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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검찰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을 겨냥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파월이 받는 혐의는 연준 청사 개·보수 프로젝트 관리 부실과 관련한 국회 위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이 개·보수 프로젝트에 과도한 예산을 쓰고 있다며 ‘파월 책임론’을 제기해 왔다.

파월은 지난 11일(현지시각) 긴급 성명을 통해 “모든 것은 구실에 불과하다”며 “형사 고발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 선호에 따르기보다 공익에 부합하는 기준에 따라 금리를 설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직격했다. 이번 수사는 미 대통령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7월 24일(현지시각) 미 대통령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 워싱턴 청사 리모델링 예산을 두고 연준 의장 제롬 파월(오른쪽)과 공사 현장에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사진=백악관.

이게 왜 중요한가.

  • 현직 의장에 대한 초유의 수사다. 연준 독립성이 위협 받고 있다. 수사는 트럼프가 워싱턴DC 연방검사장으로 임명한 최측근 제닌 피로(Jeanine Pirro)가 지난해 11월 승인한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피로는 폭스뉴스 진행자로도 유명했다.
  • 미 정가와 금융권은 금리 결정권을 통제하려는 트럼프의 무리수로 해석한다. 파월도 “연준이 증거와 경제 상황에 기반해 금리를 계속 설정할 수 있을지, 아니면 통화정책이 정치적 압력이나 위협에 의해 좌우될지에 관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 트럼프는 파월에 대한 검찰의 소환장 발부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 수사가 금리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파월은 금리 결정에도, 건물을 짓는 데도 능숙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내 발로는 안 나간다?

  • 그동안 파월은 중앙은행을 흔드는 트럼프의 막말 공격에 전면적 대응을 피해왔다. 지난해 금리 소폭 인하에 반발한 트럼프가 수개월 “고집불통 노새”, “멍청이”라 비판해도 큰 대응하지 않았다. 갈등을 키우는 선택을 회피했던 것. 그런 파월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 파월 임기는 올해 5월 15일까지다. 의장에서 물러나도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연준 이사 7인 가운데 트럼프가 임명한 인물은 총 3명으로 ‘친트럼프 3인 vs 반트럼프 4인’ 구도다. 파월이 자진 사퇴하고 후임이 ‘트럼프 인사’로 채워진다면 구도 우위는 뒤바뀐다.
  • 무리한 수사 압박으로 파월이 연준을 떠나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차기 의장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포석이다. 차기 의장으로 두 명의 케빈(Two Kevins), 케빈 워시(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는 차기 의장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땐 자신과 상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파월이 순순히 떠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월은 수사 소식 전부터 워싱턴 최고 소송 전문 로펌 중 하나인 ‘윌리엄스 앤 코놀리’를 외부 법률 고문으로 선임했다. WSJ는 “연준에 대한 행정부 압박이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라고 설명한 뒤 “파월은 수년간 의회에서 동맹을 구축해왔다”고도 전했다.
  • 파월도 성명을 통해 “공직은 때로 위협에 맞서 굳건히 버티는 것을 요구한다”며 “상원이 임명한 나의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며 미국 국민을 섬기겠다는 헌신과 정직함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연준 의장 제롬 파월. 사진=연준 플리커(flickr) 계정.

전직 의장들 “신흥국도 아니고….”

  • 전직 연준 의장과 전직 재무부 장관 등을 지낸 경제학자 13명은 12일(현지시각)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 보도는 연준 독립성을 훼손하기 위해 검찰 공격을 활용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라며 “이는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에서 통화 정책이 결정되는 방식이고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반 기능에 극히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 이들은 “법치주의가 가장 큰 강점이자 경제 성공의 토대가 된 미국에서 이런 방식이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상대는 ‘매드맨’(미치광이) 트럼프다.
  • 전 연준 의장 재닛 옐런은 CNBC 인터뷰에서 “극도로 위축시키는” 상황이라면서 “시장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부채 이자 낮추려 금리 인하? “바나나 공화국인가.”

  • 트럼프는 38조 4000억 달러(약 5경 6576조 원)에 달하는 국가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 옐런은 “연방 부채 이자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이 있다”고 트럼프를 꼬집은 뒤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으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 바나나 공화국

원시 농업, 자원 수출에 절대 의존하면서 부패한 독재자외국 자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저개발 국가을 비유하는 말이다. 미국 소설가 오 헨리가 미국 과일 회사에 의해 경제와 정치가 좌지우지되는 한 중남미 국가(온두라스) 현실을 풍자하며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한국은행 독립성은?

  • 올해 5월 의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파월처럼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임기도 오는 4월 20일까지다. ‘호화 청사’ 논란이 연준을 뒤흔든 것처럼 한은도 5000여억 원이 들어가는 강남본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 이창용은 윤석열이 대통령 당선자 시절인 2022년 3월 당시 대통령 문재인이 임명한 인사다. 이에 당선자 윤석열 측과 대통령 문재인 측이 사전 협의 유무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 이창용은 윤석열 정부의 대출 금리 인하 압박에 공개적으로 ‘관치’를 우려하는 등 소신과 독립성을 보여줬다.
  •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기치로 내건 이재명 정부는 금융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이 신성장 동력 지원을 주도하고,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여 재기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 후임 총재는 이재명 정부 임기 초인 만큼 어느 때보다 대통령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인사다. 물가 및 금융 안정이 목표인 한국은행에도 이전과 다른 역할을 요구할 수 있다. 벚꽃이 피면, 한은 독립성 이슈가 부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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