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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및 현직 의사, 의대생 이외에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략…) 반대하는 이는 의사면허의 독점적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현직 의사, 의대생과 대한의사협회 뿐이다.” (나무위키,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논란’ 중에서)

지난달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쓰러졌지만, 응급수술할 의사가 없어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깊은 애도를 표하며, 필수 의료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반복되는 참사를 보며 비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는 안타까운 죽음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의료 공백으로 인한 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속출하는 국가 재난상황에서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는 무기력했습니다. 5%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환자를 전담했고, 병상과 의료진이 없어 대기자가 속출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부족한 공공의료의 민낯을 생생하게 지켜봤습니다.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자 지방의료원에서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 휴진하는 진료과목이 속출하고, 전문의 자리를 공중보건의가 메우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 계기가 됐습니다.

일반 의료현장은 더욱 심각합니다. 부족한 의사를 대신해 소위 PA간호사가 불법진료와 대리처방하는 일상이 드러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부족한 의사로 인한 의료사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됩니다. PA간호사들은 법적인 보호 없이 의사업무를 대신하다가 사고의 책임을 떠안고, 의사들은 장시간·고강도 업무에 시달려 소진되고 있습니다. 병원은 고액 연봉을 내걸고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환자를 멀리 있는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이런 진료 환경에서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진료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고령화 심화에 따라 의료 수요는 증가했고, 메르스와 코로나 등 국가재난적 감염병의 잦은 출몰로 의사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오히려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줄였고, 그 후 의사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2020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족한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였으나, 이마저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중단되었습니다.

현행 의사 양성 체계와 정원 규모로는 20년간 적체된 진료과목간·지역간 의사 부족과 불균형 문제를 결코 해소할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특정 진료 수가를 인상해 필요 인력을 유인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부문의 의사 부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이미 실패한 정책을 재탕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언제까지 의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을 위험으로 내몰 생각입니까?

공공의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우선, 2022년 정기국회 내에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과대학 설립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 공공의과대학을 즉각 추진해야 합니다. 이는 지난 20대 국회부터 정부와 논의가 진행된 사안이기도 합니다. 별도 의대정원 증원 없이 관련법이 제정되면 시행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시도 최소 1개소에 공공의과대학을 신설하여 공공의료 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두 번째, 2022년 정기국회 내에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지역의사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지역에서 배출된 필수 의료 인력이 지역에 남아 복무할 수 있도록 선발과 지원, 교육과 훈련, 배치 등 별도 양성 체계를 규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지방의료원 등 지역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를 안정적으로 배출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끝으로, 정부와 국회는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광역시도에 최소 100명 규모의 의과대학을 우선 신설해야 합니다. 현재 국립의대가 없는 전남, 충남, 경북, 경기, 울산, 인천 등 6개 지역과 관련법이 발의된 창원 등을 우선 검토하고, 의대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소규모 국·사립 의대의 정원을 최소 100명 이상 수준으로 증원해야 합니다.

 

 

이제 국회는 의료계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만약 이를 거부하거나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정당과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의사 기득권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져버린 정치인으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묻겠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국회와 정부가 국민에게 답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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