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불면 생각나는 닭곰탕
쨍~하는 햇살과는 달리 바람이 엄청나게 차가워졌다. 유난히 높고 구름 몇 점 없는 파랗고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바람에 살랑 날릴 옷을 꺼내 입고 기분 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옷 틈으로 찬 기운이 들이칠까 봐 겉옷을 여미기 바쁘다. 더구나 해마다 환절기엔 온갖 알레르기는 물론 감기를 앓곤 해서 추워지기 시작하면 늘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멋 부리다가 앓아눕는 나이라니, 건강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끝이 안 보이는 다이어트와 불규칙한 일과 때문에, 게다가 혼자 해결하는 끼니에서 매번 몸을 생각하는 메뉴를 차려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엔 바쁜 일정에 쫓겨 몸을 돌보지 않다가 엄청난 오한과 함께 온 극심한 비염으로 끙끙 앓았다. 겨우 몸을 가누게 된 나는 축난 몸을 돌보고자 아주 오랜만에 닭을 삶기로 했다.
인도에서 만난 영혼을 울리는 치킨 수프
여태껏 가장 긴 시간 여행했던 곳은 인도와 네팔이다. 인도는 한여름에 갔다가 한 달 만에 8kg이 빠져버릴 만큼 고생을 한 곳이다. 성격이 예민한 탓도 있었겠지만, 몸에 맞지 않는 물과 음식, 낯선 환경이 더 큰 원인이었다. 더위에 지친 나는 결국 여행의 막바지 코스로 남겨둔 북부지방으로 아예 행로를 바꿨다. 지프차로 1박 2일을 달려 온갖 고생 끝에 도착한 라다크 지방의 도시 ‘레’에서는 도착한 첫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밤새 고열과 오한에 시달렸다.
이렇게까지 아플 수도 있나, 싶게 요란한 몸살을 앓고 난 후 기진한 몸으로 다음날 찾아간 식당에서 주문한 요리는 치킨 수프였다. 몸이 아플 때마다 어머니가 푹 고아준 삼계탕을 떠올리며 시킨 치킨 수프는 정말 영혼을 울릴만한 따뜻한 맛이었다. 한 달간의 여행 중에 가장 입맛에 맞고 탈이 나지 않았던 음식이라, 다음 여행지였던 네팔에서도 고산지대를 트래킹하다 심하게 아팠을 때 롯지에서 치킨 수프를 찾아 먹고 크게 위로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의 삼계탕에서 퍼올린 인도의 추억
오랫동안 그 맛을 잊고 있었는데, 몇 해 전 감기에 걸린 채로 콜록이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날따라 아버지께서 마늘을 잔뜩 넣고 닭을 삶아주셨다. 얼마나 오래 삶으셨는지 살코기가 부들부들할 정도였는데, 그 맛이 마치 인도와 네팔에서 먹었던 치킨 수프와 매우 흡사해 놀랬었다. 요리 경험이 거의 없으신 아버지께서 특별한 맛을 내실 수 있을까 했지만, 오히려 단순한 레시피가 주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버지의 삼계탕은 그저 신선한 닭을 충분한 양의 마늘과 함께 오래도록 푹 고아낸 것이었다.
몸을 위로하기 위한 부추 닭곰탕 도전!
오늘은 몸이 허한 나를 위해, 영계 한 마리 폭 고아 스스로를 위로해보도록 하자. 집에 한약재 같은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첨가하고 여기에 매콤한 고춧가루를 더하면 강력한 처방이 될 것이다.
매콤한 부추 닭곰탕 만들기
- 영계 한 마리와 마늘 대여섯 쪽, 대파 한 뿌리를 냄비에 넣고 재료가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뚜껑을 덮고 국물이 뽀얗게 우러날 때까지 끓여준다.
- 한 시간 남짓이면 닭다리를 집게로 집어보았을 때 살만 쏙 빠져나올 것이다. 그쯤이면 반은 완성되었다.
- 육수는 놔두고 삶아진 닭을 꺼내어 뼈는 골라내고 살코기만 발라 손으로 적당하게 찢어놓는다.
- 다시 육수에 발라진 살을 넣고, 한소끔 다시 끓일 때 간장 약간과 소금으로 간 한 다음 취향에 맞게 고춧가루를 풀어 넣는다.
- 다 끓어올랐을 때 국그릇에 담고 먹기 전에 부추를 잔뜩 올려 여열로 부추를 익히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