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9월 5일 (화).
‘고발 사주’ 손준성 승진이 말하는 것.
- 경향신문의 평가에 따르면 손준성(서울고검 송무부장)은 “검찰 업무와 관련한 중대 비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손준성이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인사권자가 이 사람 문제 없다며 법원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 핵심은 검찰의 선거 개입이다. 현직 검사가 윤석열(당시 검찰총장)에 비판적인 인사를 고발하라고 국민의힘(당시 야당)에 고발장을 만들어 준 사건이다. 그런데 윤석열이 대통령이 돼서 그 검사를 승진시킨다? 보은성 인사인 데다 충성하면 자리 만들어 준다는 메시지가 된다.
- 한겨레는 사설에서 “검찰 인사를 마치 논공행상하듯 한다”면서 “검찰 정권에서는 국민 시선 따위는 무시해도 괜찮다고 보는 거냐”고 물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검찰 국가 시즌 2 예고”라고 평가했다.
-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성윤(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외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국민의힘이 “범죄를 저질러도 정권에 충성하면 승진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비판했다.
“무너진 것은 교실만이 아니다.”
- 영국 BBC가 한국 교사들 자살을 다루면서 “성공에 대한 좁은 정의와 함께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생의 성패가 성적으로 좌지우지되지 않는 사회가 주는 혜택은 결국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진단도 의미심장하다.
- BBC는 한국을 초경쟁사회(hyper-competitive society)라고 정의했다. “모든 게 학업적 성공에 달려 있기에 학생들은 매우 어린 나이부터 언젠가 명문대에 들어가기까지 최상위권 성적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면서 “부모들은 비싼 값을 치르면서 자녀를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학원(hagwons)에 보내 공부시킨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한 현직 교사는 “내 자식만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만 생각하면 매우 이기적으로 변하고 이 압박감이 아이들까지 전해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분노하는 이유.
- 교육부가 교육활동 보호 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와 구분하도록 했고 학부모 민원을 맡는 대응팀을 따로 두기로 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하거나 휴대폰 등 압수도 가능하게 됐다.
- 교사들은 예산과 인력 지원이 없으면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 어제(9월4일)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 행사가 열렸다. 38개 학교가 임시 휴업을 했고 5만 명 가까이 참석했다. 서울은 초등학교 교사 2만7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가 또는 병가를 낸 것으로 추산한다. 교육부는 징계 대상이라고 엄포를 놨지만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간토대학살(관동대학살) 100년, 윤석열의 침묵.
- 독일 외무부 보고에 따르면 1923년 간토 대지진 때 조선인 사망자는 2만3058명에 이른다. 조선인 145명을 학살했다는 일본 정부의 문서도 공개됐다. “조선인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선전을 오인해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결과”라는 평가와 함게 “예방 차원에서 살해했다”는 대목도 있다.
-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사과는커녕 한 번도 학살 사실을 인정한 적 없다. 윤석열 정부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윤석열의 윤미향 때리기.
- 침묵하던 윤석열이 윤미향(무소속 의원)이 일본에서 열린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식에 참석한 걸 두고 “반국가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북 단체인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 주관한 행사였다.
- 한겨레는 1면 기사로 끌어올렸다. “홍범도 흉상 철거 등 이념 전쟁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정부가 윤미향을 지렛대로 삼아 반전을 꾀하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 김진철(한겨레 문화부장)은 “국가 세력을 운운하는 정치지도자가 100년 전 과거사는 묻어두면서 100년 전 독립운동가의 공산당 가입 이력을 파헤쳐 매도하는 일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더 깊게 읽기.
이동관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발언 위험하다.
- 이동관이 막말을 쏟아냈다. “가짜뉴스 등의 최종 제재 권한은 방통위에 있다”면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One-Strike Laws)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악의적인 조작 보도가 한번만 이뤄져도 해당 언론사를 폐간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 장제원(국민의힘 의원)은 “가짜뉴스를 고의로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행동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폐간을 고민해야 한다, 없애 버려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BBK 사건을 거론하면서 “‘아니면 말고’식 흑색선전은 근절시켜야 할 정치 문화”라고 지적했는데 이동관이 모셨던 이명박은 BBK 사건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8억 원을 선고 받았다. 만약 BBK 의혹을 거론했던 언론사들을 원스트라이크 아웃 했다면 남아있는 언론사가 많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방통위에 언론 보도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없고 언론사 폐간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도 위배된다.
- 조승래(민주당 의원)는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한국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총선에 영향을 미치므로 최대한 빨리 방류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뉴스는 ‘가짜 뉴스’냐”고 묻고 “이 ‘가짜 뉴스’에 대해서는 왜 정부의 대응이 이렇게 미온적이냐”고 비꼬았다.
성추행범이 만든 위안부 추모공원의 딜레마.
-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성추행 작가 작품 지키는 여성 단체들”이다. “성추행 규탄한다면서도 작품 철거는 안 된다는 괴기한 집회”라고 비난하고 있다.
- 위안부 추모공원 기억의 터를 만든 임옥상(작가)가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시가 굴삭기를 몰고 들어오자 정의연(정의기억연대)과 여성민우회 등이 막아섰다. “성폭력 저항의 역사를 지우려는 서울시의 기만적 행태”고 “위안부 운동을 분열시키고 훼손시키려 한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 조선일보는 “박원순과 오거돈 성추행 때 침묵했던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비꼬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할 일이다. 누구도 임옥상을 감싸지 않는다. 최영희(기억의 터 조성위원장)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기억의 터는 임옥상만의 작품이 아니고 피해자들의 의사가 반영된 ‘집단 창작물’”이라고 강조했다.
- 위안부 할머니들이 조형물을 보며 ‘돌에 새겨서 안심이다. 대대손손 이것을 보면서 우리를 잊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최영희는 “그 광경을 생각하면 이걸 이렇게 부술 수는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철거 후 대체 조형물을 다시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말뿐이고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법과 대안.
배 타고 출근, 리버 버스에 쏟아지는 우려.
- 199인승 수상 버스를 도입해 아라한강갑문에서 여의도를 오가는 노선을 만든다. 2023년 9월부터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 문제는 접근성이다. 아라한강갑문 선착장은 김포골드라인 고촌역까지 4km 떨어져 있다.
- 김필수(대림대 교수)는 “선착장에서 내린 승객이 즉시 이동할 수 있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영국 템스강의 리버 버스는 연간 이용객이 1040만 명에 이른다. 1회 편도 요금은 8500원~1만4000원 수준이다.
오늘의 TMI.
다이아몬드 가격 하락 원인은 ‘실험실 다이아몬드’.
- 나렌드라 모디(인도 총리)가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선물한 7.5캐럿 다이아몬드가 ‘랩 다이아몬드’였다. “태양열과 풍력 에너지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하니 달리 보인다.
- 드비어스는 생산량을 줄이면서 가격을 유지해 왔는데 최근 셀렉트 등급의 원석 가격을 1캐럿에 1400달러에서 859달러로 낮췄다. LGD라고 불리는 랩 그론(Lab Grown) 다이아몬드 가격이 천연 다이아몬드의 3분의 1 가격에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랩 다이아몬드는 인조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면서 짝퉁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 판매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를 바라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다는 평가다.
티티카카도 말랐다.
- 해발 3800미터에 있는 남아메리카 최대의 호수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강수량이 49% 줄어 물 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해마다 1억2000만 톤의 물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 인근의 광산 활동이 호수 파괴를 가속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력 없어도 월 천, 무천도사 모집합니다.
- 요즘 피부미용과 의사들은 주 3일 근무하고 월 1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경력이 없어도 월 천이라, 무천도사라고 부른다. 일부 피부미용과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 조선일보에 따르면 피부과 의원 1428개 가운데 59%가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 있다.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피부과는 66명 모집에 99명이 지원했다.
-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가운데 3명이 퇴사해 응급실을 주 4일로 단축 운영하다가 연봉 4억 원을 내걸고 겨우 충원했다. 울릉군보건의료원은 연봉 3억 원에 9차례 공고를 낸 뒤에야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 의사를 채용했다. 둘 다 70세가 넘은 퇴직 의사였다.
밤잠은 아침에 결정된다.
- 수면 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는 사람이 100만 명. 김철중(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은 숙면은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 일단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15~16시간 뒤에 졸리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 아침에 아미노산 트립토판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잠을 잘 수 있다. 계란과 두부, 연어, 참치, 견과류 등이다. 아침에 먹은 계란이 밤잠을 늘인다는 이야기다. 낮에 받은 햇볕도 밤잠의 길이를 늘인다.
-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망막을 자극해 수면에 이르는 시간을 최소 1시간 늦춘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도록 조건 반사 훈련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밑줄 쳐가며 읽은 칼럼.
카르텔 때려잡기에 빠진 것.
- ‘순살 아파트’의 문제는 단순히 철근이 덜 들어간 것뿐만 아니라 부실한 설계와 엉뚱한 시공, 깜깜이 감리 등 시스템의 부실에 있다. 설계와 시공, 감리가 따로 놀았다는 이야기다.
- 김재영(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면 소위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쉽게 풀면 되겠지만 현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질적 불법 재하도급 해소, 저가 수주를 부르는 입찰제도의 개선, 우수한 현장인력 확보, 독립적 감리 체계의 도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반공주의를 가볍게 보지 마라.
- ‘시간의 부식 효과’란 분단과 전쟁을 겪었던 정치·사회적 집단 간의 좌·우파 간 이념적 적대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약해지고 결국 사라지게 된다는 말이다.
- 김윤철은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이 35년이 지났는데도 이념은 여전히 현실 주요 정치세력 간 갈등의 핵심 소재이고, 정치 전략의 주요 레퍼토리”라고 지적했다. “이념은 한 번 만들어지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 김윤철에 따르면 반공주의는 선동적이고 공격적으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유지 및 작동 방식을 수호하기 위한 하위 이념, 즉 도구적 이념이다. “한국에서 반공주의는 체제 수호의 도구가 아니라 체제의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 “윤석열 정권의 반공주의를 기치로 한 이념정치의 구사는 일개 정권이 아니라, 체제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중략) 문제는 대내외 정세 상황의 특성으로 인해 나라 안팎에 걸쳐 이념적 적대감과 체제 간 대결의 위기를 동시에 키울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 일이 무슨 일이 된다.
- 버락 오바마(전 미국 대통령)는 “최고위직의 본질은 때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핵무기 발사처럼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판단과 결정도 필요하지만 눈에 띄지 않지만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위기에 대응하는 일도 포함된다는 이야기다.
- 유정훈(변호사)은 “오히려 ‘아무 일도 없게 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아무 일’이 ‘무슨 일’이 돼 최종 책임자에게까지 올라가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민이 정치 지도자를 불신하고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원대한 비전이나 올바른 이념을 제시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아무 일도 없게 하는 일’을 하지 못해 평범한 삶이 방해받으면 국민은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