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중국과 FTA를 타결해 예정대로 내년 중 발효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는 나라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의 FTA는 수출기업에 활로 개척을 위한 중대한 기회임은 불문가지다.
지난 글에서는 개인 납세자의 FTA 활용 세테크를 소개했다. 이번엔 수출기업이 FTA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사례: 낚싯바늘 제조 S사의 부활
FTA를 통한 비즈니스 활용 사례를 하나 소개해보겠다. S사는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레저용 낚싯바늘을 제조하여 수출하는 고급 낚싯바늘 제조 전문 기업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낚싯바늘 제조업체 수는 2~30여 개 수준이며, 종업원 수는 대부분 20인 이하의 영세업체임). 내수 침체로 국내 굴지의 낚시용품 생산업체인 A사가 도산하는 등 낚시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지고 S사 역시 15억 원 정도의 부도를 맞고 회생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이에 S사는 한-아세안 FTA 활용 시 1.5~15%의 수입국 관세인하 효과가 있어 아세안 시장을 발판으로 한 수출로 위기를 극복하기로 계획했다. 다행히 그동안 기술개발에 집중하여 투자한 결과 발명특허 33건, 실용신안 12건 등 획득으로 세계적 수준의 낚싯바늘 생산이 가능했으나, 내부적으로 FTA 활용지식의 부족, 생산공장 분산 및 FTA 적용을 위한 원산지 관리 직원이 없어 FTA 활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사장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FTA 원산지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FTA 전담조직을 정비하고 외부 FTA 전문가를 초빙하여 전 직원 교육 및 협력업체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여 대내외적으로 FTA 활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 인식으로 전환하였다. 또한, 신규 바이어를 발굴하기 위하여 해외낚시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였으며, 부산에서 국제낚시박람회를 최초로 유치하여 부산세관과 합동으로 참가업체에 FTA 활용정보를 제공하였다.
뛰어난 기술력과 FTA 활용을 바탕으로 S사는 국내 5위 기업에서 세계 5위 기업으로 성장하였으며, 현재 한-EU 및 한-미 FTA 활용을 위한 신규 바이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유럽 수출량은 150%, 미국 수출량은 350% 증가했다. FTA 발효에 맞춰 FTA 협정세율 적용을 통한 수출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이 수출 증가와 함께 회사의 고속성장을 견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수출기업의 3가지 선결과제
1. 품목분류(HS Code)
수출기업이 FTA를 활용하기 위한 첫 단계는 품목분류(HS Code)이다. 앞서 설명한 바대로 수출물품에 대한 품목분류 결과에 따라 세율이 결정되며 FTA 세율 또한 HS 코드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수출하고자 하는 국가가 FTA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지 여부와 해당 물품에 대해 FTA 적용이 가능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HS 코드를 확인하고 싶다면 관세청 홈페이지나 관세청에서 운영하는 FTA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관세사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관세청에서는 품목분류 사전심사제도라고 하여 수출입물품에 대해 법적인 효력이 있는 품목분류를 질의하여 HS 코드를 확정받을 수 있는 제도도 있다.
2. 원산지 결정
품목분류가 결정되었다면 수출물품이 FTA 협정에 따라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원산지 결정 기준에 따라 판정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좀 복잡한 부분이지만 간단히 보면 우선 원산지를 결정하는 첫 번째 원칙은 완전생산기준이다. 즉, 농산물처럼 국내에서 완전히 생산한 경우 당연히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 원재료 일부를 수입하였거나 제조가공 공정 일부가 해외에서 진행된 경우라면?
품목별로 FTA 협정에 정해진 바에 따라 HS 변경기준이나 부가가치기준을 적용해서 판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HS 변경기준에 따를 경우 살아있는 소(HS 01류)를 도축하여 냉장 소고기(HS 02류)를 만들었다면 HS 코드가 변경된 과정이 진행된 국가가 원산지가 된다. 부가가치기준에 따를 경우 국내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대개 4~60%)의 부가가치가 창출된 때에만 원산지가 인정된다.
3. 원산지 증명서
품목분류 및 원산지판정까지 마쳤다면, 이제 원산지 증명서[footnote]물품을 생산한 나라 또는 물품의 국적을 의미하는 원산지를 증명하는 문서로서 수출물품이 우리나라에서 재배, 사육, 제조, 가공된 것임을 증명하는 문서[/footnote] 발급절차가 남았다.
FTA 원산지증명서의 경우 크게 기관발급과 자율발급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이 또한 협정에 따라 방식을 각각 정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아세안, 인도의 경우 기관발급 방식을 따르고 있고, 미국, EU의 경우 자율발급 방식으로 원산지증명서 발급이 가능하다.
기관발급 방식은 협정이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원산지국가의 관세 당국이나 발급권한을 가진 기관이 해당 물품에 대하여 원산지를 확인하여 발급하는 제도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세관이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급이 가능하다. 자율발급은 말 그대로 수출자가 당해 물품에 대하여 원산지를 직접 판정하여 작성한 후 서명하여 사용하는 제도다.
참고로 건당 수출금액이 6,000유로를 초과할 경우 ‘원산지 인증수출자’에 한하여 자율발급이 가능하므로 국내 많은 수출기업은 자율적으로 원산지를 판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구비한 후 인증수출자 자격을 갖춘 곳이 많다.
[box type=”info” head=”원산지 인증수출자제도“]
관세 당국이 원산지증명 능력이 있다고 인증한 수출자에게 원산지증명서 발급절차 또는 첨부서류 제출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 FTA 체결국가가 증가함에 따라 원산지증명서를 발급 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도입됐다.
인증 유효기간은 5년이며, 모든 협정 및 모든 품목에 대해 혜택을 부여받는 업체별 인증수출자와 협정별, HS별로 선택할 수 있는 품목별 인증수출자의 두 가지 제도가 있다. 원산지증명서를 기관에서 발급받기 위해서는 수출신고필증 사본, 원산지소명서, 원산지확인서, 그 밖의 원산지 증빙 자료를 신청 건별로 제출해야 하나 자율발급 능력을 인정받은 인증 수출자는 첨부서류 제출을 생략할 수 있다. [/box]
수출기업, FTA 인증수출자 도전해보라
FTA 원산지 판정 및 원산지증명서 발급 등 관리절차가 복잡하여 관세청 및 일선 세관에서는 FTA 기업상담관이나 원스톱 지원센터 등을 통해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중 FTA 체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여 전국의 세관에 YES FTA 차이나센터를 두고 중소수출업체의 FTA 업무를 컨설팅하고 있다.
나도 인천공항 내 FTA 상담 공익관세사로 위촉되어 기업 현장에서의 FTA에 관한 수요와 참여도를 체감하고 있다. FTA 인증수출자를 인증받고자 할 경우 관세청이나 무역협회 등 기관에서 인증지원사업을 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기업체에선 두드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