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신문사 수습기자 교육을 받을 때 잊히지 않는 것이 ‘개가 사람을 물었다’고 하면 기사가 되지 못하지만, ‘사람이 개를 물었다’고 하면 좋은 기삿거리가 된다는 것이었다. 기삿거리는 흔한 일상의 일이 아니라 뭔가 흔치 않은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하면 허위보도가 된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여야 한다. 말하자면 사실을 ‘실물 크기’로 ‘사생화’[footnote]사생화: 실재하는 사물을 보고 모양을 간추려서 그린 그림[/footnote]처럼 그려내야 한다.
클로즈업
그런데 사생화에서는 원근법이 적용되어 멀리 있는 것일수록 잘 보이지 않는다. 멀리 있는 것이 기삿거리가 된다고 한다면 카메라 렌즈를 피사체에 가까이 접근해서 찍는다. 이를 클로즈업(close up)이라 한다. 클로즈업은 흔히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기법으로 피사체를 화면 가득 포착하므로 대상에의 집중 효과를 가져온다.
연기의 일부를 확대해 보여 주거나 사물을 확대해 관객에게 제시하는 클로즈업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피사체가 인물인 경우 얼굴만 포착하는 것을 헤드 클로즈업(head close up), 극단적으로 한 부분만을 확대하는 것을 익스트림 클로즈업(extreme close up)이라 한다.
클로즈업은 일반적으로 대상을 ‘강조’하므로 관객을 장면 속으로 끌어들여 극적인 효과를 더하고, 사건의 시각적 명쾌함을 증진시킨다. 이처럼 클로즈업은 영화의 극적 풍미를 위한 중요한 매개 구실을 하며 내용을 가장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관객은 인물의 동작, 사물 등이 크게 나타나면 즉각 화면에 몰두하는데 그 동기가 강력하면 할수록 클로즈업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다가온다. 주요 사건을 설명하기도 하며, 숨겨진 사건을 드러내고,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강조하고, 내용상의 하이라이트를 마련하는 등 극적 박진감을 증진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이 클로즈업은 피사체가 보통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나 이를 널리 알려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일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가려진 소수자를 드러내는 일
6월 17일 언론인권센터가 시상한 제18회 언론인권상의 총평은 “고령사회에서의 소수자 인권 신장이 주요 의제”였다. 추천된 후보작들은 크게 두 유형으로 양분됐다.
- ‘일제와 과거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재조명한 후보작이 9편
- ‘탈북자와 난민’을 포함한 소외계층, 고령자, 중환자,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인권 침해를 다룬 후보작이 9편
전자는 여전히 묻혀있던 과거사의 해결이 우리 사회의 주된 관심이라는 관점이고, 후자는 오늘날의 문제, 그중에서도 소수자로 포괄될 수 있는 여러 계층의 인권 개선이 미래 사회를 지향하는 중요한 관점이라 풀이된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눈에 잘 띄지 않고 가려져 있는 소수자의 문제를 클로즈업시키는 것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클로즈업과 혼동되는 것이 침소봉대(針小棒大)이다. ‘작은 바늘을 큰 몽둥이로 과장’하는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클로즈업은 실물 자체를 확대하지만, 그 성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물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침소봉대는 바늘을 몽둥이로 바꿔버리는 것이므로 실물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침소봉대가 경우에 따라서는 가짜뉴스(Fake News)가 될 수도 있다.
SNS의 발달로 인해 수많은 매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언론 환경은 레드오션이 되어 있다. 레드오션에서의 생존 경쟁은 상업화의 극대화로 나타난다. 판매부수, 시청률, 조회수, 댓글수에 매달려 다수의 언론기관은 언론소비자들의 관심을 자극하여 필요 이상으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 이들에게 정론직필(正論直筆)을 요구하고 공정성, 공익성, 객관성, 정확성,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함, 수단과 목적의 부조화로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 함을 비유)인가?
[divide style=”2″]
[box type=”note”]
이 글의 필자는 이광택 언론인권센터 이사장입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보도 피해자 상담 및 구조, 정보공개청구, 미디어 이용자 권익 옹호, 언론관계법 개정 활동과 언론인 인권교육, 청소년 및 일반인 미디어 인권교육을 진행합니다.
[/box]