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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공룡은 언제나 많은 이들의 관심사입니다. 그중에서도 스피노사우루스의 화석은 1912년 처음 발견됐지만, 2차 세계대전 중에 폭격으로 소실됐죠. 하지만 2014년 9월 11일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새로운 논문으로 스피노사우루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영하는 공룡’ 스피노사우루스의 이모저모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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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사우루스 과의 공룡들이 대부분 큰 몸집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역시 스피노사우루스다. 아니, 스피노사우루스 과 뿐 아니라 수각류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크고 가장 무거운 공룡이 스피노사우루스로, 몸길이 14~18미터, 몸무게 12~20톤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몸길이와 몸무게 추정치인 12미터, 6~10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스피노사우루스 쪽이 크고 무겁다.

스피노사우루스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화석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1912년에 발견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지금은 사진과 그림으로만 남아 있는 스피노사우루스의 정 기준표본 (holotype) 외에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발견된 부분적인 표본이 몇 개 더 있고 바리오닉스나 수코미무스 등 비교적 근연관계인 공룡들의 골격에서 스피노사우루스의 골격을 유추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긴 하지만 두 방법 모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피노사우루수의 다리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시피 해서 앞서 언급한 근연종의 다리나 발톱이 스피노사우루스와 거의 유사한 모양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스피노사우루스의 형태를 복원하곤 했지만, 실제 스피노사우루스의 골격 화석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새로운 표본을 발견하다

스피노사우루스가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얼마 전인 2014년 9월 11일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새로운 스피노사우루스 논문 때문이다. 시카고 대학의 니자르 이브라힘과 폴 세레노를 비롯하여 미국, 영국, 이탈리아, 모로코 등 여러 나라의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모로코에서 발견된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새로 발견한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은 두개골 일부와 척추, 골반 및 다리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기존에 알려졌던 스피노사우루스 및 근연종들의 골격과 새로 발견된 화석을 토대로 해 이전에 알려졌던 것과 사뭇 다른 스피노사우루스 복원도를 제시했다.

발견에 얽힌 뒷얘기

새로 밝혀진 사실들을 살펴보기 전에 논문의 소재가 된 새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의 발견에 얽힌 뒷얘기를 한 번 들여다보자. 논문의 제1 저자인 니자르 이브라힘은 어릴 때부터 공룡에 매료되어 고생물학자가 된 후 스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스트로머의 연구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북아프리카에서 수년간 화석 발굴을 진행해 왔다. 2008 년 모로코의 한 마을에서 쉬고 있던 이브라힘에게 어떤 베두인이 상자에 담겨 있는 뼈 화석을 가지고 접근했다. 공룡의 앞발 뼈와 스피노사우루스의 신경배돌기처럼 보이는 칼날 모양의 뼈가 있었는데, 학술적 가치 측면에서 보면 그리 좋은 표본은 아니지만 카사블랑카 대학에 새로 생기는 화석 컬렉션에 포함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한 이브라힘은 베두인으로부터 화석을 구입했다.

다음 해, 이브라힘은 유럽의 여러 박물관에 있는 화석 표본들을 둘러보던 중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박물관에서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모로코산 스피노사우루스 화석과 마주치게 된다. 긴 신경배돌기를 지닌 이 화석은 의심할 여지 없이 스피노사우루스였고, 거기에 더해 이전에 발견된 적이 없는 부분인 골반 및 다리뼈 화석도 같이 있었다.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는 훌륭한 표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 화석이 정확히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 해당 박물관의 연구자들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고생물학 연구를 위해서는 해당 화석이 어느 지역, 어느 시대의 어떤 지층에서 발견된 것인지를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지질학적인 맥락이 없는 화석은 연구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적다고 보면 된다. 이브라힘은 신경배돌기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화석의 단면 한가운데에 붉은색의 줄 같은 것을 발견했다. 묘하게도, 그가 모로코에서 베두인으로부터 샀던 화석과 동일한 암상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밀라노의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던 이 스피노사우루스의 화석과 모로코 작은 마을에서 만났던 화석이 한 마리의 스피노사우루스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로코에 가서 그 베두인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베두인으로부터 이 화석들이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새로운 스피노사우루스의 발견을 학계에 보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었으니, 모로코의 작은 마을에서 잠깐 만났던 그 베두인의 이름을 이브라힘은 알지 못했고, 설혹 이름을 안다고 해도 유목생활을 하는 베두인이었던 만큼 그곳에 다시 간다고 해도 꼭 만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이브라힘이 기억하는 그 베두인의 특징은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흰옷을 입고 있었다는 정도로 모로코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였다.

몇 년 후, 이브라힘은 시간을 내어 다시 모로코를 찾았다. 그때 그 베두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글자 그대로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격이라 여러 날이 지나도 소득은 전혀 없었다. 계획했던 일정의 마지막 날, 희망을 거의 접은 채 카페에 앉아 있는 이브라힘의 눈에 수염을 기르고 흰옷을 입은 남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정신이 번쩍 든 이브라힘은 동료와 함께 그 남자를 급히 쫓아가 붙잡았다. 여러 해 전에 만났던 그 베두인이 맞았다.

그는 밀라노에 보관되어 있던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을 캐낸 것 역시 자신이었으며, 이브라힘이 구입했던 그 화석이 밀라노에 있는 스피노사우루스와 같은 개체라는 것까지 확인해 주었지만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이 발견된 장소를 알려주는 것은 거절했다. 장소를 정확히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 학술적 의미에 대해 이브라힘이 한참을 설명하고, 그렇게 하면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이 나중에 모로코로 돌아와 카사블랑카의 박물관에 전시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나서야 베두인은 장소를 알려주는 것에 동의했고, 발견된 장소의 지층과 시대 등을 알 수 있게 된 이브라힘은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논문을 작성해 2014년 9월에 출판까지 마치게 된다.

새롭게 알려진 특징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발표된 논문에서 밝힌 스피노사우루스의 특징을 한 번 보자. 스피노사우루스의 생태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특징으로는 먼저 주둥이 앞부분, 그러니까 위턱의 끝 부분에 조그맣게 움푹 파인 구멍들이 있는데 이것은 악어에서 볼 수 있는 압력 감지기관과 유사한 기능을 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 기관을 통해 물의 압력 변화, 즉 물고기의 움직임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또 위턱과 아래턱의 이빨들은 서로 엇갈리게 맞물리는 구조인데 이것은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에서 (앞의 가비알 악어 등)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두개골에 있는 비공, 즉 콧구멍은 다른 공룡들과 달리 상당히 뒤쪽에 위치해 있어 콧구멍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해석했다.

스피노사우루스의 두개골 및 아래턱뼈 복원도. 실제 표본이 발견된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스피노사우루스의 두개골 및 아래턱뼈 복원도. 실제 표본이 발견된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스피노사우루스의 두개골 및 아래턱뼈 복원도. 실제 표본이 발견된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골반과 뒷다리는 다른 수각류 공룡과 비교해 보면 현저하게 작은 크기이며 넙다리뼈 (대퇴골)의 길이와 모양을 볼 때 물속에서 뒤로 발을 차는 동작은 잘했겠지만 보통의 수각류 공룡처럼 뒷다리로 몸 전체를 지탱하고 일어서거나 이동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고래의 조상이 육상생활을 하다가 바다로 돌아가면서 진행된 다리뼈의 형태변화가 이와 유사하다고 한다.

이런 특징들 외에도 발가락과 발의 모양, 뼈의 밀도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스피노사우루스는 육상에서 생활할 때 두 다리로 걸어 다니기보다 네 다리를 모두 사용해 걸어 다녔을 것이고, 많은 시간을 반수생(semiaquatic)으로 헤엄을 치거나 얕은 물에서 뒷발로 땅을 박차고 다니면서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보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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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데 보나도나의 그림

복원도에 대한 논란

두 다리로 서서 걷는 일반적인 수각류와 달리 짧은 뒷다리와 작은 골반을 가지고 있어 육상에서는 네 다리로 걸어야 했고 물에서는 뒷다리를 이용해 수영했을 것이라는 이 논문의 결론은 많은 사람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티라노사우루스도 두려워하지 않는 거대한 수각류 공룡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다리가 저렇게 짧다면 웰시 코기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논문이 공개된 후 인터넷에서는 흥미로운 논평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팔레오아티스트이자 고생학자인 스코트 하트만의 블로그 포스팅이었다. 스코트 하트만은 논문에서 사용된 자료와 복원도를 검토해 보고는 골반과 뒷다리의 모습이 실제보다 작게 복원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스코트 하트만은 수많은 공룡 골격의 복원도를 꼼꼼하게 직접 그려 자신의 웹사이트(skeletaldrawing.com)에 올려놓고 많은 사람이 참고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일 이 지적이 옳다면 아래의 그림처럼 스피노사우루스 복원도가 수정되어야 할 수도 있다. 웰시 코기처럼 보이는 위쪽 복원도 보다는 조금 나아 보이지만, 몸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리가 짧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라서 아무래도 예전보다 볼품이 없어 보이기는 한다.

위는 이브라힘 외 (2014) 논문에 실린 복원도, 아래는 스코트 하트만이 비율을 교정해서 만든 새로운 복원도.
위는 이브라힘 외 (2014) 논문에 실린 복원도, 아래는 스코트 하트만이 비율을 교정해서 만든 새로운 복원도.

얼마 후, 스코트 하트만의 지적에 대해 이브라힘을 비롯한 논문 저자들이 직접 하트만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자신들의 계산에 의하면 논문에 실린 복원도가 타당하고, 향후 출판될 모노그래프 (한 주제에 대해 단행본 형태로 쓴 논문) 를 보면 미심쩍었던 부분이 다 해소되리라는 것이다.

스코트 하트만이 제기했던 문제가 속 시원히 풀리지 않은 채 모두가 다음 논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하트만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학술논문이 어떻게 많은 사람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빠른 피드백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새로운 스피노사우루스의 모습에 대한 반응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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