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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텔레그램 “다르바” 트윗을 쏘았나

정부가 카카오톡을 감시하고, 검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는 자신의 대화 내용, 대화 시간, 친구 목록 등 다양한 정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부 손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인터넷과 모바일과 좀 친한 사람들은 텔레그램이라는 ‘대안’ 메시지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카카오톡을 욕한다.

이 와중에 카카오톡은 위태로운 위기대응 방식을 보여줬다. 이해하기 힘든 공지사항의 톤앤매너부터 공식행사장에서 얼버무린 대표의 발언까지. (공식 석상에서 “서버에 저장시 암호화는 잘 모르겠다”고 하다니!) 카카오톡은 정부에 이용자 정보를 넘겨왔다는 의혹을 다룬 기사들에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한 채 위기를 키우는 중이다.

텔레그램 “다르바” 트윗들

그런데 몇일 전부터 오타가 섞인 한 장의 ‘짤방’이 퍼지면서 이른바 ‘카카오톡 게이트’가 더 확산하는 분위기다.

텔레그램 다르바 트윗들

일명 ‘텔레그램 다르바’ 트윗들

이쯤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여론 조작’. 실제로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은 트위터를 비롯한 다양한 사이트(미디어)에서 다양한 여론을 조작 하기 위해 활동했다. 이 중 대부분은 증거 불충분 판결을 받았고,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발을 뺐다.

이런 맥락에서 이른바 “다르바” 트윗 짤방에 관한 네티즌의 반응은 흥미롭다. 그 반응 중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톡이 정부 기관에 이용자 정보를 내주다가 발각되자 이제 카카오톡의 대안으로 떠오른 텔레그램을 디스하는(흠집내는) 여론 조작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한 여론 조작은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여론 조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감시와 사찰의 공범으로 확정하려면, “다르바” 트윗들을 카카오톡을 옹호하기 위한 여론 조작이라고 단정하려면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트위터라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

트위터는 이메일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해서 쓸 수 있는 사이트이다. 별도로 본인 인증 절차가 없다. 이 때문에 누구나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다. 트위터 가입에 이용한 이메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내용만으로는 트위터 이용자를 확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트위터는 봇을 돌릴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메시지를 여러 벌 복제해서 뿌릴 수 있다. 국정원이 그랬다. 특정한 내용에 관해 실제로 떠드는 사람은 없지만, 마치 그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떠드는 것처럼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 트위터는 계정 이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 트위터는 자동화된 메시지를 대량으로 만들어 올리기 쉽다.

이 두 가지 사실을 붙여서 생각해보자. 어떤 가능성이 떠오르는가?

  1. 누군가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2. 누군가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것처럼 꾸밀 수 있다.
  3. (각종 광고를 위해) 스팸성 메시지를 쉽게 뿌릴 수 있다.
  4. 기타 이유 (그냥 심심해서, 재미삼아 등등의 밝혀지지 않은 이유들)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경우의 수를 가정하면, 이렇게 네 가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르바” 트윗을 접한 사람 대다수는 ‘누군가 없는 말을 지어낸다’는 가능성에만 주목하는 것 같다. 몇몇 사례를 들어 하나씩 살펴 보자.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의 경우 (여론 조작) 

트위터는 이용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앞서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에서 ‘대선 개입’을 위한 여론 조작 트위터의 운영 주체가 국정원이라 특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증거들 때문이다.

1.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 내용을 오타까지 따라 올린 트위터 계정이 발견됐다.
2. 위 계정들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오피스텔 셀프 감금’ 이후로 활동을 중단했다.
3. 뉴스타파는 이 계정들 중 하나인 누들누들(@nudlenudle)이 국정원 심리정보국 40대 직원의 계정임을 밝혀냈다.

4. 게다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직원들에게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5. 국정원은 새누리당 선거운동원 등을 알바로 동원하고, VPN을 이용해 조직적인 댓글 작업을 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 정도로 증거가 모이면 다른 해석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지난 대선 야당 인사들을 비판하고, 여당을 찬양한 트윗들은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종 서비스에서 보내는 트윗의 경우 (서비스 홍보) 

마케터는 다양한 모바일 앱들을 홍보하기 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자신이 홍보하려는 앱과 관련한 이야기가 유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더 많은 사람이 그 트윗과 게시물을 보고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트윗을 하면 유로 앱을 무료로 주기도 하고, 게임앱이라면 게임하다가 특정 기록을 경신하면 트윗을 쏘게 유도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서비스됐던 ‘도니캐시’를 예로 들어보자. ‘도니캐시’는 게임을 통해 사이버 머니를 얻고, 이 사이버 머니를 지마켓이나 옥션의 포인트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이베이코리아에서 직접 운영했던 서비스인 ‘도니캐시’에는 트위터에 메시지를 올리는 기능이 있었다. 어떤 이슈와 관련된 키워드를 트위터에서 검색하면 도니캐시발 트윗들이 쏟아져서 제대로 검색을 할 수 없을 정도일 때도 종종 있었다.

도니캐시 관련 트윗들

인기 검색어 마다 도니캐시가 포함된 트윗들이 있었더랬다.

그렇다면 누군가 트위터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다가 이 ‘도니캐시발’ 트윗들을 만났다면?

혹자는 ‘악성 스팸 서비스에 감염된 계정에서 쏟아지는 트윗’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어엿한’ 캐시백류 서비스를 통해 나오는 트윗들이었다. (물론 보는 시선에 따라 충분히 스팸성으로 보일만한 여지가 있었다.)

이런 경우라면 ‘서비스 광고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혹은 스팸성) 메시지를 쉽게 뿌릴 수 있다’로 읽을 수도 있다. 물론 자동으로 뿌리는 건 아니고 자사 서비스 이용자들을 숙주 삼아 뿌리는 거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트윗들의 경우 (정말 알 수 없음)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을 담은 트윗들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경우도 있다.

진짜 오늘은 뭔가 힘이 없다.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할일은 해야지.

(참고: 100% 트윗봇닷넷을 이용한 자동 트윗들이기 때문에 계정과 프로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

탈색한지 얼마나 됏다고 검은머리가 자라는중

(참고: 100% 트윗봇닷넷을 이용한 자동 트윗들이기 때문에 계정과 프로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오랜만에 싸이 뒤져보니 졸업사진도 건짐 ㅎㅎㅎ

(참고: 100% 트윗봇닷넷을 이용한 자동 트윗들이기 때문에 계정과 프로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

이런 트윗은 언뜻 보면 오싹하다. 하나같이 여자 이름을 쓴 계정들에 ‘머리가 자란다’는 둥, ‘힘이 없다’는 둥 같은 말을 동시에 쏟아낸다. 이런 트윗 계정을 보면 귀신이 나오는 공포 영화가 떠오를 법도 싶다.

하지만 이런 류 트윗들은 트윗을 자동으로 쏘아주는 서비스(일명 ‘봇’)을 이용한 트윗들이다. 대표적인 예는 트윗봇닷넷(twittbot.net)이다.

이런 건 뭘까? 국정원이 여론 조작을 하기 전에 테스트로 만든 계정들일 수도 있다. 국정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테스트를 위해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냥 재미로 해봤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젊은 여자 프로필 사진과 이름이면 무조건 팔로우하는 사람들을 비웃기 위해’ 만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트윗들에서 어떤 특정한 의도를 읽어내거나 누가 만들었는지 합리적으로 추측하기는 어렵다. 의도도 모르고 특별한 증거도 없으니 누가 저런 트윗을 쏟아내도록 설정했는지 알 길이 없다. 즉, 국정원 트윗들과는 달리 그 의도와 행위 주체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영화 [맨홀] 관련 트윗의 경우 (여러 가능성 혹은 알 수 없음) 

국정원 트위터 계정 중 상당수도 트윗봇 서비스를 이용했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돌아가는 계정들이 있다. (혹시 계정 주인이 비밀번호를 까먹었을까?)

그렇다면 이런 트윗들은 어떨까?

[맨홀]의 재발견

이런 트윗을 접했다면, 대부분은 ‘영화 [맨홀]을 홍보하는 저급한 술수’겠거니 생각한다. 하지만 쉽게 확정하고, 영화 [맨홀]의 제작사나 홍보대행사를 욕할 수는 없다. 처음 말했듯 트위터 계정은 아무나 만들 수 있고, 트윗봇 서비스는 아무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조금만 더 나아가보자.

살펴보니 [맨홀] 홍보성 트윗을 올리던 계정 중 하나는 그 이후에는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 관한 홍보 트윗을 한참 올리다가 최근에는 [에코] 와 관련한 트윗을 함께 올리고 있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와 [에코]의 홍보성 트윗까지 올리는 경우

[우리는 형제입니다]와 [에코]의 홍보성 트윗까지 올리는 경우. 해당 계정에서 올린 영화 홍보성 트윗은 모두 트윗봇닷넷 서비스를 통해 올린 트윗이다.

해당 계정은 이렇게 영화 관련 트윗을 제외하고는 트위터 웹사이트나 일반 트위터 모바일 앱을 통해 트위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쯤되면 우리는 조심스럽게 이 정도는 추정할 수 있다.

  • 이 계정은 영화 홍보대행사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 이 사람은 영화팬이어서 자신이 밀어주고 싶은 영화를 반복해서 홍보하나 보다.

하지만 정보가 더 밝혀지지 않는 한 이런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을까?

  • “[맨홀]이나 [에코]가 저급한 홍보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논란을 일으키려는 사람이다.
  • 아는 사람이 영화 홍보하는데 내가 좀 도와주려는 사람이다.
  • 그냥 재미로 하는 것 같다.

아까 공포영화 떠올리게 하는 트윗 계정들이 올리는 트윗 중에는 이런 게 있다.

화장품하고 가전제품등 기업이미지 광고에 잘 어울릴 손연재 선수

(참고: 100% 트윗봇닷넷을 이용한 자동 트윗들이기 때문에 계정과 프로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

그럼 저 계정들은 손연재 선수를 홍보하기 위한 혹은 욕 먹게 하기 위한 계정일까? 저 계정들에 들어가보면 두 가지 가능성 모두 희박해 보인다.

텔레그램 “다르바” 트윗들, 과연 누가 왜 쏘았나 

“다르바” 트윗들을 담은 짤방을 자세히 보면 최초의 “다르바” 트윗에는 링크가 없다. (짤방 최하단 트윗.)

그 이후에 연달아 올라온 트윗들은 모두 링크가 있고, 이 링크는 ggom.info 이라는 곳과 연결되어 있다. 그럼 이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트위터에서 ggom.info 도메인을 포함한 트윗을 올리는 계정을 검색해 보면 어떤 일관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 거의 모두 정부 비판적인 내용을 트윗한다.
  • 모두 dlvr.it 이라는 트위터봇을 이용한 자동 트윗이다
  • 나는꼼수다, 국민TV, 진중권(unheim), 몽즙(정몽준), 이효리, 피닉제(이인제), 유병언, 강남스타일, 구라라(구하라) 등 정부비판적인 사람/단체나 유명한 연예인을 연상하게 하는 계정 이름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역시 확정은 못해도 이런 유추를 할 수 있다.

저 일련의 “다르바” 트윗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ggom.info 에 트래픽을 보내기 위해, 한 트위터 이용자가 자신의 생각을 올린 트윗을 이용해서 자동 트윗을 몇 발 쏜 것이다.

지금은 기승전’카톡까’ 시대

이렇듯 트위터는 누구나 쉽게 대량의 메시지를 쏟아낼 수 있지만, 그 주체를 쉽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해당 트윗의 의도를 읽어내려면 좀 더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다르바” 트윗 짤방을 다음과 같은 맥락으로 소비하고, 유통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혹은 카카오를 지키려는 정부가 여론전(혹은 여론조작)을 시작했다.’

나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카카오톡 측에 옮겨 붙었고, 그 불신이 본격화하고 있다.’

문득 세월호 특별법 정국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어느새 세월호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새정치연합 쪽으로 옮겨 붙었고, 새정연 쪽에서 국민의 분노는 더 크게 폭발했다. 그 사이 책임져야 할 정부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제 이 교훈을 업체도 이용자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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