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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자매의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시민들 (출처: rferl.org) https://www.rferl.org/a/hundreds-bid-farewell-to-five-girls-killed-in-astana-home-fire/29752066.html
다섯 자매 화재 사망 사건(2019. 2. 4. 발생). 다섯 자매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시민들 (출처: rferl.org)

1월 초부터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집회로 카자흐스탄의 상황이 혼란스럽습니다. 유혈 사태로 번진 시위 사망자는 지난 15일(현지시각) 기준 225명으로 늘었습니다(출처: 카자흐스탄 검찰 발표). 국내 언론 기사를 읽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 LPG 상한제 폐지로 대규모 반정부 집회 촉발
  • 격화하는 카자흐스탄 내 반정부 집회 상황
  •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평화유지군 투입
  •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

급박한 진행 상황을 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국내 기사를 통해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왜 이번 반정부 집회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집회 이전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처한 상황을 전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나는 미래의 카자흐스탄이 보편 노동 사회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보편 노동 사회는 국가의 모든 것이 국민을 위해 이루어지는, 건실한 경제를 가진 국가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국가에서 최고의 교육, 최고의 의료가 보장될 것이며, 국내 각 지역은 평화롭고 안정될 것입니다. 또한, 미래의 카자흐스탄은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권력이 공정하고 법치가 이루어지는 그런 국가가 될 것입니다. 나는 우리가 바른길로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퇴임 연설 중에서, 2019년 3월 19일)

2019년 3월에 퇴임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왼쪽,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과 2019년 조기 대선에서 70.96% 득표로 제2대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오른쪽,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2019년 3월에 퇴임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1940년생, 왼쪽,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과 2019년 조기 대선에서 70.96% 득표로 제2대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1953년생, 오른쪽,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우리 정부의 주요 과업은 ‘청취 국가(Listening State)’의 개념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청취 국가는 빠르고 효과적으로 모든 국민의 건설적인 요구에 응하는 국가를 의미합니다. 정부와 사회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조화로운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토카예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국민연설에서, 2019년 9월 2일)

초대 대통령 퇴임 불러온 ‘다섯 자매 화재 사망 사건’ 

2019년 3월 19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 당시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돌연 사퇴를 발표하였습니다. 나자르바예프는 독립 이후 30년간 카자흐스탄을 이끌어오던 지도자로, 그의 사퇴 발표는 카자흐스탄 국민들과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소식으로 다가왔습니다.

30년간 권좌를 지켜오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퇴임 너머에는 한 가정의 불우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2019년 2월 4일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아스타나(Astana, 현 누르술탄Nur-Sultan)에서 한 집에 있던 다섯 자매가 화재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다섯 자매 중 가장 어린아이는 겨우 3개월, 가장 나이가 많았던 아이는 13살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의 부모는 밤샘 근무를 위해 집을 비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아이를 지닌 카자흐스탄의 부모들은 격분했습니다. 아이를 지닌 어머니들이 수도 아스타나와 주요 도시에서 모여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물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국가가 안전한 주택을 제공하고, 공공 유치원 내 어린이들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을 설치하며 한 자녀 이상 가정에 제공되는 사회 보험의 범위를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2019년 2월 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한 가정집에 불이 났습니다. 화마는 다섯 자매의 목숨을 빼앗고 나서야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을 지켜줘야 할 부모는 밤샘 근무를 위해 집을 비운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rferl.org) https://www.rferl.org/a/fire-kills-five-children-in-astana/29750932.html#player-start-time=12.208762
2019년 2월 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한 가정집에 불이 났습니다. 화마는 다섯 자매의 목숨을 빼앗고 나서야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을 곁에 있어야 할 부모는 밤샘 근무를 위해 집을 비운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rferl.org)

하지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당시 카자흐스탄 정부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 당장 책임 면피에 급급했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목표로 했던 경제 개혁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내각을 여러 차례 해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당시 수도 아스타나에서만 500명이 넘는 학부모가 운집하였으며, 다른 지역의 집회 참가자의 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건국 이후 대통령직을 유지하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고,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채 돌연 하야했습니다.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그 답을 내놓는 것은 새로운 정부의 과업이 되었습니다.

토카예프의 개혁, 충분치 못한 성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사퇴한 이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상원의장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 대행직을 수행하였고, 2019년 6월 대선을 통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청취 국가’의 개념을 내세우면서 시민, 사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약속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토카예프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카자흐스탄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습니다. 정부, 시민사회 간 토론을 위한 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국민 청원 사이트인 틴다우(Tyndau, 카자흐어로 ‘듣다’를 의미)가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국민의 건의에 따라 집행되는 ‘국민 참여 예산’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국민 참여 예산은 도로 개수, 사회 인프라 건설 등 다양한 방면에 투입되었습니다. 제2 도시인 알마티에서 2020년 국민 참여 예산을 통해 집행된 금액은 60억 텡게(한화 약 164억 원)에 달합니다. 이외에도 인권 상황이 취약하다는 유럽연합(EU)의 제언에 따라 카자흐스탄은 인권 개선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기도 하였습니다.

민심을 직접 듣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일부 제도적 개선에도 카자흐스탄 국민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분명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토카예프 정부에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토카예프 정부에 그러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코로나19물가 상승 문제가 닥쳐왔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정부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와 물가 상승이
‘청취 국가’를 내세우며 국민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토가예프 정부에 코로나와 물가 상승이라는 어려운 문제가 닥쳤습니다.

부유한 국가, 가난한 국민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중 가장 부유한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카자흐스탄의 GDP는 1,698억 달러(한화 약 204조 4,392억 원)로, 우즈베키스탄의 약 3배, 타지키스탄의 약 20배, 키르기스스탄의 25배, 투르크메니스탄의 약 4배에 달합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독립 이후 서부 카스피해(Caspian Sea)의 석유, 천연가스와 풍부한 광물 자원, 광활한 영토, 중앙아시아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은 인구(1899만 명, 2021년 기준, 세계 64위)로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아왔습니다.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자원과 중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1899만 명, 2021년 기준, 세계 64위)로 잠재 발전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평가받습니다.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자원과 중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1899만 명, 2021년 기준, 세계 64위)로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나라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하지만 국가가 부유한 것과 달리 평범한 국민의 삶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5년 크림반도 사태로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루블화에 고정(pegging)되어있던 카자흐스탄의 텡게(Tenge)도 평가절하가 이루어졌습니다. 2015년 8월 14일 한화로 6.13원이었던 1텡게의 가치가 2016년 1월 22일 3.11원으로 떨어졌습니다. 평가절하로 실질적으로 물가가 2배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또한,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연간 인플레이션은 14.5%를 기록하면서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이 오른 것도 아니었습니다. 2013년 가장 높은 평균 임금이 월 900달러(한화 약 108만 원)였다면, 2016년 이후 평균 임금이 500달러(한화 약 72만 원)를 넘어선 것은 2018년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CEIC). 최저임금 인상도 국민들이 만족할 만큼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최저임금은 2015년에서 2018년까지 2만 텡게(한화 약 5만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2019년에야 4만 2,500텡게(한화 약 12만 원)로 인상되어 현재까지도 유지 중입니다(TradingEconomics). 실제로, 카자흐스탄의 제2 도시인 알마티(Almaty)에서도 직업에 따라 월급이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평균 월급과 유사한 2~300달러(한화 약 36만 원)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에너지 수요 감소로 인한 유가 하락으로 카자흐스탄 경제는 더 큰 침체를 겪게 됩니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더욱 고단해졌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세계은행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카자흐스탄의 경기 침체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서구의 대러제재로 인한 여파보다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세계은행은 2018년 4.3%에 달하던 카자흐스탄의 빈곤선이 2020년 12~14%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로 카자흐스탄의 취약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리라는 것이 세계은행의 추측입니다.

2021년 9월과 10월에는 2개월 연속 인플레이션이 지난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식품 가격이 가장 오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9월 식품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월 대비 11.5%, 10월 11.3%를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가뭄, 연료 가격 상승, 텡게화 가치 하락 등 물가 상황에 악재로 작용하는 소식만 가득합니다. 대규모 집회가 발생하기 이전 카자흐스탄 국립은행은 2021년 연말 인플레이션이 8.5~8.7%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였으며, 2022년 1/4분기까지 인플레이션 과열 양상이 지속되어 최고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eurasianet, kursiv).

카자흐스탄 정부는 2019년과 2020년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1월 진행된 하원 선거에서 정당들은 다음과 같은 사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 국민의 삶 제고
  • 부패 문제 해결
  • 사회 안정
  • 빈부 격차 해결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지난 선거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카자흐스탄 부유층의 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늘어만 갔습니다. 위의 선거 공약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빈부 격차는 오랜 카자흐스탄의 사회경제적 문제였습니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카자흐스탄의 부의 55%는 상위 162명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부의 불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진 이유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고 그의 권력이 공고해지면서 국가의 부 대부분이 그의 친인척과 측근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얼굴이 실린 카자흐스탄 우표 (1993년 발행) 나자르바예프는 1991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집권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부는 그의 친인척과 측근들에게 집중됐습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얼굴이 실린 카자흐스탄 우표(1993년 발행). 나자르바예프는 1991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29년 집권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부는 그의 친인척과 측근들에게 집중됐습니다.

이들은 국가 기관, 공기업, 소련 붕괴 이후 민영화된 기업을 독차지하며 부를 불려갔습니다. 코로나19로 더욱 곤궁해진 국민의 삶과 달리 이들의 부는 끊임없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2021년 하반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에너지 기업과 구리 등 광물 개발 기업 요직을 차지하는 카자흐스탄 엘리트들의 부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산유국에서 에너지 부족이라니

카자흐스탄은 천연가스 매장량 전 세계 15위, 석유 매장량은 12위인 에너지 자원 부국입니다(Worldometer). 또한,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전기 보급률은 100%에 가깝습니다.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이 에너지 부족을 겪고 있다니,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카자흐스탄이 갑작스럽게 에너지 부족 현상을 겪게 된 이유는 암호화폐 채굴 때문입니다. 지난 2021년 3월 중국이 4월까지 자국 내 암호화폐 채굴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대규모 암호화폐 채굴기업들은 중국과 접경하고 비교적 전기료가 저렴한 카자흐스탄으로 사업장을 옮겼습니다. 케임브리지 대체화폐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암호화폐 채굴량에서 1.9%의 비중을 차지했던 카자흐스탄의 채굴량은 2021년 4월 기준 6.9%로 상승했습니다.

암호화폐

암호화폐 채굴은 컴퓨터 제품(주로 그래픽카드)을 활용하여 암호화폐 네트워크의 유지와 운영, 검증에 참여하는 것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동시에 열을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암호화폐 채굴은 카자흐스탄 전력 생산과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 2021년 11월 카자흐스탄 에너지부는 암호화폐 채굴 증가로 국내 전력 소비가 전년 대비 8%나 늘어났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될 전력량을 제한하겠다고 밝혔으나, 지역에 따라 –4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겨울을 앞둔 상황에서 이러한 제한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러한 에너지 부족 상황에서 카자흐스탄이 자국에서 생산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자국인에게 바로 공급할 수도 없습니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해외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생산되며, 수출 계약에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생산된 석유와 천연가스도 해외기업을 통해 정제가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카자흐스탄은 산유국임에도, 자국에서 생산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자국인에게 마음껏 공급할 수 없습니다. 자국인들이 가장 많이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LPG 가격도 지난 2021년 12월까지는 상한제를 두어 국가에서 지원금을 제공해왔습니다.

다시 한번 국가의 역할을 묻다

최근 국제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결국 카자흐스탄 정부는 LPG 가격 상한제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은 코로나19와 물가 상승으로 국가의 역할이 가장 요구되던 때에, 국가가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LPG 가격 상한제 폐지한 것을 이유로만 반정부 집회를 조직한 것이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시민들의 임금은 동결되거나 충분히 오르지 못해 경제적인 부담은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국민들은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였지만, 국가는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불만은 켜켜히 싸여왔고, LPG 가격 상한제 폐지로 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된 것입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지난 2021년 10월 3개 분기 동안 추가 세입을 확보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카자흐스탄 국가세수위원회는 2021년 1~9월 세입이 목표 대비 3.8% 추가 확보된 7조 5,382억 텡게(한화 약 20조 9,562억 텡게)를 기록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독립 이후 1,000%가 넘는 극심한 물가 상승과 사회적 혼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당시 사회를 안정화시키고 신생국인 카자흐스탄을 성장 궤도에 올린 것을 자신의 주요 성과로 내세워 왔습니다.

카자흐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5일 '위대한 크루만가지의 동상'이 있는 악타우 광장에 모인 시위대의 모습. (출처: rferl.org) https://www.rferl.org/a/kazakhstan-aqtau-aqtobe-protests/31640979.html
카자흐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5일 ‘위대한 크루만가지의 동상’ 주변에 모인 악타우시 시위대의 모습. (출처: rfer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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