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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우리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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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님의 홍대 행진
사진: 딴지일보 좌린(@zwarin)

안녕하세요. 지난 29일, “우리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까요?”라며 30일에 모이자고 청와대 게시판에 제안 드렸던 스물다섯 살 용혜인입니다. 제가 올렸던 글을 기억하시나요? 제 글을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아쉽게도 제가 29일에 올렸던 글은 이제 청와대 자유게시판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서 삭제되었기 때문입니다.

글, 막히고 사라지다… 보호할 개인정보는 과연 누구의 정보인가?

글을 올린 지 한두 시간 후에는 글자체가 볼 수 없지는 않았습니다. SNS를 통해 링크가 퍼지고 있던 와중에 처음에는 링크를 통해 글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막혔습니다. 제 이름을 직접 검색해야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4월 30일 250여 명이 ‘침묵행진’을 하고 난 후 오늘 낮에는 글이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본인이 삭제했느냐’고 물어오시는 기자님들을 통해 들었습니다.

한 기자님이 청와대에 직접 확인하시고 저에게 전화를 주셨는데 청와대에서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삭제되었다.”고 답변했다 합니다. 아마도 4월 30일에 모여달라는 글에 적혀있던 제 휴대전화 번호를 문제 삼은 것 같습니다.

선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제안드리는 글에 누구든 연락하실 수 있도록 제 번호를 적었고, 검색에서 스팸문자에 사용되도록 긁어갈 수 없게 일부는 한글로 적어놓았습니다. 저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게시판에 공지도 없이 삭제되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이 글에서 문제가 된, 보호되어야 할 ‘개인정보’가 과연 저에 대한 정보입니까, 아니면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건의 책임자다’는 정보입니까?

번호판 1120, 은색 스타렉스

집에 가던 길, 창문을 내리고 저를 몰래 촬영하던 승합차.

4월 30일, 많은 분들과 함께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함께 나누고 집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던 와중에 횡단보도 앞에 섰는데, 한 승합차가 제 앞에 와서 서더니, 창문이 열렸습니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남성 두 분이 타 있었고, 캠코더로 보이는 카메라가 ‘촬영 중’이라는 의미의 빨간 불빛을 내보내면서 저를 찍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자리에서 누구 신데 저를 찍으시느냐고 따져 물어야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일에 당황해서 ‘저게 무엇인가’하고 쳐다봤습니다. 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승합차는 횡단보도를 지나쳐갔습니다. 횡단보도를 지나쳐서도 멀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앞에 다른 차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한가운데에 서서 20초가량을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차에 다가가자 그 차량은 쌩하니 사라졌습니다. 그 차량은 번호판 1120, 은색 스타렉스 차량이었습니다. 그 두 분은 과연 누구일까요? 누구시길래, 길 가던 저를 몰래 창문을 내리고 찍고 도망치듯 가셨을까요?

“이렇게 행진하는 건 불법”이라는 경찰

이날, 명동에서부터 경찰이 따라붙어서 “어디로 갈 거냐”라고 계속 물어보셨습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 6시쯤 시청광장에서 참배하고 25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보신각으로 침묵행진을 계속하는데 다른 경찰이 다시 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자신을 남대문서 정보과 형사라고 소개했던 그 경찰은 “이렇게 행진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조용히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면서, 그리고 추모하면서 묵묵히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와서 “이것은 집회고 행진이다. 불법이다. 그만하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시민들이 모여서 조용히 추모하는 것이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못할 일인 걸까요?

저는 두렵습니다 그들도 제가 두려운가 봅니다

두렵습니다. 경찰이 제가 하는 침묵행진이 ‘불법’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차를 끌고 저를 쫓아다니며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두렵고 겁이 납니다. 하지만 제가 두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도, 그리고 이 나라의 공권력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제가 두려운가 봅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모인 250명의 시민이 무서운가 봅니다.

그래서 저는 5월 3일 토요일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번 모여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일이라면, 다시 한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저 혼자 이야기했다면, 정부가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250여 명의 시민분들과 함께 이야기했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5월 3일 토요일 두렵지만 다시 한 번

5월 3일 토요일에는 다시 한 번, 그리고 수요일보다 더 많은 시민과 모여서 ‘가만히 있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5월 3일에 지난 수요일과 마찬가지로 2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4시 명동 밀리오레, 6시 시청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가만히 있으라’는 세상의 명령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으로 행진하려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다시 한 번 해야 하냐, 몇 번씩이나 계속해야 하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위해 다시 한 번 “가만히 있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함께 던져주세요.

가만히 있지 못하겠는 시민 여러분, 뭐라도 해야겠다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왠지 모르게 가만히 있기 꺼림칙한 시민 여러분, 5월 3일 이번 주 토요일에 가만히 있지 말고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함께 침묵으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세상에 함께 전하는 것에 동참해주세요!

* 5월 3일 토요일
– 오후 2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
– 오후 6시 시청광장
* 드레스코드 : 검정
* 준비물 : 노란 리본을 묶은 국화와 마스크

제안드리는 이 : 스물다섯 살, 용혜인. 010-3066-3260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지도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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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용혜인
초대필자, 대학생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용혜인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 가만히 있어도 될까 의문이 들어, 침묵 행진을 제안한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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