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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와 관련해서 1차 병가의 마지막 날인 2017년 6월 14일에 벌어진 일만 놓고 봐도 형사처벌 가부를 떠나 특혜 정황은 명백해 보인다.

[toggle style=”closed” title=”2017년 6월 14일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와 관련해서 여러 갈래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디테일한 팩트가 매일 쏟아져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더구나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실상 확정된 사실과 합리적 추정이나 의혹의 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실관계가 섞여 있어서 더욱 혼란스럽다.

이 사안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판단은 나중에 다시 해보도록 하자. 하지만 언론에서 생각보다 정밀하게 다루지 않고 있는 한 가지 포인트에 개인적으로 눈이 간다. 이미 국방부를 통해 사실상 사실관계가 확정된 대목이기도 하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 모 씨의 1차 병가가 종료되는 날짜였던 2017년 6월 14일에 있었던 일이다.

최근 복수의 언론사를 통해 공개된 국방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17년 6월 14일에 추미애 장관 부부 중 1명이 국방부 민원실에 아들의 병가 연장에 대해 문의를 했다고 한다. 이 문건은 해당 문의에 대해 추 장관 아들의 소속 부대 관리자였던 지원반장(당시 계급 상사)가 조치한 후 국방부에 보고한 내용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직접 인용해보겠다. ( ) 부분은 이해를 위해 내가 붙인 것이다.

국방부 내부 문건 (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국방부 내부 문건 (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서 모 일병의) 병가 출발 전 병가는 한 달까지 가능하다는 것은 (지원반장이 서 모 일병에게) 인지시켜주었음에도 (서 모 일병) 본인으로서는 지원반장에게 묻는 것이 미안한 마음도 있고 부모님(=추 장관 부부)과 상의를 하였는데 (그 결과)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은 것으로 확인. 지원반장이 직접 병가연장 사항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실시하였고 미안할 필요 없으니 다음부터는 지원반장에게 직접 물어봐 주고 의문점을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함. 국방부에 민원사항에 대한 답변을 완료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추 장관의 아들 서 모 일병 (당시) 이 병가 연장에 대해 상급자인 지원반장(상사)에게 직접 문의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 모 일병 대신 부모인 추 장관 부부 중 1명이 대신 전화를 걸어줬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신입사원이 휴가 연장에 대해 상급자인 과장에게 문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자, 해당 회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인 신입사원의 부모가 회사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아들의 휴가 연장이 가능하냐고 문의한 것과 같다.

아들 군대 휴가 연장을 '전화로 대신 문의'할 수 있는 상황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병가’가 종료된 상태에서 아들 군대 휴가 연장을 ‘전화로 대신 문의’한다? 이런 상황을 상식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신입사원의 부모가 휴가 연장에 대해서 회사 측에 문의하는 것이 불법은 아닐 것이다. 대주주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아들의 휴가 연장에 대해 대표번호로 문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러는 부모는 거의 없겠지만…) 그러나 해당 회사의 대주주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부모가 신입사원인 아들의 휴가 연장을 알아보기 위해 회사 측에 연락을 취한 행위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는가? 대주주가 아들 휴가 문제로 회사에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장 입장에서는 이를 부담이나 압박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까?

과거 정부에서 모 장관 자녀의 인턴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장관 자녀가 아프니 출근할 수 없다며 장관의 부인이 해당 부처에 전화를 해서 설명한 일을 두고 여러 언론이 비판했다. 그때는 부적절한 일이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파서 출근 못한다고 장관 부인인 엄마가 대신 전화하는 것과 아프니까 휴가 연장해달라고 여당 대표인 엄마나 그 남편이 본인 대신 전화하는 것이 많이 다른가?

지원반장의 대응에서도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된다. 국방부 문건에는 이렇게 돼있다.

“지원반장이 직접 병가연장 사항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실시하였고 미안할 필요 없으니 다음부터는 지원반장에게 직접 물어봐 주고 의문점을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함.”

“다음부터는 지원반장에게 직접 물어봐주고”라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서 모 일병의 어머니가 당시 집권여당 대표였다는 사실을 부대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던 상황에서, 지원반장은 아마 서 일병 본인으로 추정되는 상대방에게 “다음부터는 지원반장에게 직접 물어봐달라.”라고 설명했던 것이다.

물론 이 말 한 마디로 당시 지원반장이 추미애 장관 부부 중 1명의 민원 제기를 어느 정도의 압박이나 압력으로 느꼈는지는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여당 대표인 어머니 또는 남편인 아버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지 말고, 병가가 추가로 필요하면 본인이 직접 신청하라고 당부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휴가를 부모가 아니라 본인이 신청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기도 하다.

2017년 6월 14일에 있었다고 보도된 또 다른 상황도 주목할 만하다. 서 모 일병의 해당 중대의 상급부대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김 모 대위는 애초에는 추미애 장관의 당시 보좌관의 전화를 6월 21일에 받았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1차 병가 종료일인 6월 14일에 받았다고 주장을 바꾼 것으로 복수의 언론사가 보도했다.

만약 추미애 장관의 보좌관이 6월 14일에 상급부대 인사 담당 장교에게 병가 연장과 관련된 전화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6월 14일에는 추 장관과 관련된 인물 중 최소한 2명이 군 측에 연락을 한 셈이다. 첫 번째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추미애 장관 부부 중 1명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를 한 것이고, 두 번째는 추 장관의 당시 보좌관이 상급부대에 전화를 한 것이다.

해당 부대 측에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다시 신입사원의 비유를 끌어오자면, 신입사원의 부모인 대주주가 회사 대표번호로 휴가 연장 관련 문의를 해온 사실을 알게 됐는데, 같은 날 대주주의 비서가 회사 인사팀에 전화를 해서 휴가 연장 문제를 물어본 사실까지 알게 된 셈이다. 두 가지 사실을 알게된 과장은, 그리고 그 윗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

[box type=”info”]다만, 상급부대 인사 담당 장교였던 김 모 대위가 애초 6월 21일에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왔다면서 ‘그때 부대 체육행사 중이었다’라는 구체적 정황까지 제시했다가, 이후 6월 14일로 보좌관 통화 시점을 바꾼 것은 조금 석연치 않은 대목이 구석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 좀 더 상세히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box]

결국, 6월 14일에 있었다고 알려진 두 번의 연락에 대해 모두 받아들이는 부대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실제로 해당 부대 관리자는 ‘다음부터는 본인이 직접 하라’는 취지로 발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같은 날 부모 뿐만 아니라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여당 대표)의 보좌관이 상급부대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만 놓고 볼 때는 형사처벌을 사안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적절한 일이 아니고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box type=”info”]다만, 지난해 12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추 장관이 아들의 휴가 연장 과정에 개입한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한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만약 2017년 당시 추 장관 보좌관의 연락이 추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면 청문회 위증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추 장관의 지시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수사가 진행되어야 할 텐데, 과연 지금의 서울동부지검이 그런 수사를 할지는 모르겠다.[/box]

그렇다면 2017년 6월 14일에 추 장관이나 추 장관의 아들은 어떻게 했어야 하냐고? 다른 모든 군인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하면 된다. 휴가 연장을 원했다면 본인이 직접 소속 부대에 신청하면 된다. 아무리 군대가 변했다고 해도 휴가 신청을 본인이 아니라 본인의 부모나 부모의 보좌관이 알아봐주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민간 회사에서도 그런 일은 없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길고 복잡하게 논증해야 하는 일인지도 의문스럽다. 좀 적당히 우기자.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하자. 잘못했다고 인정한다고 검찰이 개혁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검찰개혁이 정말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본인의 추문에 갖다붙이지 말라. 도대체 검찰개혁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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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해도 꼬투리를 잡아 물고 늘어지는 이들이 많아 글이 길어졌다. 그런데 상세하게 논증하면 또 길어서 못 알아듣겠다는 분들이 많다. 좀 더 간명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1.[/dropcap]추미애 장관 아들은 무릎이 아팠지, 입이나, 목이나, 머리가 아픈 건 아니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2.[/dropcap] 따라서, 추미애 장관 아들은 집에서 쉬면서 얼마든지 병가 연장 요청을 직접 할 수 있었다. 전화는 무릎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

[dropcap font=”arial” fontsize=”28″]3.[/dropcap] 그런데 당시 상황을 복기한 국방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추미애 아들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관리자인 지원반장에게 직접 전화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4.[/dropcap] 그 대신 여당 대표였던 어머니 추 장관 또는 추 장관의 남편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해 병가 연장 여부에 대해서 물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5.[/dropcap]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추 장관의 아들은 미성년자가 아니었다. 휴가 신청은 본인이 부대 관리자에게 직접 해야 하는 일이란 점을 모를 수 없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6.[/dropcap] 또한, 본인 대신 집권여당 대표인 어머니 또는 그 남편인 아버지가 군 측에 전화할 경우, 이를 군 측에서 매우 특별한 사정으로 인식할 것이란 점을 추 장관 아들과 추 장관 모두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7.[/dropcap] 실제로 추 장관 부부 중 1명이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관리자(지원반장)는 추 장관 아들인 서 일병 측에 ‘다음부터는 직접 했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전달했다.

"다음부터는 지원반장에게 직접 물어봐 주고 (....)" 국방부 내부 문건 (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밑줄 강조는 편집자)
“다음부터는 지원반장에게 직접 물어봐 주고 (….)” 국방부 내부 문건 (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빨강색 밑줄 강조는 편집자)

[dropcap font=”arial” fontsize=”28″]8.[/dropcap] 게다가, 추 장관 부부 중 1명이 아들 대신 국방부에 전화해 병가 신청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날, 추 장관의 보좌관도 상급 부대 장교에게 전화를 걸어 병가 연장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다수 언론 보도).

더불어 오늘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추 장관의 당시 보좌관은 14일 이후에도 2차례 더 전화를 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다음부터는 직접 했으면 좋겠다’는 해당 부대 관리자의 “당부”를 무시한 것이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9.[/dropcap] 당사자인 성인 자녀 대신 부모가 휴가 연장에 대해 문의하는 것은 군대 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조차 극히 드문 일이다.

대한민국 군인들 가운데 부모나 부모의 직장 직원에게 자신의 휴가 연장을 '전화로 대신 문의'하도록 할 수 있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휴가를 연장할 수 있는 군인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일을 '특혜'나 '압력'이 아니고 '정당한 권리'나 '(새로운 군대) 상식'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런 주장이야말로 대한민국 대다수 군인과 그 가족을 모욕하는 게 아닐까.
대한민국 군인들 가운데 부모나 부모의 직장 직원에게 자신의 휴가 연장을 ‘전화로 대신 문의’하도록 할 수 있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휴가를 연장할 수 있는 군인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일을 ‘특혜’나 ‘압력’이 아니고 ‘정당한 권리’나 ‘(새로운 군대) 상식’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런 주장이야말로 대한민국 대다수 군인과 그 가족을 모욕하는 게 아닐까.

[dropcap font=”arial” fontsize=”28″]10.[/dropcap] ‘그럼 추 장관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를 해야지 어디에 하냐?’ ‘압력이 아니라 미담아니냐’라는 말은 그래서 뻔뻔한 변명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본인이 직접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추 장관 아들은 무릎이 아팠던 것이고, 전화 통화는 무릎이 아니라 입으로 한다. 엄마나 엄마의 보좌관이 군에 전화를 할 경우 받아들이는 쪽에서 특별하게 인식할 거라는 걸 모를 정도로 추 장관 아들이 바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11.[/dropcap] 당연히 자녀가 해야 할 일을 해당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부모나 부모의 측근이 대신할 경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압력’이나 ‘특혜’라는 기준으로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12.[/dropcap] 형사처벌 가능성이 낮아서 특혜가 아니라고 우기거나,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 이야기하자고 하는 것은 모두 ‘엄마 찬스’나 ‘특혜’라는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참골, 추 장관의 인사 청문회 위증 논란은 그럼에도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28″]13.[/dropcap] 위 열두 가지 포인트를 통해 드러낸 6월 14일의 상황만 놓고 보자면,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 부적절했다고 사과하고 넘어갔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보좌관이 그런 사실이 없다.”라고 국회에서 허위 발언을 하고, 비판하는 야당 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고 천박한 말을 내뱉고,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대해선 “검언유착”이라는 뚱딴지 같은 비난을 하고, 밑도 끝도 없이 “검찰개혁”을 끌어다 자기 보호 수단으로 써먹은 추미애 장관이 일을 스스로 키웠다.

요약하자.

추미애 장관 아들이나 장관 본인이 바보가 아니라면 당사자인 자녀 대신 권력자인 부모와 부모의 측근이 휴가에 대해 군에 문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모를 수 없었다. 그런데도 거친 표현과 허위 발언으로 사건을 덮으려고 해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길고 복잡하게 논증해야 하는 일인지도 의문스럽다. 좀 적당히 우기자.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하자. 잘못했다고 인정한다고 검찰이 개혁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검찰개혁이 정말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면 본인의 추문에 갖다붙이지 말라. 도대체 검찰개혁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건 누구인가? 

"검찰개혁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건 과연 누군가" (사진: 2020. 1. 3. 제67대 추이매 법무부장관 취임식 모습, 법무부)
“검찰개혁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건 과연 누군가?” (출처: 2020. 1. 3. 제67대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식 모습,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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