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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업 홍보의 필수요소가 돼 가고 있다. 하지만 자사의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고객과의 소통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기업의 ‘입’이나 다름없는 SNS 담당자를 맡겨 기업의 이미지에 오히려 먹칠을 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과거 김정일 사망 시 애도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치자 팀장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사진을 올려 ‘과잉대응’ 논란까지 일으켰던 ‘탐앤탐스’ 트위터 소동이다.

글로벌 게임회사 한국법인 페이스북 담당자의 황당한 답변

이번엔 글로벌 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A)의 한국법인인 EA코리아가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2013년 3월 7일 EA코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 담당자가 “아시아 서버는 언제 개설하느냐”는 이용자의 질의에 대해 “아시아는 불법복제가 많아 서버 개설이 어렵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으며 수많은 정품 사용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든 것.

사건의 발단은 최근 출시한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2013)’의 접속 불안정에서 시작됐다. 심시티는 도시를 건설하는 내용의 전세계적 히트 게임 시리즈로, 출시되기 전부터 수많은 게이머들이 고대하는 기대작이었다. 이 때문에 출시 하루 만에 초판 물량이 매진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마치 지난번 블리자드가 기대작 ‘디아블로3’를 출시했을 때 순식간에 매진된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었다.

돈내고 게임을 구입한 소비자는 황당

문제는 ‘심시티’가 ‘디아블로3’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이용자들이 동시 접속하는 바람에 게임을 정상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웠다는 점에 있었다. 사실 심시티는 디아블로와 달리 멀티플레이(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서버에 접속해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의 중요성이 훨씬 떨어지고, 혼자 도시를 건설해도 되는 게임인데도 EA는 불법복제 등을 막기 위해 싱글플레이(서버 접속 없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혼자 게임하기)를 할 때도 무조건 오리진이라는 EA 게임 서버에 로그인해야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동시에 수많은 접속자가 몰리다 보니 접속이 안 되어 게임을 실행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돈을 내고 게임을 샀는데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으니 게임 회사에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항의 글을 올렸고, EA코리아는 서버를 증설하겠다는 공지문을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올렸다.

한 이용자가 아시아는 사용자가 가장 많은데 아시아 서버는 왜 만들지 않느냐, 언제 만들어주느냐고 질문하자 EA코리아는 공식 계정으로 다음과 같이 답한다. “불법복제가 많아 아시아서버는 현재로서는 조금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

EA코리아 공식계정의 아시아 이용자 비하
EA코리아 공식계정의 아시아 이용자 비하

사용자 불만이 폭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분명 EA는 돈을 내고 정품 인증을 받은 사람에 한해 오리진 서버에 로그인을 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 놓았고, 이러한 아시아인들을 위한 아시아 서버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한 것인데 갑자기 아시아의 심시티5 사용자들을 모두 ‘불법복제물 사용자’로 둔갑시킨 셈이다.

EA코리아 페이스북 항의댓글
EA코리아 페이스북 항의댓글
EA코리아 페이스북 항의댓글
EA코리아 페이스북 항의댓글
EA코리아 페이스북 항의댓글
EA코리아 페이스북 항의댓글
EA코리아 페이스북 항의댓글
EA코리아 페이스북 항의댓글

환불해 달라는 등 이용자 불만이 폭발하자 EA코리아 담당자는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올렸다.

EA코리아 해명
EA코리아 해명

한마디로 “평소 패키지 게임만 해서 오리진 서버가 뭔지도 몰랐고, 그걸 통해 접속해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정말 죄송하다”는 얘기다. 이건 뭐 삼성전자 페이스북 담당자가 삼성전자 홈페이지가 뭔지도 몰랐다는 수준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사실 이 사람 혼자 사과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오리진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담당자로 채용한 EA코리아가 직접 사과해야 할 문제다.

문제는 제대로 된 소통이다

상당수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는 물건을 파는 데만 관심 있을 뿐, 서비스나 고객과의 소통 수준은 매우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애플코리아 역시 이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 큰 비판을 받아 왔다. 회사의 ‘입’이나 다름없는 페이스북 페이지 담당자를 자사의 주력 제품을 실행시키는 플랫폼 명도 모르는 사람을 임명한 EA코리아가 (사실 이 사건 전에도 EA코리아의 뒤죽박죽 서비스는 엄청난 비판을 받아왔다) 과연 공식 사과를 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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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벨브 담당자가 스팀을 안써봤다는 얘기
    애플 담당자가 앱스토어를 안써봤다는 얘기
    블리자드 담당자가 WoW를 안해봤다는 얘기

  2. 아는 선에서 답변을 해보자면,

    많은 기업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만, 기업에서 직접 소셜미디어를 관리하는 직원을 채용하고 또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모든 기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홍보대행사, 즉 외주 업체를 통해서 소셜미디어를 관리,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담당자는 1)회사 직원도 아니고, 2)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3)운영만을 위한 운영을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소셜미디어 담당자가 경험 많은 홍보대행사 직원이 아닌 신입에 가까운 직원일 경우 이런 실수가 종종 일어납니다.

    또한 외주 업체를 통한 운영이 아니라 하더라도 홍보 만을 담당하는 직원과 타 부서 직원 사이에 교류가 활발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홍보 담당자는 늘 소비자의 의견과 내부에서 나오는 소리를 주의해서 듣고 신중하게 반응해야 하는데 EA코리아 소셜미디어 담당자 분이 이런 오류를 범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홍보대행사에서 운영하는 소셜미디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요. 사측에서 채용한 직원이라면 저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았을 겁니다. 적어도 EA 코리아 내부 절차에 따라서 사측의 입장을 정리한 후 발표하는 방식의 절차를 거쳤을 것입니다.

  3. 윗분 말씀대로라면 EA는 만든상품을 남에게 홍보해달라고 맡기는데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대행사에게 맡긴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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