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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비교 사이트를 이용한 똑똑한 투표, 대선에선 가능할까? [특집]

19대 국회 미디어를 바꾸자 (2012media.kr)

새누리당이 MB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 이유

19대 총선을 맞아 총선미디어연대와 진보넷은 각 당의 미디어 정책 공약을 비교하는 사이트, ’19대 국회 미디어를 바꾸자’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사이트는 2월 24일, 총선미디어연대가 발표한 ’19대 총선, 3대 의무 35개 공약 제안’을 토대로 이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을 비교, 정리한 것이다. 각 당의 입장은 각 당이 발표한 정책 공약과 총선미디어연대의 공약 질의에 대한 회신 등을 바탕으로 했다. 다만, 새누리당의 경우 미디어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각 언론사에 낙하산 사장을 투하하여 공영방송을 관영방송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이에 대한 저항은 결국 19대 총선 기간 동안 KBS, MBC, EBS, 연합뉴스 등 언론사 노조들이 파업으로 표출되었다), 미네르바 구속, @2MB18nomA 트위터 계정 차단 등 인터넷을 통한 일반 시민의 정부 비판도 과도하게 통제해왔다.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19대 국회와 차기 정부에서 현행 미디어 정책과 제도를 언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이 사이트는 19대 총선 기간에 미디어 의제를 이슈화하고 각 정당에 미디어·시민단체의 정책 제안 수용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시민들에게 미디어 의제를 소개하는 한편, 각 정당의 미디어 정책 공약을 비교하여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며, 나아가 각 정당에 특정 정책을 채택하도록 압박하는 시민참여 캠페인을 전개하고자 하였다.

반응과 평가는 좋았지만…

이 사이트 자체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선거 시기에 각 당의 정책을 쉽게 비교해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정책 중심의 선거가 되기 위한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부여를 하는 분도 있었고, 각 당의 정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 자체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이트의 목적 달성에는 실패한 것 같다. 차기 선거에서 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실패의 원인을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선 19대 총선이 전혀 정책 선거가 되지 못함에 따라, 이 사이트가 정치적인 의미를 갖기 힘들었다. 선거 기간 동안 경제민주화나 복지 정책조차 그다지 쟁점이 되지 못했는데, 35개나 되는 미디어 정책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이런 상황이 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지역구 중심적인 한국 선거제도가 갖는 구조적인 한계, 그래서 전국 정책보다는 각 지역에 출마한 인물이나 지역정책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있을 것이고, 이명박 정부나 새누리당과 차별성을 갖는 대안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책적 쟁점을 이슈화하지 못한 야당의 전략 부재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유의미한 정책 캠페인을 전개하지 못했다. 선거에서 정책이 갖는 의미가 실종되다 보니, 시민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미디어 정책에 대해 토론하거나 각 당에 요구할 동기도 없어졌다.

기획 단계에서는 각 당의 정책 공약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의 입장까지 드러내려고 했으나, 예비후보가 아닌 실제 후보자가 확정된 때(후보자 등록 직전)부터 각 후보자의 입장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적, 인적 역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실 미디어 정책에 대해 개별 후보가 구체적인 입장이나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부분은 반영하지 못했다.

사이트의 기획 측면에서도 평가해야 할 점이 있다. 각 당의 미디어 정책 비교라는 정보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각 의제에 대해 이용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갖고 클릭을 해보았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실련 정책선거도우미, “나와 통하는 정당을 찾아라!”는 일반 시민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게임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참조할만한 시도였다. 설문에 답을 하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답과 각 정당의 입장을 비교해보는 과정을 통해, 각 정당의 입장을 알 수 있는 동시에 의제에 대해 자신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도 제공하고 있다.

각 당의 입장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비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이 사이트는 각 당의 입장을 찬성, 반대, 이견, 입장없음 등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각 당의 공약 체계가 다르고(장애인 미디어 접근권 같은 경우 장애인 정책에 포함될 수도 있고, 미디어 정책에 포함될 수도 있다), 찬성/반대/이견 중 어디에 포함해야 할지 모호한 경우도 많았으며(시민사회 정책 제안 중 일부만 공약으로 제시한 경우 혹은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구현 방안에는 이견이 있는 경우 등), 새누리당과 같이 아예 입장이 없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었다.

35개 의제를 모두 포괄하려 한 것도 무리수였다. 이용자들이 이 사이트에서 스트레스를 느껴가면서 교육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정당의 정책 공약에 의견을 제시할 목적이라면 35개가 아니라 그 이상의 상세한 의견서도 무방하겠지만, 대중적 이슈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소수의 중요 의제-특히, 각 정당의 입장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의제-로 한정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의제를 이슈화하고(예를 들어, 인터넷 심의 폐지를 공약화하라!), 이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획도 부재했다. 예컨대, 인터넷 심의 폐지에 동의하는 이용자들이 이를 거부하는 정당(새누리당)에 트위터 멘션을 보내는 캠페인을 할 수 있을 텐데, 사이트에서 이를 이끌어낼 만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도 못했고, 의식적인 캠페인 기획도 없었다.

대선이야말로 본무대

첫 시도였기 때문에 미처 고려하지 못한 점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선거를 앞두고 긴급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시간적인 제약도 있었다. 이제 올해 또 하나의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대선은 후보의 수도 적고, 상대적으로 정책적 쟁점이 이슈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총선보다는 환경도 좋다. 이와 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대선에서는 보다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이 글은 슬로우뉴스 2호 특집, ‘온라인, SNS 그리고 4.11 총선’ 네 번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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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공유연대 IPLeft 활동가입니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 공유, 망중립성을 옹호합니다. 해적들의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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