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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과거 미국과 인도 등 일부 선거에서 적용했던 ‘투표인증'(I’m a Voter) 기능을 우리나라 지방선거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확대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아직 한국에서 적용할 모습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과거 사례로 미루어 보면 한국 사용자들은 선거 당일 아래와 비슷한 화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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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투표인증” 기능

이제 우리나라 페북 이용자도 투표인증 통한 ‘투표독려’ 가능

선거일이라는 것을 알리는 타이틀 아래, 그 시점까지 투표인증을 한 친구의 프로필 사진, 친구의 수 및 전체 투표인증인 수를 표시한다. 그리고 해당 사용자에게 투표인증 버튼을 눌러 인증에 동참할 것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민주주의의 구성원리는 ‘다수에 의한 의사결정’이다. 정당이 선거 과정에서 보다 좋은 정책을 만들려고 하는 것, 좀 더 훌륭한 정치인을 발굴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정책과 인물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려고 하는 것은 모두 다수의 지지를 받으려는 행동이다.

하지만 다수가 지지하는 것과 그 지지를 투표로 행사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할 통로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운동의 또 한 축은 지지자들을 설득하여 투표하게끔 하는 것이다. 특히 선거일 당일에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통상 “투표독려 (Get Out the Vote)”라고 불린다.

투표율 높이기? ‘면대면’ 방법이 효과 높지만 어렵다

하지만 실제 투표율을 높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투표는 소중한 행동입니다.”와 같은 호소도, “우리 정책이 월등히 더 좋으니, 꼭 투표해주세요.”와 같은 설득도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 정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오히려 가족이나 친구의 면대면 압력(social pressure)이 유효하다. 이것을 투표의 전염성(contagious voting)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전염의 속도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지인들의 면대면 투표독려의 효과는 대략 1~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면대면 투표 독려는 매우 힘든 일이다. 한사람이 투표 당일 과연 몇 명에게 독려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면대면 독려활동에 나서겠는가?

그래서 투표독려 활동은 중요한 선거운동이지만 어렵고 효과가 낮아 적극적으로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 물론 불법적인 것을 포함하면 얘기가 다르다.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과거 독재 시절 자동차를 동원해서 유권자들을 투표장까지 실어 날랐던 행위를 생각해 보라.

정보통신 발달로 투표독려의 새 지평 열다

반면 정보통신의 발달은 투표독려 활동에 새 지평을 열었다. 필자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일 친구들로부터 투표하러 가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받았다. 투표하지 않으면 큰 죄를 짖는 듯한 느낌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도 친구들에게 독려해야 한다는 상당한 압력(?) 또는 희열(?) 뭐 그런 것을 느꼈었다.

그리고 최근의 총선과 대선에서는 투표장 앞에서 찍은 소위 인증샷이 대유행이었다. 이것은 휴대폰에 장착된 카메라와 사진전송 기능 덕이었다. 다만 그 효과는 다양한 설이 분분할 뿐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네이처’를 통해 본 페이스북 투표인증 기능

다행히도, 페이스북은 투표인증 기능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에 앞서, 2010년 미국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방대하고 치밀한 실험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를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6천만 명 이상의 미국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임의로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1. 소셜정보 그룹: 페이스북 친구들 중 누가 투표했는지 알려줬고, 전체 투표자 수도 알려줬다.
2. 단순정보 그룹: 전체 투표자 수만 알려줬다.
3. 통제 그룹: 선거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않았다.

페이스북 투표인증 기능의 투표율 재고 효과
페이스북 투표인증 기능의 투표율 재고 효과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우선 투표선언(투표인증 버튼 클릭)으로 투표율 제고 효과를 측정해 보면, 소셜정보그룹에 속한 사용자들이 단순정보 그룹에 비해 2.08% 더 투표율이 높았다. 통제 그룹 사용자는 투표인증 버튼 자체가 없었으므로 이 그룹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몇 명이 투표했는가에 관한 페이스북 정보에 비해, 나의 페이스북 친구 중 누가 얼마나 투표했느냐는 사회적 정보를 접할 수 있을 때 상당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 ‘안’ 투표율 vs. 페이스북 ‘밖’ 투표율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투표선언이 늘어난 것이 실제 투표 증가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실제 투표를 추적하였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연구 목적일 경우 투표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자료를 통해 보니, 소셜정보그룹에 속한 사용자들이 단순정보그룹에 비해서도, 통제그룹에 비해서도 모두 실제 투표가 0.39% 더 높았다.

이로부터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소셜’한 관계의 영향을 받아 페이스북 ‘안에서는’ 투표인증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인의 사회적 압력에 대한 거짓 반응(과장된 측면)이었다. (2.08%가 아닌, 0.39% 투표율 제고)

2. 투표율 제고는 전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단순정보그룹과 통제그룹 사이에 차별 없음).

가까운 페이스북 친구 관계일수록 투표율 높아져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페이스북 친구 중에서 가까운 친구와 소원한 친구의 투표율 제고 효과가 다르냐는 문제를 살펴보았다.

페이스북상에서의 상호활동(댓글쓰기, 좋아요 버튼 클릭, 태그 붙이기 등)의 빈도를 통해서 해당 사용자의 친구를 10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었다 (가장 소원한 소그룹1에서부터 가장 친밀한 소그룹10까지).

이들 소그룹별로 효과를 살펴본 결과는 소그룹1~7 에 속한 친구들이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는 거의 없고, 소그룹8에 속한 친구의 효과는 어느 정도 있지만, 우연일 가능성을 기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소그룹9와 소그룹10 효과는 각각 0.172%, 0.224%로 뚜렷이 높았다.

페이스북 투표인증, 한계 있지만 투표율 상승 기대

요약하자면, 연구의 핵심 결론은 페이스북을 통한 네트워크 전달이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는 수치상으로 아주 크지는 않을지언정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대부분 실제 면대면 관계도 가질법한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초대규모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그리고 투표인증 버튼을 클릭하는 독려활동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 2010년 미국실험과 시뮬레이션의 결론은 순수히 페이스북 효과만으로 34만 명 이상이 추가로 더 투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최근의 선거들이 대부분 박빙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페이스북의 공인 투표인증 기능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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