. 일반인도 어떤 단위로 분류해서 서명을 받으면 효과가 있을지를 생각 중이다.

– 사이트 제작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이미 서명을 받는 곳들이 있어서 효과가 분산하지는 않을지를 가장 염려했다. 그래서 오프라인 서명 그룹들과도 합계해서 반영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동떨어지지 않은 방식으로 합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서명 단위에게 연락하고 있는데, 적은 인력이라서 어려움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이트가 널리 공유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는 거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

연락처: showdam@gmail.com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historysignkr

– 목표치는. 

일단 주말까지 방문자 1만 명이 목표다. (금요일에 인터뷰했는데, 월요일 오후 2시 현재 약 3,000여 명 – 편집자) 구체적인 최종 목표치를 아직 이야기해보진 않았지만, 일반인과 다른 단위를 주말까지 오픈해보자는 것도 계획이다.

[divide style=”2″]

2. 국정교과서 왜 막아야 하나 

 

– 국정교과서, 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미 국가에서 하는 걸로 정해졌는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하니?’

이런 식으로 말하는 분들이 있다. 국정교과서는 당연히 하는 거다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무력감이 싫었다. 선배 세대의 일부가 이미 국정교과서로 배웠다는 게 국정화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 그건 국정교과서 반대 이유는 아닌데. 

국정 교과서로 배운 후배들과 먼 훗날(?) 이런저런 역사 이야기를 하다가 후배들이 “선배님, 그건 틀린 거에요!”라고 국정교과서가 획일적으로 정한 정답을 말할 것 같은, 그런 풍경을 상상하니 너무 무서웠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교과서를 획일적으로 만드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정화 세력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국정교과서를 만든다고 하는데, 말장난이다.

헌재 헌법재판소
우리도 국정화는 문제가 많다고 본다네. (89헌마88)

– 가장 우려하는 건 뭔가.

(한숨) 내가 답답하고 우려하는 건 마치 국정교과서 논의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인 것처럼 비치는 거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국정화 추진은 정권이 특별한(?) 목표를 세우고 상식과 시대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뉴스타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이 젊었을 때 인터뷰하는 모습을 봤다. 뉴스타파 보도에선 예전 박근혜의 모습과 지금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하는 모습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박근혜는 역사를 ‘바로잡고’ 싶은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바로잡겠다는 역사에 대한 박근혜의 역사의식은 오히려 반역사적이다. 

YouTube 동영상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일어난 5.16 혁명도 4.19의 뜻을 계승하고 있다.”(박근혜)

역사교과서는 역사 흐름을 거슬러선 안 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는 역사 왜곡과 퇴행을 막으려는 시민의 당연한 참여다. 여기서 목소리를 더 내지 못하면 역사는 퇴보할 것으로 생각한다.

– 국정화를 강행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 모아야겠지. 일단 행정예고 기간에는  국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법이 규정하므로 우선은 절차적으로 많은 반대 목소리가 잘 모아야 한다고 본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강행한다면 그 이후로도 지속해서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정화를 강행하면, 학교 밖의 역사 교육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과정 자체도 역사잖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결정되더라도 이 진통 과정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런 논란과 진통 자체가 ‘학교 밖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divide style=”2″]

3. “졸업반인데 뭐하는 짓이니?”  

 

– 졸업반인데, 시간이 있나.

아이고 정말!(긴 한숨). 그래도 사람이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하하)

– 주변 반응은? ‘취업 준비할 시간에 뭐하니?’ 뭐 이런 반응 없나. 

원래 내 맘대로 살고 있기 때문에 내 취업을 걱정하는 친구는 없었다. 말리는 사람보다 공유하고, 격려해주는 친구들이 훨씬 더 많다. (웃음)

– 그럼에도 좌절감이랄까,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은 없었나.

어떤 분(30대, 아는 언니)이 나를 앉혀 놓고, 이렇게 설득(?)하더라.

“이건 다 정해진 거야. 너희가 이렇게 애쓰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야.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야.”

술자리에 그 이야기를 듣고, 밤에 잠이 안 와서 계속 생각해봤다. 함께하는 분들도 다 똑같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뭔가 이기고 싶고, 결실을 보고 싶은 마음은 물론 있지만, 그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그런 성과와 결과만이 목표라면 더 무력감을 느낄 것 같다. 하지만 자기 자리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또 함께하는 사람의 열정을 지켜보고 함께 하는 내가 어떻게 무력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하하)

– 앞서 단순한 서명 자체보다 활발한 네트워킹을 도모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는 네트워킹하는 수단이 달라지는 것 같다.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도 달라지고. 사회적인 캠페인도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메르스맵’ 처럼 시민들이 직접 메르스 지도를 만든 사례가 있고, 외국에도 피아 만치니, 산티아고 시리 두 명의 아르헨티나 사회운동가가 시도‘민주주의 OS’와 같은 사례가 있다.

민주주의 OS http://democracyos.org/
민주주의 OS

이런 움직임은 계속 있고, 그런 새로운 네트워크 방법론을 학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학생들도 대자보가 붙으면 이제 모두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린다. 짤방이 돌고 도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런 소통과 결합을 좀 더 크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 일종의 공익적 ‘열정페이’처럼 보이는데, 혹시라도 물적 대가가 있나.

대가는 당연히 없다. (웃음) 함께하실 분 연락 주세요. 제발요~~~!

– 소셜 펀딩은?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 한시적인가, 아니면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나. 

일단은 일시적 프로젝트 성격이 강한 건 사실이다. 셋이 이 사이트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이 조금씩 달랐다. 그중에는 그룹을 분류하고, 재조직하는 구상도 나왔지만, 그 구상을 실현하려면 전혀 새로운 단계로 뛰어들어야 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마디(독대한다고 생각하고).

“역사는 책에만 기록되는 것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록되고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님, 아직 임기가 반이나 남았다고 들었습니다. 더는 부끄러운 역사를 쓰지 않았으면 해요.” 

– 끝으로 함께할 방법 좀 알려주시라. 

함께하기 3종 세트.

  1. 우리 학교 페이지를 개설해주세요.
  2. 오프라인 서명을 반영해주세요(알려주세요).
  3. 프로젝트에 함께해주세요(개발, 콘텐츠, PR 인력 필요).

[box type=”info”]

연락처: showdam@gmail.com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historysignkr

[/box]

관련 글

첫 댓글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