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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4: 분노와 행복의 메타포

인지언어학(Cognitive Linguistics)과 언어교육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인지언어학적 세계관과 방법론이 언어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가르치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영어교육 관계자 그리고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필자)

(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목차

지난 연재를 통해 메타포는 언어의 장식이라기보다는 사고의 근간을 이루는 인지 패턴이며,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추상적인 개념이나 상태를 나타낼 때 자주 사용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논의를 이어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좀 더 구체적인 예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감정과 관련된 표현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4: 분노와 행복의 메타포

감정은 생물학적인 측면과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모두 가진 복합적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화(분노)’를 생각해 봅시다.

화가 나는 이유(사소한 실수, 아픔, 오해, 사회 부조리 등), 분노의 영향(지적, 정서적, 사회적, 생리적 영향), 분노가 표출되는 방법(내적 긴장, 표정의 변화, 예술적 표현, 정치 집회, 신체적 행동 등) 등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분노라는 감정의 원인, 과정, 결과가 매우 복잡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행동에 대해 개인이나 특정한 사회집단, 문화권 별로 다른 반응을 예상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분노는 폭풍이다

Metaphor: A Practical Introduction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감정의 수많은 특성을 모두 코드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감정의 여러 측면 중에서 특정 부분을 선택적으로 개념화하여 표현합니다. 다시 말해, 감정이라는 복합체의 한 부분에 집중하여 우리가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번역’해 주는 것입니다. 메타포는 이 번역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 졸탄 코베세스(Zoltán Kövecses)는 [Metaphor: A Practical Introduction]에서 분노를 폭풍에 연결한 표현들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분노는 폭풍이다.”라는 메타포를 생각해 보세요. 구체적으로 “It was a stormy meeting.” (폭풍 같은 회의였다.) 혹은 “He stormed out of the room.” (그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라는 표현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폭풍은 분노한 사람이다.”라는 메타포 또한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ngry waves” (성난 파도)라든가 “The storm was raging for hours.”(폭풍은 몇 시간 동안이나 으르렁거렸다.)와 같은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28페이지)

“분노는 폭풍이다.”라는 메타포를 사용한다고 해서, ‘분노’라는 단어가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슬픔과 분노의 허리케인”과 같은 표현도 자연스럽게 쓸 수 있으니까요. “The hurricane of grief and anger swept the nation.” (슬픔과 분노의 허리케인이 나라를 휩쓸었다.)과 같이 말이죠. (31페이지)

출처: [Metaphor: A Practical Introduction]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직설적인 표현과 비유적인 표현이 같은 목적어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허리케인이 전국을 휩쓸고 갔는데, 국가의 재난구조 조치가 늦어져서 많은 사람이 죽었고, 이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했다면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겠지요.

People’s anger as well as the hurricane swept the nation.

(허리케인뿐 아니라 사람들의 분노가 전국을 휩쓸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the nation”이 “anger”라는 단어와 조응할 때와, “the hurricane”과 조응할 때 그 의미가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the nation”은 사람들, 구체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심리적 대상)을 의미한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특정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땅덩이(지리적 대상)를 지칭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의미적 역동성은 분석적인 독해를 통해 드러나지만, 평소에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요.

분노는 광기이며 폭발이다

맥밀란 사전이 발행하는 [MED Magazine]을 참고하여 분노에 대응되는 개념 몇 가지를 더 찾아보았습니다.

MED 매거진

먼저 분노는 종종 go crazy 혹은 go mad와 같은 어구로 표현되는데요. 이 경우 “분노는 광기다.”(Anger is madness.)라는 메타포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아래의 표현들도 분노를 광기로 표현하는 예에 해당합니다.

go bananas, go berserk, go crazy, go loopy, go mental, drive somebody bonkers, madden, drive somebody nuts

그러고 보니 우리말에서도 “아 정말 미치겠네.”라든가 “돌겠네.” 등은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네요.

다음은 “분노의 표출은 폭발이다.”(Anger is explosion.)라는 개념입니다. 인간이 감정을 담고 있는 용기(container)로 개념화되기 때문에 가능한 메타포죠. 예를 들면, well up이라는 표현은 “Anger wells up whenever I think about that time.” (그때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와 같이 사용됩니다. well이 동사로 사용되면 ‘액체가 표면으로 흘러나오다’라는 뜻이므로, 감정이 안에서 바깥으로 분출되는 것을 well up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물론 이런 표현은 분노뿐 아니라 다른 감정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Hate welled up inside her when she was reminded of the attacker.”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떠올리자 그녀의 마음속에서 증오가 솟아올랐다.)에서는 분노 대신 증오가 주어로 쓰였습니다. Well up과 함께 gush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분노를 폭발에 빗대어 묘사하는 어구에는 다음과 같은 예들이 있습니다.

blow up; blow a fuse/gasket; blow your top/stack; erupt (like a volcano); fume; hit the roof/ceiling; go through the roof; go ballistic (like a missile); blow off steam; vent; give vent to

출처: MED Magazine

기쁨은 차오르는 것

감정의 주체를 용기(container)에 비유하는 것은 분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I was full of joy at that time.” (나는 그때 너무나 기뻤어.) 이나 “The victory filled us with joy” (“우린 승리로 너무나도 기뻤어.) 등의 문장을 보면 기쁨(joy)을 느끼는 주체가 채우거나 비울 수 있는 용기로 개념화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컵 혹은 그릇의 끝 부분까지 채운다는 뜻의 단어 brim도 “My son was brimmed over with joy when he saw the dinosaur set.” (공룡 세트를 보는 아들은 기쁨이 넘치는 모습이었죠.)와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표현들이 감정의 주체를 용기로 개념화하는데요. 몇 개의 유용한 표현들을 열거해 봅니다.

“She couldn’t contain her joy any longer”

“the sight filled them with joy”

“She was bursting with happiness”

“He was overflowed with joy.”

출처: [Happiness: A definitional effort]

학생들이 단어 대부분에 직설적인 의미와 비유적인 의미가 모두 있음을 배우는 것은 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의 뜻 몇 개를 더 아는 것을 넘어, 언어와 사고가 작동하는 근본적인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문장을 이루는 단어들, 문장 사용의 맥락(context), 발화자의 의도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다양한 메타포적 의미가 생겨난다는 원리 말입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메타포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언어가 담고 있는 다양한 메타포들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가르쳐 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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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성우
초대필자, 응용언어학자

성찰과 소통, 성장의 언어 교육을 꿈꾸는 리터러시 연구자입니다. "삶을 위한 영어공부"라는 관점에서 영어교육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산문집 [어머니와 나]를 썼고, ‘영어논문쓰기 특강’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작성 기사 수 : 7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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