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슬로우뉴스는 NCSOFT와 함께 2016년 연중기획으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초래한 변화를 점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미래 읽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Next.Economy.X

  1. 10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자동차 혁명 
  2. 거인 위에 올라간 난쟁이: 디지털 공유 지식과 교육의 미래
  3. 예언의 시간이 다가온다: 2030년 에너지 대전환
  4. → 산업으로서의 인공지능과 기업·국가별 격차 심화
  • Next.Economy.X 시리즈는 자동차, 교육, 에너지, 도시, 환경, 인공지능 등 분야에 걸쳐 이어질 예정입니다.

[/box]

1947년 미국 공군은 수송기 더글러스 C-54가 미국에서 이륙하여 대서양을 건너 영국 땅에 착륙하는 순간까지 비행기 자동항법(Autopilot) 기술을 적용했다. 여기에 컴퓨터는 당연히 사용되지 않았고, 자이로컴퍼스(gyrocompass)로 불리는 회전 나침판과 항로 기록만이 비행기 자동항법을 가능케 했다.

인공지능이 경쟁력이다

1950년대 중반 미국에서, 1960년대 후반 유럽에서 처음으로 전투기 조종에 알고리듬과 마이크로프로세스가 이용되면서 컴퓨터와 컴퓨터 프로그램은 비행 조정 기술의 진화를 가져왔다. 이렇게 군사 기술로 시작한 비행 자동항법 기술은 1976년 초음속 비행기 콩코드(Concorde)에 상업용으로는 처음 적용되었다.

비행 조정의 컴퓨터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대형 비행기의 조종사 수는 6명에서 4명으로, 4명에서 2명으로 축소되었다. 항공사 입장에서 비행기술 진보는 높은 비행 조종사 인건비를 절약시켜 주는 요소였다.

1947년 세계 최초 비행기 자동항법 운항이 보도됐다. (이미지 출처: 플라이트글로벌)
1947년 세계 최초 비행기 자동항법 운항이 보도됐다. (이미지 출처: 플라이트글로벌)

기술 진보가 인건비를 줄이는 일은 트럭에서도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 AG(Daimler AG)는 트럭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는 한국과 다른 트럭 운전 규제가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트럭과 버스 운전자 1인의 하루 노동시간은 연속해서 9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운전자는 4시간 30분마다 최소 45분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 미국 또한 유사한 규제를 가지고 있다. 미국 동서부를 연결하는 물류와 유럽 남북부 및 동서부를 연결하는 물류에서 장시간 운전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유럽과 미국에서는 운전사 두 명이 하나의 트럭 또는 버스에 탑승해 번갈아 가며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다임러 AG는 바로 이 규제를 파고들어 자율주행 트럭으로 트럭 운전자 수요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물류 업계 입장에서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니 일반 트럭보다 고가의 자율주행 트럭을 구매할 동기가 충분하다.

아마존이 가진 로봇과 인공지능 경쟁력

아마존은 2012년 창고형 로봇 키바(Kiva)를 생산하는 기업인 키바시스템을 7억7천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키바시스템을 미국의 아마존 물류창고에 적용한 것은 2015년 하반기다. 약 3만 대의 키바 로봇이 미국 13개 물류센터에서 작동하고 있다. 키바시스템은 물류창고의 물류관리시스템(inventory management system)에서 흐르고 관리되는 데이터, 로봇 키바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알고리듬 그리고 로봇 키바 등 3대 영역을 통칭한다.

키바시스템은 우선 60분에서 75분까지 소요되는 소비자 주문부터 배달 시작까지의 시간[footnote]이를 “Click to Ship”라 부른다[/footnote]을 15분으로 크게 단축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물류창고 비용을 약 20%가량 절약하고 있다.

그리고 로봇 키바 덕에 동일 공간에 더 많은 선반을 설치할 수 있다. 물건이 쌓인 선반이 높아지고 선반 사이의 통로가 좁아져도 키바는 문제없기 때문이다. 아마존 물류창고는 키바시스템으로 같은 공간에 약 50% 더 많은 물건을 저장하고 분류하고 운반하고 포장할 수 있다. 이는 아마존 프라임 나우(Prime Now)에 이롭다.

프라임 나우는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의 대도시에서 배달 시간을 1시간, 2시간, 4시간으로 구별해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문제는 이들 대도시의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물류센터를 구축하는데 작지 않은 비용이 든다. 키바시스템은 단위 면적의 물류 효율성을 증대시켜 그만큼 다른 경쟁업체와 구별되는 이점을 아마존에 제공한다.

짧은 배달시간으로 소비자 효용감을 증대시키고 물류 비용을 절감시키는 것은 키바시스템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2014년부터 이용자의 구매 패턴, 장바구니, 검색 등을 분석하여 구매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중간 거점으로 미리 이동시키는 “예측 배달(anticipatory shipping)”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러한 기술 덕에 미국, 유럽 등 넓은 땅이라는 시장조건을 오히려 경쟁 우위 요소로 만들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은 아마존과 다른 전자상거래 서비스 사이의 경쟁력 격차만을 낳는 것이 아니다. 미국인 중 90%가 월마트 매장으로부터 10마일(약 16km)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로 90% 이상의 미국인은 빠르게 진화하는 아마존의 지능형 물류 시스템과 예측 배달 시스템 덕에 아마존 (온라인) 매장으로부터 10인치(약 25cm) 이내에 거주할 것이다. PC, 스마트폰에 손만 뻗으면 되니까.

아마존은 알고 있다

구글의 기술: 딥마인드와 칼리코

구글이 인공지능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시점은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을 기술 임원으로 영입했던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후 인공지능 관련 연구자 대거 영입, 2014년 딥마인드 인수, 2015년 인공지능 요소인 “랭크브레인(RankBrain)”을 구글 검색 알고리듬에 포함해 이를 전체 검색 질문 중 15%에 시험 적용, 2015년 구글 최고경영자 선다 피차이(Sundar Picha)의 “인공지능 우선(AI First)” 선언, 2016년 2월 구글 검색 최고 담당자를 음성 인식 등 인공지능 전문가 존 지아난드리아(John Giannandrea)로 교체, 2016년 6월 구글 모든 검색에 랭크브레인 적용 등 구글은 자율주행 차 등 신규 프로젝트뿐 아니라 구글의 핵심 서비스에 인공지능 연구 성과를 결합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2016년 6월 5일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와 협력하여 영국 환자 데이터에 접근하여 질병 조기 발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음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4월 29일 뉴사이언티스트(NewSicentist)가 이를 보도한 이후 한 달이 조금 지나 공식 시인한 것이다.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구글 인공지능은 160만 명 환자의 모든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하기 이전인 2011년부터 진행되었던 질병 조기 발견 예측 프로젝트는 딥마인드의 기술과 결합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앱은 환자의 신장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그 진화과정을 예측한다. 구글은 이렇게 마련된 기술을 당뇨병, 연령과 관련된 시력 상실 등에도 적용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인류 질병과 노화로 인한 병을 치유하는데 인공지능은 작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또 다른 자회사인 칼리코(Calico)의 연구 결과와 영국 환자 데이터와 질병 예측 알고리듬이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도 작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초한 구글의 의학 기술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획득하면서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 설립된 칼리코는 노화와 관련된 질병을 연구하는 영리기업이다.
2013년 설립된 칼리코는 노화와 관련된 질병을 연구하는 영리기업이다.

페이스북의 FAIR와 AML

페이스북은 2013년부터 인공지능 기술 투자를 시작했고, 현재 두 개의 인공지능 부서를 가지고 있다. 바로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FAIR)[footnote]Facebook’s 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footnote]”와 “응용 기계학습(AML)[footnote]Applied Machine Learning[/footnote]”인데 주커버그 페이스북 대표 직속 부서다. 이 두 곳에는 150명 이상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속해있다.

FAIR를 이끄는 사람은 딥러닝 전문가 얀 러쿤(Yann LeCun)이다. 얀 러쿤의 연구는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도 인공지능 연구의 기초로 활용되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얀 러쿤은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아닌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이유로 ‘연구원 선발에서부터 연구방향 결정과 연구결과를 어디까지 공개할지를 결정하는 일까지 그에게 완벽한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얀 러쿤은 FAIR에서 진행된 연구결과 중 일부를 깃허브(GitHub)에 공개하고 있다. 얀 러쿤에 따르면 FAIR의 연구 중 70%는 장기 기초연구다. 기초연구는, 기계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무언가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기계를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스스로 관찰을 통해 기계가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머지 30%의 연구는 단기 과제에 집중되어 있다.

페이스북의 FAIR와 AML

이곳의 연구결과를 페이스북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은 두 번째 조직 AML이다. AML은 스페인 출신으로 독일과 영국에서 기계학습 연구를 진행한 호아킨 칸델라(Joaquin Candela)다. AML은 페이스북 뉴스피드, 페이스북 광고 노출, 이용자 포스트 내용 분석 등과 관련한 알고리듬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는 과제를 맡고 있다.

페이스북은 현재 딥텍스트(DeepText)라는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용자들의 포스트를 분석하고 있다. 20개의 언어 능력을 갖춘 딥텍스트는 초당 수천 개의 포스트 내용을 분석할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이용자들의 대화 또한 딥텍스트의 분석 대상이다.

https://www.facebook.com/Engineering/videos/10154132641047200/

위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두 명의 이용자가 대화 중에 택시를 타자고 결정할 경우 딥텍스트는 이 대화를 통해 이용자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두 대화자에게 택시 또는 우버를 제안할 수 있다.

딥텍스트는 사진과 텍스트의 문맥을 이해한다. 어떤 이용자가 아이 사진을 올리고 “14일”이라고 적으면 딥텍스트는 해당 이용자 가정에 아이가 태어났음을 인지할 수 있다. 딥텍스트는 샹 장(Xiang Zhang)과 얀 러쿤(Yann LeCun)의 논문 “Text Understanding from Scratch”에 기초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은 일차적으로 뉴스피드에서 광고에 대한 이용자들의 저항감을 최소화하면서 문맥에 조응하는 광고를 통해 광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 나아가 메신저 봇, 메신저 기반 상거래 서비스 등에도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은 다양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

세계 2차 대전 후반기인 미국은 영국 및 캐나다와 함께 핵무기 개발을 두고 소련, 독일, 일본과 경쟁했다. 1942년 미국은 뉴욕 맨해튼 지역에 미국, 영국, 캐나다 과학자 뿐 아니라 수많은 유럽 과학자를 끌어모아 ‘맨해튼 프로젝트’라 불리는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약 13만 명에 이르는 연구자들이 직접 또는 간접 참여하였고, 당시 돈으로 20억 달러(2016년 기준 260억 달러 수준)가 투자되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1945년 8월 6일과 9일 각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를 결과했다.

2016년 3월 31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중국 바이두가 2015년 한 해 동안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매입하는데 쓴 돈이 85억 달러(약 10조 원)다.

그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특히 미국 기업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파리와 베를린에 인공지능연구소 문을 열고, 구글은 2015년 독일 국책 인공지능연구소를 통째로 인수하여 유럽 인재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 중심도 대학교 또는 국책 연구소에서 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딥러닝 관련 논문에서 기업 소속 연구원의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 출처: 이코노미스트)

인공지능 연구가 기업으로 집중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980년대, 1990년대와 달리 인공지능이 기초 학문영역을 넘어 기업 이익 창출에 기여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앞다투어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특정 서비스를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에 인공지능 연구 재료가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기업 중심 인공지능 연구의 문제는 ‘쏠림현상’이다. 네트워크 효과에 기초한 플랫폼의 집중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이른바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

위 그림에서 ‘서비스’는 페이스북 또는 구글 포토 등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용자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할수록 관련 데이터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흘러들어 간다. 이 데이터를 기초로 기업은 기계학습을 이용해 인공지능 기술을 진화시킨다. 다시 이 인공지능 기술은 해당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고 기업 수익을 증대시킨다. 더욱더 매력적인 서비스에 이용자가 몰리고 그만큼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증가한다.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공지능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인재들이 대학교를 떠나 데이터가 쌓여있는 기업으로, 심지어 중장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몰려가고 있다. 여기에 유럽 국가들의 근심이 놓여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디지털 혁신 기업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업이 부재한 유럽에서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그 의미가 증가하는 인공지능 기술 진화는 점차 요원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격차 심화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시장 실패가 확인된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연구를 행정부가 주도하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관련 시장의 역할과 공공의 역할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것이 크게 뒤처지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IT 강국’의 허상에서 벗어나는 일도 시급하다. 현재 상태 분석(이른바 AS-IS 분석)이 잘못되면 그다음 단계는 모두 소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걱정은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제의 몫이다. 한국 경제는 이를 걱정할 근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래 읽기

관련 글

첫 댓글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