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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카오톡, 찻잔 속 폭풍인가 변화의 전주인가

인터넷과 모바일을 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카톡 검열 논란이 연일 화제다. 다음카카오는 빼도 박도 못한 채로 논란의 한가운데 껴서 욕을 먹는다. 각종 미디어는 정부 검열과 감청 문제를 언급하며 카카오톡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런 논란이 지속하면 카카오톡 사용량은 크게 줄수도 있다. 물론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 어쨌든 불은 붙었다. 다음카카오도 사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늦었지만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미디어의 ‘카카오톡 + 정부 검열’ 기사 세례는 이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충분하다. 사람들이 갑자기 카카오톡의 보안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제까지 카카오톡을 잘 이용해왔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카카오톡 서비스 초창기 때 ‘이용자의 허락없이 이용자 단말기에 있는 전화번호부를 자사의 서버에 전송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이 소수 있었다. 나도 그 중 하나다. 마치 네이트온 메신저를 이용하려는데 내 이메일 주소록 모두를 가져가겠다는 것과 비슷했다. 그것도 내 허락도 없이. 심지어 나 몰래!

하지만 당시 이용자의 불만은 찻잔 속 태풍이었다. 초기에 카카오는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아니, 대응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사과문을 냈는데, 그 내용은 이용자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서버에 전송하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사전 고지 없이 변경했다는 게 사과문을 낸 주된 이유였다.

약관 변경 관련 카카오톡 사과문

당시엔 약관을 사전고지 안 했다고 사과했고, 제3자 전화번호는 끌 수 있는 옵션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많은 이용자가 자신의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기꺼이 카카오톡에 넘겼다. 그래야만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현재 국내에서만 2천만 명 이상의 카카오톡 이용자가 있다.

카카오톡만 믿지 못하는 건가 

카카오 측이 검열 이슈에 대해 굉장히 서투르게 대응했으니 불똥이 카카오톡에게 튄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카오만 검찰에 ‘협조’를 하고, 기존 포털 서비스는 검찰에 저항했을까?

2013년 12월 네이버가 한국철도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이용하는 메신저 밴드의 대화 내용을 경찰에게 복사해준 일이 수면 위에 올라온 적이 있다.

네이버의 공식 답변은 “경찰이 철도노조 조합원들 밴드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한 건 맞다, 다만 네이버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범위를 밝히기 곤란하다”는 정도였다. 네이버 다른 관계자는 “우리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영장을 가져오면 내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출처: 미디어오늘 – 당신도 모르게 당신의 메일과 메신저가 털리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네이버는 지금 카카오톡이 받는 비판과 비난을 받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일이 있기 전인 2013년 1월 네이버는 프라이버시 센터(privacy.naver.com)를 오픈하면서 2013년 상반기 중에 수사기관 요청으로 검찰과 경찰 등에 회원 정보를 제출했는지를 알려주는 제3자 제공 내역 열람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1년여 후 이용자 몰래 자사 메신저 내용을 경찰에 내줬다.

기사와는 달리 지금 네이버 프라이버시 센터에는 이런 기능은 들어있지 않다. (출처: 연합뉴스 - 네이버 '수사기관에 회원정보 제공내역' 열람 서비스)

기사와는 달리 지금 네이버 프라이버시 센터에는 이런 기능은 들어있지 않다. (출처: 연합뉴스 – 네이버 ‘수사기관에 회원정보 제공내역’ 열람 서비스)

네이버 말고는 또 어디가 검·경에 ‘협조’했을까. 국회 법사위원회 홍일표 의원이 받은 대법원 자료를 보면, 올해 발부된 감청영장이 88건이라고 한다. 다음카카오는 올해 61건의 감청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으니 약 1/3인 21건은 카카오톡이 아닌 다른 서비스에 요청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 업체들은 어디일까? 그들은 과연 검·경의 요구를 거부했을까?

그럴리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했다면 사기업이 이를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장 집행은 공무다. 영장 집행을 거부하면 바로 불법이다. 그렇다고 ‘영장이 발부되면 이용자 정보를 넘기는 건 당연한 거야’라고 외치면 이용자에게 공분을 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표부터 고문 변호사까지 카카오톡은 정확히 ‘당연한 거야'(혹은 어쩔 수 없어!)라는 식으로 이슈에 대응했다.

솔직히 다음카카오 측에 아래와 같은 반응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이용자의 정보를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정부는 우리 이용자에게서 꺼져!’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정부에 협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용자와 이용자의 정보가 정말 소중합니다. 더욱 안전한 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

수사 협조가 무조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까지 마음대로 뒤지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기업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는 것 역시 원칙적으로 잘못은 아니다.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서, 쉽게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고위 정치인의 결정적 현장을 잡기 위해서, 어린 아이들을 해치고도 뻔뻔하게 돌아다니는 용의자를 잡기 위해서라면 일반 시민들은 아마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카카오 측을 독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노조를 감시한다거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나 18대 대선 댓글 조작사건처럼 최근 무리하게 각종 정보를 조작하는 국정원이 감청을 하는 것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감청, 개인정보 유출 등에 불안한 국민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텔레그램이라는 게 그렇게 안전해?

사실 텔레그램은 이번 카카오톡 감청 이슈 전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바로 전세계 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왓츠앱이 다운됐을 때이다. 하필 페이스북이 왓츠앱 인수를 선언한 며칠 후였다.

텔레그램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들

텔레그램이 주장하는 텔레그램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들

유료이긴 하지만, 광고나 잡다한 기능 없이 메신저 기능만으로 이용자를 늘려가던 왓츠앱이 지극히 상업적인 페이스북에 팔린 뒤 4시간 정도 다운된 것이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이었을까? 이 4시간 동안 전 세계 5백만 명 정도가 텔레그램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한국 사람들 몇십만 명이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갈아탔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안전하다고 믿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1. 정부로부터 안전하다.
  2. 기술적으로 안전하다.

1번, ‘정부로부터 안전하다’는 표현은 현재까지는 상당히 타당해 보인다. 우선 회사도, 서버도 한국에 없으며 텔레그램 개발자가 러시아 정부의 사용자 정보 요청을 거절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번,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표현은 대체로 동의하기 힘들다. 종단간 암호화 기능 등을 갖춘 것은 사실이나 객관적으로 그보다 더 안전해 보이는 메신저들도 있다. 쓰리마(Threema)나 텍스트시큐어(TextSecrue) 등이 그것으로 구글링만 해도 여럿이 나온다. 즉, 기술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텔레그램으로 갈아탄다는 건 ‘당연하게’ 별 의문 없이 이해되는 행동은 아니다.

물론 텔레그램의 어떤 부분이 명확히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어 반복이겠지만, 기술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텔레그램으로 갈아탄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이 부분에 있어서 현재 관련 배경 지식이 있는 전문가와 텔레그램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비전문가)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황우석 사건 때처럼 전문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즉, 1, 2번을 종합해보면 카카오톡 사찰 사태 이후 텔레그램을 설치하는 많은 사람의 심리는 ‘(나는 잘 모르지만) 기술적으로도 안전하다고 하니 안심이 되고, 한국 정부로부터는 확실히 안전하겠구나’ 싶은 게 아닐까 싶다.

왜 위축이 되나? 아무 문제가 없는 글을 올리면 위축될 일이 없는 것 아니냐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신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 발언 출처: 뉴시스)

즉, 수사기관이 수퍼컴퓨터를 돌리고 값비싼 DPI(심층패킷검사) 장비를 돌려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모조리 분석하고, 그 때문에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메시지가 다 다 밝혀지고, 텔레그램은 무슨 수를 써도 수사기관이 분석하지 못하니까 텔레그램으로 이주를 시도하는 게 아닐 것 같다는 거다.

해킹당한 회사나 감청 협조 해주는 회사나 다를바 없다는 인식들

‘내 정보를 국가가 나 몰래 혹은 내 의사와 관계없이 본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개인 입장에서는 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혹은 내 개인정보가 해킹된 것과 다를바 없다. 즉, 누군가 실수로 정보를 유출하든, 정보를 달라고 하는 정부에 협조하든, 내 개인정보가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은 같다.

이미 올해 초 ‘개인정보 1억건 유출 사고’가 터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보도 털렸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뭔가 달라진 건 없다. 유출 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는 금융사들은 별 이상 없이 여전히 성업 중이다. 심지어 유출 당사자인 KCB(코리아크레딧뷰로)조차 아이핀 서비스, 마이핀 서비스,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 등을 무리없이 잘 하고 있다. 우리는 꺼림칙하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으니 그 금융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 미디어에 지목된 카카오톡은? 대체재가 있다. 텔레그램이라는 게 있다. 전문가들은 텍스트시큐어나 오픈 위스퍼시스템즈 서비스도 추천한다. 라인도 있고, 왓츠앱도 있다. 그렇다면 한번 설치해 보는 거다.

찻잔 속 폭풍일까 변화의 전주일까

만약 내 친구들이 유행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쓰리마에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좀 알면 그동안 깔아뒀지만 쓰지는 않았던 라인이나 왓츠앱을 쓰거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더욱 자주 쓰게 될 수도 있다.

앞으로도 계속 기술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이 뒤섞인 이유로 텔레그램을 설치해보는 이용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누군가는 카카오톡을 아예 지워버리고 SMS 앱을 켤 수도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 탈퇴 화면

다시 돌아올지라도 누군가는 벌써 이러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 사용자는 2천만 명이다. 그 이용자의 ‘매우, 매우’ 상당수는 아마도 텔레그램이라는 단어를 몇 차례 더 미디어에서 봐도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아마 카카오톡을 깔끔하게 탈퇴하고 삭제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이 수백만 명은 될 것이다.

응답하라 다음카카오

사람들이 가진 배신감의 시작이 사실은 카카오톡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긴 것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왜 이용자가 아니라 정부에 협조하느냐’고 말한다. 마치 ‘왜 이용자를 우선 해서 지켜주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그동안 다음카카오 대표나 다음카카오측 변호사는 ‘우리는 이용자를 지키려고 사업을 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야. 우리나라의 성공한 기업은 다 그래!!’라고 말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실제로 기업은 자사의 이윤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더 많은 이용자들이 따지면 다음카카오는 변할 것이다. 이미 여러 업데이트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다.

사과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중단기적인 방안을 제시했고, 정보제공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를 깠다.

작년 미국에서도 NSA의 대규모 도·감청이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미국 기반의 거대 인터넷 회사 9개가 이를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대형 인터넷 기업들은 그 이전에도 적극적으로 이슈에 맞섰고 NSA 도·감청 이후에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사람들이 정부의 검열을 비판하며 카카오톡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카카오톡이 달라지길 바라기 때문일 수 있다. 기대가 있으니 소리를 높여 물어보는 거다. 과연 다음카카오는 이 질문에 어디까지 대답할 수 있을까.

reformgovernmentsurveillance.com

우리나라 기업들도 모여서 이런 걸 만든다면 어떨까. 이룰 수 없는 꿈일까? reformgovernmentsurveillance.com

만약 현재 한국 인터넷의 시작과 끝인 네이버가 이 사안에 공동 대응한다면 어떨까. 미국의 ‘리폼 거버먼트 서베일런스’처럼 한국의 큰 IT 회사들이 나서서 자신의 서비스 이용자를 위해 무엇인가 한다면… 이번 세대에서는 이루지 못할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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