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스마트폰 화면이 크면 좋습니다. 물론 갤럭시 노트 시리즈처럼 너무 커지면 휴대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생기지만, 4.7인치에서 5인치 정도 되는 스마트폰은 휴대가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시원시원한 화면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이 곧 대화면으로 출시된다는 루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고, 거의 기정사실화 돼가는데 아이폰의 해상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과연 아이폰 해상도는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해서요.
대화면 ≠ 더 많은 양의 콘텐츠
화면이 단순히 크다고 한번에 더 많은 양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화면이 크니깐 당연히 더 많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게 당연한데 뭔 소리냐?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픽셀(화소)이라는 단위로 표현합니다. 우리가 보는 화면은 아주 작은 점인 픽셀이 수만에서 수백만 개가 찍힌 모습을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점, 즉 픽셀을 다른 색깔로 불을 밝혀서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한 거죠.
이미지 파일은 화면에 좌표를 그려서 하나하나 점을 찍는 방식으로 구성합니다. 한마디로 누구나 점을 하나하나 찍는 노가다로 그림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화질의 사진 파일을 확대하면 이상한 사각형 모양이 돋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사각형 하나가 픽셀 하나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5와 5s의 해상도는 640 x 1136픽셀입니다. 즉 가로로는 640개의 픽셀이, 세로로는 1,136개의 픽셀을 찍을 수 있고, 4인치라는 크기의 화면 안에 총 727,040개의 픽셀을 그릴 수 있습니다. 현재 TV는 높은 해상도를 가지고 있지만, 한 10-20년 전 TV는 오늘날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래서 그 당시 TV보다도 더 많은 픽셀을 아이폰5의 화면에 찍을 수 있는 겁니다.
어차피 인간은 거리에 따라 인식하는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소파에서 앉아서 TV를 보는 거리(물론 옛날의 TV)와 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아이폰을 보는 걸 비교해보면 아이폰에서 볼 때 훨씬 더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픽셀 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애플의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화면크기가 크면서도 픽셀 수가 높은 오늘날의 일반적인 TV보다도 더 많은 양의 콘텐츠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폰 화면이 커진다고 보이는 양이 많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최신모델인 아이폰5s의 해상도를 유지한다면요. 물론 화면 자체가 커지면 모든 콘텐츠가 확대되면서 눈과 스마트폰의 거리는 변하지 않으니 눈이 좀 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해상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건 결국 사진을 무한확대했을 때 보이는 사각형이 보일 수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하죠.
해상도를 측정하는 또 다른 단위 ppi
ppi (pixel per inch)는 1인치당 몇 개의 픽셀을 표현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한 단위인데, 이유는 이 ppi가 높을수록 우리가 ‘화면이 선명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면서 인간의 망막을 뜻하는 레티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호기로운 마케팅 용어까지 만들었죠.
아이폰4 때 처음 나온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눈 사이의 거리를 고려해서 픽셀이 더이상 픽셀로 느껴지지 않고 인쇄된 종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제는 출시되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이 정도 혹은 그 이상의 ppi의 화면을 탑재하고 있고요.
디스플레이가 있는 전자기기는 각각 사용할 때 인간의 눈과 떨어져 있는 거리가 달라서 ppi가 무조건 높다고, 혹은 낮다고 꼭 좋다고 볼 순 없습니다. 이 ppi를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큰 비용이 들어가고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보통 인간의 눈이 이를 감지해내지 못하면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제품이 되는 거죠.
요즘 스마트폰은 일반적으로 300-400 ppi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1000ppi 스마트폰이 나온다고 일반 사람들이 그 선명함을 느끼지는 못하겠죠. 또 스마트폰보다는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서 보는 TV는 ppi가 더 낮아도 선명하다고 느끼고요.
아이폰5 이전 애플의 해상도 전략
개발자로서는 개발하는 스마트폰의 해상도가 여러 개일 경우 신경 쓸 일이 더 많아집니다. 같은 비율로 해상도가 커진다고 해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파일 자체가 커져야 하고, 그렇게 되면 앱 용량이 더 커지게 되겠죠.
그런데 이 비율 자체가 깨지게 되면 더 많은걸 신경 써야 합니다. 이미지들이 찌그러져 보여서 사람 얼굴이 웃기게 보일 수도 있고, 메뉴가 잘린다든지, 수많은 고려사항이 생기게 되죠.
아이폰5가 나오기 이전까지의 애플의 전략은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아이폰3GS에서 아이폰4로 넘어갈 때 화면크기는 해상도가 정확히 4배 증가했습니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동일한 3.5인치였고요. 아이패드 같은 경우에도 고해상도(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넘어갈 때는 기존 모델의 4배를 늘렸습니다. 물론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비교해보면 비율 자체가 딱 몇 배로 늘리진 않았습니다.
- 아이폰 4, 4s = 아이폰 3, 3GS X 4
- 아이패드 3,4, Air 등 = 아이패드 1, 2의 해상도 X 4
아이폰5 이후 애플의 해상도 전략
하지만 아이폰5가 나온 이후로 이 공식 자체가 꼬여버렸죠. 아이폰4(아이폰4s와 동일)의 해상도는 960×640이고, 아이폰5의 해상도는 1136×640입니다. 가로 비율은 그대로인데 세로 비율만 늘어나게 됐죠.
그래서 화면 구성을 다시 만들어야 했습니다. 게임 같은 경우는 조금 더 정보를 보여주는 식으로 해결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 앱을 수정 해야 했죠.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는 앱도 많은 공을 들여야 했고요.
그래서 차기 아이폰의 해상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제 추측은 기존 아이폰5와 5s의 해상도 비율 자체는 유지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아이패드는 아이패드대로, 아이폰은 아이폰대로의 고유의 해상도 비율을 계속 유지하는 형태로요. 아이폰4S 이전의 비율을 유지하는 방식이 아닐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 아이폰 앱들 대부분이 세로로 조금 길어진 아이폰5와 5s의 비율에 맞게 제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이 아이폰5로 넘어갈 때 만들었던 대혼란을 개발자에게 다시 한번 야기시키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소문대로 4.7인치와 5.5인치 아이폰이 나온다고 하면 ppi차원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현재 4인치의 아이폰5s 해상도(640 x 1136)를 그대로 4.7인치 모델에 사용하면 ppi가 277 정도로 낮아지고, 5.5인치 모델에선 237 로 사람들이 보기에 화질이 너무 떨어지게 보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300 ppi이상의 디스플레이에 눈이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니까요.
반면 개발 편의를 돕기 위해 기존 전략인 해상도 4배(가로 2배, 세로 2배)를 가져가게 되면, 4.7인치 모델에서는 554 ppi로 너무 오버스펙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게 되는 꼴이 됩니다. 가격도 너무 상승하게 되고, 불필요할 정도로 높은 해상도이거든요. 어차피 사람 눈이 그 정도 높은 해상도를 구별해내지도 잘 못하고요.
결국 9to5 Mac이 추론한 가로 세로를 1.5배씩 늘린 총 2.25배의 해상도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 같습니다. 기존 아이폰5나 5s의 비율은 유지한 채 가로 세로 비율만 1.5배씩 늘리는 거죠. 1.3배나 1.7배의 애매한 숫자가 아니라요. 개발자에게 주는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도 그나마 딱 떨어지는 방식인 기존 아이폰 비율을 반으로 나눈 후에 3배를 하는 방법(다시 말해 현 아이폰5, 5s의 화면에서 2.25배)이 가장 적합해 보입니다.
- 아이폰 5, 5s 해상도 = 640 x 1136
- 아이폰 6의 추정 해상도 = 960 x 1704 (아이폰 5s의 가로 세로 비율의 각각 1.5배)
물론 개발자 입장에선 또 다른 해상도에 맞춰 앱을 개발해야 하는 수고가 따르겠지만 대화면 아이폰을 출시하는데 있어 다른 적절한 대안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4.7인치 모델에선 조금 오버스펙인 416ppi가, 그리고 5.5인치 모델에선 356ppi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