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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정치포럼] 좌파 기득권이라는 프레임의 허상

슬로우뉴스는 2015년 8월 11일 “슬로우정치포럼: 슬로우정치포럼: 나는 왜 좌파기득권을 비판하는가”를 개최했습니다. 독자를 위해 발제 내용을 정리해 공개합니다.

슬로우정치포럼
– 나는 왜 좌파기득권을 비판하는가

내가 20년 동안 스스로 좌파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좌파 기득권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대단히 흥미로운 주제였다. 과연 어떤 좌파가 기득권을 가지고 있을까. 그래서 발표 내용을 듣기 전에 그 개념이 뭔지 여러 생각을 해봤다. 일단 발표는 잘 들었다.

좌파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점이 있다

좌파 입장에서 볼 때 발표 내용 중 이런 점은 공감했다.

좌파, 노동 계급이 가지고 있는 이념 ‘만국의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것. ‘만국의 노동자는 단결하라’는 게 노동 계급의 지향인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표하신 내용대로 소위 ‘좌파 기득권’들이 노동 계급의 각성과 연대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부분이 있다. 진보 정당의 일원으로서 이런 문제를 정치화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포스터

그리고 지적했던바 상층 노동 계급이 자본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약탈적인 지위에 이르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비판이 가해져야 하는데도 실제 운동 진영 내에서 파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좌파의 고민, 어떻게 차별 철폐를 이룰 것인가

사실 차별철폐에 대해서… 상층 노동 계급이 받는 임금의 규모를 설명한 정보에는 일부 왜곡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비정규노동자 등의 임금이나 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 오늘날 좌파의 숙제다.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좌파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으로 대표되는 차별 철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특히 임금 소득 불평등에 대한 문제… 왜 같은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데, 교수와 청소하시는 분들의 임금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다. 물론 기회비용 등등 여러 이야기가 있긴 한데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소득 불평등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제자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발제에 대한 비판 지점, 크게 세 가지

다만, 오늘 발제 내용 중 크게 세 가지 면에서 비판하려고 한다.

  1. 자의적 개념의 사용
  2. 계급 내부 분열 프레임
  3. 분배와 재분배의 원론적 혼란

우선, 개념을 자의적으로 사용했을 때 토론이 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전혀 다른 개념적 정의를 하려면 그 부분에 대해 엄밀한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이런 구조가 있고 저런 구조가 있으니 나는 이렇게 부르겠다’ 라고 해버리면 이후 토론이 굉장히 어지러워질 수가 있다.

그리고 발표한 내용은 다분히 선거공학적인 대립 프레임이다. 그 대립 프레임에서 좌파, 우파를 가르고 세대를 나누는 형태로 나가고 있다 보니 결국 사회 현상을 그 프레임에 맞추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것들은 논의를 발전적으로 진행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분배와 재분배의 문제인데, 사실 지금 분배 문제에서도 왜, 어떻게 분배가 이루어져야 하는가도 적절하게 설명이 되지 않았고, 재분배의 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부분 등을 달리 본 게 아닌가 싶다.

자의적인 개념 사용, ‘그들이 좌파라고?’

다들 알겠지만, 정치철학적, 사회학적으로 좌파의 의미는 이렇다.

정치철학적, 사회학적 의미의 좌파

사회적 평등 또는 평등주의를 지지하거나 수용하고 사회적 계급과 사회적 불평등에 반대하는 활동 도는 정치적 입장

평등이 가장 중요해서 계급이나 불평등의 문제를 평등하게 가져가려고 하는 게 좌파들의 이념이고 그런 사람들을 좌파라고 한다. 그런데 김장수 박사는 임금 노동자 중에서 노동자 평균 소득 이상의 임금 소득이 있는 사람들을 좌파 기득권이라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이런 개념적 혼란이 향후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한다.

내가 호랑이를 나비라고 부르면 향후 논의를 전개할 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나비라고 부르면 그다음부터 호랑이에 대해 논의를 할 때 굉장히 헷갈리게 된다. 자의적인 개념어 사용은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한다고 본다.

호랑이를 나비라고 부르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여기 보면 “강남구 범구민 비상대책위원회”가 건 플래카드가 있다. 한전 부지를 현대가 샀는데, 그 가격이 비싸니 세금도 많이 나왔다. 그걸 강남에서는 강남구가 써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고 서울시는 나눠 쓰자고 이야기를 하는 거다. 양쪽 다 일리가 있다.

사진 출처: ⓒ정수희, 오마이뉴스

사진 출처: ⓒ정수희, 오마이뉴스

그런데 여기 강남구에 사는 사람 중에 재벌이 몇 명이나 되겠나. 대부분이 대기업 혹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거나 투기 목적으로 강남에 집을 산 사람들일 것이다. 김장수 박사의 발제에 의하면 이 사람들이 바로 좌파 기득권이다. 하물며 강남은 “강남 좌파”의 본거지 아닌가. 좌파 천국이다.

과연 이 사람들에게 가서 “당신, 좌파인가?”라고 물으면 뭐라고 할까. 이 사람들을 과연 좌파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앞선 발제에는 이런 오류가 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딸이 83년생인데 32살의 나이에 경기도 모 대학의 전임교수가 됐다. 그럼 이 사람도 좌파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념을 정확하게 통용되는 걸 이용하고, 어떤 엄밀한 연구 결과에 의해 부득이하게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을 써주길 부탁한다. 조중동이 이야기하듯이 차라리 ‘노동 귀족’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논의를 풀어나가기 쉽다. 그래서, 나도 ‘노동 귀족’이라고 이야기하려다가 발제에서 ‘좌파 기득권’이라고 이야기를 했으니 나도 이번만은 그 용어를 사용해서 논의를 진행하겠다.

계급 내부 분열 프레임이 문제, ‘사회 연대를 노동자들만 해야 하나?’

김장수 박사의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

  • 대기업 vs. 중소기업
  • 정규직 vs. 비정규직
  • 원청 vs. 하청/도급
  • 기성세대 vs. 청년세대

이렇게 딱딱 분열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틀이 바로 “노노갈등”이고 “세대갈등”이다. 잘 알겠지만 노노갈등과 세대갈등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사회의 주된 경제 체제로 가지고 있는 정부와 그 정부를 이용해서 자본 이윤을 확보하려는 자본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만들어 낸 전형적인 계급 내부 갈등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에 계속 말려들어 갈 경우 결국은 자본과 노동, 반민주적인 정권과 시민의 계급 프레임이 희석되어 버리고 사실상 총부리를 들이대야 할 대상이 아닌 사람들끼리, 서로 같이 가야 할 사람들끼리 싸우게 된다.

맞잡는 손

김장수 박사의 발제 중에 사회 연대가 필요한 부분을 말했다. 나도 사회 연대에 대해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민주노동당 당시 사회 연대 프로그램을 가동하려고 했다가 잘 안 된 아픈 기억이 있다.

북유럽 사회 연대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 사회 연대의 배경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는 소위 ‘좌파 기득권’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 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문제 제기라고 본다. 그래서 준비를 해봤다.

스웨덴이 1938년에 살트셰바덴 대협약이라는 걸 한다. 아주 대표적인 사회 연대 선례다. 이때 정부와 자본과 노동이 합의했던 내용을 살펴보자.

1938년 살트셰바덴 대협약 중

정부의 사회적 약속

정부는 재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서 ‘재벌 너희 한번 열심히 해봐라’라고 했다. 이때 나온 것 중에 황금주(golden share)라는 게 있다. 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황금주를 가지고 있는 재벌이 필요할 때는 이 황금주를 사용할 수 있는데 다른 보통주보다 강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황금주에는 이익배당권이 없다. 아무리 황금주를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황금주에 대해서는 배당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자본, 즉 재벌이 이 제안을 받았다. 또 하나, 정부가 노동 시장의 차별 철폐를 확실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노동 임금 차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없애자고 했다.

재벌의 사회적 책임

기업은 이익의 상당액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대신 지주회사를 통한 소유 구조와 차등의결권을 보장받았다. 재벌이 대규모 자원·자금 제공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했다. 그중 일부는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 쓰였다.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기술 강국으로 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재벌의 재원 조달이 있었다.

노동의 사회적 양보

노동도 양보했다. 일정 수준의 노동 유연화에 수용을 한다. 임금 인상을 과도하게 요구하지 않고, 내용 없는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회 안정을 위해서 노동도 노력한 것이다. 그리고 연대임금제를 수용했다. 김장수 박사가 말한 ‘좌파 기득권’들이 정말 하기 싫어하는 그 부분을 스웨덴의 노동계는 했다.

살트셰바덴 대협약 배경

그런데 배경이 중요하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게 가능했을까.

첫째, 이 사민주의 시스템에서 사회 연대가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노동 조직의 힘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이었다. 스웨덴 인구가 오늘날 약 960만 명 되는데 아직도 스웨덴 노총의 노조원이 180만 명이다. 저 당시에도 강력한 노동조합 운동을 통해서 정치력을 가지고 자본과 대결을 할 수 있었다.

2011년 기준 OECD 평균 노조 가입률은 17.5%

2011년 기준 OECD 평균 노조 가입률은 17.5%

둘째, 스웨덴은 사민주의 정부였다. 사민주의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관리경제체제였다. 2차 대전 후 미국도 케인즈를 받아들였듯이 북유럽도 사민주의체제를 받아들였다.

셋째, 바로 옆에 있는 소련의 사회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도 있고, 넷째, 1945년 이후에 호황이었다.

사회적 배경에 주목하는 이유

우리가 여기서 주목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왜 이런 배경들이 중요한가. 결국, 북유럽에서 있었던 사회적 대타협은 강력한 노동조직의 힘이 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려고 하는 정부가 있었다. 그리고 재벌 역시 이윤 착취를 통해 자신들만의 독점적 구조를 가져갈 경우 자기들 발목을 잡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

이 세 세력이 각자의 이익을 가져가면서도 어떻게 하면 하면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사회 연대가 가능했다.

결국, 자본이라든가 정권이라든가 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에 따라 사회 연대의 방향이 결정된다. 그런데 현재까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왜 노동계급에 대해서만 사회 연대에 대해 노력을 하라고 하고, 좌파 기득권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빠져나가려고 하는 건가.

한국의 현재 상황을 보자. 한국의 경우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면서 사회 연대에 관한 큰 틀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경제 민주화에 관해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이분… 쫓겨났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쨌든 쫓겨났다.

분배와 재분배의 혼란, ‘일차적 책임인 자본은 왜 건드리지 않나?’

우선 분배, 재분배의 문제가 있다.

분배의 일차적 책임이 자본에 있음을 외면

분배는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일한 대가를 줘야 하는 사람이 줬느냐 안 줬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김장수 박사의 프레임은 “분배를 받아야 할 사람들끼리 분배를 안 하고 있다”는 구조로 가고 있다.

분배의 책임은 자본에 있고, 자본에 분배를 제대로 하라고 해야 할 정부에 있는 것인데, 이 부분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노사정의 관계

연금제도는 사회 연대의 한 축, 세금 투입은 당연

두 번째로 “세금으로 연금 준다”는 비판을 했는데, 원래 연금제도라는 것은 사회 연대의 한 축이다. 기본적으로 당연히 세금이 투입되는 기획이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제원을 제공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만큼 가져간다는 사회 연대의 틀에서 나온 거다.

독일 등에서 특별권력관계를 이야기하면서 공무원과 군인을 위한 연금을 국민연금과는 따로 만들었다. 따로 만든 이유는, 그 사람들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데 특수한 신분이기 때문에 다른 시민들과 같은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해 사회가 연대를 하는 거다. 그래서, 연금 제도는 합치느냐 합치지 않느냐의 문제보다는 어떤 게 우리 현실에 맞느냐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임금이 높다고?

다음으로 대기업과 정규직과 공무원의 임금이 높아서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자.

김장수 박사의 발제에서 현대자동차 정규직의 임금이 많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의 임금 체계 중 기본급과 상여금을 뺀 수당 항목에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자.

근속수당, 생산성향상수당, 직급수당, 가족수당, 조정수당, 통합조정수당, 단체개인연금, 목표달성장려금, 의장컨베어수당, 교대근무수당, 진료비지원, 연장근무수당(연장근무의 종류: 야간수당, 평일연장수당, 평일할증수당, 평일심야수당, 휴일정취수당, 휴일연장수당, 휴일할증수당, 휴일심야수당)

즉, 이 수당을 다 받아야 아까 말한 그 정도 임금을 받는다. 여기 있는 수당 다 받으려면 한 달에 몇 시간 일해야 할 것 같은가. 현대자동차에서 20년 근속한 사람들이 연간 3천 시간 정도 일해야 약 8천만 원 정도 임금을 받는다.

  • 노동 시간: 연간 3,000시간
  • 평균 근무일: (365일 * 5일 / 7일) – 15일 = 245일
  • 일일 노동시간: 12.24시간

대략의 계산을 해보면 이렇다. (편집자)

20년 일한 기술자들이 매일 12시간 30분씩 일해야 많다고 이야기한 그 임금을 받는다. 이게 많은가?

이게 ‘좌파 기득권’으로 호명된 사람들의 현실이다.

공무원 임금 많다고 했는데, 본봉 447만 원 수준으로 맞추려면 4급 공무원 27호봉이어야 한다. 3급 공무원이라면 17호봉이고 2급 공무원은 14호봉, 1급 공무원 10호봉이다. 2015년 기준이다. 호봉이라는 건 아시다시피 근속연수다. 4급 공무원으로 27년 일 한 사람이 월 본봉 447만 원 받는다. 이런 사람들이 좌파 기득권이라는 건가?

거제도에 대우중공업이 있다. 여기는 노조가 굉장히 강한 곳인데 30년 근속한 현장 작업자가 아까 말한 수당을 제대로 안 받고 가끔 야간 근무 조금하고 휴일에 안 나오고 이러면 30년 근무한 분의 연봉이 5천만 원이 안 된다.

‘좌파 기득권’이라고 불리는 고임금 노동자에 대한 비판이 사회 연대라는 측면에서 일정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좌파 기득권 때문에 아무것도 안 된다는 식으로 노노 간 대립을 만들어 낸다거나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연금 문제와 임금피크제가 논의되면서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착취한다’, ‘조금만 있으면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를 뼈 빠지게 먹여 살려야 하는데 청년세대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도 없다’고 말씀들을 한다.

지난 학기에 노동법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여러분의 부모님께서 원래 55세에 정년퇴직을 하셔야 하는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고 대신 50세부터 임금을 조금씩 깎기 시작해서 60세 정년퇴직할 때는 원래 받아야 하는 임금의 70%를 받게 하고, 대신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여러분을 취직시켜주겠다고 한다면 취직하겠는가?”

얼마 전 청년들에게 임금피크제에 물어봤더니 70%가 찬성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과연 이러한 임금피크제가 갖는 프레임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찬성을 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금융계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임금피크제를 선도적으로 시행해온 업계다. 그렇다면 과연 금융계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 취업을 늘렸는가? 늘리지 않았다. 오히려 취업은 더 어려워졌다. 그리고 임금피크제를 회피하려는 계획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좌파 기득권들이 청년세대의 취업을 막으며 부담만 늘리고 있다’고 한다면 발제 내용에는 대단히 큰 문제가 있다.

정리를 해보겠다. 내가 도출한 결론은 이렇다.

정리하며…

좌파 기득권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세대 간의 대립, 노동자 간의 대립 구도를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즉, 재분배를 이야기하기 전에 분배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분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연금 문제도 해결된다.

인구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난다고 하기 전에 왜 인구수가 줄어드는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걸 해결하면서 이야기를 해야지, 그냥 지금 현재 산술적 수치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 차별 철폐를 이야기하며 분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독일 그래프의 출처는 한겨레, 한국 그래프는 기업은행

독일 그래프의 출처는 한겨레, 한국 그래프는 기업은행

조세 개혁을 해야 한다. 조세 개혁을 하려고 하면 툭하면 세금 폭탄이니 뭐니 하면서 난리가 나는데 조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도 재원 확보가 안 된다. 개혁 방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동 개혁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보다 먼저 재벌 개혁을 해야 한다. 사회가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사회 경제 문제, 노동 문제, 분배 문제, 갑질 문제 등… 엄청나게 많은 재벌과 관련한 문제들이 있다. 그런데 재벌을 이야기 안 하면서 ‘노동 개혁하자’ 하고 ‘임금피크제 하자’ 하고 임금피크제 쉽게 하려고 채용 규칙 변경하기 쉽게 만들어 주고… 이게 과연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연대를 요구하는 자세인가?

재벌은 외국에서도 재벌이라 부른다.

재벌은 외국에서도 재벌이라 부른다.

구조 조정이 아니라 오히려 복지를 늘려야 한다. 요즘 그리스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이 그리스처럼 가다가는 다 다 망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일대에 있는 포르투칼과 스페인도 보자.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그들이 감수해야 했던 것들이 이제 폭발하는 거다.

곡공사회지출과 국민부담률 그래프

그런 부분들이 안 되어 있는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해서 그래프의 우측 하단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을 해보자는 거다. 왜 독일이 그렇게 갑질을 할 수 있는지 보자는 거다. 그걸 이야기하면서 우리도 복지 확대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야지 노동 개혁으로 위장한 구조 조정을 강요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토목 사업에 쏟아붓는 돈만 빼서 복지 자금으로 해도 된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에 부은 돈을 학교 등록금에 넣는다고 생각해 보라.

마지막으로 제발 세대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는 거다. 세대 갈등으로 이름을 알리려고 했던 사람 중에 변희재라는 사람이 있다. 실크세대라고 해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대립각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그게 그분의 네임 벨류 때문에 크지 않았던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기성세대가 됐든 누가 됐든 좌파든 우파든 떠나서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세대 갈등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세대 연대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내는 거다.

가능과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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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행인
초대필자, 노동정치연구소(준) 연구원

말을 빼앗긴 사람들이 말 할 수 있게 되는 그 순간을 만들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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