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3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한겨레가 오늘 1면 머리기사로 단독 보도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회계 감리에 착수했는데 기업 가치를 띄우기 위해 매출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잡고 있다는 기사다. (지면 기사에는 ‘분식회계’라고 썼다가 온라인판에서는 ‘회계조작’이라고 제목을 바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 감독 당국과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무시무시한 기사다. 연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 가뜩이나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를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포털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악재가 겹쳤다. 한때 7만 원을 넘어섰던 카카오 주가는 3만8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비상장 기업이다. 카카오가 5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쟁점은 이것이다.
-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 자회사다. 지난해 79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택시 사업이 5403억 원, 대리운전 사업이 1062억 원 등이다. 영업이익은 195억 원, 당기 순손실이 277억 원이다.
- 카카오T블루로 콜이 발생하면 가맹 택시회사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KM솔루션에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카카오모빌리티를 거쳐 16~17%가 다시 택시회사로 돌아가는 구조다.
- 한겨레는 “금융감독원은 두 계약이 실질적으로 하나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 “매출 부풀리기를 둘러싼 논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KM솔루션이 카카오모빌리티의 100% 자회사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동일체고 두 계약이 모두 택시 운임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하나의 계약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한겨레는 “분식회계 의혹의 이면에 ‘상장 한탕주의’라는 동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카카오의 반박.
-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은 하나의 계약이 아니고 서로 귀속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각각 계약 1과 계약 2라고 하자.)
- KM솔루션과 택시회사의 계약이 가맹 계약이고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회사의 계약이 업무 제휴 계약이다.
- 금융감독원은 KM솔루션=카카오모빌리티라고 보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회사의 계약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이 향후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 카카오모빌리티가 두 계약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다.
- 계약 1로 KM솔루션이 택시회사들에게 받는 돈은 플랫폼 제공과 단말기 유지 보수 등의 로열티 성격이다.
- 계약 2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회사들에 주는 돈은 차량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의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카카오 바이크 입지 선정과 미래 모빌리티 사업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택시 사업과 별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시 래핑 광고 등 광고비도 여기에 포함된다.
- “둘 다 택시 운임에 연동되기 때문에 하나의 계약으로 봐야 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주장도 반박했다. 계약 1은 운임 매출의 20%를 정률로 받지만 계약 2의 광고 마케팅 비용은 운행 건당 정액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연동된 계약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르게 읽기.
- 계약 1만 하고 계약 2는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운임의 20%를 고스란히 갖다 바치면서 16~17%를 돌려 준다는데 이를 포기할 택시회사는 없다. 둘은 패키지로 봐야 한다.
-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수수료를 받았다가 되돌려 준다는 일각의 주장은 별도로 운영되는 두 개의 계약을 연결해 인식한데 따른 오해”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카카오모빌리티가 두 계약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제가 발생해서 카카오T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계약 1의 가맹금을 일부 차감했다(청구하지 않았다).
- 둘째, 택시회사들이 계약 1의 가맹금을 미납하는 경우에도 계약 2의 비용을 정상 지급했다.
-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애초에 가맹 수수료(계약 1)와 데이터 수집 대가(계약 2)가 둘 다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논리에 따르면 계약 2에서 많이 돌려주고 있으니 계약 1에서 많이 받아도 된다는 주장이 모순이 된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해 보자.
- 만약 카카오T블루로 부른 택시 요금이 1만 원 나왔다면 이 가운데 20%를 KM솔루션이 수수료로 떼고 8000원을 택시회사에 준다. 2000원이 KM솔루션 매출로 잡힌다.
- 이와 별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운행 건수에 따라 데이터 수집과 광고비 등을 택시회사에 주는데 이게 택시 요금 1만 원 기준으로 보면 1600~1700원 정도가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게 비용이라고 본다.
- 결과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KM솔루션이 택시 요금 1만 원 가운데 300~400원 정도가 남는다.
- 매출을 2000원으로 볼 거냐, 300~400원으로 볼 거냐가 쟁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00원이 매출이라고 주장하고 금융감독원은 300~400원만 매출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0%의 가맹 수수료는 적절할까.
- 만약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렸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애초에 20%를 수수료로 떼는 게 적절한가를 따져봐야 한다. 한국은 가뜩이나 택시 요금이 낮은데 택시 요금 1만 원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가 2000원을 수수료로 뗀다면 난리가 날 게 뻔하다. 1600~1700원을 돌려주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라는 이야기다.
- 카카오모빌리티는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운임의 15~25%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운임의 3~4%를 가맹 수수료 매출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글로벌 시장의 전반적 동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시각”이라는 주장이다.
- 실제로 미국에서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나 리프트가 얼마의 수수료를 가져가느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우버의 수수료(take rate)는 27.7%에 이른다. 코로나 팬데믹 때 15% 밑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다르고, 택시 중개 서비스를 우버나 리프트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와 비교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결론: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을 부풀렸나.
- 일단 분식회계라고 하기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구조는 이미 공개된 상태다. 매출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일 뿐 실제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은 달라질 게 없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이다.
- 만약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회사들에게 데이터 수집과 광고비 명목으로 16~17%를 돌려주지 않았다면 20%를 모두 매출로 잡는 게 문제가 없겠지만 그랬다면 애초에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처음부터 3~4%의 수수료만 받기로 했다면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카카오 바이크 사업이나 대리운전 사업 등에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불가능했을 거란 주장을 반박해야 한다. 애초에 사업 전략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 한겨레가 금융감독원을 출처로 “3000억 원대 분식회계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기업 가치를 띄위기 위해 매출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보도한 것은 성급했다. 매출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분식회계’ 또는 ‘회계조작’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비약이다. 금융감독원이 감리에 착수한 상태고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석 줄 요약.
- 금융감독원은 실제로 택시회사들과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택시요금의 3% 정도인데 이걸 매출 20% 빼기 비용 17%로 잡았다면 분식회계라고 주장한다.
- 카카오는 실제로 매출 따로 비용 따로라고 반박한다. 플랫폼 수수료는 글로벌 평균 정도로 잡았고 데이터 수집과 광고 플랫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로 잡았는데 이걸 퉁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 분식회계라고 주장하려면 허위의 매출이 잡혀 있거나 매출에서 비용을 차감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금융 범죄 수사 전문이었던 검사 출신 이복현(금융감독원 원장)이 이런 상식을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