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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대생의 고백: "오빠, 저 사실 빨갱이에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 하지만 꿈도 우정도 사랑도 잃어버렸습니다. 목소리마저 잃은 채 먼지처럼 떠다닙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소리쳐야 합니다. 슬로우뉴스가 20대의 목소리 [미스핏츠]와 함께 합니다. (편집자)

미스핏츠

자정이 넘은 그밤, 나는 참지 못하고 오빠에게 카톡을 날렸다.

자정이 넘은 그 밤, 나는 참지 못하고 오빠에게 카톡을 날렸다.

“저 사실 빨갱이예요.”

1. 고백

오빠, 갑자기 이런 말 해서 놀라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 계속 고민하고 있었어요. 우리 ‘동래파전’에서 만난 그 날부터요. 맞아요. 오빠는 매력 덩어리에요. 키도 훤칠, 얼굴도 훤칠, 몸매도 푸쉬팡팡, 각종 봉사동아리와 공모전을 섭렵한 나이스 가이. ‘솔까말’ 저 그날 술 때문인지 오빠 때문인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그리고 오빠가 했던 그 말이 며칠째 제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이젠 못 참겠어요. 저 이제 솔직히 고백할게요. 그래요. 오빠, 저 사실 빨갱이에요.

“시위하는 것들 솔직히 다 빨갱이 아냐?”

사실 처음엔, 오빠 말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어요. ‘빨갱이’라니. 에이 설마, ‘빨강이’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닐까? 내가 오늘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긴 했지만, 벌써 애칭을 부르다니 오빠는 참 적극적이구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엉망이었어요. 그때, 오빠가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제게 융단폭격을 퍼부었어요.

‘가만히 있으라’? 저것들은 대학생들이 어디서 떼쓰는 것만 배워서 청와대를 간다고 지랄이야. 일반 시민들한테 피해나 입히고. 다 진압해야돼. 저거”

‘아, 하느님,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가요?’ 차라리 오빠가 “나 혼전순결주의자야”라고 했다면 이보다는 덜 절망스러웠을 거예요. ‘그러면 오빠 앞에 앉은 나도 빨갱이에요.’ 저는 마음속으로 소리쳤어요.

심슨 뭉크 패러디

으아아아아아아앙…”저도 빨갱이라구욧~!”

오빠는 잘생긴 얼굴로 오물오물 전을 씹으며 이야기했죠.

“솔직히 시위 가는 것들 다 빨갱이 아냐? 일반 시민들이 저런 델 왜 가. 세월호 사건이 진심으로 안타까우면 조용히 마음으로 애도해야지. 요란한 게 애도야? 선동 노잼. 오빠는 이런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봐.”

2. 빨갱이? vs. 시민?

오빠! 저는 오빠 말이 ‘노잼’이었어요. 오빠의 그런 잘생긴 입술을 거지 같은 말을 위해 이용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봐요. 아뇨아뇨, 저 화난 거 아니에요. 그냥 오빠한테 주제넘게 몇 마디 할게요. 솔직히 시민 교육 못 받고, 시민 의식 없는 거, 꼭 오빠 잘못만은 아니잖아요. 저도 그 집회 나갔었으니까 빨갱이라고 욕해도 좋아요. 빨갱이의 헛소리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들어주세요. 오빠, 누가 일반시민이고 누가 빨갱이에요?

물음표 퀘스천

누가 빨갱이라는 거죠? (사진: Marco Bellucci, CC BY)

제 눈엔 센서가 없어서 모르겠어요. 오빠 말 들어보면 “저런 데 안 가고”, “조용히 제 자리를 잘 지키는” 시민들이 일반 시민이라고 생각하시나 봐요. 저는 사회에 부당한 일이 있을 때 ‘소리치고’, ‘눈여겨보고’, ‘참여하는’ 것이 시민이라고 생각해요. 조용히 마음으로 애도 하고, 조곤조곤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으면 당연히 그렇게 해도 좋아요.

그런데 어디 그게 그렇게 되던가요? 오빠, 사람들은 대화와 토론으론 해결이 요원해 보일 때, 대립이 극화할 때, 그 대립이 옳은 방향으로 풀릴 거란 신뢰가 없을 때 광장으로 나와요. 퇴근하고 돗자리 들고, 모기가 문다며 찡찡대는 아이를 데리고 광장으로 나오는 건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딱히 ‘즉흥적인 분노’도 아니고 ‘무지몽매한 대중이 선동당한 결과’도 아니란 말이에요.

‘광장에라도 나가자. 답답하고 무력한 마음을 한 조각이라도 광장에 보태자.’

그런 거란 말이에요. 레알, 나갈 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요!?!?

미스핏츠 빨갱이

3. 좁은 정치와 넓은 정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그래도 나쁘지 않느냐고 오빠가 말했었죠? 오빠가 말하는 정치가 뭔지 나도 잘 알아요.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박근혜 대통령 이런 단위의 정치를 말하는 거잖아요. ‘이참에 박근혜 퇴진 시켜 보자. 야당이 제 몫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세력도 잡자.’ 오빠 눈엔 촛불 집회에서 야당의 그런 야망이 보였나 봐요. 그게 전경이고 시민은 배경이었죠?

그러다 보니까 저 집회 나온 빨갱이들은 다 ‘쟤네 편’이라고 생각한 거잖아요. 니 편, 내 편, 오빠가 그렇게 편 가르기 하는 걸 보면 좀 무섭다는 생각 들어요. 오빠 전 아무 편도 아니에요. 저 6.4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은 새누리당 찍고, 시장은 새정치연합 찍었어요. 정당 투표는 녹색당에 했고요. 그러면 저 변절자인가요?

그리고 세월호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 시위대로도 나갔어요. 자, 이제 오빠 식대로 저한테 색깔 한 번 칠해보세요. 빨강, 파랑, 초록, 노랑… 이래도 제가 빨갱이에요? ‘내 새끼 새누리당’에게 투표하고, 술집에서 샌애긔(새내기)( ͡° ͜ʖ ͡°)한테 입만 나불대는 너 놈. 아니, 오빠, 오빠…… 힝~ 정말 속상해 죽겠어!

가만히 있으라, 4월 30일 모임 공지

오빠, 제발 수업 시간에 조중동 좀 그만 보고 정치학 교수님 수업 좀 열심히 들어요. 교수님이 협의의 정치, 광의의 정치 설명해주는 거 못 들었어요?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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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이스턴 (1917~2014)

좁은 뜻의 정치: 국가권력을 획득, 유지, 조정, 행사하는 기능 과정 및 제도

넓은 뜻의 정치: 정치는 사회적 희소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해 나가는 활동

–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 정치체제(The Political System, New York: 1971)

의회에서 월급 받고 투닥거리는 거, 정치죠. 의회 정치가 입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까요. 법이라는 명문화한 시스템을 만드는 거잖아요. 근데 오빠, 그보다 훨씬 역동적이면서도 사소한, 그러나 진짜 역사를 바꿔가는 동력이 바로 생활 정치에요. 넓은 의미의 정치. 그건 제가 환경을 생각해서 스타벅스에서 꼭 종이랑 컵 뚜껑을 분리수거 한다든가, 페이스북에서 좋은 기사를 열심히 퍼 나른다든가, 그런 것도 다 정치적인 거예요.

오빠가 새내기한테 ‘넌 가슴만 좀 크면 사귀었을 텐데’하고 농담하면서 ‘나이 많은’ ‘남자’ 선배는 어린 여자 후배를 성적으로 평가해도 웃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도 정치적인 거예요. 광의의 정치는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요. 그리고 그걸 ‘법’이라는 그릇에 담아야 하는 문제가 생길 때 우리는 좁은 의미의 ‘정치인’들을 통해 그걸 구현하는 거예요. 시민을 일반 시민과 빨갱이로 양분할 수 없듯이, 정치도 ‘정치적’이라고 욕할 수 없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더럽게 두 당이 거의 다 해먹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천 갈래 만 갈래로 다양한 정치적 의사가 있어도 그 둘 중 누군가가 내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고, 대변하도록 할 수밖에 없잖아요. 파랑, 빨강으로 의회가 반반씩 찬대도 어떻게 이 땅의 모든 사람이 파랑, 빨강으로 생각하고 있겠어요.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파랑, 빨강의 구분이랑 상관없이 TV 속 정치는 속이 터지고, ‘나라도 마음 한 조각 보태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거예요. 오빠가 말하는 그 잘난 좁은 의미의 ‘정치’가 성공했으면 거리로 나오겠어요? 오빠, 주민등록증 달랑 들고 동사무소 가서 얻는 투표용지 한 장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표현의 수단이 되면 안 되잖아요. 저, 오빠 페이스북에 투표 인증샷 올렸던 거, 잘 나왔길래 제 핸드폰에 몰래 저장해뒀었는데, 생각난 김에 지금 지워야겠어요. 오빠는 투표밖에 모르는 바보였네요.

4. 빨갱이들, 집시법으로 다 쳐넣으라고요?

“집시법으로 다 집어처넣어야 돼. 도로 다 막고 불법집회하고 저게 뭐하는 짓이야. 저게 저러다 의경 애들 패고 그런다고.”

오빠가 그렇게 말했죠. 경찰이 1만 3천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 밝힌 거, 그리고 집회 참가자들이 미신고 집회를 했고,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는 것을 근거로 불법집회로 규정한 거 보고 말이에요. 그 결과로 세월호 추모 집회 참가자 중 344명이 입건되고 7명이 구속됐죠.

제가 하나하나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간단히 말씀 드리면, 집시법은 시위에 참가하는 반동분자(?)들을 처리하기 위한 그런 철퇴로서의 ‘거시기’가 아니에요. 그리고 ‘미신고 집회’고 ‘해산명령’에 불응했다는 것도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변명은 못된다구요!

집시법은 저 사람들을 ‘처넣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에요. 집시법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개인에게 보장하기 위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공익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규제하기 위해 생긴 법이에요. 헌법 제21조는 국민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고요! 특히 ‘허가’를 금지하고 ‘신고’로 족하게 한 건 그만큼 국민의 자유로운 집회를 보호하려는 헌법적인 결단인 거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

이 법은 적법한 집회(集會) 및 시위(示威)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헌법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결하고 있어요.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고 (…중략…) 타인의 법익 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사전 금지 또는 제한을 위반하여 집회를 한 점을 들어 처벌하는 것 이외에 더 나아가 이에 대한 해산을 명하고 이에 불응하였다 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물론 오빠가 말한 바와 같이 공공성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집회를 해산시킬 의무가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관련 조항들은 헌법에서는 최대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며 공공성을 지키는 방향을 의도하고 있으며,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공권력이 제한할 수 없도록 이야기하고 있어요.

요즘 특히 뉴스에서 의경들, 경찰들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구글 경찰 진압 이미지

대한민국 경찰의 용맹한 활약상

오빠는 어련히 ‘정의로운 경찰’들이 알아서 잘 원칙에 따라 판단했겠거니 하는 것 같아요. 사실상 집회 현장에서 무엇이 불법인가를 규정하고 잡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경찰의 법리 해석과 판단에 달려있어요. 그런데 보세요! 세월호 참사 이후 100일째 되던 7월 24일, 세월호 피해 가족 행진에, 앰뷸런스까지 차 벽으로 가둬두고 이게 뭐하는 거예요! 국민 주권을 담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공권력이 ‘최대한 보장’하진 못할망정 ‘최대한 제한’하는 방향으로 확대 해석, 과잉 진압한 건 명백한 잘못이죠!

“주요 도로를 막고 있다. 여러분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수많은 행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4차 해산명령이 모두 끝났다. 모두 사법처리 대상임을 알려 드린다. 연행을 위해 주동자를 파악하겠다”

1박 2일 도보 행진에 나선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향하는 길에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한 말이에요. 편향된 빨갱이의 시각이라고요? 그럼 외국인의 시선을 빌려볼까요? 불과 1년 전쯤 UN 인원옹호자 특별보고관이 공식 방한해서 발표한 내용이에요. 꼭 이렇게 외국인의 입을 빌려야 부끄러운 줄 아시겠어요?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적 권리도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로 집회 허가제는 명백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집회 신고제는 경찰이 옹호자들이 조직한 평화적 집회와 시위를 차단하는 ‘사실상’의 허가제로 변질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교통방해 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일부 조항들이 평화적 집회의 조직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시에 중대한 처벌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방한 기간 중 저는 평화적 집회에 대한 기본적 권리가 부당하게 제한된 다양한 사례 및 상황과 경찰이 시위 대응 과정에서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한 사례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평화적 촛불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체포되었고, 철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해산되었으며, 밀양 송전탑 건설과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옹호자들과 주민들이 폭력과 체포를 당했으며, 한국에서 이러한 옹호자들의 활동에 참여하고자 했던 외국인 옹호자들도 입국이 거부되거나 강제 출국되었습니다.

마가렛 세카쟈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공식 방한(2013년 5월 29일 ~ 6월 7일) 결과 발표 중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 항목에서 (2013년 6월 7일)

5. 그래서 후배님은 지금 민중의 지팡이 경찰 욕하는 거니?

아냐, 아냐!! 내가 욕하고 싶은 건 더 멀리 있다구!

아니… 아니야!! 내가 욕하고 싶은 건 더 멀리에 있어!! (출처 미상)

아니요. 전 그 지팡이를 쥔 분을 욕하는 거예요. 박근혜 대통령 정권 들어서며 시작된 ‘공안정권’.

시위 현장을 바라볼 때 저 같은 빨갱이는 ‘분노’나 ‘희열’을 느낄 거라 오빠는 생각하시죠? 아뇨. 제일 큰 건 안타까움이에요. 뿔테 안경 쓰고 방패 뒤에 숨은 저 경찰 아저씨가 ‘아저씨’가 아니라 제 친구들이고 동기들인 걸 아니까요. 채증 카메라를 들고 선 경찰이 사실 셀카 찍기 좋아하는 스물일곱 살인 것도 알아요. 시위대를 막기 위해 방패를 들고 서로 팔을 얽어서 방어선을 만드는 걸 ‘방패를 짠다’고 한 대요. 무섭대요. 진짜 무섭대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경찰들이 쉴 새도 없었는지 생각해보세요. 철도 민영화(민주노총, 경향신문 강제진입과 안녕들 열풍), 밀양 송전탑, 세월호 집회. 얼마 전엔 ‘엄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 한마디에 군·검·경 128만 명이 동원돼서 유병언 수사에 나섰죠.

신문에서 개미떼처럼 경찰들이 모여있는 모습만 몇 달째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밀양에서 경찰은 8개월간 38만 명의 경찰력을 동원했고, 사용한 비용은 총 100억 원에 이른답니다. 2014년도 상반기 집회시위자 중 “사법처리 인원은 2,323명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934명(67.2%) 증가”했어요. 사복경찰 활동도 활발해진 건 것 같아요. (“박 대통령 풍자 포스터 붙였더니 사복경찰 따라와서…”, 사복 경찰 또 세월호 유가족 미행하다 ‘들통’) CCTV까지 동원한 불법 채증까지…

오빠 어떻게 생각해요? 이거, 빨갱이가 늘어났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정치인들이 전보다 더 일을 못 해서? 오빠, 말해봐요. 이거 어떻게 생각해요? 빨갱이 때려잡는 ‘민주경찰’의 활약인 거예요?

6. ‘트루 빨갱이’로서 또 한 번 나라님 탓 좀 해볼게요

일시 내용
2013.
8. 12.
박근혜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 “극한 분열과 투쟁이 아닌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 전 주에 대규모 촛불집회가 국정원 규탄 민주당 장외 집회가 열린 상황.)
11. 25. 박근혜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지금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신부 강의 이후 발언)
2014.
4. 16.
세월호 참사
5. 16.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에서 유가족과 면담
5. 17.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 125여명 연행
5. 18. 4차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113여명 연행. 대학생 청와대 앞 기습시위에 소총 소지한 경찰 투입
5. 19.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중 눈물
5. 20. 청와대 청원글 올린 교사 43명, 세월호 시국선언 참여한 1만 5천여명 교사 색출, 일부는 이미 중징계
5. 24. 세월호 추모 집회 후 청와대로 향하자 215명 강제 연행
6. 10. 6.10 청와대 만민대회에 대해 경찰은 인근 61곳 모두 집회 불허 통보, 70여 명 학생과 시민 연행
6. 11. 세월호 집회 후 청와대 행 시도하던 69명 연행(고교생 2명, 기자 1명 포함)
7. 21.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의 분석 결과 4월 17일부터 7월 10일까지 경찰에 연행된 중·고등학생 등 10대 청소년들만 33명
7. 25. 7월 25일 세월호 참사 101일째. 세월호 피해 가족들의 행진에 앰뷸런스까지 차벽으로 가두며 행진 방해

오빠, 이건 다 적은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집회 나간 빨갱이들은 고등학생이고 기자고 가릴 것 없이 연행 중이니까요. 10대 청소년도 무려 33명이나 연행됐대요. 이렇게 세월호 사태에서 공을 세운 경찰들은 ‘국정원 규탄 집회 및 세월호 촛불집회 관리 유공’을 이유로 ‘특!진!’도 했다고 해요.

이 비참한 ‘공안정국’, 이거 다 전 나랏님 탓이라 생각해요. 나라님은 이게 다 ‘분열’이라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국민들한테 신뢰는 못 주고, 소통도 못 하고, 절충, 타협은 ‘너네’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대통령.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 안 했더라도 강건하게 ‘분열을 일으키는 이들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셨는데 아랫것들이 알아서 까야지 가만있게 생겼어요?

“야! 그게 대통령이 시킨 거냐!?”

아, 오빠. 화내지 말고 제 말 좀 들어줘요. 박근혜 정부의 사자성어가 뭔지 아시죠?

‘개.인.일.탈’

개인 일탈

박근혜 정부의 사자성어 ‘개.인.일.탈’. 무슨 일만 터지면 ‘개인 일탈’이다.

시사책에 나올 것처럼 익숙해진 단어 아니에요? 자기가 책임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고, 그저 ‘개인 일탈’이라는 거잖아요. 이런 지도자 밑에서라면 감시와 통제를 행동방식으로 습득하는 게 생존방식이잖아요. 오빠 군대 안 가 봤어요? 술자리에서 2시간씩 군대 썰 풀 땐 언제고 뭘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이 와중에 유병언 사건으로 물갈이된 경찰청장 자리에 작업에 능숙한 강신명 씨(50)가 내정됐대요. 지난해에 소화기로 민주노총·경향신문사의 유리문을 깨고 경찰이 강제 진입에 나선 적이 있었죠. 그때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했던 분. 세월호 추모집회는 물론 청와대 근처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지나가던 시민을 불심검문도 하셨어요. 오빠 맘에 쏙 드는 경찰청장일 것 같아요.

강신명

신명나게 토끼몰이 해볼꾸야~ (사진: 강신명 경찰청잘 내정자)

7. 오빠에게 남기는 마지막 말

그래서 저는 아마 앞으로도 빨갱이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오빠 말대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집회 나가서 ‘선동잼!ㅋㅋ’하는 깝쟁이 대학생이요. 밀양 할머니들 시위에서 강경진압하던 경찰분들 사진 아래 “경찰분들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댓글 남긴 너 오빠. 저는 이제 오빠와 페친을 끊으려 해요. 오빠에게 품었던 연정 고이 접어 나빌레라니까 훈남 오빠, 그럼 안녕히 계세요.

굿바이 안녕

굿빠이~ 얍! (사진: ashley rose, CC BY NC ND)

이 글은 필자가 [미스핏츠]에 올린 글입니다. 슬로우뉴스 편집원칙에 맞게 표제와 본문을 수정, 보충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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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썸머
초대 필자, 미스핏츠

500일의 그 썸머 아님. 비폭력 대화를 지향하지만 맘 같지 않음. ( ͡° ͜ʖ ͡°) 밤길에 고양이를 만나면 주저 않고 24시 편의점으로 달려가 참치를 사들고 뛰어와 멀리에 쏟아놓는 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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