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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l yourself.”

사람까지도 ‘사고파는’ 시대에 ‘장사를 위한 메타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시장분석에 기초하여 적절한 메타포를 고객에게 각인시키고, 이들 메타포가 고객의 입을 통해 전파되도록 하는 일은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자연히 브랜딩이나 기업 아이덴티티의 영역에서 메타포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고, 마케팅 및 홍보 담당 부서들은 최상의 메타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버드와이저, 쉐보레, 파이오니아의 슬로건
“Budweiser, the king of beers,”, “Chevrolet, the heartbeat of America”, “Pioneer, the art of entertainment” (예시 출처: Metaphors in Marketing: Review and Implications For Marketers)

물론 고객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의 메타포 연구는 학문적인 연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마케팅과 기업 아이덴티티 분야의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기업 이미지 강화와 매출 신장에 초점을 맞추어 메타포를 분석, 개발, 적용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특정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메타포를 연구하는 것이죠.

마케팅과 메타포

기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메타포를 생산할까요? 여러 가지 접근이 있겠지만, 관심집단에 대한 집중 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 내용과 구조를 분석하는 방식이 자주 사용됩니다.

일례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제럴드 잘트먼(Gerald Zaltman)과 고객관리 전문가인 린제이 잘트먼(Lindsay Zaltman)은 약 12,000건의 방대한 소비자 FGI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성별, 연령, 국가 등 사회문화적 배경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심층 메타포 7가지(seven deep metaphors)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균형, 변형, 여행, 용기, 연결, 자원, 통제라는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는데요. 각각을 아래에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마케팅과 메타포

1. Balance (균형)

FGI 데이터에서 신체적, 윤리적, 사회적, 미적, 혹은 심리적 균형과 관련된 메타포가 자주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불균형의 메타포는 결혼할 때 자기 지위보다 ‘위’나 ‘아래’ 배우자를 얻는다는 표현(marrying above or below one’s status)에서, 심리적 불균형은 ‘불편하다(feeling out of sorts)’, ‘마음이 가라앉아 있다(feeling down)’, 혹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feeling off)’라는 표현 등에서 나타납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을 유지해야만 좋은 삶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2. Transformation (변형/변신)

다양한 경험을 통한 태도 변화, 자녀가 성장하면서 겪는 신체적, 정서적 변화, 삶의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변화하는 자신, 주변 사람들의 변화 및 성장을 이야기할 때 변형 혹은 변신의 메타포가 자주 사용됩니다.

“He has become a totally different person. (아주 딴사람이 되었어)” 같은 표현을 생각하시면 되겠지요.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는 모습은 변형을 가장 극적으로 나타내 주는 예로, 병원의 디자인이나 수면제 광고에서 종종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겪는 변화는 새로운 존재로의 변형 혹은 변신으로 이해됩니다.

3. Journey (여행)

삶을 여행의 과정으로 보는 메타포입니다. “Be at a crossroads (갈림길에 서다)”, “A journey of a thousand miles begins with a single step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등은 삶을 여정으로 이해하는 표현들입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The Road Not Taken (가지 않은 길)”은 인생을 여정에 비유한 대표적인 문학작품이죠.

인생이 여정이라면 출발지와 도착지, 경유지가 있을 것이고, 길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있을 수 있으며, 누구와 같이 여행하는지가 매우 중요할 겁니다.

4. Container (용기/컨테이너)

용기는 어떤 것을 담아두거나 잠시 담았다가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컨테이너는 집처럼 우리를 보호할 수도 있고, 감옥처럼 가둘 수도 있죠.

“Be in love, in sorrow, in happiness, in trouble”을 직역하면 “사랑, 슬픔, 행복, 어려움 안에 있다”라는 뜻이 됩니다. “Stuck in a rut(판에 박힌 생활을 하다, 일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다)”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 자신이 그릇이 되기도 합니다. “I feel empty”, “We feel fulfilled”라는 표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지요.

감정이나 당면한 상황 등을 표현하기 위해 용기(container)를 매개로 한 메타포가 자주 사용됩니다.

5. Connection (연결/유대) (↔ Disconnection (단절))

특정한 집단이나 이메일 수신자 목록에 들어 있거나 제외될 때 “be kept in the loop” 혹은 “be kept out of the loop” 등의 표현이 사용됩니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고리의 이미지를 이용해 표현한 것이죠.

감정적인 상태는 끌림(drawn to celebrities)이나 접근(close to someone)으로 묘사되고, 연인과 헤어지는 것을 관계의 단절(break up a relationship)로 표현하죠. 연결의 메타포는 결혼과 이혼, 입양,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상황 등에서 특히 자주 발견됩니다. 소유격의 사용은 “나의 팀(my team)” “내 브랜드(my brand)”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대상과의 유대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줍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끊임없이 어떤 존재나 관계에 접속할 것인가, 어떤 단절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6. Resource (자원)

우리를 돕는 사람들, 유용한 지식, 심지어는 시간까지도 물질적 자원(resource)에 빗대어 표현되며,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상품과 서비스는 특별한 지위를 가진 자원으로 인식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생명줄(lifeline)에 비유할 때, 휴대전화는 먹거리와 같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 인식되는 것이죠. 기업의 다양한 상품군 중에서 주요 수익원은 “bread and butter”라고 표현하고, 정보와 지식이 많은 사람을 “a fountain of knowledge (지식의 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삶은 끊임없이 자원을 생산, 소비, 공유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7. Control (제어/통제)

자신이 삶의 주인이라는 느낌,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것들이 자신의 통제하에 있을 때, 즉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될 때 삶이 순조롭다고 느끼게 되죠.

“Out of our hands now”와 같이 말할 때 어떤 일은 우리의 통제권 밖으로 가버린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분노, 중독, 습관 등에 관해 이야기할 때 “out of control(통제할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많아진다는 것은 인생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일 겁니다.

고객의 메타포 사용과 효과적인 마케팅 메타포

이들 메타포를 모든 소비자가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타포가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사건이나 상황도 매우 다양하죠.

예를 들어 “균형”을 이야기할 때 일과 놀이의 관계를 염두에 둘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일들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한 경험을 균형 잡힌 인간(a balanced person)이 되어가는 점진적 과정으로 묘사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존재로의 변신에 방점을 두고 변형(transformation)의 메타포를 적용할 수도 있겠지요.

저자들은 7가지 주요 메타포가 분석 대상 FGI에서 발견된 메타포의 약 70%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FGI라는 특수 상황에 대한 분석 결과라는 점, 사람마다 메타포를 조금씩 다르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꽤 높은 비율입니다. 그렇다면 균형, 변형, 여행, 용기, 연결, 자원, 통제라는 개념을 적절히 사용한 마케팅 메타포를 사용할 때 고객의 마음에 가장 큰 울림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참고문헌

  • Bremer, K. & Lee, M. K. (1997). “Metaphors in Marketing: Review and Implications For Marketers”. In NA –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Volume 24, eds. Merrie Brucks and Deborah J. MacInnis, Provo, UT: Association for Consumer Research, Pages: 419-424.
  • Zaltman, G. & Zaltman, L. H. (2008). “Marketing Metaphoria: What Deep Metaphors Reveal About the Minds of Consumers”.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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