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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네가 일하는 방식은 별로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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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10년에 같이 사무실을 쓰던 프로그래머 형님으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저 말만 하고 말았다면 괜한 오지랖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겠지만, 형님은 제게 작업 효율을 개선할 획기적인 방법을 알려줬어요. 그게 뭔지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기존의 제 작업 방식에 대해 말해보죠.

우선, 제 기존 작업 방식은…  

저는 2008년 1월부터 번역 일을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제가 생활하던 원룸이 곧 작업실이었습니다.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으면 그게 출근이었죠. 등 뒤로는 샌드위치처럼 이불을 물고 반으로 접힌 요가 놓여 있고, 그 옆으로 전자레인지, 냉장고, 싱크대가 서 있었어요. 낮에 번역할 때 쓰는 모니터로 저녁에는 텔레비전을 봤죠. 한마디로 생활 공간과 업무 공간이 전혀 분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단점은 업무 중에 다양한 생활의 유혹을 받는다는 겁니다. 일하다가 뒤돌아봤는데 이부자리가 보이면 왠지 누워서 자고 싶고, 갑자기 냉장고가 덜덜거리면 괜히 열어서 뭐라도 꺼내 먹고 싶고, 무엇보다도 저녁에 같은 자리에 앉아서 같은 모니터로 방송을 보니까 일하다가도 딴짓하고 싶어지죠.

그 유혹에 넘어가면 하루 공치는 거 순식간입니다.

원룸이 곧 제 작업실이었죠.
원룸이 곧 제 작업실이었죠.

딱 20분만 자야지 하고 이불 덮고 누웠다가 일어나면 알람은 언제 꺼졌는지 두 시간이 지나 있어요. 점심 먹고 소화할 겸 딱 30분만 드라마 봐야지 하면 어디 중간에 끊기가 쉽나요? 다음 편까지 안 넘어가면 다행이죠. 더욱이 그때는 그냥 무작정 엉덩이 붙이고 있는 게 일하는 방식이었어요. 한 시간 일하고 10분 쉬고도 아니고, 앉아서 일할 만큼 하다가 피곤하다 싶으면 좀 쉬고, 다시 일하고 하는 식이었어요.

그렇게 매일 9시부터 6시까지만 일하자는 게 목표였죠.

그러다 어느 날 글을 하나 읽었어요. 자신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궁금해서 재 봤더니 앉아 있는 시간에 훨씬 못 미쳐서 깜짝 놀랐다는 글이었죠. 그래서 저도 한번 재 봤어요. 저도 똑같았어요. 9시부터 6시까지 점심시간 한 시간을 빼면 꼬박 여덟 시간 동안 앉아 있는데(물론 온갖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을 경우에)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4~5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예요. 중간중간 머리 식힐 겸 딴짓하고(특히 웹 서핑!),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거죠.

안 되겠어… 카페! 아니 도서관! 아니 공유사무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노트북을 구입해서 카페로 갔습니다. 한나절은 집에서, 한나절은 카페에서 일했죠. 집에 종일 앉아 있는 것보다는 집중이 잘 됐어요. 맨날 집에만 있다가 카페에 나와서 커피 한 잔씩 마시며 일하니까 진짜 프리랜서가 된 기분도 들었고요.

그런데 카페가 일하기 편한 곳은 아니었어요.

우선 대학가라 그런지 손님이 많아서 시끄러웠고요, 음료 한 잔 시켜놓고 너무 죽치고 앉아 있으면 누가 대놓고 눈치 주진 않아도 왠지 눈치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가기도 불편했어요. 노트북을 들고 가자니 번거롭고 그렇다고 두고 갔다가 누가 훔쳐 가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요. 없는 돈에 겨우 장만한 건데. 또 카페는 왠지 차려입고 가야 할 것 같았어요. 대학가라서 한껏 꾸민 학생들이 많은데 집에서 입던 트레이닝복 대충 걸치고 가면 너무 백수 같잖아요.

처음엔 노트북을 사서 카페로 갔죠.
처음엔 노트북을 사서 카페로 갔죠.

그렇게 한달쯤 카페에 다니다가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해서 찾아봤어요. 마침 국립 중앙도서관에 노트북 열람실이 있어서 타자를 해도 된다네요? 그래서 소음이 적은 실리콘 재질의 무선 키보드를 사서 매일 그곳으로 출근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았어요. 아침에 지하철 타고 가니까 왠지 번듯한 직장으로 출근하는 회사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도서관도 널찍하니 좋더라고요.

근데 그것도 한 달 지나니까 못해 먹겠다 싶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 거리를 오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것도 사람이 미어터지는 ‘지옥철’을 타고 말이죠.

국립중앙도서관에도 한 달 다녔습니다.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국립중앙도서관에도 한 달 다녔지만… ‘지옥철’ 타고 오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그래서 또 다른 방법을 찾아봤더니 신촌과 홍대 쪽에 프리랜서들을 위한 공유 사무실이 꽤 많았어요. 그래서 그중 한곳에 들어갔습니다. 작은 공간에 책상 몇 개 놓인 조촐한 사무실이었어요. 아주 쾌적하진 않았지만, 가격이 저렴했죠. 거기서 만난 게 바로 위에서 말한 프로그래머 형님입니다.

뽀모도로?  뭐, 25분? 너무 짧잖아!

그때 제 작업 방식이 어땠냐 하면 한 시간 일하고 10분 쉬는 식이었어요. 근데 해보신 분은 알 거예요. 이제 한 30분 지났나 하면 아직 15분밖에 안 지났고, 도대체 언제 한 시간이 다 되나 하고 자꾸만 시계를 보게 되잖아요. 시계를 봤는데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으면 그렇게 힘 빠지는 일이 없어요. 왠지 일도 더 지겨워지고요.

그게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었죠. 그걸 간파한 형님이 제게 가르쳐준 게 지금부터 소개할 뽀모도로 기법입니다. 사실 소개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을 만큼 간단해요. 25분 일하고 5분 쉬는 것을 반복하는 게 다거든요. 아, 그렇게 네 번을 반복했으면 20~30분씩 길게 쉬어주고요. 정말 그게 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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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모도로 기법? 

뽀모도로 기법(Pomodoro Technique)은 시간 관리 방법론으로 1980년대 후반 ‘프란체스코 시릴로’(Francesco Cirillo)가 제안했다. 타이머를 이용해서 25분간 집중해서 일한 다음 5분간 휴식하는 방식이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를 뜻한다. 프란체스코 시릴로가 대학생 시절 토마토 모양으로 생긴 요리용 타이머를 이용해 25분간 집중 후 휴식하는 일 처리 방법을 제안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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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모도로 타이머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뽀모도로 타이머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처음에는 이게 뭐야, 싶었습니다. 25분이라니 너무 짧잖아요. 집중 좀 하려고 하면 쉬는 시간이 돼서 흐름이 끊길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안 그래도 제 작업 방식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고민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며 한번 써보기로 했죠. 그때가 2010년이었는데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방법을 고수하고 있어요.

‘뽀모도로’의 장점

저한테는 이만큼 효과적인 작업 방식이 없는 것 같아요. 그 장점을 말해보자면요, 일단 만만합니다. 생각해보세요. 10분 쉬고 나서 다시 한 시간 일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어떠세요? 모르긴 몰라도 후, 한숨부터 나올 거예요. 한 시간은 놀려면 짧지만 일하려면 무척 긴 시간입니다.

그런데 25분은요? 훨씬 마음이 가볍습니다.

부담이 없으니까 시간도 훨씬 잘 가고요. 해보시면 알겠지만 뭐야, 벌써 시간이 다 갔어, 싶을 때가 많아요. 시간이 잘 간다는 건 그만큼 집중이 잘 된다는 겁니다. 몰입하고 있다는 거죠.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번역은 집중력이 중요합니다. 잠시라도 정신이 흐트러지면 원문을 오해하기 쉽고 매끄러운 문장이 나오지 않거든요. 보통은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라디오 같은 것도 틀지 않고 정적 속에서 일하죠.

이렇게 25분 단위로 끊어서 일하면 총 작업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반대로 한 시간 단위로 일하면서 중간에 딴짓도 좀 하고 한숨도 좀 쉬다 보면 내가 정확히 몇 시간을 일했는지 모르죠. 물론 그 한 시간을 온전히 몰입해서 일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씀드렸다시피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자기가 얼마나 일하는지 정확히 알면 날마다 총 작업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쉬워집니다. 구체적인 수치가 있으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든요. 막연히 9시부터 6시까지 앉아 있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매일 25분씩 15탕을 뛰겠다고 좀 더 세밀하게 목표를 세울 수 있고,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면 매일 꾸준히 일정량의 작업물을 생산하게 되죠.

꾸준함은 번역가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프리랜서라고 하면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고 놀고 싶을 때는 놀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래서는 결국 막판에 가서 벼락치기로 날림 번역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마감일은 어떻게 지킨다고 하더라도 번역 품질이 떨어지니 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져요.

꾸준함을 유지하려면 하루 동안 일한 시간만이 아니라 번 돈을 기록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번역료는 보통 200자 원고지 한 장에 얼마 하는 식으로 책정되니까 오늘 생산한 번역 원고가 몇 장인지 알면 얼마나 소득을 올렸는지도 알 수 있거든요. (원고지 매수는 번역가들이 주로 쓰는 한컴 한글에서 다 계산해줍니다.) 내 손에 떨어지는 돈이 얼만지 알면 좀 게을러지려다가도 다시 마음을 다잡게 돼요.

시간당 번 돈을 계량화할 수 있다면, 매일 기록하는 것도 좋습니다.
시간당 번 돈을 계량화할 수 있다면, 매일 기록하는 것도 좋습니다.

프리랜서에게는 최고! 

사실 이 뽀모도로 기법은 일반 직장 생활에는 접목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25분간 집중하고 싶다 하더라도 그사이에 누가 말을 걸거나 전화가 오면 무시할 수가 없잖아요. 근데 번역가는 괜찮아요. 어차피 혼자 일하니까요. 혹시 누가 옆에 있더라도 말은 좀 이따 걸라고 하고 전화가 오면 무음으로 돌렸다가 나중에 다시 걸면 돼요. 그런 면에서 프리랜서에게 최적화된 작업 방식이죠.

혹시 현재의 작업 방식에 만족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번 써보시길 권합니다. 쉽고 만만한데 효과적이기까지 하거든요. 시간은 자유롭게 조절하셔도 돼요. 25분이 너무 짧다 싶으면 30분으로 늘리세요. 얼마나 효과적이냐고요? 저는 이 뽀모도로 기법을 쓴 후 2012년부터 지금까지 쭉 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간 원룸에서 투룸으로, 또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지만 집에서 일하는 건 똑같아요. 집에서 일이 잘 안된다고 카페, 도서관, 작업실을 전전하다가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온 거죠. 그만큼 집중이 잘됩니다.

다만 최근에는 아이가 태어나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입니다. 고 쪼그만 녀석이 거실에서 울고 소리를 지르면서 난동(?)을 피우면 아무리 서재에서 일한다고 해도 집중력이 확 흐트러지는데 또 예쁘고 귀여운 짓 하는 걸 아내만 보게 하자니 너무 아까워서요. 일단은 중간중간 애 보고(주 양육자는 아내지만) 집안일도 해야 하는 것을 감안해서 하루에 12탕 뛰는 것을 목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 이 습관은 정리가 참 간단하죠?

  1. 25분 일하고 5분 쉬는 식으로 일한다.
  2. 하루에 몇 탕을 뛸지 목표를 세우고 지킨다.
  3. 하루에 몇 탕을 뛰었는지 기록한다.

참고로 뽀모도로 앱(예: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은 검색하면 많이 나와요. 저는 맥에서 ‘Be Focused’를 씁니다. 앱을 쓰면 그때그때 일해라, 쉬어라 알려주고, 집중하라고 째깍째깍 소리도 내주고(의외로 그 소리를 들으면 집중이 잘됩니다), 날마다 얼마나 일했는지 기록해서 그래프로 보여주니까 그냥 타이머만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에요.

자, 그러면 다 같이 뽀모도로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뽀모도로' 앱으로 구글링하면 검색되는 앱 중 하나. (출처: 앱스토어, Focus To-Do: 뽀모도로 기업 + 작업 관리)
‘뽀모도로’ 앱으로 구글링하면 검색되는 앱 중 하나. (출처: 앱스토어, Focus To-Do: 뽀모도로 기업 + 작업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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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에서 발췌했습니다. 이 책에는 시간관리 기법 이외에도 프리랜서로서 1인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습관 20가지를 잘 정리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글의 작가 김고명은 번역문의 한국어다움을 고민하는 번역가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 번역대학원과 글밥아카데미에서 번역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바른번역 회원이며 [초집중],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등을 번역했고,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를 썼습니다.

이 글은 좋은 글을 독자와 나누는 것 외에 별도의 홍보(×) 목적이나 그에 따른 대가(×)가 없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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