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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유학을 아느냐: 공자에서 양자까지

이제 유교(儒敎)는 참 온갖 나쁜 것들을 상징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고릿적 표현인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부터 “유슬림” (무교 + 무슬림)까지. 사람들은 온갖 고리타분한 것과 구태의연 그리고 잘못되었건만 고쳐지지 않는 관행들이 모조리 유교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생각을 해볼까요. 그렇게 나쁜 유교이거늘 어째서 이 사회는 수천 년 동안이나 유교를 물고 빨아왔던 걸까요. 좋은 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진짜 유교이기나 한 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간단히 시작하는 철학 강좌. 유교와 백가쟁명(百家爭鳴)입니다.

공자(孔子)

공자

유교의 교주(?)라면 역시나 공자입니다. 원래 이름은 구(邱). 지금은 만악의 근원으로 전방위에서 까이고 있지요. 사생아인 데다가 먹는 것 까탈스럽고 성격 나쁘고 남 뒷담화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다 맞는 말이긴 한데요, 그게 공자의 전부도 아니고, 유교 혹은 유학(儒學)의 본질도 아니었습니다.

공자가 살았던 시기는 춘추전국시대. 지금으로부터 대략 2500년 전입니다. 이때는 천자(天子)의 나라 주나라가 쇠약해지고, 각지의 군웅들이 일어나 세력다툼을 벌인 혼란기였습니다. 이 때문에 전쟁이 끊이지 않고, 나라가 하루아침에 망하고, 하극상과 배신이 판을 치며, 가족끼리 서로 죽이는 혼란스럽고 괴로운 시기였습니다.

이렇게 당장 살아가는 것부터가 힘든, 절망에 가득한 나날이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위대했으니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습니다.

“어떻게, 무엇을 하면 이 혼란을 끝내고 평화롭게 잘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 문제를 놓고 오래도록 고민했고, 마침내 각자 답을 내놓았으니 이게 제자백가(諸子百家)입니다. 제자백가 하면 시험 때문에 하나하나 달달 외워야 했던 끔찍한 악몽만 떠오르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이들 제자백가는 괴로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찾아낸 답이었고, 하나하나가 나름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맹자(孟子)

맹자

이 사람은 백성이 최고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원래 착하게 태어났으니, 백성들을 잘살 수 있게 돌봐주면 저절로 세상이 평화로워지리라 믿었습니다. 덧붙여 백성들을 괴롭히는 왕은 쫓아내도 된다는 혁명을 주장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500년 전에 말이지요.

순자(荀子)

순자

그는 맹자만큼 낙관적이진 않았습니다. 사람은 이익에 홀려서 나쁜 짓을 할 수 있으니, 교육을 통해 옳은 길로 이끌어야 세상이 평화로워지리라 봤습니다. 동시에 하늘의 징조는 개뿔이니 그저 지금,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봤지요. 이 생각은 이후의 법가로 전해집니다.

법가(法家)

법가

‘피도 눈물도 없는 법치주의’라는 편견이 있지만 아주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옛날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자 그러느냐.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지.”라는 입장입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통치자가 엄청나게 열심히 일해야 세상이 안정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진시황 과로사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묵자(墨子)

묵자

흔히 “모두를 사랑하라(兼愛)”라는 말이 유명하지만 그걸 실현하기 위해 신분도 재산도 허락되지 않은 엄격한 수도승 생활을 베이스로 삼았습니다. 대신 모두가 평등했지요. 그리고 힘없는 사람은 이리저리 치이기만 하니 전쟁에 끼기보단, 우주방어를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외쳤던 약자 입장에서의 주장이었습니다.

노자(老子)

노자

흔히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 하나로만 정리되지만, 사실 욕심을 부리며 무리하면 사람들만 괴롭히니 인간의 타고난 본성을 따르며 자연의 원칙, 즉 도(道)를 따르면 세상이 편안해진다 주장했습니다. 즉, 쓸데없이 정책 만들거나 전쟁 벌이는 것을 반대한 정치사상입니다.

장자(莊子)

장자

“나비 이야기(胡蝶夢)”만 유명하지만, 본질은 개인주의입니다. 그러면서도 다양함을 인정하지요. ‘왜 꼭 A만 옳다고 생각하는 거지? B도 옳을 수 있잖아!’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게 된다면 분명히 이 세상의 다툼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본 겁니다.

양자(楊子)

양자

양자 즉 양주(楊朱)는 이기주의자죠. ‘내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서 세상에 이익이 된다 해도 안 하겠다!’ 참 나쁜 놈 같습니다만 뒤집어 말하면 ‘왜 개인이 사회를 위해서 희생해야 해?’입니다. 덧붙여 제자백가들에 대한 비판도 곁들이고 있습니다. ‘니들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고 하는데, 정작 너희 때문에 세상이 더 시끄럽다.’라는 거지요.

그리고 유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유교입니다. 여기에서는 종교보다는 사상이니 유학이란 표현이 더 맞겠네요. 유학은 잘 알려진 대로 예(禮)를 중시하지요. 사람들이 모두 예와 덕, 그리고 인을 갖추고 그게 세상에까지 미치게 되면 평화로워지고, 먼 옛날 훌륭했던 성인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예(禮)란 3년 시묘살이나 제사 지내는 법을 재깍 재깍 지키는 것이나, 윗사람이나 어른에게 절대복종하는 게 아니라 상식과 원칙의 준수에 가깝습니다. ‘안 하면 후레자식!’이 아닌 ‘인간으로서 최소한 이거만은 지키자.’라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사람들끼리의 관계 역시 상호적이고 공평합니다. 우리가 진절머리를 내는 “왕은 왕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답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랫사람인 자식이나 신하에게 자기 할 일을 다 할 것을 말하는 한편, 윗사람인 부모와 왕에게도 마찬가지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유학의 기본 바탕은 “내가 할 일 다 하고(盡己)”, “남도 도와주고(推己)”, “내가 싫은 건 남에게 시키지 말 것(己所不欲勿施於人)”입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엿 같은 유교랑 뭔가 다르지요?

기소불욕물시여인. 내가 싫은 건 남에게 시키지 말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학의 여러 고리타분함들은 공자가 살았던 시기에는 필요했던 덕목들입니다. 대표적인 게 적장자 계승 원칙인데, 이런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 춘추전국시대는 몹시도 개판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나라의 군주가 아들을 위해 며느리를 들여왔는데, 그 며느리가 예쁜 걸 보고 자기가 가로채서 첩으로 삼아버립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첩이 낳은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고 친아들을 죽여버리기도 했고, 당연히 나라 꼴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식 부인에게서 태어난 가장 나이 많은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는 원칙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게 지켜진다면, 앞서 말한 잔혹한 일도 없겠고 왕자들이 자기가 왕 되겠다고 치고받고 피 터지게 싸울 필요도 없으니까요. (뭐 그래도 싸우는 놈들은 있었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게 짧은 글로 유학의 세계를 모두 표현하긴 불가능에 가깝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최초의 유학은 몹시도 담백하고 심플하며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설명했던 제자백가들은 유학이 나타난 뒤 그걸 진전시키거나, 반박을 통해 가지를 쳐나간 결과물이었으니 유교는 중국 철학과 사상계의 ‘딥 임팩트’였습니다.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사상이 100년도 아니고 2500년 넘게 이어진 것은 그만큼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유학에는 그냥 자기 내키는 대로 굴면서 이게 다 성현의 가르침이라며 유학의 이름만 가져다 우겨대는 이들의 욕심이 뒤룩뒤룩 뒤엉켜 있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교의 참맛을 보고 싶으시다면 대학(大學)을 한 번 읽어보십시오. 몹시도 짧고 쉬운 데다가 생각할 거리도 많이 있어 초보자용으로 딱입니다. 그거 읽고도 더 궁금하시다면 논어나 맹자를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의외로 즐거운 일입니다. 나만의 길을 찾아 나갈 수 있거든요. 철학은 ‘물논’ 어렵지만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 조금씩 접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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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한
초대필자. 역사 작가

병약 체질의 역사 작가. 글 쓰고 책도 씁니다. 저서: 조선기담(2007) l 나는 조선이다(2007) l 폭군의 몰락(2009) l 새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들(2010) l 논쟁으로 보는 조선(2014) l 중국기담(2015) 등 → @yihan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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