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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나마 방송광고는 아직 살아있지만, 신문광고는 이미 광고효과 같은 걸 제대로 따지지 않은 지 오래됐다. 돈을 줄 테니 광고를 싣지 말아 달라는 음성적인 광고도 부쩍 늘었다. 도대체 이런 걸 광고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 ‘판갈이’를 해서 소량으로 광고 지면을 찍는 경우도 있고 아예 협찬이나 후원으로 돌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돈을 줄 테니 광고를 싣지 말아 달라는 건 다른 신문사들이 보고 저기는 주고 우리는 왜 안 주느냐고 따지는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저 신문사가 받으면 반드시 우리도 받아야 한다고 자존심을 내세우는 신문도 있고 광고를 안 주면 줄 때까지 ‘조지는’ 신문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광고 효과도 없다면 적당히 돈을 찔러주고 끝내는 게 차라리 편하고 언론을 관리하는 데 생색내기도 좋다.

한 대기업 홍보 담당 임원은 광고 집행 금액 대비 협찬·후원 금액이 70%에 육박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 비율이 거의 반반에 육박하고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들이 너도나도 해외 유명 인사들을 불러다 ‘뽀대’만 그럴듯한 컨퍼런스를 여는 것도 협찬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광고로 ‘땡기기’ 어려우니 컨퍼런스로 ‘땡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주는 건 마찬가지다. 달라니까 주는 거고 안 줄 수 없어서 주는 거다.

신문 시간 시계 이정환 퍼블릭 도메인

광고보다는 협찬이나 후원

협찬의 명분은 무궁무진하다. 마라톤 대회 안 하는 데가 없고, 샤갈이니 뒤샹이니 온갖 미술 전시회도 있고, 음악회도 있고, 문화 탐방도 있고, 신문사에서 하는 거의 대부분의 문화 이벤트가 협찬을 위해 만든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지면을 동원해 홍보도 하고 관람객에게 돈을 받으면서 기업들에는 협찬도 받는다. 말이 협찬이지 협찬을 빙자한 ‘삥 뜯기’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한번 행사를 치르고 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남는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기사를 후원하는 경우도 흔하다. 홍보실에서 작업해서 특정 기획기사를 주문 생산하고 그 대가로 광고를 집행한다. 기자들이 알고 쓰는 경우도 있고 위에서 지시해서 모르고 쓰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광고를 집행할 때도 있지만 적당한 명분으로 입금만 하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얼굴 없는 기부천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광고도 안 실었는데 광고비가 입금되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얼굴 없는 기부 천사

한 건설회사 홍보 담당 임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아예 마케팅 부서와 홍보 부서에서 집행하는 광고가 구분돼 있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철저하게 홍보 효과에 따라 광고를 배분하고 홍보 부서에서는 언론 관리 차원에서 광고를 집행한다. 홍보 부서에서 집행하는 광고는 홍보 효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조지는’ 언론에 주거나 잘 써주는 언론에 주거나 관리해야 할 언론에 준다. 광고비는 집행되지만 실제로 지면에 실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담하지만 이게 2015년 현재 한국의 신문사들이 먹고 사는 방식이다. 신문을 팔아서 먹고살 수 없다는 건 하나마나한 이야기고, 신문 구독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적자가 늘어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가격 없는 상품의 딜레마다. 신문 구독료는 최소한의 비용조차도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낮다. 가격을 올리는 건 엄두도 못 낸다. 손해를 보더라도 최대한 많이 팔고 광고로 그 손해를 메워야 하는데 광고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턱없이 비싼 ‘보험료’

한국에서 망하는 신문사가 없는 건 그나마 ‘조지고’ 광고를 받거나 ‘안 조지고’ 광고를 받거나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홍보 담당자들이 흔히 ‘보험을 든다’고 말하곤 하지만 언젠가부터 ‘보험료’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이 늘어나면서 ‘조질’ 때마다 광고로 막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물원에서 “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보는 느낌이랄까.

Jonathan, CC BY NC ND https://flic.kr/p/6qm4yW
Jonathan, CC BY NC ND

종이신문이 2026년에 사라질 거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여전히 기업에서는 아침에 종이신문을 스크랩해서 위쪽에 보고하는 문화가 남아있다. 일단 스크랩하는 신문의 범주에 들어가면 발행 부수와 무관하게 최소 할당량의 광고를 배정받을 수 있다. 회장님께 어떤 기사가 어떻게 보고되느냐에 따라 광고집행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 회장님들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교체되기 전까지 종이신문의 수명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종이신문 소멸 시간표
종이신문 소멸 국가별 시간표

일련의 변화를 돌아보면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전후로 주요 기업들의 홍보 전략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에는 비판적인 기사를 광고로 막는 게 핵심 전략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비판적인 언론사에 광고를 끊거나 줄이는 거로 응징하면서 언론을 길들이고 있다. 신문 구독률이 계속 떨어지고 온라인 뉴스 비중이 높아지는 동시에 뉴스가 파편화되고 브랜드가 해체되면서 언론의 자본 종속은 더욱 심화했다.

브랜드 해체와 뉴스 파편화

온라인으로 넘어오면 뉴스 비즈니스의 수익모델은 더욱 참담하다. 대부분 언론사의 1회 방문당 페이지뷰가 2건이 채 넘지 않고 포털 유입 의존도가 60%에서 많게는 90%를 넘는 경우도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전체 페이지뷰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링크를 타고 들어온 ‘뜨내기’ 독자들은 지금 읽는 기사가 조선일보 기사인지 한겨레 기사인지 미디어오늘 기사인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충성도도 매우 낮다.

서울신문 섹시 아나운서 썸네일 재활용

문제는 이 ‘쓰레기’ 트래픽이 적지 않은 돈이 된다는 데 있다. 최근 시세로는 광고를 최대한 많이 붙이면 10만뷰에 100만 원까지 벌 수 있다. 그 광고라는 게 비뇨기과, 성형외과, 임플란트, 다이어트, 발기부전 등 온갖 지저분한 이른바 네트워크 광고다. 클릭 한 번에 몇백 원 수준에서 5,000원까지 나오는 광고도 있는데 많이 읽을수록 많이 벌리는 구조다. 보통은 지저분한 기사일수록 많이 읽힌다. 연예인들 수영복 사진과 온갖 가십성 기사가 범람하는 이유다.

한국 인터넷 이용인구 3,500만 명 중에 2,500만 명이 인터넷 웹 브라우저 첫 화면에 네이버를 띄워놓고 있다는 통계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네이버가 곧 인터넷이고 네이버에 뜨는 뉴스가 뉴스의 전부인 게 현실이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시달리던 네이버가 2012년 첫 화면에서 뉴스를 없애버리면서 검색 유입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고 어뷰징 기사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진짜 문제는 저질 뉴스가 진짜 중요한 뉴스를 가리고 이슈를 치워버린다는 데 있다.

네이버는 평정됐다는 진성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 발언에 관한 네이버의 해명
2008년 6월 “네이버 평정” 발언에 관한 네이버의 해명

많은 언론사가 멀쩡한 편집국과 별개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으로 구성된 이슈 대응팀을 두고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다. 한 사람이 하루 50개씩 기사를 쏟아내는데 이런 기사들이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광고수입의 대부분을 벌어들인다. 한때 어뷰징이 심한 언론사들을 퇴출하곤 했던 네이버와 다음은 언젠가부터 유력 언론사들의 어뷰징을 방치하고 있다. 검색 결과에 클러스터링 기법을 도입했지만 어뷰징을 근절하는 데 실패했다.

클러스터링 방식의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클러스터링 방식의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아직 한국에는 성공한 콘텐츠 유료화 모델이라고 할 만한 게 많지 않다. 일부 언론사들의 프리미엄 서비스는 기업 홍보실에 아이디를 강매하는 B2B 모델로 변질했고 기업의 약점을 들춰내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조폭적’ 영업행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뉴스 시장은 음악 시장과도 다르고 웹툰 시장과도 다르고 동영상 VOD 시장과도 다르다. 뉴스는 여전히 공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갑을 열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근본적인 차이는 음악은 개인의 선호가 분명하고 반복해서 듣거나 소유의 욕구가 존재하지만, 뉴스는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고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다른 콘텐츠가 있다. 웹툰처럼 다음 편이 기다려지는 연결된 콘텐츠도 아니다. 동영상과 비교하면 완성도도 떨어진다. 결국, 해체된 브랜드를 복원하고 파편화된 뉴스를 맥락으로 다시 구성하는 게 관건이지만 주류 언론의 플랫폼은 아직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B2B로 전락한 프리미엄 뉴스

제한적인 실험이지만 한국 뉴스 생태계에서 뉴스타파의 등장은 분명히 새로운 변화를 불러왔다. 탐사보도는 사실 모든 언론의 본질이고 과제지만 뉴스타파는 오래된 향수를 끌어내 차별화 전략에 성공했다. 뉴스타파는 월 3억 원 이상의 후원금이 들어오는데 덕분에 광고와 자본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많지 않은 언론사가 됐다. 국민TV는 월 2억 원 이상, 고발뉴스는 세월호 참사 이후 후원자가 늘어 최근에는 월 9,000만 원 정도가 들어온다.

다음 뉴스펀딩도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아직은 실험적인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다. 뉴스 시장의 틈새를 공략한 다양한 주제와 출시 반년 만에 10억 원의 후원을 끌어낸 놀라운 기록이 돋보이지만, 다음이 뉴스펀딩을 띄우기 위해 곳곳에 링크를 심고 수천만 명의 독자들이 거쳐 갔다는 걸 고려하면 주류 언론의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분명히 의미있는 실험이지만, 트래픽을 집중시키는 만큼의 이슈 소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언론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돈을 낼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내고 있고 더 늘어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10만인 클럽을 표방했던 오마이뉴스는 아직 한 번도 후원자가 1만 명을 넘지 못했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프레시안 역시 5,000명에 훨씬 못 미친다. 민중의소리나 미디어오늘 역시 마찬가지다. 구독도 광고도 후원도 유료 서비스도 모두 실패했거나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조합커뮤니티 페이지  http://www.pressian.com/news/community.html
프레시안 조합커뮤니티 페이지

뉴스가 아닌 부대사업에서 해법을 찾는 언론사들도 있다. 경향신문은 한때 부동산 사업에 손을 댔지만 큰 재미를 못 봤고 출판사업이나 교육사업, 심지어 요식업에 뛰어든 언론사들도 있었지만, 주력 사업부문의 침체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블로터가 그나마 독특한 사례인데 교육사업(블로터아카데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다. 블로터의 독특한 콘텐츠 지형과 상대적으로 가벼운 규모의 언론사라서 가능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맘에 드는 언론사 골라서 묶어 후원하기 

마지막으로 미디어오늘과 몇몇 언론사들이 중심이 돼서 추진하고 있는 공동 구독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핵심은 한 언론사에 월 1만 원을 내기는 왠지 아깝거나 부담스럽지만, 5개 언론사에 1만 원을 나눠주는 건 부담이 덜하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가령, 1만 원을 10개 언론사에 나눠서 줄 수도 있고, 이번 달에 슬로우뉴스 기사가 특히 좋았다면 슬로우뉴스에 5,000원을 주고 나머지 9개 언론사에 나머지 5,000원을 나눠서 줄 수도 있다.

저금통 돈 돼지

희망하는 언론사는 모두 참여하게 해서 풀을 넓게 가져갈 계획이다. 각 언론사가 하루 5개 미만의 핵심 기사를 송고하면 모아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병행한다. 오마이뉴스 등은 기존의 후원회원을 빼앗길까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신규 후원이 늘어나는 효과를 고려해 판단하면 된다. 기대 수준을 낮게 잡고 있긴 하지만 뉴스 콘텐츠에 비용을 지급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질 높은 콘텐츠 생산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확산하리라 믿는다.

결론을 정리하면 결국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도 언론사는 뉴스 콘텐츠를 팔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직접 뉴스를 팔든 후원을 받든 생존을 위한 혁신이 유일한 해법이다. 눈앞의 수익을 좇으려다 콘텐츠 혁신의 기회를 놓치거나 잠재적인 독자들을 뉴스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면 이 과도기가 지난 뒤 영원히 도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혼돈의 시기를 버티되 경쟁력 있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다.

민들레 꽃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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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재단에서 발행하는 월간 신문과방송 6월호에 게재됐던 글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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