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11월 23일 오전 제12대·13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가 사망했습니다. 전 씨는 12·12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탈취한 뒤, 5.18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해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켰으며 집권기간 내내 독재로 일관하며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았습니다. 하지만 권력에서 물러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과오를 사죄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학살자이자 독재자로 평가받는 전 씨가 사망하자 언론은 관련 보도를 쏟아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전 씨 사망 당일인 11월 23일과 이튿날 24일, 신문과 방송이 어떤 보도 태도를 보였는지 분석했습니다.

동아·한겨레·MBC·JTBC 보도량 많아, TV조선 4건

민언련전두환 씨 사망 당일 11월 23일 지상파3사·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11월 24일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신문의 경우 동아일보가 16건, 한겨레가 14건으로 보도량이 많았고, 방송은 MBC와 JTBC가 각 13건으로 많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TV조선은 4건에 불과했는데요. TV조선이 전 씨 사망 다음으로 많은 관심을 보인 주제는 총 3건을 보도한 ‘정부의 종부세 부과 비판’이었습니다. 반면 JTBC는 옛 전남도청 앞에서 앞으로 남은 5·18 진상규명과 전 씨 추징금 징수, 전 씨 관련 민사재판 전망 등 전 씨가 남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전했습니다.

방송 ‘과’에 주목…MBN 공과 다뤄 

민언련

언론 보도를 전두환 씨 ‘공’을 다룬 보도, ‘과’를 다룬 보도, ‘공과’ 모두 다룬 보도로 분류해 살펴봤습니다. 방송의 경우 MBN을 제외한 방송사들은 전 씨 과오만을 다뤘습니다. MBN은 [철권통치에 반발…‘3저 호황’ 성장] (11월 23일 박자은 기자)에서 전 씨 과오를 전하면서도, 전 씨 집권기간 중 경제성장과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 유치 등 성과도 전했는데요. 다만, 당시 경제성장 이면엔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의 ‘3저 호황’이라는 세계적 흐름이 배경으로 작용한 덕분이라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 유치 이면에는 전 씨가 국민 우둔화 목적으로 추진한 ‘스포츠, 스크린, 성’의 ‘3S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 전두환 경제정책 칭찬하며 문재인 정부 비판

반면, 중앙일보는 전두환 씨 공을 부각하면서도 이면에 자리한 진실은 외면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물가 잡고 중화학 중복투자 정리, 3저 호황 속 경제 성장] (11월 24일 손해용 기자)에서는 “정치·사회적으로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지만, 경제 성과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후하다”며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점에서다”라고 전했습니다. ‘3저 호황’을 두고도 ‘전 씨 집권기간 경제 성장의 배경’이 아닌, ‘전 씨 집권 중 따라온 운’ 정도로 평가했습니다.

심지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 뒤에 숨은 또 다른 진실] (11월 24일 이철호 기자)에서는 “적어도 (전 씨 발언 중)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는 죄가 없다”며 전 씨가 본인보다 나은 사람을 뽑아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보호막이 되어줬다고 높이 평가하더니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민언련

조선일보, “전두환 단죄 받았다 미워하지 말자”

공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이제는 잊자’고 말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현대사 아픔과 갈등, 굴곡, 논란 안고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 (11월 24일)은 “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단죄를 받았다”며,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이제는 어두웠던 역사의 기억도 그와 함께 떠나보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미워하지 말자”고 했지만, 5·18유족회 등 오월단체는 전 씨가 사망하자 “학살자의 편안한 죽음에 분노”한다며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민언련

그러나 대다수 언론의 입장은 조선일보 사설과 달랐습니다. 동아일보 [전두환, 5·18 사과 없이 사망] (11월 24일 유성열·이형주 기자)은 “발포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눈을 감으면서 그에 대한 단죄는 역사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다”며 ‘단죄’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고, 한겨레 [내란·뇌물 ‘미완의 단죄’…죽기 직전까지 법정에 서] (11월 24일 김미나 기자)는 2017년 전 씨가 쓴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다며 “단죄 못 받고” 사망했다고 짚었습니다.

“억울하다. 왜 나만 갖고 그래”(1995년 내란 혐의 재판 당시)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야”(2003년 2월 SBS 인터뷰)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 나는.”(2019년 임한솔 당시 정의당 부대표가 5·18 책임 묻는 질문에 대한 답)

전 씨가 생전에 광주 학살에 대해 한 말입니다. 진정한 화해를 위해선 사과와 진상규명이 우선해야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미워하지 말자”, “잊자”는 요구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만 덧낼 뿐입니다.

엇갈린 호칭: ‘전두환 전 대통령’과 ‘전두환’, ‘사망’과 ‘별세’

전 씨를 칭하는 용어도 언론마다 달랐습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는 전 씨를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했고, 경향신문은 ‘전두환 씨’, 한겨레는 기사에선 ‘전두환 씨’라고 했지만, [사설/한마디 사죄도 없이 떠난 ‘국민 학살자’ 전두환] (11월 23일)에서는 ‘전두환’이라고 칭했습니다. 전 씨 사망을 두고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이라는 뜻으로 사망을 높여 부르는 ‘별세’를 사용한 경우도 있습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별세했다”거나 “별세한 전 전 대통령”이라고 썼습니다.

민언련

전두환 씨는 반란수괴죄와 내란목적살인죄 등 13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직 대통령 예우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다만, 이 법률에 ‘호칭’에 대한 규정은 없어 전 씨를 ‘전 대통령’이라 칭하는 것이 법률에 어긋난 것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 씨 호칭을 두고 논란이 되고, ‘별세’를 썼는지 아닌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 몇몇 언론과 정치인이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역사적 사실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해왔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언련

전두환 죽음이 진실을 묻을 수 없다

전 씨가 사망하자 5.18단체들은 ‘전두환 죽음이 진실을 묻을 수 없다’는 문구를 내걸었습니다. 40년 넘도록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와 발표 명령권자, 헬기사격 문제 등 밝혀지지 못한 진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잊자’거나 ‘화해해야 할 때’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언론을 포함한 한국 사회 모두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려는 움직임을 단호하게 비판하고 더 많은 진실을 찾고 쌓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box type=”info”]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1,2부),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11월 2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보도.

[/box]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