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오전 8시]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이상헌 박사와 나누는 노동과 세계 그리고 인간에 관한 이야기
제네바 오전 8시
2. 한국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의 의미
‘어쩌다 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습니다. 일제의 치욕과 한국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잼버리 파행이 보여준 주먹구구식 행정과 책임 정치의 부재,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건이 웅변한 후진국형 인재, 증오와 혐오의 극단을 보여주는 무차별 범죄, 기자 80%가 반대하는 퇴행적 언론장악 기술자의 재등장은 ‘어쩌다 보니 다시 후진국’이라는 자조를 불러옵니다. 선진국 한국의 두 얼굴을 이상헌 박사와 함께 이야기합니다.
2023년 7월 14일 제네바 시각 오전 8시에서 9시에 나눈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민노: 이제 많이들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하는데요. 경제 규모(국내총생산, GDP 기준)도 전 세계 10위 권이고요.
이상헌: 네, 탑10을 유지하다가 작년엔 좀 내려가서 13위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민노: 네, 맞습니다. 최근 그런 기사가 있었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위상이랄까, 그런 게 저 같은 사람은 피부에 와닿지는 않으니까요. 좀 궁금하더라고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어떤가요?
이상헌: 이게 참 어려워요. 그걸 참 많이들 묻긴 하는데, 답하기 참 어렵죠.
민노: 이 질문이 그렇게 어려운 질문인가요?
이상헌: 아니요. 질문이 어려운 게 아니고요. 제가 이야기해도 그 의미가 잘 전달이 안 돼요, 전달이. (웃음) 제가 말해도 듣는 사람이 마음으로 받아들이질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다시 한번 시도해 볼게요. (웃음)
민노: 네네. (웃음)
이상헌: 제가 여기에서 25년을 일했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한국의 위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보이잖아요. 우리 ILO 회원국만 해도 190개 가까운 국가가 되니까요. 여기서 보면 한국의 위치가 보이고 국제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많으니까 그 자리에서 한국이 어떻게 언급되는지 느껴지고요. 그리고 언론은 한국을 어떤 식으로 언급하고 있는지도 보는데요. 한마디로 정말 엄청나게 바뀌었어요. 특히 최근 6, 7년 사이에. 어느 순간 ‘점프‘했어요. 2015년~2017년 그 어디쯤에서 ‘점프’한 것 같아요.
민노: 한국의 위상이 2015년~2017년 즈음에 ‘점프’했다고요?
이상헌: 왜냐면 그전엔 한국을 언급한다고 하면 굉장히 부정적인 측면에서 언급했어요. 가령, 한국은 경제 성장은 했지만, 노동 탄압국이다. 인권 후진국이다. 남북 관계로 불안한 나라다. 이 세 가지 중 하나였어요. 보통 그런 식의 언급이 아주 많았고,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그 점에 대해서 굉장히 방어적이었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한국을 어필한다기보다는 한국에 관한 언급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 토론하거나 방어적으로 반응했어요.
민노: 그랬군요.
위상 강화 결정타는 ‘한국 민주주의’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
이상헌: 그러다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한국 분들께서 잘 못 믿는데요. (웃음) K-컬쳐가 역할한 것도 맞지만, 한국 정치가 큰 역할을 했어요. 그러니까 한국 민주주의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잘 안 믿어요. (웃음) 1987년에 민주항쟁에서 민주주의라는 어떤 제도적 형식이 도입됐지만, 한국이 그래도 민주주의적으로 뭘 한다라는 느낌을 국제적으로 심어주고,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때가 2015년 그즈음 같고요. 물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여기에도 잘 알려져 있긴 했지만요.
민노: 말씀처럼 정말 잘 피부에 와닿지는 않네요. 정말인가요? (웃음)
이상헌: 한국이 ‘민주주의’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시기상으로는 트럼프도 나오기 시작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회의에 빠지는 시기였고요. 전 세계적으로도 권위적인 정치 체제가 득세하는 시기였는데요. 한국을 보면,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형식을 잘 결합한, 인권적으로도 조금씩 개선하고 있는 나라로 돋보였던 거예요.
민노: 아, 그럴 수 있겠네요.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이상헌: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도 후진국, 중진국(개도국)을 거쳐서 선진국이 된 나라가 정말 몇 나라 안 되거든요. 그런 희소성도 있고, 한국을 보니까 민주주의도 그럴 듯하게 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요소들이 결합하니까 갑자기 한국이 확 드러나는 거예요. 아시아에서는 특히 한국처럼 경제, 문화, 민주주의를 결합해서 가진 나라가 없었던 거죠.
민노: 아, 그런가요? 그런데 말씀을 듣고 살펴보니 트럼프 등장과 박근혜 퇴진이 겹치네요. 시민들의 평화롭고 지속적인 촛불 집회만으로 대통령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물러나게 했다는 점은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한국, 국제회의 기조연설 맡기고 싶은 나라
이상헌: 한국 안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 지지리 궁상이지만(웃음), 비교체제적으로 보면, 아시아에서는 경제, 문화, 정치를 그나마 제대로 하는 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면 다들 한국이라고 하거든요. 일본(자민당 장기 집권)이라고 할 수도 없고, 중국(황제적 권력을 휘두르는 시진핑)은 아닌 거고, 다른 나라들도 아닌 거죠. 남미도 그때는 이미 이제 우파 정권으로 많이 넘어갔을 때고, 아프리카도 계속 게릴라전이라든지 쿠데타라든지 끊임없이 일어나는 상황이고 그랬으니까요.
민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피부에 와닿게 느끼는 그런 사례랄까, 있을까요?
이상헌: 국제회의를 준비하면, 기조연설을 하잖아요. 기조연설자로 대통령를 부르곤 하는데, 항상 후보로 한국이 우선순위에 올랐어요. UN 관련 논의를 한다든지, 지속가능성장에 관해 이야기한다든지, 인권에 관해 이야기한다든지 뭘 이야기하든지 간에 그나마 한국이 오면 그래도 이야깃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민노: 그렇군요. 과거엔 어땠나요? 비교한다면요.
이상헌: 예전에는 한국 뉴스라고 하면 남북한 뉴스였지, 한국 단독 뉴스는 거의 없었어요. 북학에서 미사일 쏘아 올리면 그때 한 번씩 나오는 게 한국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한국 내부의 세세한 사회, 문화, 정치,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경제지 일간지를 가리지 않고, 굉장히 세세하게 보도돼요.
민노: 아, 그래요? 놀랍네요.
이상헌: 그러니까 미국 신문은 워낙 자기들 얘기하는 걸 좋아하니까 미국은 조금 덜하긴 하지만, 유럽에 있는 신문 같은 경우에는 르몽드도 그렇고, 가디언도 한국 뉴스를 굉장히 자세하게 전달해 주는 편이에요. 그리고 아시아 쪽 언론은, 잘 아시겠지만, 한국과 관련된 소식을 너무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고요. 그런 면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도 선진국이지만, 뭔가 괜찮은 나라로 인정받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민노: 국제회의에서도 인기 있는 대통령, 정치 지도자들이 있나요?
이상헌: 그럼요. 인기 있는 대통령을 불러오고 싶죠. 해당 나라 입장에서도 뭔가 좀 자연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래야 좀 정치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거고요. 국제기구 입장에서도, 가령 UN에서 그 나라 정상을 초대해서 큰 연설을 시킨다고 하면, UN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어울리는 사람에게 기조연설 같은 걸 맡기고 싶어하죠.
민노: 윤석열(대통령) 정부는 위상이 어떤가요.
이상헌: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한 관심은 여전히 아주 강해요.
이제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한국
민노: 우리가 정치경제적으로 특히 경제 분야에서 국제적인 비교를 하잖아요. 한국을 벤치마킹한다고도 하고요. 이런 게 얼마나 중요하다고 보세요?
이상헌: 아, 어렵네.
민노: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까요?
이상헌: 그렇긴 한데, 음… 그렇기는 한데, 이게 국가적인 자산이죠. 한국을 벤치마크한다는 것은 좋은 의미에요. 어떤 나라가 ‘뭘 하든지 간에 한국은 어떻게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이게 벤치마크잖아요. 경제가 됐든, 노동문제가 됐든,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는지 살피려고 하는데, 한국을 한번 보자, 이게 벤치마크죠. 굉장히 큰 자산이죠.
민노: 아, 큰 자산이다?
이상헌: 이게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자산인지를 이야기하기가 참 힘든데, 저는 그렇게 한국을 벤치마크한다는 건 이미 선진국에 있다는 얘기고, 그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을 모든 측면에서 벤치마크하지는 않아요.
민노: 모든 측면에서 벤치마크하지는 않는다?
이상헌: 그러니까 예를 들면, 노동 문제에서 한국을 벤치마크하지는 않거든요. 경제 문제는 한국을 벤치마크해요. 심지어 금융 규제라고 하면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금융 규제를 벤치마크해요. 그 다음에 문화적인 것, 당연히 하죠. 그리고 심지어는 정치, 우리가 보기엔 지지리 궁상이지만, 민주주의의 형식적 틀은 한국을 벤치마크하거든요. 교육에 관해서도 말은 많지만, 한국을 벤치마크하고요.
민노: 그렇군요.
하지만 노동과 대통령제는 제외
이상헌: 하지만 여전히 벤치마크하지 않는 건 한국의 ‘노동’이에요. 그리고 교육에 관해선 요즘은 두 가지 관점이 좀 갈라지는 게 있고요.
민노: 한국의 정치, 민주주의를 벤치마크하나요? 좀 놀랍습니다.
이상헌: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형식과 그 역량은 벤치마킹하는데, 대통령(제)에 관해서는 별로 벤치마킹을 안 해요. 한국식 대통령제에 관해서 제가 만난 사람들의 평가는, 우리 식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맞아요, 복불복이에요.
민노: 복불복이요.
이상헌: 그러니까 자질이 있는 사람이 하면 참 괜찮은 것 같은데, 자질이 없는 사람이 되면 대통령제의 약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죠. 한국은 대통령제의 복불복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죠. (웃음) 그럼에도 한국 유권자가 대통령을 계속 번갈아 가면서 바꾸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국 민주주의가 제도로서의 역량은 있는 거다. 최소한 쿠데타는 없잖아요.
민노: 그렇군요.
이상헌: 그러니까 한국 민주주의를 벤치마크한다고 했을 때 한국 정치 지도자의 자질이나 역량, 그러니까 한국식 대통령제를 벤치마크한다고 하기는 힘들어요. 그리고 노동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을 벤치마크한다는 걸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런데 고용 정책 있잖아요? 노동시장 정책, 이건 벤치마크 많이 해요. 잘하니까. 그런데 노동권, 인권 이런 쪽으로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그게 사실 과제죠.
민노: 말씀을 듣고 보니 벤치마킹한다는 것의 의미가 굉장히 크네요.
이상헌: 말씀하신 것처럼 벤치마킹한다는 건 아주 좋은 거잖아요. 정말 한국을 벤치마킹한다는 건 정말 그 자체로 엄청난 거죠. 벤치마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얼마 안 됐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한 6~7년 전후, 2015년이 지나는 그 즈음에 벤치마크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니까요. 오늘 재밌는 이야기가 나왔네요.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요.
민노: 한국 벤치마킹, 재밌는 주제였습니까? (웃음)
이상헌: 국제적인 시각에서 한국을 벤치마크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그게 한국의 위상이 뭘까 이런 고민하고도 관련돼 있는 것이고요.
민노: 그런데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을 벤치마킹한다고들 하는데 노동 분야에서는 못하고, 아니 안 하고 있다는 게 좀 씁쓸하네요.
이상헌: 그렇죠. 한국은 아직도 노동탄압국이라는 그런 관념 내지는… 누군가는 편견이라고 하겠지만, 그런 게 아직은 많이 남아 있는 편이에요.
민노: 그렇군요.
벤치마킹되는 나라의 ‘국제적 역할’
이상헌: 한국이 벤치마크 관련해서 과도기라는 생각이 드는 게, 보통은 어느 나라가 벤치마크 대상이 되면, 보통 그 나라는 국제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해요. ‘우리나라는 이런 거, 저런 거 잘해요’ 이런 게 아니라 ‘국제 사회는 이런 거, 저런 거 해야 한다’는 의제 설정을 해요.
민노: 아!
이상헌: 그러니까 벤치마크 대상이 되는 정도 나라는 이미 내부에서 국제적인 어젠다, 의식이 강해요. 자신이 어느 정도 기준이 되는 나라니까 국제간 기준을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 세계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굉장히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해요. 유럽 국가들이 상당수가 그렇고요. 그런데 한국은 벤치마킹을 당하는데, 아직 국제적인 이슈에 관해서 개입하거나 나서거나 설득하는 단계는 아니에요.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민노: 한국 외에 벤치마크 대상이 되는 나라들, 좋은 의미에서요, 어떤 나라들이 있을까요?
이상헌: 예전에는 그런 나라들이 좀 있었는데, 남미의 일부 국가들, 브라질이 그랬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나라였는데, 지금은 정반대로 가버렸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떠오르기 시작했죠.
그리고 동구권 일부 국가, 가령 폴란드와 헝가리가 주목을 받았지만, 트럼프 같은 지도자가 집권하면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고요. 한국은 왔다갔다 하는데(웃음). 아프리카는 그렇고… 아시아는 몇몇 나라들이 있었지만, 좀 방향을 틀고, 복잡해지고 하면서…. 사실은 나쁘게 말하면 어부지리도 좀 있죠. 지금은 사실은 한국 빼고는, 최근에는 선진국 빼고는 벤치마킹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하면 없어요. 한국 정도밖에 없어요. 다만, 한국 상황도 급속도로 바뀌고 있으니, ‘섣불리’ 벤치마킹하지 말라고 해요. (웃음)
민노: (….)
K-컬쳐, K-음식… ~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이상헌: 한국 입장에서는 따져봐야 할 게, 좋은 면, 나쁜 면이 있어요. 그 좋은 면이 나쁜 면에도 불구하고 좋은 면이 있는 건지, 아니면 이 나쁜 점을 디딤돌로 삼고 좋은 면이 있는 건지는 좀 따져봐야 해요.
민노: 음…
이상헌: K-컬쳐라고 하잖아요. 그게 개인의 창의력, 부지런한 문화, 기본적인 문화적 소양 때문일 텐데요. 그게 한편으로는 한국이 가진 경쟁적이고, 억압적인 문화, 쉽게 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 시스템, 노동 시스템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거든요.
민노: 아, 그렇죠.
이상헌: 한국의 K-컬쳐의 핵심이라는 게 굉장히 노동집약적이고, 단기간 내에 아주 빨리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프로덕트 시스템, 서비스 시스템이 뒤에 있기 때문에 지금 한국 K-컬쳐가 잘나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잖아요?
민노: 억압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시스템을 말씀하시는…
이상헌: 어떤 사람은 한국 문화가 굉장히 억압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한국 문화를 래디컬하고 본원적이라고 하고… 이것은 ‘~임에도 불구하고’의 측면을 보는 거잖아요.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어요. ‘덕분에’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그럼에도’ 이렇게 된 건지… 좀 더 따져봐야 할 거고요. 그런데 그거 따지자고 하면 한국에선 별로 안 좋아할 거예요. 한국에 좋은 게 많은 데, 너는 한국 좋다고 얘기하는 꼴은 못 본다는 거냐? 이런 얘기 듣기 쉽잖아요. (웃음)
민노: 양자택일은 아니고, 말씀처럼 복합적이고 다층적이겠습니다만, 이상헌 박사께선 어느 쪽에 가깝다고 보시나요?
이상헌: 그건 좀 고민인데,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다 있어요. 나쁜 측면 때문에 좋은 걸 유지하는 것도 상당수 있고… 가령, 한국 음식 맛있다고 난리잖아요? 그런데 그 좋은 한국 음식 맛 뒤에는 한국 특유의 굉장히 노동 강도가 높은, 음식 생산 시스템이 있는 거거든요. 그 시스템이 무너져도 한국 음식 맛이 유지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시스템이 해체하고 개선하면 좋은 한국 음식맛은 무너지는 건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민노: 우리나라 음식 생산 시스템이 그렇게 수준이 높은가요?
이상헌: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어딜가나 한국 음식이 싸고 맛있다고 하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싸고 빠르게 만드냐고 해요.
민노: 아, 그렇군요. 여담이지만, 한국 밥값 엄청 올랐습니다. 일본보다 비싸요.
이상헌: 그게 왜 그러죠? 인건비는 안 올랐던데.. 재료비가 올랐나. 임대료나.
민노: 가령, 국밥 있잖아요. 제가 국밥 좋아하는데, 보통 국밥 한 그릇이 만 원씩 합니다. ㅠ.ㅜ;
이상헌: 와, 많이 올랐구나. 왜 그렇게 비싸졌지? 그래도 1만 원도 싸요. 스위스는 밥 한끼 먹으려면 3만 원 정도 해요. (웃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