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제다이(JEDI; Joint Enterprise Defence Infrastructure) 프로젝트는 미국 국방부의 기본 인프라를 기업에서 활용하는 수준의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오바마 정부부터 시작된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간주된다.

미 국방부가 추진하는 총 100억 달러 예산, 10년간 단일 벤더가 사업을 독점하는 '제다이'(JEDI: 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합동 방어 인프라) 프로젝트는 인공지능과 무기, 클라우드와 군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10월 제다이 프로젝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수주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추진하는 총 100억 달러 예산, 10년간 단일 벤더가 사업을 독점하는 ‘제다이'(JEDI: Joint Enterprise Defense Infrastructure, 합동 방어 인프라) 프로젝트는 인공지능과 무기, 클라우드와 군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10월 제다이 프로젝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수주했다. 하지만…

제다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취소까지 

2018년 3월 RFP 드래프트가 공개되며 단일 벤더가 10년간 독점하는 100억 달러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로 알려지며 시장의 관심이 매우 뜨거웠고, 2019년 10월 아마존을 따돌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계약을 따내 세상을 한 번 더 떠들썩하게 했다.

아마존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던 경쟁 상황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위시한 오라클, IBM 등 기존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강자들은 제다이 프로젝트가 생성되는 과정에 국방부 전 현직 관료들과 아마존 관계자들이 얽혀 있다는 음모론을 끊임없이 주장하며 유력한 계약 후보인 아마존을 견제해 왔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새로이 임명된 미국의 제27대 국방부 장관인 마크 에스퍼는 제다이 계약 조건이 불공정하게 아마존에 유리하게 조작되어 있는지 전면 재조사한다고 발표했고, 이 때부터 제다이 판도는 바뀌게 되어 결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승자가 된다.

아마존은 즉각 자신이 제다이 계약에서 탈락한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연방법원에 제소하였고, 결국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방부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다이 계약을 취소하고 새로 클라우드 컴퓨팅 입찰을 진행하기로 한다.

'제다이 프로젝트'를 품에 안았다 다시 빼앗긴 마이크로소프트
‘제다이 프로젝트’를 품에 안았다 다시 빼앗긴 마이크로소프트

JEDI 계약이 취소되기까지 일련의 주요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2018년 3월 7일: 국방부 RFP 드래프트 공개, 의견 수집 및 조정 시작
  • 2018년 7월 25일: 공식 입찰 시작
  • 2018년 10월 초: 구글 입찰 포기
  • 2018년 12월: 오라클의 JEDI 프로젝트 불공정에 대한 소송 제기 (아마존에 편향되어 있음을 강조)
  • 2019년 4월 초: IBM과 오라클 경쟁에서 탈락
  • 2019년 7월 12일: 오라클 소송 기각
  • 2019년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JEDI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
  • 2019년 7월 23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취임
  • 2019년 8월 1일: 에스퍼 국방부 장관 JEDI 프로젝트 전면 조사 지시, 낙찰기업 선정 연기
  • 2019년 10월 22일: 에스퍼 국방부 장관 JEDI 프로젝트 결정 과정에서 스스로 배제
  • 2019년 10월 25일: 마이크로소프트 JEDI 프로젝트 최종 낙찰기업으로 결정
  • 2019년 11월 22일: 아마존 JEDI 탈락이 정치적 이유로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로 제소
  • 2021년 4월 28일: 마이크로소프트와 국방부가 함께 제출한 아마존 제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신청을 연방 청구 법원의 판사가 거부
  • 2021년 7월 6일: 국방부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JEDI 계약 취소

JWCC의 태동: ‘멀티’ 벤더 참여

미국 국방부는 제다이 프로젝트를 전면 철회하면서 합동 군사작전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새로운 방향을 발표한다. 이름하여 JWCC(Joint Warfighting Cloud Capability)이다. 2022년 4월을 계약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JWCC의 핵심은 제다이에서처럼 단일 벤더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멀티 클라우드 벤더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기존 단일 벤더가 수주하는 계약으로 설계했던 '제다이 프로젝트'를 철회하고, 멀티 클라우드 벤더가 참여하는 JWCC를 출범했다. (사진 제공: 미 국방부) https://www.defense.gov/News/News-Stories/Article/Article/2684754/dod-aims-for-new-enterprise-wide-cloud-by-2022/
미 국방부는 단일 벤더가 모든 계약을 독식하는 기존 ‘제다이 프로젝트’를 철회하고, 멀티 클라우드 벤더를 활용하는 ‘JWCC’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사진 제공: 미 국방부)

제다이가 운용의 효율성 및 안정성을 추구하며 단일 벤더 계약을 추진한 배경에는 처음 제다이 태동 시 시장의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아마존이란 존재 때문이었을 것으로 쉽게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미 아마존은 보안으로 따지면 가장 까다로울 수 있는 CIA가 AWS 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가 있기도 해서, 만일 제다이 프로젝트가 당초 예상대로 아마존과의 계약으로 결정되었다면 제다이 계약이 진작에 완료되어 이미 프로젝트가 한참 진행되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마존과 MS, 구글과 오라클의 경쟁 구도에서도 아마존은 독보적이었고, 제다이 프로젝트를 '단일' 벤더로 계획했던 건 아마존(AWS)라는 존재 때문이었고, 아마존이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제다이 프로젝트를 따냈다면, 이미 프로젝트가 한참 진행 중이었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아마존과 MS, 구글과 오라클의 경쟁 구도에서도 아마존은 선두주자였고, 제다이 프로젝트를 ‘단일’ 벤더로 계획했던 건 아마존(AWS)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아마존이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제다이 프로젝트를 따냈다면, 이미 프로젝트가 한참 진행되었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JWCC가 새로운 방향으로 다수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벤더를 수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이 제다이 프로젝트와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기업에서 사용하는 높은 수준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국방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거의 유사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JWCC 발표와 동시에 양대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참여 요청을 한 것도 흥미롭다.

물론 이 둘 중 하나가 꼭 계약을 따낸다는 보장은 없다. 추후 이 두 회사를 포함 다른 기업에도 당연히 초청장이 갈 그것으로 예상하였으며 실제로 이 두 회사 외에 구글과 오라클도 JWCC 대열에 참여할 것을 국방부에서 요청했다.

구글이 멀티클라우드 벤더 후보로 포함되는 것은 GCP(Google Cloud Platform)의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로 보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나 오라클이 포함되고, IBM이 여기에 끼지 못했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과거 기업용 시장의 소프트웨어 강자로서의 위치를 다시 차지하고자 하는 오라클의 클라우드 투자 및 마케팅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전체 시장에서의 위치는 미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2021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출처: TechTarget)
2021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출처: TechTarget)

멀티 클라우드 벤더의 장점 

제다이 프로젝트의 단일 벤더 계약이 여러 파장을 일으키며 결국 3년을 허비하고 취소된 것이 멀티 클라우드 벤더로 방향을 잡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멀티 클라우드 벤더의 경우 단일 벤더 운영의 효율성을 훨씬 넘어서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 중 몇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의 서비스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매우 범위가 넓지만, 각 벤더별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구글 GCP의 경우 텐서플로에 기반한 기계학습 및 MLOps (Machine Learning Ops), 그리고 쿠버네티스의 관리형 서비스인 앤토스(Anthos) 등을 활용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컴퓨팅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아마존은 리전(Region)과 가용존(Availability Zone)에 있어서 글로벌 기준 매우 높은 커버리지를 제공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365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구성이 탄탄하다. 오라클 역시 전통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의 강점을 클라우드로 이어가고 있다.

JWCC에 초대된 네 개 업체
미 국방부가 JWCC 참여 벤더 후보로 초대한 네 개 기업

 

2. 단일 클라우드에 종속(Lock-in)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속성상 한 번 사용을 시작하면 다른 클라우드로의 이전이 쉽지 않다. 다른 클라우드에서 같은 기능의 더 우수한 서비스가 등장해도 이를 수용하는데 저항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JWCC처럼 여러 클라우드 벤더들이 함께 참여하는 서비스라면 신규 기능이 필요할 경우 가장 적합한 클라우드를 선정해 사용하면 된다. 따라서 단일 클라우드에 대한 종속 성향은 매우 낮아지게 된다.

계약

3. 원격 지점에서의 운영 탄력성 및 가용성이 향상된다

멀티클라우드 벤더를 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리전과 가용존을 활용할 수 있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더 많은 원격 지점에서 탄력적으로 클라우드를 운영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의 경우 전 세계에서 합동 군사작전이 많이 이루어지는 만큼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강점이다.

4. 참여 기업의 경쟁을 통해 전투 수행 능력향상을 위한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

JWCC에 참여하는 기업은 서로의 경쟁 속에서 참여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로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 방식

JWCC에서 멀티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방식은 SaaS, PaaS, IaaS 등 모든 서비스 타입에 걸쳐 다양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참여 요청을 받은 네 회사 모두 계약에 참여하게 될지, 이 중 일부만 계약하게 될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이들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JWCC 계약을 할 것으로 예측하다.

미 국방부에 의해 JWCC에 초대된 네 개 업체는 어떻게든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에 의해 JWCC에 초대된 네 개 업체 모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JWCC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각 회사가 처음부터 영역을 명확하게 나누어 각 부문에서 서비스 계약을 하는 형태가 아닌, 매번 필요할 때마다 국방부에서 발주한 태스크를 놓고 각 사가 빠른 입찰 경쟁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하고 있다.

이러한 입찰이 새로운 대규모 프로젝트를 할 때처럼 복잡한 절차와 이에 따르는 오랜 시간에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 태스크 영역에 따라 단일 기업 혹은 한두 기업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업무 영역에 대해 각 참여 기업별로 개략적인 경계선을 두되 해당 영역의 태스크를 항상 수주한다는 보장 없이, 단지 빠른 결정을 위해 영역 구분을 활용할 수도 있다. 누구한테 최종 태스크 주문을 내는 것이 최선인지는 중앙에서 이를 거버넌스 하는 담당자가 분석하여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의 조달은 미국 정부에서도 매우 새로운 것이라고 한다. 태스크 수행 시 필요한 소요 시간을 가능한 5일에서 10일 사이의 짧은 단위로 끊어서 한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기존 관행상 이는 매우 혁명적인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멀티클라우드 벤더를 애자일(Agile)한 방식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방부 내에서의 업무 프로세스의 큰 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관해 국방부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현대전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전투기 등 무기 체계에 신속하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역량이 전투에서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도 JWCC를 추진하는 배경이기 때문이다.

시사점

JWCC가 JEDI를 대체하면서 멀티클라우드 벤더의 도입과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의 활용 방식에도 큰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면 어떻게 했을까. 멀티 클라우드 벤더와 계약한다는 전제 하에 각 계약 주체별로 R&R의 명확한 구분을 위해 설계하는데 1~2년, 각 R&R 별로 RFI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RFP를 작성해 배포하는데 1년, 심사 후 각 R&R 별로 최종 계약을 완료하는데 1년, 모두 3~4년의 세월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도 하기 전 허비될 것이 뻔하다.

미국 국방부의 JWCC는 프로젝트 관리 및 향후 운영 차원에서 단일 벤더 활용의 편리성을 포기하는 대신, 다수 벤더와 복수 계약하되, 새로운 태스크 주문이 있을 때마다 신속하게 프로그램 담당자가 이들 계약 벤더 중 최적의 제공자를 선정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태스크 주문을 작은 단위로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프로그램 운영자의 전문적인 지식과 큰 노력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조달방식의 혁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JWCC 최종 계약 목표는 2022년 4월로 잡고 있기에 아직 이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를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확산을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법 및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3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 시행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JWCC의 향후 행보를 자세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divide style=”2″]

[box type=”note”]

본 글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에 동시 게재합니다.

[/box]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