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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조(피해자 보호)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한국기자협회 제정, ‘재난보도준칙’ 중에서

오죽하면 유가족들이 댓글창을 닫아 달라고 포털과 언론사에 요청했을까요.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관련 기사의 댓글창을 닫아 달아고 요청했습니다(참사 49재 1차, 참사 100일 2차, 1주기 제3차). 이 요청에 성실하게 응한 곳도 있었고, 요청을 무시한 곳도 있었습니다. 민주언론연합이 그 현황을 꼼꼼하게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 참여해 희생자와 유가족, 피해 생존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온전한 진상규명과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감시위원회 활동으로 발표하는 이번 보고서는 민언련이 작성해 11월 8일(수) 발표했습니다. (민언련)

10.29 이태원 참사 장소에 마련된 기억 공간. 2023년 10월 28일. 위키미디어 공용. *Youngjin CC BY-SA 3.0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10월 25일, 포털과 언론사에 참사 1주기 보도 댓글창을 닫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참사 49일 시민추모제, 올해 2월 4일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1차 요청 때는 시민추모제 당일 하루, 2차 요청 때는 시민추모대회 전후 1일을 포함해 3일간, 이번엔 시민추모대회 전후 2일을 포함해 5일간(10.27.~10.31.) 댓글창 닫기를 요청했습니다.

1차 댓글닫기 요청엔 포털 중 카카오만 댓글 서비스를 중지했습니다. 2차 요청엔 카카오는 중지, 네이버는 언론사와 이용자에 협조를 공지하는 식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언론사의 경우 1·2차 요청 모두 네이버 댓글창을 직접 닫은 곳은 MBC, SBS, TV조선, YTN 등이었습니다. 두 기간 모두 네이버 댓글창을 열어둔 언론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었습니다.

다음 ‘중단’, 네이버 ‘언론사 및 이용자에 협조요청’


이번 3차 요청에 대한 포털·언론사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먼저 포털의 경우 2차 요청과 비슷했습니다. 카카오는 10월 26일 다음뉴스 공지사항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요청으로 관련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를 중단합니다]를 통해 “5일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보도의 타임톡 서비스를 중단합니다”라고 알렸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개별 언론사 및 개별 기사 단위로 댓글창 제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댓글창 관리를 부탁한다는 공문을 언론사에 보내놓은 상태’라고 회신했습니다. 이어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댓글창 상단에 공지를 띄워 “네이버는 지난 2018년부터 언론사가 직접 해당 매체 기사의 댓글 제공여부와 정렬옵션, 댓글 중단여부를 결정하는 ‘언론사 댓글 정책 선택제’를 시행중입니다”라며 “10·29 참사 1주기 관련 보도의 경우에도 언론사가 선제적으로 댓글을 닫을 수 있도록 협조 요청드렸습니다”,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댓글로 상처받지 않는 추모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악플이나 개인정보 노출이 우려되는 글들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알렸습니다.

△ 3차 댓글 중단 요청에 대한 각 포털사 대응(왼쪽 네이버·오른쪽 다음) 출처는 포털 공지 갈무리.

두 포털 모두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의 요청에 응답하고, 뉴스댓글의 역기능을 인지하여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그러나 네이버 ‘언론사 댓글 정책 선택제’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로서 뉴스댓글 서비스 관리 및 개선의 책임을 언론사에 떠넘기는 것이란 비판도 있는 만큼 근본 대책은 아닙니다. 네이버는 2004년 뉴스댓글 서비스 도입 이후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개편을 거듭해왔습니다. 네이버가 플랫폼 사업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면 뉴스댓글 서비스 개선에 더 적극 나서길 바랍니다.

50개 언론사 중 9곳 제대로 응답


한편 언론사 중 3차 댓글 중단 요청에 응답한 곳은 어디일까요. 카카오 다음뉴스는 포털 차원에서 댓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만큼, 네이버뉴스에서 ‘이태원’, ‘시민추모대회’를 포함한 기사 중 네이버 인링크(inlink·언론사 자체 사이트가 아닌 포털 사이트 내에서 유통되는 뉴스) 기사 댓글창 열림 여부를 모니터링했습니다. 기간은 시민추모대회 당일인 10월 29일로 한정했습니다.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한 댓글창’을 닫아 달라 요청했으나 시민추모대회 관련 보도의 댓글창은 닫고, 그 외 보도의 댓글창은 열어두는 언론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사진기사를 포함해 총 50개 언론사 459개 기사가 나왔는데요. 모니터링 대상 기사 모두에서 댓글창을 닫은 언론사는 미디어오늘, 서울신문, 시사저널, 아시아경제, 여성신문, 연합뉴스TV, 중앙일보, 채널A, MBN 9개 언론사였습니다. 이들은 이날 쓴 시민추모대회 관련 기사 모두 댓글창을 닫았습니다. 2차 요청 당시 민언련 모니터링 결과, 3일 동안 모니터링 대상 기사 모두 댓글창을 닫은 언론사는 국민일보, 국제신문, 매일신문, 머니S, 부산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경제, 여성신문, 프레시안, 한겨레21, 한국일보, MBC, SBS, TV조선, YTN이었는데요. 2차와 3차 모니터링 결과 모두 댓글창을 닫은 언론사는 서울신문, 아시아경제, 여성신문 세 곳입니다.

시민추모대회 직접 연관 기사만 닫기도


댓글창을 열어둔 기사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댓글창을 닫았던 언론사도 있습니다. 댓글창 문제를 인식했으나 관련 보도 댓글창을 모두 닫는 데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느꼈거나 소극적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위 9개 언론사를 제외하고 노컷뉴스, 뉴스1, 뉴시스, 동아일보, 매일경제, 머니S, 서울경제, 세계일보, 연합뉴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한국일보, 헤럴드경제, KBS, MBC, SBS, TV조선, YTN 등 19개 언론사입니다.

19개 언론사에도 차이는 있습니다. 대부분 댓글창을 닫았으나 기사 1~3건이 열려 있던 곳은 노컷뉴스, 세계일보, 프레시안, YTN 등이었고 대부분 댓글창을 열어두었으나 기사 1~3건이 닫혀 있던 곳은 뉴스1, 뉴시스, 연합뉴스 등이었습니다.

또한 대부분 시민추모대회와 직접 연관 있는 기사 댓글창은 닫았으나 아닌 경우는 열어둔 언론사도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경우 모니터링 대상 4개 기사 중 시민추모대회를 직접 다룬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오후 서울 도심서 추모대회]와 시민추모대회 속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추도사를 다룬 [이재명 “이태원특별법 신속 통과로 진실 밝히고 책임 물을 것”]의 댓글창은 닫았고, [尹대통령, 교회 찾아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尹 “지난해 오늘, 가장 큰 슬픔…안전한 대한민국 만들어 희생 헛되지 않게”]의 댓글창은 열어두었습니다.

이데일리·조선일보 등 2·3차 모두 무응답


모니터링 대상 기사 모두 댓글창을 열어둔 언론사도 있습니다. 댓글창 문제에 공감하지 않거나 댓글창 중지 요청을 인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전일보, 더팩트, 데일리안, 디지털타임스, 매일신문,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부산일보, 아이뉴스24, 이데일리, 조선비즈, 조선일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한국경제TV, CJB청주방송, JTBC, KBC광주방송 등 22곳이 댓글창을 열어두었습니다.

‘이태원 시민추모대회’를 검색하여 나온 결과이므로, ‘이태원’만 검색하여 다시 살펴봤습니다. 댓글창을 닫아 놓은 기사가 1개 이상 있는 언론사는 경향신문, 매일신문, JTBC로 댓글창 중지 요청을 인지하고 실행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태원’으로 다시 검색했을 때도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국민일보, 대전일보, 더팩트, 데일리안, 디지털타임스, 머니투데이, 문화일보, 부산일보, 아이뉴스24, 이데일리, 조선비즈, 조선일보(이태원, 핼러윈으로 검색한 경우도 마찬가지),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한국경제TV, CJB청주방송, KBC광주방송 등 19곳은 댓글창을 열어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3차 모두 댓글창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곳은 강원일보, 더팩트, 디지털타임스, 아이뉴스24, 이데일리, 조선비즈, 조선일보, 파이낸셜뉴스 8곳입니다. 2·3차 댓글창 중지 요청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한정적이라 댓글창 관리에 노력한 언론사와 부실한 언론사를 모두 찾을 수는 없으나 눈에 띄는 점은 2·3차 요청에서 달라진 언론일 것입니다. 시사저널, 서울경제, 중앙일보는 2차 모니터링에서 댓글창을 열어둔 반면 3차 모니터링에선 댓글창을 전부 또는 일부 닫았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8곳처럼 달라지지 않은 언론도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인 포털과 언론, 두 주체의 뉴스댓글 서비스가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감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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