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60화] 정치 개혁의 먼 길, 한 걸음부터. (장선화/고려대 정치연구소 연구교수) (⏳4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2026년, 새해다. 민주주의 회복과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었던 지난 한 해를 반추하며 당면한 정치 과제를 살펴본다. 신년사에서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성장을, 국회의장은 개헌과 국회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는 거대 양당의 대결 속에 파행을 거듭하고 제1야당은 탄핵반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내분에 빠져있다. 민주주의 퇴행의 위험을 불러일으킨 정치적 갈등의 원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권위주의와 반지성주의의 망령은 여전히 사람들을 현혹한다.

6.3 지방선거의 네 가지 준비물
계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민주주의 회복과 정상화라면 우리는 그 지점에서 다시 권력 구조 재편과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촉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 정치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되물을 것이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계엄 저지 과정에서 시민의 역할과 중요성을 확인한 후 열리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거대 양당에게는 국정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의 장이겠지만 제도적 변화가 수반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다양한 정치 세력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지금과 같은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제도와 방식으로 6.3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면 양자 택일로 정치적 선택지가 고정된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 유권자(2025년 11월 갤럽조사에 의하면 중도층의 33%)의 정치적 효능감은 저하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적 태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네 가지 과제가 있다.
1. 선거구 획정
먼저 6.3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현재, 선거구 획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2025년 10월 23일 헌재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 기준 3:1(±50%)에서 벗어난 제8회 지방선거 전북도의회 장수군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판결에 따라 2026년 2월 19일까지 국회는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원칙적으로 공직선거법(제24조의3)에 따르면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획정안 제출이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완료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는 광역의원 선거구 내에서 획정되어야 하므로, 광역의원 선거구가 결정되지 않으면 선거구 획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광역의원 선거구는 별도 규정이 없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협의를 거쳐 결정해 왔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주 전에 겨우 구성되었고 아직 가동조차 되지 못하고 있으므로,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지연의 책임은 결국 국회에 있다.
광역의원 선거구 획정이 가장 빨리 된 것은 지난 제8회 지방선거의 140여일 전으로서, 이전에는 이보다 더 늦게 선거구가 결정되었다. 순차적으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이 더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출마자에게는 지역구 결정 지연으로 인한 비용이 전가되고 유권자에게는 알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된다.
2. 획정안 구속력 강화 위한 법 개정
둘째,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 선거구획정위원회 획정안의 구속력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에서는 시·도의회가 지역구 조례를 개정할 때 획정안을 ‘존중’하도록 함으로써 의회가 지역 대표성 혹은 현역 의원의 이해를 고려하여 획정위안을 무력화하거나 수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주로 인구비례 원칙에 근거해서 획정안을 마련하는 획정위와는 달리 인구편차 기준에서 벗어나는 선거구 획정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가 기준이기 때문에 지역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크지 않으므로 유권자 평등성 원칙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면 정치적 이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객관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 획정안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합당하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 관련법을 참고하여 선거구획정위에 수정 요청을 1차례 할 수 있도록 하면 의회 의견이 반영될 여지도 남겨둘 수 있을 것이다.

3.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확대
셋째,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확대 개혁이 필요하다.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 여야 합의 하에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3~5인 중대선거구가 시범 실시되었다. 전체 선거구의 2.9%에 불과하고 지방선거를 한달 여 앞둔 시점에 결정되어 효과는 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정당 후보 공천과 당선자 비율이 다소 높아졌다.
만일 정개특위의 제도개혁 합의가 조기에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3인 이상 선거구 확대, 거대 양당의 복수공천 자제 등이 수반된다면 유권자의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소수정당 후보자 당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초의회의 대표성과 비례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4. 지역정당 허하는 정당법 개정
마지막으로 지역정당을 허용하는 정당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한국 정당법은 전국정당만을 허용한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중앙 의제 중심성을 탈피하고 지역 이슈에 집중하는 지역 정치세력 성장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 왔다. 지역정당은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고 지역적 다양성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역 균열과 갈등이 더욱 심화될 위험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제시된 다양한 제도적 장치-지방 선거 참여 한정,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 당내 민주주의 요건 기준 설정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대표성과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제도적 질서 속에서 더욱 강화되고 소수의 지배 속에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회복, 이 자리에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표성과 다양성이 확대되는 방향의 제도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