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차단하는 애드블록(adblock), 웹 브라우저를 조금 잘 다룬다면 한 번쯤은 써보거나 혹은 들어봤을 단어다. 말 그대로 인터넷 광고(ad)를 막는(block) 것을 말한다. 광고는 인터넷 세상에서 꽤 거추장스러운 존재고, 이를 삭제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애드블록과 인터넷 생태계
애드블록이 한 번씩 논란거리가 될 때면 늘 ‘광고가 인터넷 세상에서 과연 필요한가?’를 둔 근본적인 고민이 반복되곤 한다. 우리가 콘텐츠를 얻을 때 온전히 그 값을 치르고 보는 것은 얼마나 있을까? 언뜻 대학 교재나 소설 등 책 정도가 떠오른다. 같은 책이라도 잡지 역시 책값으로는 인쇄 비용도 뽑지 못한다. 신문도 다르지 않다.
영상은 더욱 심하다. 한국에서 KBS를 제외하고 직접 시청료를 받는 방송사는 없다. 우리가 지불하는 돈은 대체로 전송에 대한 비용일 뿐이다. 제작비 대부분은 광고를 통해서 충당된다. 그리고 우리는 콘텐츠에 광고가 붙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TV 프로그램은 앞뒤로 광고를 붙이고 케이블 TV의 경우 중간 광고도 일반화됐다.
심지어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콘텐츠 내에서 간혹 낯부끄러운 PPL 협찬 광고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거부감을 내비치는 이용자는 대체로 많지 않다. 영화 역시 돈을 내고 보는 콘텐츠지만 관객은 시작 전 10분 넘는 광고에 아무렇지도 않게 노출된다. 영화의 경우 광고가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광고가 영화 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명분이 어느 정도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인터넷과 광고의 불편한 상관관계
결국 광고는 우리가 접하는 콘텐츠 대부분을 공짜로, 혹은 저렴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 서비스다. 미디어를 아주 냉정한 비즈니스로 보자면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콘텐츠를 기반으로 끌어모은 독자를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것에 가깝다. 이는 근래 ‘미디어’의 원칙이자 대중과 미디어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다. 이 광고들을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나의 예외가 있다. 바로 인터넷 광고다. 인터넷 광고는 늘 논란과 불만의 중심에 있다. 이용자들은 광고를 보고 싶어 하지 않고 심지어 가리고 싶어 한다. 웹페이지에서 광고를 차단해주는 애드블록 앱은 시장에 셀 수 없이 많이 나와 있다. 그야말로 또 하나의 소프트웨어 시장이다. 광고 보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 미디어는 흔치 않다.
하지만 인터넷 광고 역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환경임이 틀림없다. 인터넷 콘텐츠의 형태를 한번 돌아보자. 인터넷에 올라오는 뉴스를 비롯한 콘텐츠 대부분은 따로 돈을 내지 않는다. 유료로 콘텐츠를 구매하는 비중은 매우 적고 인터넷 위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유료 서비스는 대체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인터넷은 공짜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이니 인터넷에 뭔가를 올려놓는 기업, 혹은 개인은 수익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게다. 인터넷 세상을 돌리는 원동력 역시 광고에서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광고 덕에 우리는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터넷 광고는 기술적으로도 광고주들에게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애초 맹목적인 배너 광고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들이 개발된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광고는 이른바 ‘디스플레이 광고’다. 구글이나 오버추어 등 광고판을 파는 회사들이 불특정 다수의 광고를 받아둔 뒤 광고를 게재하기 원하는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광고 디스플레이 자리를 내어주는 형식이다.
미디어는 따로 광고 영업을 할 필요가 없고, 광고 업체는 배너 노출과 클릭을 기반으로 요금을 청구한다. 여기에 검색 결과를 덧붙여 지금 이용자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타겟 광고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카이스캐너에서 도쿄행 항공권을 검색했다면 당분간 웹사이트를 떠돌아다닐 때 스카이스캐너의 도쿄 티켓 가격이 광고로 따라다닌다. 에어비앤비나 아마존 등 적지 않은 서비스들이 이런 타겟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광고, 왜 막으려 하나
하지만 인터넷은 기술적이고, 효과적인 광고 매체이지만 동시에 가장 거부감이 강한 환경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인터넷 이용자들이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는 첫 번째 이유는 ‘무분별’에 있다. 광고가 곧 수익이기 때문에 서비스 사업자들은 방문객에게 더 많은 광고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금싸라기’ 공간에 광고를 배치하다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광고가 화면을 채운다. 심지어 일부는 콘텐츠를 가리기도 한다. 광고를 닫아야 콘텐츠를 볼 수 있는데, 버튼을 작게 만들어서 잘못 누르면 광고 페이지로 넘어가는 경우는 흔하다. 선정적인 광고가 늘 문제가 되기도 한다.
트래픽 문제도 있다. 광고는 주로 이미지,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콘텐츠로 꼽힌다. 인터넷 속도와 요금 부담이 적은 인터넷 환경에서는 용량 문제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반대의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인터넷 트래픽은 곧 통신 요금이기에 이용자로서는 비용을 치르고 광고를 보는 셈이다.
보안에 대한 문제도 있다. 플래시를 비롯한 NPAPI[footnote]Netscape Plugin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웹 브라우저용으로 플러그인을 만들 수 있게 하는 API.[/footnote]가 광고의 주요 소재로 쓰이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보안 위협이 되고 있다. 악성코드나 랜섬웨어가 광고를 타고 들어와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지는 사례는 국내 큼직한 커뮤니티들이 한두 번씩 겪어본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는 ‘광고만 없으면 인터넷이 쾌적해진다’는 인식이 막연하지만, 확실히 깔려 있다. ‘오죽하면 광고를 가릴까’라는 인식도 꽤 넓게 퍼져 있다. 인터넷 광고업계가 무분별하게 이용자들을 귀찮게 했던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콘텐츠의 개발 비용을 제3자인 광고주를 통해 해결해 무료, 혹은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인터넷 콘텐츠 생태계의 한 축이 직접적으로 거부되고 있는 것이다.
창과 방패처럼 광고와 애드블록은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광고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서비스 플랫폼 기업들은 모두 애드블록을 회피할 수 있는 광고 환경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전쟁의 전면에 나와 있는 기업들이다. 지난해에도 페이스북이 애드블록을 회피하는 광고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애드블록 플러스가 이틀 만에 이를 뚫고 페이스북 광고를 무력화하는 새 버전을 내놓았다.
지금도 페이스북은 수시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면서 새로운 광고 모델을 개발할 때마다 우선으로 애드블록을 회피하는 기술들을 서비스에 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승자는 영원히 정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창과 방패의 끝없는 다툼이기 때문이다.
양날의 검, 애드블록에 대한 우려
애드블록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애드블록을 쓰면 웹 브라우저가 한결 쾌적해지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방해하지 않고, 무거운 애니메이션 등이 빠지기 때문에 페이지를 불러오는 속도도 빨라진다. 이로 인해 당연히 데이터 트래픽도 줄어든다.
최근 페이지페어(PageFair)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적으로 11%의 인터넷 이용자가 애드블록을 사용하고 있고, 그 기기의 수는 6억 대에 달한다고 한다.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엣지를 비롯한 웹 브라우저에는 별도의 응용 프로그램 형태뿐 아니라 간단히 광고를 막을 수 있는 플러그인도 많이 있다. 당장 구글에 애드블록을 검색하면 온갖 응용 프로그램과 플러그인이 뜬다. 심지어 유튜브 광고를 차단해주는 소프트웨어까지 나와 있다.
하지만 애드블록의 양면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용자들에게 애드블록은 거슬리는 광고를 없애주는 고마운 존재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애드블록은 또 하나의 광고 플랫폼이 되고 있다. 애드블록은 광고를 가려주는 데에서 시작된 묘한 비즈니스다. ‘비즈니스’라고 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들, 혹은 서비스들이 결과적으로 광고를 사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드블록 업체들은 광고를 가릴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으니 역으로 광고를 골라서 보여줄 힘을 갖게 된다.
애드블록 업체들은 특정 기업들과 계약, 즉 돈을 받고 해당 광고를 막지 않는 서비스를 판매한다.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가 사업이 되는 셈이다. PC나 스마트폰 등 컴퓨팅 기기는 방송이나 책과 달리 기기에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보니 생겨난 부가적인 시장인 셈이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은 애드블록과 거래를 하고 있다. 자신의 광고를 매체에 노출하는 것 외에 ‘블록’ 당하지 않기 위해 추가로 막대한 비용을 애드블록 업계에 쏟아붓고 있다. 음성적인 시장이고, 긍정적이지 않은 거래임이 분명하지만 ‘광고 때문에 콘텐츠 보는 것이 불편하다’는 명분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푸는 것 역시 광고업계의 숙제다. 당장 애드블록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오히려 업계 자체의 변화와 이용자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의 간접적인 대가가 광고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것뿐 아니라 동시에 광고의 순기능을 살려야 한다. 이는 이미 구글이나 애플 등의 기업이 디스플레이 플랫폼 광고의 가이드라인이 잘 보여주고 있다. 광고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가 되어야 하고 콘텐츠와 경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광고는 분명 인터넷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본 뿌리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콘텐츠 업계는 그동안 광고를 그야말로 ‘마구’ 활용했다. 그 반발이 기술을 타고 역으로 시장에 칼을 들이대는 형태가 되고 있다.
인터넷 광고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이면 인터넷 광고는 TV 광고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2016년 광고로만 2조9천억 원, 전년 대비 10%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애드블록 시장이 따라서 성장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올바른 광고 문화, 책임 있는 콘텐츠, 적절한 노출 등의 질서가 잡혀야 할 것이다.
[divide style=”2″]
첫 댓글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