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

이 글은 ‘수술실 CCTV 설치’라는 사회적 의제에 관한 입장을 담은 글입니다. 독자께서 이 의제에 관한 찬성과 반대 의견 어느 한쪽만 접하셨다면, 이에 관한 찬반 의견을 두루 함께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편집자)

[/box]

 

불법 의료, 중대 범죄가 끊이지 않는 수술실은 여전히 성역이다. 수술실은 내부 제보가 아니면 범죄와 사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에 있어 사각지대다.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19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21대 국회까지도 정치권의 의사 눈치 보기로 제자리에 있다. 만연한 무자격자 대리수술과 성범죄 실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님에도 의료계는 자정 노력하겠다는 말로 국민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더는 의료진의 양심에만 환자의 안전을 맡길 수 없다. 수술실 안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회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를 즉각 법제화해야 한다.

CCTV 설치, 왜 필요한가 

수술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불법의료행위가 만연하다.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이른바 PA간호사에 의한 대리수술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무면허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제재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지만, 수술실의 폐쇄적 특성으로 의사들이 업무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간호사들에게 불법의료행위를 강요하여 유령수술이 관례처럼 진행되던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었다.(관련 링크)

또한, 수술실에서 일어난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지만, 수술실 사정을 알 수 없는 환자 및 유족 입장에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응급실, 진료실에는 의료진 보호 및 안전한 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CCTV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수술실의 환자들도 사고나 피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며 피해 입증을 위한 근거를 용이하게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출입 명부 작성이나 내부 고발 강화 등의 방안은 은밀하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서로 묵인하며 불법의료를 행하는 공간에서 실효성 없는 대책이다.

수술실은 의료 사고와 불법 의료 행위가 일어나면 의사들만 일방적으로 우월한 '성역'이다.
수술실은 의료 사고와 불법 의료 행위가 일어나면 의사들만 일방적으로 우월한 ‘성역’이다.

CCTV는 수술실 ‘안’에 설치해야 

의료법 제22조 제1항의료행위에 대한 사항을 상세히 기록할 것을 규정한다. 해당 법문이 만들어질 1973년 당시는 아날로그 시대로 종이 문서가 전제되었지만, 디지털 시대인 현대에는 녹화하는 것이 상세히 기록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수술실의 범죄와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료현장을 상세히 기록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CCTV 설치는 대체 불가하다.

[box type=”info”]

의료법 제22조(진료기록부등)

①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이하 “진료기록부등”이라 한다)을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

[/box]

이러한 입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설치 장소는 입구나 복도와 같은 수술실 외부가 아닌 내부여야 하며, 환자나 의료진의 동의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수술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 수술실 안에서 이뤄지는 불법의료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수술실 내부 설치를 무력화하려는 논의는 중단되어야 한다. 모든 의료행위는 상세하게 기록해야 할 대상이며, 수술실은 그러한 의료행위가 발생하는 장소로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술 장면

환자의 알권리 vs. 의료진의 인권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논의는 환자의 알권리의료진의 사생활 보호라는 기본권이 충돌하는 사안이다. 두 기본권이 모두 보장받아 마땅한 권리임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충돌되는 경우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우선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다. 마취로 인해 주변 상황을 인지할 수 없고, 제반 과정에 대한 정보 입수에 있어 취약한 위치에 놓인 환자 및 보호자가 절대적으로 약자인 상황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미 개별 법령을 통해 어린이집, 보행자길, 학교 내외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한 사례는 많다. 범죄 예방 및 수사, 국민 안전 등이 그 목적이며 사생활 보호보다 더 큰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처사다. 헌법재판소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아 보육교사 등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2015헌마994)’고 판시하였고, ‘보육교사 등이 기본권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익이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2020) 안규백 더불어민주당이 2019년 5월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건부 찬성’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부정의료행위 방지 등 공익의 보호를 위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구해 동의하는 경우에 한해 수술 장면을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의 사망이나 장애 발생, 의사가 아닌 비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 마취환자에 대한 성추행 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수술실의 폐쇄적 특징, 환자들이 마취로 주변 상황을 인지할 수 없는 점, 환자들이 의료행위 정보를 입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 2020년  3월 17일

의사의 과도한 권리와 권위는 환자의 권리를 위해 제한되어야 한다. (출처: Truthout.org, CC BY)
의사의 과도한 권리와 권위는 환자의 권리를 위해 제한되어야 한다. (출처: Truthout.org, CC BY)

눈치보기는 이제 그만! 

최근 한 언론사 질의 결과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 위원 24명 중 15명은 법안 통과에 찬성(찬성 15명, 반대 4명, 유보 및 무응답 5명)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안이 또다시 보류되었고, 얼마 전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소극적 입장을 표명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하다.

적어도 10년 이상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된 사안에 대해 민주당이 야당을 탓하며 입법을 무력화하는 것은 국민과 공익보다는 의료계의 입장을 더 살피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의료계의 불법과 억지를 눈감아 줘서는 안 된다.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불법 의료행위 및 중대한 범죄행위를 해결하고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를 즉각 제도화할 것을 촉구한다.

환자 병 병원 건강

 

[divide style=”2″]

[box type=”note”]

새는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비로소 날 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은 ‘찬성’ 의견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반대’ 의견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슬로우뉴스는 다양한 반론과 이견, 보충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

  • editor@slownews.kr

[/box]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