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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교수님과 국민모임에 보내는 편지

이 글은 김성일 청년좌파 대표(필명 ‘김슷캇’)의 주장을 담은 글입니다. 필자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의 ‘원문’을 가능한 한 ‘수정’하지 않고, 슬로우뉴스 원칙에 따라 편집했습니다. 손호철 교수와 국민모임의 반론은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손호철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청년좌파 대표 김성일이라고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아마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아주 잠깐 교수님과 한가지 일을 함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난 2010년에 서강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던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에서였습니다. 그날 교수님은 종합토론의 사회를 맡으셨고, 국민모임의 상임대표이신 김세균 교수님이 개회사를 맡아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본소득

저는 그 날 권문석이라는 동료와 함께 학술대회의 현장진행을 맡았습니다. 역시 교수님께서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이겠지만, 앞에서 말한 권문석이라는 동료는 이후 알바연대에서 알바노동자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2년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 대로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 청년좌파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끌고 있습니다.

손호철 교수께 편지 쓰는 이유 

이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2015년 3월 29일 국민모임의 창당준비위원회(이하 ‘창준위’) 발족식에 관한 기사에서, 손호철 교수님 얼굴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민모임의 창준위 발족을 축하합니다.

손호철 교수님이 국민모임 창준위의 운영위원장을 맡으신 것 역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이 축하의 말에 “진심으로”라는 수식어는 차마 붙이지 못하는 저의 편협함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3월 29일 서울 용산구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사무소에서 열린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김세균, 신학철 공동추진위원장이 인사말 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http://www.vop.co.kr/A00000842618.html

2015년 3월 29일 서울 용산구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사무소에서 열린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김세균, 신학철 공동추진위원장이 인사말 하는 모습. 중앙에 손호철 교수(앉은 이들 중 가장 오른쪽)가 고개를 숙이고 문건을 확인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홍성열 회장과 마리오 아울렛의 부당 노동행위  

교수님은 마리오 아울렛이라는 이름을, 홍성열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홍성열 씨가 회장인 마리오 아울렛은 살인적인 업무 강도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위한 정리해고, 노조탄압 등 부당노동행위로 잘 알려진 기업입니다.

거기에 수년간 야간 당직근무를 시켜온 시설관리 노동자들에게 3억 6천만 원의 임금을 체불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이미 지급명령을 내렸음에도, 홍성열 회장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도 교수님께선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학위수여식에서 축사 담당한 손호철 교수님 

교수님의 학교인 서강대학교는 지난 2월, 이 홍성열 회장에게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수여했습니다. “홍 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 도전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는 찬사와 더불어서 말입니다. 서강대학교는 이 날 정리해고, 비정규직, 임금체불과 노동탄압에 상을 준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날 학위 수여식이 열린 서강대 이냐시오관 소강당 밖에는, 이 학위 수여에 항의하던 마리오 아울렛 해고노동자들과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고 있었습니다. 해고노동자 중 한 명은 체포되기까지 했습니다. 공권력이 대학에 진입한 것은 16년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을 굳이 상기시켜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합니다만, 이날 교수님이 계셔야 할 곳은 바로 노동자들과 학생들 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교수님은 그날, 그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계셨습니다.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했다.ⓒ옥기원 기자 http://www.vop.co.kr/A00000845266.html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반대 집회 모습 (2015년 2월 4일,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교수님의 침묵 

그 이후로도 교수님은 노동자와 학생들의 곁으로 좀처럼 가지 않으셨습니다. 홍성열 회장 명예박사 학위 수여에 대한 해명도, 하다못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노동자와 학생들이, 16년 만에 학교 담장을 넘어들어온 공권력에 의해 끌려나간 문제에 대해서도 항의하지 않으셨습니다.

교수님이 침묵하시는 사이 서강대학교에는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서강대 정외과 학생인 이가현 씨가 전국의 대학생과 교수, 학교노동자들을 상대로 쓴 호소문도 수도권 각지의 대학교에 붙었습니다. 전국의 대학에서 이에 호응하는 대자보가 나붙었습니다.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이 발걸음에 함께 하셨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전국 118개 대학의 학생과 학교노동자, 교수들이 경찰청장에게 서강대 사태에 대한 항의 편지를 썼을 때도 교수님은 함께하지 않으셨습니다. 교수님은 그때, 다른 교수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옹호하는 편지를 쓰고 계셨습니다.

손호철 교수님, 당연히 이해하고 계실 도리를 두 번 세 번 강조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교수님, 교수님은 그 편지를 노동자들과 학생들에게 썼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만 노동자 말하는 ‘일부’ 진보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서는 노동자를 말하면서, 정작 교내에서의 노동자 문제에는 연대하기 꺼리고 때로는 노동자들의 반대편에 서는 일부 “진보교수”들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교수님이 만약 국민모임이라는, 정당 창준위의 운영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서지 않으셨다면 저는 이런 편지를 굳이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국민모임이 스스로 “장그래 정당”을 자칭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런 편지를 굳이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법 제도 완전 철폐를 촉구하며 2014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대방역 인근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번 오체투지 행진은 지난 22일부터 기륭전자 농성장을 시작으로 오는 26일 청운동사무소까지 이어간다.ⓒ정의철 기자 http://www.vop.co.kr/A00000830372.html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법 제도 완전 철폐를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2014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대방역 인근,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손호철 ‘교수’는 눈 앞의 노동자들을 외면하지만, 손호철 ‘운영위원장’은 노동자를 위해 살아갈 것이라는 예측을 저는 도저히 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운영위원장의 그런 행동들을 용납하는 정당조직이 노동자를 위한 당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하기 어렵습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국민모임의 김세균 교수님께서도 마침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계승자이지만 그것이 한계다. 그는 참여정부 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만약 문 의원이 집권한다면 또 ‘어쩔 수 없다’며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김세균 교수)

경향신문 – 진보적 신당 창당 추진 ‘국민모임’ 김세균 공동대표 “새정치는 ‘여당 2중대’ 국민들에 희망 못 줘”(2015년 1월 14일)

물론 하나의 정부가 한 행동과 하나의 개인이 한 행동은 동일한 무게를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국민모임이 새정치민주연합과 다른, 진보정당임을 강조하며 하신 말씀입니다.

과거의 오류를 인정하고 벗어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에서, 이 잣대는 국민모임에도 그리고 손호철 교수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그래당’ 자처하면서 침묵한다면 ‘묻지 마 정당’ 

인제 와서 손호철 교수님이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수준의 해명밖에 하실 수 없다면, 그리고 국민모임이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모임에는 “장그래 정당”보다는 “묻지 마 정당”이라는 별명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국민모임이 “장그래”라는 말을 박근혜 정권이나 고용노동부와 같은 의미로 쓴 것이 아니라면, 그 장그래는 만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실제 눈앞의 노동자들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못하는 교수님이, 그러면서 다른 교수들에게 변명하느라 바쁜 교수님이, 그 침묵을 거두지 않은 채로 그 자리에 서서 노동자의 대안세력을 자임하는 것은 순서가 지나치게 틀린 일입니다.

교수님과 국민모임이 해야 할 일 

“장그래”와 “과감한 진보”를 말하기 위해 교수님이 먼저 하셔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 첫째, 해고노동자들을 찾아가셔야 합니다.
  • 둘째, 교수님의 제자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해고노동자를 찾아가 교수님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셔야 합니다. 더불어 제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곁에 서지 않았던 것을 사과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모임에 말씀드립니다. 국민모임이 “진보”를 말하고자 한다면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 손호철 운영위원장을 징계하거나 사퇴를 권고해야 합니다.

서강대 사태는 손호철 교수가 창당준비위원회의 운영위원장이던 동안 일어난 일이며, 충분히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과감한 진보”위해 우선 사과하고 연대해야 

굳이 진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정당이 내부 정리를 통해 자신들이 누구의 편인지 밝히는 것은 그리 “과감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민모임 역시 이 일에 대해 국민과 해고노동자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더불어 그 사과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마리오 아울렛 해고노동자 문제에 대한 “과감한” 연대와 해결 모색에 나서야 합니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집단이 노동자들의 문제에 연대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입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국민모임의 ‘폐공장 퍼포먼스’는 그저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파는 것에 불과합니다.

국민모임 창당 발기인대회가 열린 2015년 3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폐공장. 정동영(가운데) 인재영입위원장과 김세균(오른쪽) 상임공동위원장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866138.html

국민모임 창당 발기인대회가 열린 2015년 3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폐공장. 정동영(가운데) 인재영입위원장과 김세균(오른쪽) 상임공동위원장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마틴 루터 킹의 ‘꿈’과 같은 ‘진보’

13770208191952008년 1월, 미국 전체가 마틴 루터 킹을 추모하고 있을 때, 도시사학자 헨리 루이스 테일러(사진)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을 아는 모든 사람은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연설했을 때가 킹이 가장 유명했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 한 문장 이상을 말하지 못한다.”

손호철 교수님, 그리고 국민모임에 계신 어르신 여러분, 오늘날 우리에게 “진보”라는 말은 마치 마틴 루터 킹의 꿈과 같지 않습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수만 가지 진보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함께 행복할 수 없다면 함께 고통받는 길 

그런데 제게 있어서 진보란, 벼랑 끝의 사람들을 보여주며 “저들을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나를 지지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진보는, 기꺼이 벼랑 끝으로 걸어가 그들의 옆에 서는 것입니다. 함께 행복해질 수 없다면, 차라리 함께 떨어지기를 택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벼랑에 떨어지는 자들을 두고 살아남는 것을 불행하게 생각하는 자들만이, 그 벼랑 밑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진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감하게, 진보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국민모임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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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슷캇
초대필자, 청년좌파 대표

영상활동가(진지). 청년좌파(yleft.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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