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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코리아(Uber Korea)는 자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우버엑스(uberX)를 2014년 11월 29일 오전 9시부터 유료로 전환했다.

우버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운전기사와 승객을 손쉽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유명하다. 이미 미국, 독일 등 세계 37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지난 2014년 7월 31일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급형 서비스인 우버블랙(UberBLACK)이 아닌 ‘라이드쉐어링(ridesharing)’을 표방한 우버엑스와 우버팝(uberPOP) 같은 서비스는 한국에서 여객운수사업법 위법 여부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서비스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프로모션을 명목으로 무료로 제공돼 위법이 아니었지만, 이번 유료화 결정으로 더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버엑스가 유료로 전환되는 큰 변화가 생겼음에도 아직 제대로 관련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다. 유료화 공지를 접한 우버의 회원도 굉장히 적다. 어떻게 된 일일까?

비밀리에 공지… 우버엑스가 유료화된다는 것을 알리지 마라

우버엑스 유료화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것은 우버엑스 기사들이다. 11월 28일 오후 3시경, 우버는 자사에 등록된 기사들에게 장문의 공지 MMS를 발송했고, 해당 문자에는 ‘uberX 유료화 결정’, ‘수수료 변경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정책 변경 관련 내용이 담겨있었다. 기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당장 내일 변경되는 정책을 18시간 전에 전달받았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당황한 기사도 상당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11월 29일 오전 9시부터 우버엑스가 유료화된다는 소식과 함께 기존 20%이던 수수료를 0%로 줄이고, 우버의 1콜당 지원금을 3,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불법적 요소가 생긴 만큼 기사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기사의 수익 비율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항의하는 기사들에게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한정 인원의 회원만 우버엑스를 요청할 수 있으니 안심하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들에게 위와 같은 메시지가 발송된 지 3시간 후인 오후 6시쯤. 우버 이용자들에게 유료화 공지 이메일이 발송됐다. 하지만 이 이메일을 모든 우버 회원이 받은 것은 아니다. 평소 우버를 많이 이용하는 일부 헤비 유저를 중심으로만 메일이 발송됐고 대부분의 우버 회원은 유료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다양한 소식이 빠르게 안내되던 우버 서울의 공식 블로그에는 우버엑스 유료화를 확정한 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소식이 공지되지 않고 있으며, 당분간 공개적으로 발표할 계획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버에서 헤비 유저에게만 보낸 유료화 안내 메일
우버에서 헤비 유저에게만 보낸 유료화 안내 메일

금요일 오후 유료화 발표? 전략적 시간 선택 그리고 꼼수

새로운 서비스를 금요일 오후에 공개하거나 주말 아침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마케팅적인 차원에서 ‘이 서비스를 절대 모르셔야 합니다.’라는 의도를 담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식이 퍼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버의 의도는 정확히 그렇다고 본다. 우버의 불법 요소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과 기자들이 퇴근하기 시작한 금요일 오후 6시에 일부 회원들에게만 메일을 발송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의도와는 반대로, 조선일보에서 이를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곧 많은 언론사와 공무원들도 이를 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버의 사전 공지대로 29일 아침부터 일반 회원은 우버 앱 상에서 우버엑스를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공지를 접하지 못한 회원은 단순 오류로 인식할 수도 있는 노출 방식이다.

우버엑스 유료화 전후 App 구동화면. 유료화 전(좌)엔 모든 이용자가 우버엑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29일 오전 9시 이후(우)부터는 우버엑스를 검색할 수 없다. 일부 이용자들만 볼 수 있다.
우버엑스 유료화 전후 App 구동화면. 유료화 전(좌)엔 모든 이용자가 우버엑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29일 오전 9시 이후(우)부터는 우버엑스를 검색할 수 없다. (하단 화면) 일부 이용자들만 볼 수 있다.

이제 우버엑스가 유료로 제공되면서 여객운수사업법을 명백하게 위반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우버 담당자와 우버엑스 기사는 적발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우버는 헤비 유저만 이용할 수 있게 폐쇄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이를 임시 해결했다. 이미 우버에 의해 선정된 헤비 유저 외에는 우버엑스의 불법 영업의 구체적 사실 자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정 횟수 이상 우버를 이용하고 좋은 별점을 부여한 회원은 안전(?)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 모습은 마치 단통법을 피해 온갖 암호를 동원하고 폐쇄형 SNS를 이용해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우버엑스 기사 “철저한 계산 하에 움직이는 듯”

내가 만난 한 우버엑스 기사는 “우버가 노하우를 바탕으로 철저한 계산 하에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37개국에 진출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각국 정부와 택시기사들의 집단 반발마저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 이 기사의 생각대로일까?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3,000명의 택시 기사가 ‘우버 반대 시위’를 열고 이 시위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지난 18일, 우버의 한국 가입자는 455%나 상승했다.

출처: 우버 블로그
우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 현상을 자축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우버 블로그 캡처)

또 다른 우버엑스 기사는 “법인 택시 기사도 해보고, 대리 기사도 해봤지만, 대한민국에서 운전기사로 돈을 벌면서 승객과 회사(우버)로부터 이렇게 존중받아본 건 처음“이라고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하루 13만 원이 넘는 법인택시 사납금, 7천만 원이 넘는 개인택시 자격비용이 필요한 사회적 비용임에는 동의하지만, 그 ‘돈’사이에서 한 번도 존중받지 못했다는 것. “공격적인 우버의 행보와 ‘불법’이라는 것이 기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미래”라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탑승했던 우버엑스 차량. 개인적으로 택시보다는 우버엑스를 택하고 싶다.
내가 탑승했던 우버엑스 차량. 개인적으로 택시보다는 우버엑스를 택하고 싶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우버코리아

11월 29일 오전 9시부로 우버엑스의 불법논란은 재점화 됐다. 우버엑스는 믿을 수 있는 승객 사이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 우버엑스 기사는 “유료화 직후에 먼저 나서서 영업할 수는 없겠지만, 분위기를 봐서 운전을 시작할 것”이라며 “각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버가 피해 나갈 수 있는 법리적 검토를 거쳤을 것 같다”고 우버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일부 전업형 우버엑스 기사는 차량, 유류비를 제공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부족한 공급을 전업 기사를 통해 우선 해결하고, 폐쇄형 운영으로 지자체의 단속을 무력화한 이후 본격적으로 개방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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