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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를 바꾸면 더 나은 정치가 가능하다. 선거구를 바꾸면, 좀 더 정확히 말해서, 국회의원 수를 늘리되 비례의원으로 늘리면 더 나은 정치, 사회적 약자와 청년을 위한 새 정치가 가능하다. 왜 그런지 하나씩 살펴보자.

제도 이야기에 앞서, 국회와 국회의원을 분리해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에만 주목하면 선거제도 이야기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세비만 축내고 밥그릇 싸움만’하는 국회의원에게 왜 더 많은 권한을 주느냐 하는 의견에서 나아가기 어렵다. 현재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더 나은 국회, 더 유능한 대의기관으로 고쳐 쓰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많은 특권을 가지고, 혜택을 누린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대한민국 국회의원

늘 정치적 쟁점인 선거구 조정 문제 

2015년 9월 19일,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20대 총선 지역구 수를 244개~249개 범위 내에서 결정하겠다는 1차 안을 발표한 이후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18대 국회를 돌아보더라도 선거구 경계 조정 때문에 정치적 갈등은 오랫동안 지속했다.

18대 국회 여야는 자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영호남 의석수 줄다리기로 시간을 허비했고, 선거 50일도 남지 않은 2012년 2월 말에야 선거구가 최종 확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이 지역구 의석 증가에 따라 편의적으로 줄어들 위험에 놓여 있었음은 물론이다.

매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다. 당장 선거운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직 의원들에게도 민감하지만 각 지역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뛰어넘어야 하는 도전자, 그리고 우리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후보를 찍을 것인지 따져봐야 하는 유권자들에게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매번 첨예한 갈등인 지역구 선거구 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표의 등가성’을 강조하는 큰 변화를 주문했다.

헌법재판소, “선거구별 인구 편차 2:1 이하로 개정하라”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지역구 선거구별로 인구 편차가 3배 차이 나는 현재 상황은 ‘투표 가치의 평등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2배 이내로 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헌법재판소 헌재 선거구 인구 편차

실제 19대 총선 선거구를 비교해보자. 경북 영천시 인구는 10만 3천여 명이고 서울 강남구갑 인구는 30만 6천여 명이다. 인구가 세 배가량 차이 나지만 국회의원은 동일하게 1명이다. 경북 영천시 유권자들의 1표는 강남구 유권자들의 1표와 비교할 때 그 투표가치가 3배나 높은 셈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1인 1표’뿐만 아니라 모든 유권자 한 표의 가치는 최대한 동등해야 한다는 주문이었으며, 이는 지역구 선거구를 대폭 조정해야 하는 상황을 불러왔다.

선거구 헌재

헌재 결정은 “핵폭탄”? 

헌법재판소 결정을 반영하면 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의석이 늘고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농어촌은 의석이 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어느 언론 기사는 헌법재판소가 정치권에 핵폭탄을 터뜨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예측 가능한 결정이었다. 2001년 헌법재판소는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 4배를 3배 이내로 조정하라고 주문하면서, 향후 선거구별 인구 편차 2:1 규정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가 지금까지 입법하지 못하다가 또다시 20대 총선을 1년 반여 남겨두고 선거제도를 전반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바꿔 얘기하면, 지금의 1등 뽑기 승자독식 불공정한 선거제도를 확 바꿀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비례대표제 확대, 중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등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개편 방향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큰 논의가 시작됐다. 중앙선관위도 지역구 200석과 비례대표 100석으로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는 등 제안 의견을 내 긍정적인 방향의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사표(死票)

현재의 선거제도를 바꿔야 하는 가장 단순하고 분명한 이유는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이 유권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고르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는 선거를 뛰는 플레이어들의 게임의 룰로서 현직과 도전자에게 모두 공정해야 하지만, 더 큰 의미에서 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구성할 때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우리는 1인 2표, 지역구 후보에 한 표와 정당에 한 표를 가진다. 지역구 선거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이기 때문에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후보자만 당선된다. 당선자를 찍은 표만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고, 다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는 사표(死票)가 된다.

19대 총선에서 1,000만 표가 넘는 표가 국회 의석에 반영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지역별로는 충남에서 54.2%, 대전에서 53.3%, 세종에서 50.98%가 사표가 되었다. 선거 때마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절반의 표는 버려지는 것이다.

유권자의 절반이 투표하고, 그중 절반의 표만 국회의원을 만든다면? 유권자 1/4의 지지로 당선된 국회의원의 대표성은 너무 허약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니 어쩔 수 없고 2등, 3등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는 버려지는 게 당연한 걸까? 아니, 소수의 의견까지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더 부합할 것이다.

정당 득표와 비례하지 않는 의원 수 

정당 득표가 의석수에 비례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영남에서 새누리당과 호남에서 새정치연합,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는 매번 증명된다. 특정 지역에서 거대 정당의 정치적 독점은 더 방치할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렀다. 선거제도가 공평하다면 모든 정당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얻은 만큼 의석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19대 총선만 보더라도 42.8% 정당 지지를 얻은 새누리당이 의석은 50.7%를 가져갔고, 36.5%의 정당 지지를 얻은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은 42.3%의 의석을 가져갔다. 반면, 소수 정당은 자신이 얻은 득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석을 가져가는 ‘불공평’한 상황이 발생했다. 경쟁하지 않아도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거대 정당들은 혁신이나 진보 없이 정치적 퇴행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선거구 정당 투표

선거구획정위원회

선거구 재조정과 정치개혁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19대 국회는 2015년 3월,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했다. 여야 공히 우선 처리를 약속한 것은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 기구화였다. 대거 지역구 경계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이전과 같이 국회가 ‘권고안’에 불과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제쳐놓고 당리당략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할 경우 최악의 게리맨더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획정안 제출 시한 ‘선거일 6개월 전’만 규정되어 있을 뿐 구성 시점이나 위원 구성의 원칙, 활동 내용과 기간 등에 관한 규정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하는 획정안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아 유명무실한 위원회나 마찬가지였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 기구화 하여 권한을 부여하고, 획정안을 국회가 수정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치개혁특위의 거의 유일한 성과가 아닐까 싶다.

중앙선관위원장이 지명하는 1명과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정당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 중 8명을 국회가 의결로 정해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반영하는 선거구 조정을 위해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선거구 획정 기준과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 의원 정수를 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획정위 요청에 무능으로 답한 기득 정치권 

현행 공직선거법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정하고 있는 것은 제25조 제1항뿐이다.

“시·도의 관할구역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하여 이를 획정하되,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요청한 선거구 획정 기준들은 유권자의 정치적 기본권과 직결되는 사항들로, 결코 정당의 이해득실로만 따질 수 없는 기준이다. 당장 인구 기준 날짜를 7월 말로 할 것인지, 8월 말로 할 것인지에 따라 우리 지역구가 유지되거나 옆 동네와 통합될 수 있다.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선거구 획정에 필요한 기준을 정해달라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요청에 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여야 간사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는 것에만 사실상 합의해 이후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권한을 넘겨버렸다.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역할은 국회가 정한 법률에 따라 지역구 선거구 경계를 조정하는 것임에도, 국회는 여야 합의 불가를 이유로 입법사항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넘겨버린 것이다.

헌재 결정을 반영하면 지역구 의석수 증가는 자명한데 현실적으로 지역구를 200석 정도로 대폭 줄일 수도 없고, 또한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300명 의석 고정은 자연히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두 거대 정당이 현재 선거제도의 수혜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비례성을 높이는 방안은 없이 국민 여론을 근거로 의원 수만 고정해둔 것은 현재의 기득권을 그대로 누리겠다는 것 아닌가.

‘2류 의원’ 

비례대표 의석은 매번 축소 대상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2류 의원’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원내 진입한 민현주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례대표 축소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전략 공천에 대해서도 “정치적·사회적 소수자들이 기존 권력을 뛰어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정당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집권 여당 새누리당 여성이자 비례대표 의원의 소신 발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평가는 ‘2류 의원’이다. 줄여도 크게 반발이 없으니 편의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심지어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비례대표를 당 실권자의 전리품이라고 하며 그 제도 자체를 폄훼한다. 비례대표에 대한 불신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회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정당의 후보자 공천 과정의 문제로 인한 것이 더 크다.

그동안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정당 지도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고, 당내 계파들의 ‘자기 사람 심기’를 위한 타협, 각종 비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의 문제이며, 비례대표제도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당내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나라 정당들이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비례대표 후보자를 결정하기보다는 밀실에서 돈이 오가는 가운데 계파 간 나눠먹기식으로 후보공천을 운영한 게 문제다. 행태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

독일은 정당명부식(위) 우리나라는 혼합식(아래)
독일은 정당명부식(위) 우리나라는 혼합식(아래)

문제는 비례의원이다 

독일에서는 주요 정당들의 후보선출과 관련된 절차가 연방법에 규정되어 있다. 독일 정당의 후보추천은 지원자의 정견과 소신, 경력을 검증하기 위한 세밀하고 엄격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후보 추천 회의의 장소, 시간, 참석인원 등이 명시된 회의록을 후보 명단과 함께 선관위에 제출하도록 한다.

북유럽 국가의 일부 정당에서는 정책당원제도를 운용하는데 이들 정책당원은 노동, 여성, 청년 등 각급 전국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선거 시기에 모여 비례대표 후보자를 선출한다. 후보 공천 과정의 민주성과 공정성, 운영절차의 투명성을 위해 모든 정당의 후보 공천방식과 과정 전반의 정보 공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정활동도 살펴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18대 국회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정책적 관심 차이를 분석한 연구(전진영, 2013)에 따르면, 18대 국회 지역구 의원은 농림수산, 국토개발, 조세 등 주로 분배적 성격의 정책, 선심 정치를 대표하는 법안 발의에 더 적극적이었다.

반면, 비례대표 의원은 여성가족, 보건, 노동 등 광범위한 인구집단을 정책대상으로 하는 복지적인 성격의 정책 분야 법안 발의에 더 적극적이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여성, 장애인, 아동과 청소년, 노동 등 지역구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전국적인 문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약자인 유권자들을 대변하는 기능을 해온 것이다.

국회의원 연령대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라 

비례대표 의석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중론이다. 참여연대가 선거·정당 전공 정치학자 111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해본 결과, 비례대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111명 중 80명(72.1%)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제는 1등만 당선되는 지역구 선거에서 생기는 사표를 보완해주는 장치이자, 청소년과 청년, 여성, 장애인, 소상공인, 이주민 등 그동안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54석, 전체 300석 중 18%에 불과한 의석으로는 그 제도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

그 비율을 대폭 늘려서 최소한 지역구의 절반 수준은 되어야 한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국회 구성에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 연령과 성별, 계층, 직업 등 다양한 우리 사회를 대표하고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사회적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국회의원 성비

제로섬 게임 벗어나는 방법 

현재 선거구 조정 논의는 제로섬 게임이다. 의원 수를 300명에 못 박아두고 나니, 인구 증감에 따라 늘 수밖에 없는 수도권 지역구 의석은 농어촌 지역구를 줄이거나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제로섬 게임을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의원 정수 확대다. 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전제로 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국민여론법’을 넘기가 쉽지 않다. 지난 4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언급했다가 큰 의미 없는 발언이라고 스스로 철회했다. 국회에 대한 높은 불신과 국회 무용론까지 번지는 반(反)정치 여론을 생각하면, 의원 정수에 대한 언급은 한국 사회에서 금기의 영역이다. 언급하는 순간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그런데 우리는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 의석 규모를 이야기하는 것이 왜 금기시되어야 할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왜 300명의 대표를 가져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

국회의원 숫자를 정하는 보편적인 규칙은 없지만, 한 나라의 국회의원 정수는 입법부의 규모와 힘을 나타내주는 지표로서 적정한 수를 보장해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19대 국회의원을 인구수로 나누면 의원 1명당 16만8천 명이 넘는 인구를 대표하고 있는데, 이는 제헌국회 당시 의원 1명당 10만 명, 13대 국회 당시 의원 1명당 14만5천여 명에 비하면 인구 대표성이 떨어졌다는 걸 보여준다.

국회의원 대표성 1인당 대표 인구수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인구수가 어느 수준이면 적정한지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인구수 기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시민단체들은 민주화 이후 치른 1988년 13대 총선에서 적용된, 의원 1인당 인구수 14만5천 명 수준으로 정해 대표성을 더 높이는 방안을 입법청원했다. 이 기준을 현재 5천1백만 명이 넘는 인구수에 적용하고 선거구별 인구편차 등을 반영하면 약 360여 명이 산출된다. 핵심은 ‘360명으로 늘리자’가 아니라 ‘의원정수를 산정하는 기준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더 확대하기 위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 뿐 아니라 국회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의원 정수 확대는 고려되어야 한다. 입법과 정부 예산 심의는 국회 역할 중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 입법부터 살펴보면 13대 국회(1988~1992년)에는 938건의 법률안이 접수되었는데 점차 늘어 18대 국회(2008~2012년)에는 13,913건이 접수되어 15배가 증가했다. 정부 예산도 13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1988년 예산은 18조였으나 2015년에 이르러 376조로 22배가 늘어났다.

국회 입법

그러나 심하게 증가한 법률안과 정부 예산을 다뤄야 할 국회의원 숫자는 13대 국회 299명, 19대 국회 300명이다. 동일한 수의 국회의원이 22배가 늘어난 예산을 심의하고, 15배가 늘어난 법률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국회를 기대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오히려 부실·졸속심의 가능성이 커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을 것이다. 국회의 견제 감시 기능이 제대로만 작동했다면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약 100조 원의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입법만 제대로 했어도 송파 세 모녀처럼 가슴 아픈 일은 없지 않았을까.

더 유능한 국회가 필요하다 

당장 선거구 획정 일정을 보면 선거구획정위원회는 10월 13일까지 획정안을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11월 13일까지 선거구를 최종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원내로만 한정하더라도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서 보듯이 순탄한 과정은 아닐 것이다.

그때까지 여야는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늘려 승자독식의 불공정한 선거제도 개선을 주장해온 전문가들의 의견과 지역구 인구 편차를 2:1로 조정하라는 헌재 결정에 따라 의원수가 대폭 줄어들게 된 농어촌 지역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 예측과 정치적 셈이 난무하지만, 기본은 단순명료하다. 모든 정당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얻은 만큼 의석을 가져야 하고, 다양한 입법적 요구를 반영하고 비대해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우리는 더 유능한 국회가 필요하다.

OECD 의원수 인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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