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dictator)’의 어원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구술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독재자는 혼자만 말하는 사람이다(1985년 3월 14일). – 김현, [행복한 책 읽기] 중에서 (문학과 지성사, 1999)
오늘 가장 뜨거운 뉴스 셋.
누리호 발사 성공.
-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다. 한겨레는 “우리 위성 우리가 쏘아 올렸다”고 했는데 경향신문도 “국산 기술로 우주 산업 시대 열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나란히 G7을 키워드로 뽑았다. 일곱 번째로 위성 발사체를 직접 쏜 나라가 됐다. ‘우리가 했다’와 ‘저들하고 맞먹게 됐다’의 미묘한 차이.
- 한국일보와 세계일보의 키워드는 ‘우주경제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대는 HD현대중공업이 만들었다. 300여 기업이 참여했고 부품 국산화율이 95%에 이른다. 기술 수준은 미국의 60% 수준까지 올랐다. 4차 발사는 민간으로 이양해 아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넘겨 받게 된다.
- 갈 길이 멀다. 누리호 발사 비용은 1kg에 3만 달러 꼴인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팰컨9는 2000달러 수준이다. 2032년까지 2조132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300km 궤도에 10톤 무게를 쏘아 올리는 게 다음 목표다. 누리호는 3.3톤을 실을 수 있다.
- 지금 우주에 떠 있는 위성이 2021년 기준으로 모두 1849개나 된다. 이 가운데 민간 기업이 제작한 위성이 93%다. 우주 산업이 2040년이면 1.1조 달러 규로로 성장할 전망이다.
금리 동결하고 성장률 또 낮췄다.
-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성장률 전망을 1.6%에서 1.4%로 낮췄다.
- 이창용(한은 총재)은 “한국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면서 “재정과 통화 등 단기 정책으로 해결하라고 하는 건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문제는 해결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 타협이 너무 어려워 진척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고 한은에 괜한 압박하지 말고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 산업연구원은 “수출 주도 성장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 기준 금리는 5.25%로 미국 3.5% 보다 1.75%포인트 높다. 미국은 6월은 동결하고 7월에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우크라이나에 포탄 보냈다는데 대통령실은 “달라진 것 없다.”
-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이 수십만 발의 포탄을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50만 발이라고 숫자까지 밝혔다.
- 한국 정부는 그동안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왔는데 거짓말을 한 것일까. 대통령실은 “정확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직접 반박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한국 포탄을 받고 미국은 미국이 갖고 있던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형식이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한국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가는 건 아니지만 결국 그게 그거라고 할 수 있다.
-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전쟁에 끼어드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야당은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전쟁을 정쟁으로만 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 거슬러 올라가면 CIA가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하고 윤석열이 이를 부인하지 않고 뭉개다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과정에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해명도 없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갈등과 충돌.
견제 받지 않는 선관위, 이제는 견제한다?
- 딸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선관위 사무총장이 사퇴했다. 중앙일보가 처음 보도했고 선관위가 나흘만에 자체 감사에 들어갔는데 한두 건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조선일보는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 조직과 권한이 실력 이상으로 비대해졌다”면서 “선관위의 정치적 독립성도 의심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은 선관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명수가 지명한 노태학이 위원장이다. 총선을 10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정치인도 지자체도 벌벌 떤다”는 게 조선일보 기사 제목인데 떨지 않게 만들고 싶은 것일까.
“개딸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
-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나온 말이다. 결의문을 내자는 비명계 의원들 요구가 있었는데 채택되지 않았다.
-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문제라는 공감대를 이뤘고 대변인 브리핑 형식으로 뭔가 입장이 나올 계획이다.
- 돈봉투 체포 동의안도 합의를 만들지 못했다. “증거가 없다”는 친명계 주장도 있었고 안민석(민주당 의원)은 “조금 의심이 간다고 구속하면 살아남을 국회의원이 반의 반도 안 된다”는 말도 했다.
-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또 나올 수 있으니 당 입장이 부결로 일관적인 게 낮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보수 언론의 꽃놀이패다.
공수처 기소는 2년 동안 3건.
- 손준성(검사) 고발 사주 사건은 1심 재판 중이고 조희연(서울시 교육감)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2심을 치르고 있다. 김형준(당시 검사) 뇌물 수수 사건은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났다.
- 2021년 1월에 출범해 6185건을 접수 받았고 3176건을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했다. 올해 예산은 177억 원이다.
- 조선일보는 일 안 하는 공수처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은 것이다. 순천지검이 22억 예산으로 1만 건을 기소한 것과 비교하기도 했다. 최근에 그만둔 한 검사는 “공수처 근무 기간은 저의 공직 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한 시기였다”고 했다.
맥락을 따라 잡기.
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범 사업 들어간다.
- 비전문 취업 E-9 비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 일본은 인권 침해를 우려해 입주 도우미 대신 출퇴근만 허용하고 차별을 금지했다. 어제 토론회에서는 “민간 고용이 아니라 기관 고용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노동 조건이 개선되면 한국인 도우미도 늘어날 텐데 노동 조건을 더 낮춰 외국 인력으로 대체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보면 출생률 증가 효과도 없었다.
코인 상장 뒷돈은 30억 +알파.
- 중앙일보가 코인 상장을 돕는 브로커를 만나서 ‘시세표’를 봤다. 단가를 정해놓고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다.
- 국내 거래소는 원금만 50억 원까지 나가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붙는다. 거래소 관계자에게 돈을 건네고 성공하면 2억~3억 원 정도를 번다는 이야기다. 거래소가 모를 수 없다는 게 이 브로커의 주장이다.
- “코인판이 사기판으로 전락한 건 거래소와 브로커, MM(마켓 메이킹), 세일즈 등 관련자들 공동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징용 판결 15명 가운데 11명이 배상금을 받았다.
- 보수 언론이 짠 프레임이다. 당사자들이 찬성했으니 이제 적당히 넘어가자는 제안을 흘린다.
- 조선일보는 지원단체들이 배상금의 일부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그게 과연 시민단체가 할 일인지 묻게 한다”면서 “기부 강제와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근거 없는 비난이다. 한겨레가 보도한 것처럼 공익적 목적의 소송이었고 승소할 경우 일부를 공익적으로 기부하겠다는 건 11년 전의 약정이었다.
해법과 대안.
초중고 아침 밥도 준다.
- 서울형 모닝 밀,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선일여중에서는 3분의 1 정도 학생이 이용한다.
- 와플과 주먹밥, 소떡소떡 같은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이라 급식 노동자 없이 복지사 1명이면 충분하다.
- 서울시 교육청이 의욕적으로 제안했지만 학교들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 학교 1년 예산은 4000만 원.
티 안 나게 조용히, 싱글 복지.
- 해줘도 안 해줘도 욕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혼을 부추긴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기혼자들이 역차별이라고 반발할 수도 있어서다.
- 삼성디스플레이는 기혼 직원들에게 결혼기념일 복지 포인트를 줬는데 이게 차별이 될 수 있어서 생일 기념일 선물로 바꿨다. SK텔레콤은 미혼 구성원들에게 싱글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불임치료 남성 9.1% 늘었다.
- 여성은 2.4% 늘었다. 최근 5년만 놓고 보면 남성 환자가 여성의 두 배가 넘는다.
- 결혼 연령이 올라가기도 했지만 난임 시술 등 정부 지원이 늘어난 효과도 크다.
택시가 가장 적은 곳은 세종시.
- 택시 1대에 894명으로 서울(131명)의 7배에 이른다.
- 대중 교통을 무료화하는 계획이 추진 중인데 당장 대중 교통이 너무 부족해 택시를 늘렸다. 26대 늘려서 모두 438대.
오늘의 TMI.
아파트값 바닥 쳤다?
- 주간 기준으로 0.03% 올랐는데 몇몇 신문이 강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급매물이 소진되고 거래량이 늘고 있는 건 맞다.
- 하지만 V자 회복은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박원갑(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김규정(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역전세난이 여전해 추세적 상승기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 한은은 역전세 위험 가구가 102만 호, 깡통 전세가 16만 호 정도 된다는 추산을 내놨다.
AI 번역 수준은 40% 미만.
- 한국문학번역원 주최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어휘와 문법, 화용론, 문체론, 문화적 층위 등에서 복합적으로 번역 오류가 나타났다”는 게 전혜진(중앙대 교수)의 분석이다.
- 주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김칫국을 마신다” 같은 관용구를 직역하는 오류도 많았다. 문학 작품의 경우 어차피 인간이 다시 번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낭비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N수생 비율 역대 최고.
- 6월 모의고사 응시자 10명 가운데 2명이 재수 이상이다. 지난해 수능 때는 31%였다.
- 수험생 숫자는 46만 명으로 역대 가장 적은 규모다. 이공계열 선호도 늘어나고 있다 .과탐 응시자가 사탐 응시자를 웃돈 것도 처음이다.
고양이는 단맛을 모른다.
- 탄수화물을 안 먹기 때문에 미각 세포가 발달하지 않은 것이다. 고양이에게 약 먹이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 달다고 먹지 않는다.
- 고래는 짠맛만 느낀다. 통째로 삼켜서 먹으니 딱히 맛을 느낄 필요가 없다.
- 인간이 감칠맛을 아는 건 모유에 글루탐산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유보다 10배나 많다.
- 맛도 진화의 결과라는 이야기다. 신맛은 부패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고, 임두원(국립과천과학관 연구원)에 따르면 쓴맛에 민감한 건 독을 가려내기 위한 것.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가 퇴화됐다는 주장도 있다고.
위메이드 출입 기록, 김남국은 없었다.
- 국회 의원회관은 출입할 때마다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기록에 남겨야 한다.
-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위메이드의 국회 출입 기록이 공개됐는데 김남국은 없었다. 14차례 방문했는데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윤창현(국민의힘) 의원실이었다.
첩보요원들의 불만.
- 독일연방정보국(BND)가 신입 요원을 못 구해서 고민인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사무실에서 개인용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기 때문이라는 로이터 보도. 재택 근무를 하고 싶다는 요구도 많았다.
-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 영국 해외정보국(SIS·MI6)은 “개인적 약속을 피해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를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밑줄 쳐가며 읽은 칼럼.
노란 봉투법, 통과 안 될 거 민주당도 안다?
- “거부권 행사할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이건 야당이 알리바이를 만드는 거죠.” 한겨레에 실린 익명의 노동계 인사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 때 발의됐던 법이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통과될 거라는 기대가 높아졌지만 야당 주도로 통과-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재의결 부결 순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그렇다 치고 민주당도 진정성이 안 보인다.
- 선담은(한겨레 기자)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금 같은 기회는 10년 안에 다시 오지 않을 텐데 “일을 풀려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무제한 K패스.
- 독일은 이달부터 49유로 티켓을 발행하고 있다. 7만 원 정도에 모든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환승해서 탈 수 있다. 발행 첫날 300만 장이 팔렸다.
- 지난해 시범 사업을 했다가 흥행에 성공한 9유로 티켓을 현실화한 것. 3개월 동안 5200만 장이 팔렸고 대중 교통 이용이 25% 늘었다.
- 한대광(경향신문 사회 에디터)은 K패스를 제안했다. 한국의 1인당 교통요금은 월 7만1398원인데 절반 수준의 패스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의 비밀.
- 정승국(고려대 교수)이 강조하는 몇 가지 팩트.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2021년 기준으로 37.25시간인데 정규직만 놓고 보면 40.94시간이다. 전체 노동자의 63%는 연장 근로를 하지 않는다. 1시간 이상 연장 근로하는 노동자는 37%, 이들의 평균 연장 근로는 월 26.39시간. 정규직만 놓고 보면 41%가 평균 6.44시간을 더 일한다.
- 무슨 말이냐면 특정 집단에 연장 근로가 집중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이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이유 네 가지는,
- 첫째, 연장 근로하는 노동자들이 많고(이건 모두가 아는 거고)
- 둘째, 파트타임 노동자 비율이 적다. (파트타임이 많은 나라들은 평균이 줄어든다.)
- 셋째, 휴가를 못 가는 노동자들도 많다.
- 넷째, 여전히 2교대 사업장이 많고 제조업의 관행적인 연장 근로가 평균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