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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애호가들은 잘 아시겠습니다만, 2012년 경리단 크래프트웍스, 맥파이로부터 시작한 ‘크래프트 맥주’ 바람이 이제는 이태원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웍스, 맥파이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시발점이 된 크래프트웍스, 맥파이

그동안 비슷한 맛의 한국 맥주를 찾던 사람들이 이제는 새로운 한국 맥주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죠. 위 두 곳뿐만 아니라 수많은 곳에서 ‘사장님이 개발한 수제 맥주’, ‘ 자체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 에일 맥주’ 등등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해 본인들의 맥주를 홍보하고, 판매합니다.

그런데 만약 ‘진짜’와’ 가짜’가 섞여 있다면?

자체 양조 시설을 갖춘 브루펍들이 있고, 자신들의 레시피로 맥주를 위탁 양조해 생산하는 곳도 있지만, 뻔뻔하게도 단지 이름만 바꿔 팔면서 본인들이 만드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곳도 있습니다.

직접 맥주를 생산하는 크래프트 브루어리(brewery, 양조장)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리브랜딩’과 ‘컨트랙트 브루잉’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box type=”info” head=”‘리브랜딩’이란?”]

브랜드는 모두 다 아시다시피 그 회사가 제공하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아우르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그 이름 이상의 무언가입니다. 이 ‘리브랜딩’(Re-Branding)은 기존 브랜드를 그냥 이름만 바꿔서 자신의 브랜드인 양 내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box]

이 시간에도 많은 펍들이 ‘카파 브루어리’‘세븐브로이’에서 만들어진 그 고유의 맥주들을 주류도매상으로부터 납품받아 이름을 바꾸고, 새로 라벨 또는 잔을 만들고, 심지어 자신들이 레시피를 만들어서 위탁 양조하고 있다고 홍보합니다.

그런데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해 위탁 양조하고 있다는 맥주들이 스타일마다 맛이 다 똑같다? 여기 바이젠이나 거기 바이젠이나, 여기 IPA나 거기 IPA나 왜 어디서 먹어 본 것 같다?

왜냐하면, 똑같은 맥주니까요!

그래서 그 간단한 구별법 몇 가지를 알려드립니다.

간단한 리브랜딩 구별법

1. 자체 생산 맥주의 종류가 네 가지다?

현재 진짜 자체 위탁 생산하는 곳들은 한 번에 네 가지 맥주를 위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공급이 수요에 비해 작아서 양조장에서 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진짜로 맥주를 만드는 곳은 잘 알려진 스타일 보다는 본인의 창의성을 발휘한 맥주 스타일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 필스너, 바이젠, 스타우트, IPA ,마일드에일 중 네 가지 이상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세븐브로이 맥주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바이젠, 필스너, 골든에일, 다크에일, IPA 중 네 가지를 이상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카파 브루어리 맥주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계의 '노을'과 크래프트원의 '밍글'
사계의 ‘노을’과 크래프트원의 ‘밍글’

사계의 노을이라던가, 크래프트원의 밍글 등등 많은 컨트랙트 브루잉 또는 자체 생산 맥주들은 저런 식으로 판매하지 않습니다.

2. 위탁 양조 어디서 하세요?

서버나 사장님께 ‘맥주 어디서 만드시는 거에요?’라고 물어보시면 사이즈가 딱 나옵니다.

‘청평’이면 카브루(Ka-Brew)고, ‘횡성’이라고 하면 세븐브로이(7brau)입니다.

3. 사장님이 직접 만드세요?

위 두 가지를 만족하고, 사장님이 직접 만드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다면, 그냥 100% 거짓말입니다. 국내법상, 주류제조업체가 시설이나 면허를 빌려주는 것은 주세법 위반 사항입니다. 직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양조할 수 없습니다.

자체 레시피 수제 맥주를 만드는 두 가지 방식 

그럼 자체 레시피로 만든 ‘진짜’ 수제 맥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두 가지입니다. 정말로 자체 양조시설을 가진 곳이거나, 컨트랙트 브루잉을 하거나.

[box type=”info” head=”‘컨트랙트 브루잉’이란?”]

컨트랙트 브루잉(Contract Brewing)은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OEM,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을 일컫는 말입니다. 크래프트 브루잉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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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양조장에 본인의 레시피를 가지고 가거나 혹은 양조장과 협의 하에 본인들만의 맥주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 바로 컨트랙트 브루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아 왔던 ‘사장님이 개발한 수제 맥주’, ‘자체 레시피로 만든 크래프트 비어’ 같은 맥주들이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기존 그 맥주 양조장에서 생산됐던 맥주와는 다르게 주로 위탁 양조하는 쪽의 아이디어 같은 것을 반영하여 시중에 없는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주로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경리단 – 이태원 일대 크래프트 맥주로 알려진 모든 곳이 바로 이 형태로 맥주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고, 홍대와 강남 등 몇몇 곳도 이런 방식으로 자체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점점 이런 방식을 채택한 곳이 늘어가는 추세고, 그에 더해 많은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은 양조장 나름대로 좋은 맥주를 만들고, 또한 여력이 되는 곳은 컨트랙트 브루잉을 통해서 크래프트 맥주계의 산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컨트랙트 브루잉을 하는 곳들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스텝인 양조장으로 나아가는 그런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 그만두세요 그런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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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ny Louie, CC BY

지금이라도 리브랜딩 같은 거짓 홍보, 거짓 세일즈는 사라져야 합니다. 이 맥주가 원래 어디서 만들어진 것이고, 어떠한 스타일이며, 어떠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를 있는 그대로 손님께 전달하세요. 그런 거짓 세일즈 때문에 이 크래프트 맥주가 자리 잡는데 많은 브루어리들과 펍들이 쌓아가고 있는, 키워나가고 있는 파이가 순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압니다.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고는 싶지만, 지식은 없고, 만들어 준다는 곳도 없지만, 남들과는 차별화를 하고 싶은 마음. 그럼 공부하시면서 기회를 노리시든지, 여러 좋은 맥주들을 좋은 상태에서 서빙하면서 다른 마케팅 포인트를 찾으셔야죠.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해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소비자들도 말입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그런 한탕주의에 물든 ‘거짓’ 크래프트 펍의 상술에 놀아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이 파는 그 제품의 가치조차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그런 업장은 이 크래프트 맥주 씬에 어울리지도 않고요. 정말로 자신들의 혼과 열정을 담은 ‘진짜’ 크래프트 펍들이 늘고 있고, 지금 우리 소비자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기왕 돈 주고 마시는 맥주 제대로, 맛있게 마셔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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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지도 

맥주 지도(클릭!)를 보시면 크래프트 맥주 펍과 크래프트 브루펍, 바틀샵과 홈브루잉 서플라이 및 공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더욱 즐겁고 재밌게 맥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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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수제맥주가 인기를끄니까 그 인기에 편승해서 쉽게 이익을 보려는 곳들이 생겨나나보네요. 언제 접할기회가 되면 잘 구분해서 사먹어야겠네요 ㅎ
    그런데 맥주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지 크래프트 맥주, 컨트렉트 브루잉, 크래프트 펍(전문용어 인가요?) 같은 영어단어들이 생소해서 글을읽는데 살짝 방해되는 느낌이랄까.. 단어설명 후 수제맥주, 위탁생산, 수제술집 같은 친근한 한글로 풀어쓰면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ㅎ

  2. 이글 편집자입니다. 제가 맥주에 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 원문의 “크래프트원”이 “크래프트웍스”의 오타인줄알고 수정했네요.바로 정정하겠습니다.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3. 다른 글 보다가 우연찮게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우후죽순 생기는 ‘이름만’ 크래프트 비어인 가게들때문에 맥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매우 안좋았었는데, 중요한 포인트 잘 집어주신 글 때문에 속이 다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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