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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일 진행된 MBN 저녁종합뉴스 인터뷰(김주하 앵커와 유영하 변호사, 7분 45초) 모습. 앵커는 사실관계에서 어긋나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답변을 거듭해서 유도하는 등 수준 낮은 정치적 편향과 목적성이 느껴지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처: MBN 종합뉴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2021년 12월 31일 특별사면됐습니다. 언론은 특별사면 결정 직후부터 박근혜 씨가 내놓을 정치적 메시지에 주목했습니다. 이른바 ‘박근혜 메시지’에 주목하는 보도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박근혜 씨 법률대리인 유영하 변호사가 출연한 1월 3일 MBN 저녁종합뉴스 대담은 김주하 앵커가 사실관계가 틀린 질문까지 동원해 자극적 답변을 유도하려는 진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김주하 앵커의 ‘집착성 질문’

김주하 앵커는 이날 내부 갈등과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소식을 전한 뒤 [유영하 ‘박근혜 근황’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대담 시작에 앞서 김주하 앵커는 “(선대위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는데, 변수는 바로 “(나흘 전 사면된 박근혜 씨가) 곧 정치적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씨가 내놓을 정치적 메시지에 주목한 겁니다.

김주하 앵커: 서간집을 보면은 윤석열 전, 아, 이제는 대선후보죠. (윤석열) 대선후보에 대해서 내용이 없습니다. 혹시 박 전 대통령께서 윤 후보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한 적이 있으신지요?

유영하 변호사: (중략) 대통령께서 어떤 특정인에 대해서 얘기하신 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 별말씀 하시지 않으셨다고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김주하 앵커: 자신을 수사했던 사람인 데도요?

유영하 변호사: 아직까지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김주하 앵커: (윤석열 후보가 수사팀장으로 있던) 박영수 특검에 대해서도요?

유영하 변호사: 그렇습니다. 일부 정치인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게 있는데 그건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유영하 변호사를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소개한 김주하 앵커는 ‘박근혜 메시지가 국민의힘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제해서 그런지, ‘변수’가 될 만한 박근혜 씨 의중을 들으려 애쓰는 듯한 모습이었는데요. 김주하 앵커가 윤석열 후보에 대한 박근혜 씨 의중을 물었지만, 유영하 변호사는 “별말씀 하시지 않으셨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김주하 앵커는 “(윤석열 후보는) 자신을 수사했던 사람인 데도요?”라며 재차 질문했습니다.

그런데도 유영하 변호사가 “말씀이 없으셨습니다”라고 답하자, 이번엔 “(윤석열 후보가 수사팀장으로 있던) 박영수 특검에 대해서도요?”라며 다시금 윤 후보에 대한 박근혜 씨 입장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유영하 변호사는 “(일부 정치인에 대해 박근혜 씨가 언급한 내용을)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라며 답변을 거절했습니다. 진행자(인터뷰어)보다 출연자(인터뷰이)가 오히려 거듭된 ‘집착성 질문’을 정리한 겁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박근혜 씨의 언급이 있었는지 여러 번 조금씩 질문을 바꿔 묻는 김주하 앵커. 거의 집착이 느껴지는 질문. (출처: MBN 저녁종합뉴스)
윤석열 후보에 대한 박근혜 씨의 언급이 있었는지 여러 번 조금씩 질문을 바꿔 묻는 김주하 앵커.  집착이 느껴지는 질문. (출처: MBN 종합뉴스)

박근혜가 윤석열 지지한다면 ‘대인배’로 정치 재개 가능하다는 김주하 

그럼에도 김주하 앵커는 계속 ‘박근혜 메시지’에 주목했습니다. 박근혜 씨가 퇴원하면서 발표할 입장을 두고 “국민적 메시지”, “정치적인 메시지”라며 김주하 앵커가 거듭 관심을 표하자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씨가 퇴원하는 날 입장을 내겠다고 했지만)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됐다’ 말씀드리기는 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자 김주하 앵커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도 되실 것”이라며 앵커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내놨습니다. “(박근혜 씨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아도 ‘당연하다. (윤석열 후보가) 당신을 수사했던 사람이니까 이해한다’라는 (시민) 입장도 있을 것”, “만약에 정권교체를 위해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 또 대인배로서 (박근혜 씨가) 정치 재개를 하는 데 어떤 밑바탕이 될 수도”라고 말한 겁니다. 대담 진행자나 앵커 발언이라기보다는 정치평론가 또는 정치컨설턴트 발언에 더욱 가까워 보입니다.

김주하 앵커: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면서 내놓을 국민적 메시지에 관심이 참 많이 있거든요.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길까요?

유영하 변호사: (중략) 대통령께서 퇴원을 하시는 날 국민들께 직접 인사하시겠다고 말씀을 분명히 또 하셨습니다. (중략) 제가 지금 단계에서 ‘어떻다’, ‘내용이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됐다’ 말씀드리기는 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김주하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도 되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 (박근혜 씨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아도 ‘당연하다. (윤석열 후보가) 당신을(박근혜 씨를) 수사했던 사람이니까 이해한다’라는 (시민) 입장도 있을 거 같고. 만약에 정권 교체를 위해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 또 대인배로서 (박근혜 씨가) 정치 재개를 하는 데 어떤 밑바탕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유영하 변호사: 지금은 대통령께서 몸이 많이 쇠약해지셔서 제가 볼 때는 치료에 전념해야 하셔야 될 거 같고요. 그 이후에 대통령께서 어떤 행보를 하실 지는 지금 단계에서 어떻게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봅니다.

'대인배'의 어원인 김성모 작가의 [럭키짱]. '대인배'는 지금은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당연히 표준어는 아니고, 소인배의 반대 개념을 단순히 '대인배'로 착각한 김성모 작가의 착오에 연원한 유행어 정도로 봐야 한다. 참고로 소인배의 반대 개념은 '군자'이고, 소인은 무리를 지어 다니므로 '소인'+'배'(무리)이지만, 군자는 그럴 일이 없으므로 소인의 반대 개념을 대인으로 착각했더라도 단수 개념이므로 '배'(무리)를 붙여선 안 된다. (편집자)
박근혜 씨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면 대인배로 여겨져 정치 재개에 밑바탕이 될 거라는 김주하 앵커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왜 뉴스 인터뷰에서 정치 컨설팅을 하는 걸까. 위 캡쳐 이미지는 ‘대인배’의 어원인 김성모 작가의 [럭키짱]. 참고로 대중이 구어체로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대인배’는 잘못된 표현으로 뉴스 방송을 진행하는 앵커가 쓰기에는 적당한 표현이 ‘전혀’ 아니다. (아래 박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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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배의 어원? 

지금은 널리 쓰이는 표현이지만, ‘대인배’는 당연히 표준어가 아니다. 대인배는 김성모 작가의 [럭키짱](1998~2000)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인데, ‘소인배’의 반대말을 단순히 ‘대인배’로 착각한 김성모 작가의 착오(유튜브 채널 ‘침착맨’에서 김성모 작가가 직접 밝힘)에서 연원한 유행어(?) 정도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다.

마음 씀씀이가 좁고 간사한 사람을 뜻하는 ‘소인’은 유교(儒敎)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그 반대말은 ‘대인’이 아니라 ‘군자’이고, 소인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그 세력을 과시하는 속 좁은 인간들이므로 ‘소인'(小人)+’배'(輩; 무리)를 붙여 하나의 합성어로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군자는 소인과 같이 무리를 지어 그 세력을 과시하거나 몰려다니지 않으므로 군자에게 ‘배’를 붙여 군자배라고 해도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즉, 소인의 반대 개념을 대인으로 착각했더라도 대인(‘군자’)은 무리를 지어 과시하지 않으므로 ‘배'(무리)를 붙여선 안 된다. 그렇게 쓰면 군자라는 표현에 담긴 철학(유교)과 배경을 무시하는 일이 된다.

참고로 국립국어원에 ‘대인배의 어원’을 질문한 한 네티즌이 있었는데, 국립국어원은 “현재 우리말샘의 ‘역사 정보’에 ‘대인배’의 어원 자료가 따로 남아 있지를 않아 그에 대하여 답변해 드릴 만한 근거 자료가 없습니다.” (문체부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2020. 7. 18.)라고 답했다. 국립국어원 치고는 너무 성의 없는 답변 같아서, 겸사겸사로 ‘대인배’에 관해 아는대로 정리해 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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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혐의 언급 없이 ‘명예회복 의지’ 묻기도

김주하 앵커는 박근혜 씨 혐의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최근 출간한 ‘박근혜 옥중서신’ 내용을 근거로 ‘명예회복’에 대한 박근혜 씨 의지를 묻기도 했습니다.

김주하 앵커: 책 내용을 보면은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대목 때문에 앞으로 명예회복을 위한 정치적인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꽤 많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유영하 변호사: 그 부분은 제가 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편지가 2017년 11월경에 온 편지로 기억되는데요. 편지 내용이 뭐냐면은 당시에, 탄핵 당시에 언론 보도 중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었고 오보도 많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용기를 잃지 마시고 잘 견디시면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지 않겠냐 이런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그래서 그 편지 내용을 읽으시고 대통령이 답을 다셨기 때문에 편지 내용대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중략)

김주하 앵커: 우리공화당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말하면서 동시에 후보 교체, 대선 후보 교체에 대해서도 막 주장을 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유영하 변호사: 우리공화당분들이 대통령을 지지하시는 분들이니까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복을 주장하시는 건 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탄핵(파면)은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찬성 입장으로 인용됐습니다. 또한 박근혜 씨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공천개입 등 혐의로 징역 22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씨 각종 범죄 혐의는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 선고를 거쳐 법원에서도 여러 차례 공판을 거쳐 재판부가 판결한 사안입니다.

김주하 앵커가 언론인이 맞다면 박근혜 씨 명예회복 의지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박근혜 씨 범죄 혐의도 언급하고 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함께 전해야 합니다. 박근혜 씨가 저지른 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63232.html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를 감옥에 집어넣었다?

사실과 다른 자극적 질문도 나왔습니다.

김주하 앵커: 특별사면과 관련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라고 하셨는데, 그럼 그걸 ‘고맙다’, ‘감사하다’는 의미로 해석해 봐도 될까요?

유영하 변호사 : 맞습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신 워딩 그대로 제가 발표해 드린 겁니다.

김주하 앵커: 어떻게 보면은 (박근혜 씨가 문재인 정부를) ‘나를 감옥에 집어넣은 정권이다’ 그렇게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유영하 변호사 : 문 대통령께서도 (이번 사면권을 행사하면서) 지지층의 반대가 있었던 걸로 알고 계십니다.

김주하 앵커: 사면에 있어서요?

유영하 변호사 : 사면에 대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하셨기 때문에 그 결단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사의를 표하셨다고 그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김주하 앵커: 비록 나를 감옥에 집어넣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나를 사면해준 데 대해서는 (사의를 표한 것)?

유영하 변호사: 문 대통령께서 감옥에…. 그때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 건 2017년 3월 31일이고요. 그때는 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이었던 걸로 제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주하 앵커: 어쨌든 이 정권에서 계속해서 어떤 판결에 영향을 미쳐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을 드렸던 겁니다.

△ 사실과 다른 자극적 질문 던진 김주하 앵커(1/3)
△ 사실과 다른 자극적 질문 던진 김주하 앵커. (출처: MBN 종합뉴스) 

자극적인 답변을 유도하려는 자극적인 질문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씨를 감옥에 집어넣었다’며 팩트가 아닌 내용을 언급한 자체는 더욱 문제입니다. 오히려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 건 2017년 3월 31일”이고 “그때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대선)후보 시절”이라며 김주하 앵커 질문 내용이 틀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김주하 앵커는 “어쨌든 이 정권에서 계속해서 어떤 판결에 영향을 미쳐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을 드렸던 것”이라며 본인 질문을 정당화하려 했습니다.

이처럼 김주하 앵커는 대담 내내 자극적인 질문으로 유영하 변호사의 자극적인 답변을 들으려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언론 보도에 대한 시민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자극적 표현이 아니라 사실 확인과 교차 검증, 진실 보도 등 언론의 기본을 지키는 일일 겁니다. 김주하 앵커를 비롯한 언론인 모두가 유념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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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니터 대상: 2022년 1월 3일 MBN ‘종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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