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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로 배우는 매체 전략: 한겨레 제휴 소식에 부쳐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온라인 언론매체 가운데 하나로 발돋움한 ‘허핑턴포스트‘(이하 허포)의 이름이 최근 한국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유인즉슨, 2011년 이래로 허포가 각종 해외에디션으로 확장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최근 한국 에디션 사업파트너로서 한겨레와 손을 잡았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겨레와 허핑턴포스트의 만남

한겨레와 허핑턴포스트의 만남

한겨레와 허포가 어떤 식으로 사업을 펼칠지, 확실하게 발표된 바는 아직 없다(비교해볼 만한 사례는 일본의 ‘허포재팬’인데, 이 경우 아사히신문이 파트너로서 필진 네트워크를 연결해주어 콘텐츠 공급을 하면서 기본적으로는 허포의 사이트 엔진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식이다).

하지만 이 파트너십이 단순히 또 하나의 언론사 운영 블로그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한국 언론환경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자극을 주려면, 애초에 왜 허포가 그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좋은 보도로 퓰리처상도 탔더라”보다는 한 꺼풀 더 들춰볼 필요가 있다.

허포의 성공: 세 가지 요인의 교집합

2005년 창립 당시의 허포는 아리애나 허핑턴이라는 개인이 만든 뉴스스크랩 서비스 겸 블로그였다(굳이 비교하자면 오늘날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뉴스페퍼민트 등의 모습이 섞여 있다고 보면 비슷하다). 허핑턴은 미국 정계에 뛰어난 인맥을 지녔었기에, 리버럴 진영의 필자들에게 시사적인 정치평론을 잔뜩 얻어내서 채워넣었다.

그리고 한편 언론에 보도된 다양한 사안들 가운데 리버럴 성향에 적합한 것들 위주로 모아서 요약해, 온라인에서 인용되는 빈도와 폭을 빠르게 높였다. 그렇게 증가한 매체 파급력은 다시금 더 많은 필자들의 자발적 포스팅을 끌어들였다. 정리하자면, 허포 성공은 어느 하나가 아니라 (최소한) 3가지 요인의 교집합 때문에 가능했다.

  1. 품질 관리된 시민 저널리즘: 유명인/전문가들의 블로그 글, 게시판 글 기사화 외
  2. 노출 최적화: 소셜 추천+검색엔진
  3. 애그리게이션: 다른 주요 언론기사들을 재빨리 요점만 ‘요약 소개’

이 요소들은 각각 매력, 유통력, 효용성이라는 역할을 충족하고 있다. 이들이 중요한 것은 매력은 인지도를, 유통력은 노출을, 효용성은 사용을 끌고 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포의 성공에 가장 큰 열학을 했음에도,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소개되는 특징이 바로 애그리게이션 부분이다.

한국에서도 통했던 세 가지 성공 요인

그런데 사실 각각의 요소들은 한국서도 꽤 해봤고, 각각 성공을 거둔 것들이다.

1. 유명인/전문가의 블로그스러운 칼럼

즉 학술문이나 언론기사의 정형을 다소 벗어나더라도, 자기 아는 바에 대해 솔직하게 써내리는 – 기고문을 유치하여 히트하는 것은 한때 한국에서 흔했다. 오마이뉴스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신행정도시 이전’에 관한 헌재의 위헌 판결을 비판한 당시 도올 김용옥의 글(‘가련하다 헌재여’)을 기억해보자. 당시에 화제성도 대단했고, 특히 자발적 원고료가 쏟아진 덕에 국제 언론학계에서 지금까지도 종종 인용되고 있다.

아니면 게시판 등 참여형 글 공간에 올라온 쓸만한 콘텐츠를 기사로 끌어오는 방식은 어떤가? 딴지일보에서는, 게시판이 달린 90년대 후반 이래로 죽 주요 원고 수급 방식 중 하나다.

2. 노출 최적화

성공적 온라인뉴스 사이트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검색엔진이 아니라 포털 뉴스란 엔진이 그 대상이라서 태그 조절과 링크 유도가 아니라 검색어 낚시에 더 특화되었지만 말이다.

3. 요약보고형 애그리게이션

그 힘은, 역설적이게도, 주류 언론들이 오히려 증명해준다. 대형언론들이 체면도 없이 마구 시전하면서 정작 원래 기사를 썼던 매체소스로는 링크 하나 안 이어주는 양아치질 말이다. 남의 특종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서 “**에 의하면” 한마디만 넣어주고는 마음껏 자기 기사처럼 포장해 버리기가 그리 흔한 이유는, 짧고 결론만 있는 그런 식이 은근히(아니 당연히)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첨단 트랜드 수용한 허포 vs. ‘오래된 혁신’ 오마이뉴스

그런데 허포는 이런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모두 동원하고, 특히 당대 첨단의 매체 트렌드를 계속 수용하며 발전해왔다. 리버럴판 드러지리포트(*주: 클린턴 대통령의 인턴 스캔들을 터트린 온라인매체)나 다름없어 보였던 최초 컨셉과 달리, 계속 틀거리가 발달해갔다.

출범한 2005년 무렵 한창 익었던 블로그’붐’에는 사장이 인맥으로 동원한 유명인사들에게 블로깅을 시켜서 블로그 콘텐츠를 중앙배치하고, 남의 뉴스 애그리게이션을 해주며 폭발하는 뉴스 앞에 유용한 정보를 필터링해주는 듯한 안식처를 제공했다. 그런 기능들이 페북-트위터 붐을 타고 SNS들로 일정 부분 넘어가는 국면에서는, 또 SNS를 통한 추천과 ‘아웃리치'(outreach, 확장) 영역을 냉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얄궂게도 거의 정반대 사례가 오마이뉴스에 가깝다. 시민기자라는 선진적 모델로 2000년에 시작했지만, 갈수록 자기 역할을 ‘새로운 뉴스 매체’라기보다는 ‘대안 신문’으로 정립한 경우다. 언론 지면을 제공할 테니 시민들은 기사를 달라는 방식으로 시작했는데, 그 후 수년 뒤 새로 등장하는 트렌드들에 늘 소극적이었다.

개인 매체의 조합이라는 블로그 시대에 걸맞은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내지 않고 상근 기자 기사만 늘어났다. SNS 붐에도 역시 그것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하려는 모습은 미미한 채로, 10만 클럽 캠페인 같은 한층 구식 방식으로 회귀하고 말이다.

허핑턴포스트의 ‘어두운 그늘’

기억해야 할 것은, 허포의 현재 방식이 모두 따라해야 할 바람직한 모델이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시민 저널리즘 품질 관리는 자의적으로 협소해지기 쉽다. 다만, 허포는 설립자의 방대한 기존 인맥 덕에 이 문제를 초반에 대체로 비켜갔던 것뿐이다. 결국에는 원고에 관한 정당한 금전적 보상 지급이 필요하다. 노출 최적화는 모방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에,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늘 ‘레드오션’이다. 애그리게이션은 기본적으로 업혀가는 것이라서, 논란 많은 파생품이다(예: AdAge).

2011년, 허포는 AOL 산하 즉 대기업 오너십 체제로 들어갔다. 허핑턴이 AOL 뉴스미디어부서의 보스가 되어 편집 자율을 보장받았다 해도, 명백한 대기업 프로젝트가 된 상태이기에 여러 필자가 선의로 공짜 블로그 글을 공급하는 것을 유보했고, 다수의 필진을 물갈이했다. 애그리게이션은 원래 민감한 영역이며(따지고 보면 애초에 미국권 블로거들이 그런 식의 ‘자기 코멘트 달아놓은 뉴스 소개’를 유행시켰다) 전문분야 단위로 그런 것을 훨씬 덜 논쟁적으로 더 잘하는 경쟁자들도 늘어났다.

그런 와중에서 사업 방향으로 제시된 몇 가지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자체 심층취재 강화와 국제 에디션인데, 전자는 성과가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비록 퓰리처상을 탄 것도 있지만) 남는 것에 그치고 있는 상태에며, 국제 에디션 또한 콘텐츠 교류라는 것이 아직 한창 실험 초입단계라서 어떤 식의 결과가 나올지 점치기 어렵다.

당대의 양질 콘텐츠 확보하는 종합적 기획력 배워야

르몽드와 허핑턴포스트가 만난 ‘르 허핑턴 포스트’
르몽드와의 차별화 정책을 통해 젊고 대중적인 느낌의 매체로 포지셔닝했다. 월 350만 명 독자가 찾는다. (2012년 12월 기준)

그렇기에, 허포를 참조한다면 허포의 이름값에 환호하거나 그들의 현재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복제해보는 것보다는, 당대에 가장 대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식들을 (예: 전문가 블로거, 온라인 노출의 기술, 정보 큐레이션의 교차점) 탐구해서 계속 새로 적용해내는 종합적 기획력 자체를 배워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뉴스 독자들이 기사를 매개로 토론이 붙는 것을 좋아한다는 현실을 인식했다면, 30명이 넘는 전문 댓글관리자를 고용하여 인공지능과 수동판단을 조합하여 연간 7천만 개 이상의 댓글을 문제 내용에 따라 관리해내는 그런 허포의 철저함 같은 것 말이다.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캡콜드닷넷’에 실렸던 2011년 포스트를 개정, 증보한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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