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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임기 내 산재 사망사고 절반 감축’ 공약 이행은 물 건너간 듯하다. 고용노동부가 4월 14일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를 보면 지난 한 해만 업무상 사고 재해로 882명이 사망했다. 2019년(855명)보다 27명(3.2%)이 되레 증가했다. 사망사고 81%(714명)는 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5.4%(312명), 5인 이상 29인 사업장이 45.6%(402명)로 나타났다. 노동자 1만 명당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을 가리키는 ‘사망 만인율’은 전년과 같은 0.46‱(퍼밀리아드·만분율)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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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산재 사망자 = 질병사망자 + 사고사망자

  • 산업재해(산재) = 업무상 “질병” 재해 + 업무상 “사고” 재해
  • 업무상 질병 재해: 일 때문에 병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것 (→ 산재 ‘질병사망자’)
  • 업무상 사고 재해: 일하다 사고가 발생하여 죽거나 다치는 것 (→ 산재 ‘사고사망자’)

이 구별은 아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만든 인포그래픽 자료를 보면 한눈에 명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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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해마다 산업재해로 2,000명 정도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그중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산재 사고’로 800명 정도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셈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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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스러진다

2022년 1월 27일부터 본격 시행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실효성 운운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년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한데다가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고용노동부가 행정부 역량을 집중해 산재 사망사고를 전년보다 2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대선 공약에서 내세운 목표치엔 한참 모자란다.

어버이날이기도 했던 5월 8일, 현대중공업과 현대제철에서 추락과 끼임으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장 씨는 선박 상층부에서 용접작업을 주로 맡았다. 장 씨가 작업을 하던 원유저장고 탱크 높이가 13m이고 용접봉이 있는 배 갑판은 더 높은 위치에 있다. 수직 사다리는 몸을 지탱할 만한 안전설비를 갖춰두고 있지 않았다.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근무한 김 씨는 기계를 끄지 않은 채 점검에 나섰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관행처럼 기계를 완전히 끄지 않고 노동자 혼자 점검에 나선 게 문제였다. 충분한 안전을 확보하게 하는 울타리와 경고 센서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던 문제가 지적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기업범죄’ (경향) vs. ‘법 만든다고 달라질 것 없다’ (동아)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5월 10일(월)부터 11일(화)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제철 산재 사망사고를 지면에 보도했다. 방송사의 경우 저녁종합뉴스 기준으로 5월 8일(토)부터 10일(월) 사이 MBC는 5건, KBS·SBS·JTBC는 각각 2건, MBN은 1건의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재해 사망사고 문제를 다룬 기사 (좌) 경향신문 (우) 한겨레 (5/10)
△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재해 사망사고 문제를 다룬 기사 (좌) 경향신문 (우) 한겨레 (5/10)

경향신문은 [당국 특별감독·관리, 중대재해법에도…현대중공업의 끊임없는 산재 사망사고], [잇단 산재 참변…‘본사 대표 책임’ 줄다리기] (5월 10일), ‘문재인 정부 남은 1년 이것만은 꼭’이라는 기획에서 ‘①산재 줄이기’ (5월 11일)를 제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를 우연한 사고가 아닌 ‘기업범죄’로 규정하고 중간관리자가 아닌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어 산재를 예방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끝모를 노동자 비극’ 기획기사 [선박 용접 중 떨어지고, 기계에 끼이고…어버이날 삼킨 산재] (5월 10일)에서 “복잡한 원청·하청 구조”가 산재사고와 관련 있다는 노조의 설명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현장과 겉도는 산업안전정책’ 기획을 연재했다. [(1)“수칙 다 지키면 공사기간 못 맞춰” 중대재해법 대비 버거운 중소] (5월 6일)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중소 건설업체들의 경우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지키기 힘든 법”으로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 사정을 들었다. [(2)드러나지 않는 산업재해 실태]는 산재 처리를 양성화할 유인책을 말했다. [(3)“총알배송시대 근로환경 급변…새 안전망 만들어야”][(4)“처벌 입법-적발 행정 아닌 산업재해 예방 근본 해법 모색해야”] (5월 11일)는 명확한 규정을 논의할 것과 산재 예방을 위한 지원을 검토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만 만든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현장의 한탄을 안전관리에 소홀한 개인 노동자 의식에 책임을 돌렸다. 정교한 규제를 만들지 못한 과정을 입법 본질 손질로 다룬 점이 아쉽다. 산재를 줄이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 논의에서 절실한 주체는 노동자 쪽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보다 원인에 관심을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는 지면 보도를 내지 않았다. 온라인 보도가 있긴 했지만,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서 협력업체 노동자 추락해 사망]과 [당진 현대제철서 40대 근로자 숨져…끼임 사고 추정] 보도를 그대로 옮겨 싣는 수준이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산재사고 원인과 대안을 짚는 심층 보도는 고사하고 추가취재조차 없었다. TV조선과 채널A의 저녁종합뉴스에도 보도가 없다.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한 보수언론과 경제지의 성의가 한참 부족해 보인다.

산업재해와 노동문제를 다루는 언론은 피해를 입은 노동자를 진심으로 위로할 줄 알아야 한다. 재해 위험 원인을 제거하는 쪽으로 관심을 모아야 함은 당연한 소리다. 노동자가 처한 위험한 노동환경 현장에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게. 노동자를 ‘우연한 위험’에 노출된 피해자로 축소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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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언론포커스’ 칼럼으로, 필자는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입니다. ‘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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