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에서 아래 게시물을 봤습니다.
“우리가 먹는 연어의 대부분인 양식 연어. 자연산과 달리 회색빛이라 사료에 주홍빛 색소를 첨가하는데 국내에선 이를 표기하지 않습니다.”
이 글과 사진에 공유가 1,589개, 좋아요가 10,000명 가까이 되더군요. 그리고 수없이 달려 있는 감사의 댓글. 그런데 그게 사실일까요? 제가 보기에 이 이야기는 절반쯤은 맞고 절반쯤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간만에 그 이야기를 해보죠.
1. 야생 연어 색깔은 붉은색인가?
일단 연어의 색깔은 뭘 먹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연어의 색깔은 연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먹어서 그게 쌓이는 거죠. 사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등푸른 생선도 자기가 오메가3 지방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플랑크톤이나 미세조류 등을 먹고 축적하는 것이죠.
결국, 야생에서 자랐더라도 어떤 것을 먹고 자라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야생 연어가 주로 먹는 것은 새우나 크릴 같은 갑각류들인데 그 껍질에는 붉은색 색소인 아스타잔틴(Astaxanthin)과 칸타크산틴(Canthaxanthin) 같은 것들이 주성분이죠. 결국 어떤 것을 더 먹느냐에 따라 색깔은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뒤져보면 연어도 종류에 따라 색깔이 많이 다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셔도 좋고요.
2. 양식 연어의 색깔은 회색인가?
양식 연어도 사료로 이런 갑각류들을 많이 먹인다면 색깔이 야생과 같을 겁니다. 하지만 사료 비용 절감은 이익과 직결되므로 보통 작은 생선으로 만든 사료, 옥수수 글루텐, 깃털분쇄물(단백질), 콩, 닭기름, GM 효모 등을 먹인다고 합니다.
아마 이 중에서 색깔을 줄 수 있는 것은 GM 효모 정도일 텐데 그걸로는 야생 연어의 색깔을 따라갈 수는 없겠죠.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아스타잔틴 사료입니다. 그러니까 양식 연어의 색깔을 좀 좋게 하려고 사료에 넣는 물질은 야생 연어가 섭취하는 바로 그 물질인 것이죠.
3. 아스타잔틴은 어떤 물질인가?
아스타진틴이나 칸타크산틴 같은 물질들은 모두 카로티노이드 계열이라고 하는데 수박의 라이코펜, 당근의 베타카로틴, 눈에 좋다는 루테인 등이 전부 이쪽 계열 색소들입니다. 모두 다 소위 항산화 물질로서 나름 좋은 점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물질들이죠. 아래의 그림에서 보시듯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비슷합니다.
이 아스타잔틴은 그동안 많은 관심을 받아오던 물질입니다. 천연 기능성 색소라는 점과 더불어 바로 이렇게 연어 등의 사료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카로티노이드가 지용성물질이라 쉽게 섞이지 않고 분리도 쉽지 않아서 값싸게 생산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압니다.
4. 양식 연어의 색깔을 어떻게 내나요?
앞서 말한 대로 양식 연어의 색깔을 붉게 만들기 위해서 고기에 착색을 하거나 색소를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료로 먹이는 것입니다. 이때 먹이는 것이 바로 야생 연어가 섭취하는 그 색소인 아스타잔틴입니다.
그러니까 자연 연어의 색깔은 새우나 크릴 등을 먹어서 그 속의 아스타잔틴이 축적되어 생기는 것이고 양식 연어의 색깔은 사료 속에 아스타잔틴을 넣어서 먹이는 것이죠. 그 아스타잔틴은 새우 등을 파쇄한 사료에서 얻기도 하고 합성하기도 한답니다.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아스타 잔틴을 엄청나게 많이 생산하는 효모인 파피아 로도자이마(Phafia rhodozyma) 등을 먹이는 것입니다. 실제 사료에서 천연을 많이 쓰는지 합성을 많이 쓰는지 정확한 비중은 모르겠습니다만 천연이든 합성이든 결국은 같은 물질이죠. 이런 방식은 정말 부도덕한 것일까요, 아니면 자연의 이치를 인간들이 잘 이용한 것일까요? 이 판단은 각자의 신념에 맡기도록 하죠.
5. 아스타잔틴을 이용한 화장품이 대박을?
제 일본인 트위터 친구께서 알려주셨는데 일본의 후지필름에서 아스타잔틴이 들어간 화장품을 만들어서 대박을 쳤다고 하더군요. 찾아보니 아마 이 링크에 있는 아스타리프트(ASTALIFT)라는 것인가 봅니다. 첫해에만 10억 엔을 팔았다는데, “아스타리프트 전 제품에 함유된 아스타잔틴은 게, 가재 등의 갑각류나 해조류에서 추출”한다고 되어 있네요.
6. 양식 연어를 겁내야 할까요?
사실 연어는 세계 최초로 GM 연어가 허가되어 곧 식탁에 오를 전망입니다. 그런 판국에 항산화 성분이라 몸에 좋다는, 기능성이 있다는 아스타잔틴 사료를 넣어서 색깔을 자연산이랑 비슷하게 만든다면 그걸 겁낼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 중에 연어의 경우와 반대인 것은 복어독이죠. 자연산은 독이 있지만, 양식은 독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어떤 미생물이 독을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인간의 필요에 따라 자연산과 비슷하게도, 다르게도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최근에 이와 관련되어 뉴스페퍼민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번역했는데, 여기에서 이와 관련된 약간의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그나마 건조하게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쓴 기사라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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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사실 제가 일본에서 연구한 것이 미생물을 이용한 카로티노이드 생합성 유전자였답니다. 사실 이거 공공연한 비밀인데 아스타잔틴을 싸게 만들 수 있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합니다. 색소를 갖고 있는 동물에게서 추출하거나 미생물을 이용해서 합성하거나 저한테도 그런 거 연구하자는 분들이 계신데 쉽지 않네요. 그래도 한 번 해보실 분은 연구비 좀(…)[/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