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누구나 살면서 갑자기 아프거나 열이 나거나 다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아이를 키워본 분이라면, 밤에 아이가 열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른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단순한 감기로 열이 나는 것을 알면서도 밤에 응급실을 가면 여러 검사에 시달리기 일쑤이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찰과상 정도라면 간단한 소독만으로도 가 치료할 수 있는데 가정상비약이 준비되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다면 참 난감할 것이다. 대장간 집에 낫이 없다고… 의사인 나도 가끔은 부모님이 찾는 연고나 두통약이 없어서 급하게 약을 사러 간 적이 있다. 또 약을 쓰려고 하니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라 버린 경험도 있다.

살면서 이런 저런 아픈 일이 있을 수 있고 그 모든 경우 병원을 갈 이유는 없다. 경험이 있는 부모가, 조부모가 경중을 판단해서 스스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 때로는 병원에 가야 할 지 고민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스스로 판단해서 일단 자가 치료를 하고 그후 경과를 보면서 당장 병원 응급실에 갈지, 다음 날 동네의원에 갈지, 아니면 더 지켜보면서 결정할 지 판단할 수 있다.

평소 꼭 필요한 약을 집에 준비하고 있다면 이런 결정과 조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적절한 가정상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가정상비약

어떤 가정상비약을 준비해야 할까?

누구나 공통적으로 간단한 소독약과 거즈와 일회용 밴드, 그리고 해열진통제와 소화제, 그리고 제일 약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함유된 연고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각 가정마다 사정에 따라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을 잘 준비하는 것도 상비약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식중 가장 낮은 단계는 천식이 있을 때만 분무하는 약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처방 받은 그 약이 가정상비약이다.

아토피 피부염을 갖고 있는 아이의 경우 의사의 처방으로 좋아진 후 재발을 막는 약과 만약 재발했을 때 바로 먹는 약, 그리고 바르는 약이 그 가정의 상비약이다. 편두통을 갖고 있는 경우 편두통 특효약이, 협심증을 앓고 있다면 협심증 응급조치약이, 그리고 여름만 되면 무좀이 재발하는 경우는 항진균제가 그 사람의 상비약이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만, 미리 준비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증상을 해결할 수 있고, 때로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가정의 사정마다 상비약은 다를 수 있다. 편두통이 심한 가족이 있는 가정에게 두통약은 아주 필수적인 상비약일 것이다.
가정의 사정마다 상비약은 다를 수 있다. 편두통이 심한 가족이 있는 가정에게 두통약은 아주 필수적인 상비약일 것이다.

가정상비약,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1. 가벼운 찰과상 

가벼운 찰과상이라면 깨끗한 생리식염수나 알코올로 소독한 후 일회용 밴드 (O)를 덮어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항생제 연고(X) 를 발라야한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항생제 연고를 미리 바르면 세균이 자라지 않고 상처가 깨끗하게 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미 연구를 통해 입증된 것은 상처를 깨끗하게 잘 보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는 것이다. 이런 저런 약을 바르는 것은 결과가 더 나쁘다.

다만, 상처가 깊거나 갈라졌다면 병원에 꼭 가야한다. 상처가 벌어지면 상처가 낫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세균의 2차 감염 확률도 올라간다. 피가 난다고 지혈제 분말 가루(X)를 바르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깨끗한 거즈나 수건으로 피가 나는 부분을 가볍게 눌러(O)주는 것만으로도 지혈이 된다.

가벼운 찰과상에는 항생제 연고를 바르기보다는 생리식염수나 알코올로 소독한 뒤에 밴드를 붙이는 게 좋습니다.
가벼운 찰과상에는 항생제 연고를 바르기보다는 생리식염수나 알코올로 소독한 뒤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는 게 좋습니다.

2. 열이 날 때 

해열진통제는 해열효과와 진통효과가 동시에 있다. 아세타미노펜이나 이부르펜 등 해열진통제는 이런 효과가 모두 있다. 통증과 열에 관련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의 효과가 공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통, 근육통, 생리통 등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이런 약을 쓸 수 있다.

아울러 이런 약은 모두 해열효과를 갖고 있다. 38.5도씨 이상의 열이 있거나 열이 있으면서 두통, 근육통이 같이 있다면 이런 약을 쓰는 것을 저어할 필요는 없다. 아세타미노펜 중 8시간 지속효과가 있는 약은 하루 세 번 복용하면 되고, 이부르펜과 같은 약은 하루 4번을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3. 소화가 안 될 때 

소화가 안 될 때는 소화제나 제산제를 복용해도 된다. 실제 연구를 통해서 보면 이런 약들이 플라세보(‘위약’, ‘가짜약’)보다 월등한 효과를 보이지는 않지만, 며칠 소화제를 먹는 것이 진단을 늦추거나 병을 악화시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2주 이상 증상이 계속되거나 증상이 계속 악화되는 경우에는 의사를 찾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4. 피부 가려움 등 

피부 버짐 같은 간단한 피부 가려움증에는 가장 낮은 단계의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 연고를 스스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1주 이상 계속 사용하면 피부의 여러 가지 합병증, 즉 감염, 탈색, 피부 위축, 모세혈관 확장증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찰과 처방을 다시 받아야 한다.

기타 가족마다 잘 생기는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준비해둔 가정상비약이 있을 수 있다. 가끔 소화문제로 고생할 때 먹으면 도움이 되는 소화제나 제산제, 혹은 위장관운동개선제 등도 도움이 되고, 편두통과 같은 특별한 두통에는 특별한 약이 준비되어야 한다. 가정상비약은 유비무환으로 준비될 필요가 있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13개 상비약 품목 

간단한 찰과상이 있다고, 열이 난다고 병원 응급실에 가야한다면 국민 불편은 참으로 클 수밖에 없다. 2012년 11월 전에는 간단하게 조치할 수 있는 가정상비약이 없어서 병원 응급실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2년 11월 15일부터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 제도'(2012)가 시행 중이다.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과 심야 시간대 필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약사법을 개정해 마련된 제도다.

참고로,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해야 한다(“등록기준”).

  1.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소매업을 운영할 것
  2. 24시간 연중 무휴 점포를 갖출 것
  3.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교육(4시간)을 사전에 수료
  4. 국제표준바코드를 이용한 위해의약품 판매를 차단 시스템을 갖출 것

‘안전상비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며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20개 품목 이내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도록 했다. 더불어 일반공산품 · 식품 등과 구분하여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별도 진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래는 현재 판매 중인 13개 품목이다.

현재(2021년) '약국 이외의 장소'(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의약품' 13개 품목 (출처: 보건복지부) http://www.mohw.go.kr/react/policy/index.jsp?PAR_MENU_ID=06&MENU_ID=06290402&PAGE=2
현재(2021년) ‘약국 이외의 장소'(주로 24시간 편의점 등)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의약품’ 13개 품목 (출처: 보건복지부)

 

[divide style=”2″]

[box type=”note”]

이 글은 경실련 ‘CCEJ 칼럼’으로 필자는 김철환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입니다.

[/box]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